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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스마트공장 사업, 무엇이 문제인가?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9년02월12일 17시05분

작성자

  • 박진우
  •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 명예교수, 前 스마트공장 추진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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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스마트공장 사업은 국내 중소중견 제조기업의 경쟁력이 중국 등 후발 개발도상국에 밀리는 현상이 목격되기 시작하던 2015년 6월경 산업통상자원부의 제안으로 (재)민관합동 스마트공장추진단(이하 ‘추진단’ 이라 칭함)이 발족되면서 시작되었다. 2013년 독일에서 국가 산업정책으로 제시한 ‘인더스트리 4.0’ 사업에서 이야기하였던 ‘4차 산업혁명’과 ‘스마트 공장’에 유사한 사업을 한국 현실에 맞추어 시도해 보자는 취지였다.

 금융위기 이후 제일 잘나가는 나라로 생각되었던 당시 제조업 최강국 독일이 제조업 육성을 위해 무언가를 더 한다는 ‘인더스트리 4.0’프로그램이 발표되자 제조 강국 반열에 있던 미국, 일본, 심지어 중국조차도 ‘중국제조 2025’라는 명칭으로 제조업 부흥에 힘을 쓰는 상황에서 한국형 제조업 강화 프로그램으로 스마트공장 사업이 탄생하였던 것이다.

 

당시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추진단’을 컨트롤 타워로 세워주면서 장관, 또는 국무총리 등 고위인사가 국내 기업체 인사들을 만나는 자리에는 추진단장이 배석하도록 배려함으로써 ‘추진단’에 힘을 실어주는 한편 ‘추진단’의 업무 추진방식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고 자율성을 인정해 주었다. ‘추진단’에서는 제조업이 쓰러지면 대한민국이 위험하다는 인식 하에 국내 자동화/정보화 분야의 전문가들이 ‘과거 정부사업의 도덕적 해이 문제’, ‘정부 자금을 쉽게 생각하는 일부 기업인들의 자세’, ‘적대관계에 가까운 노사관계’, ‘IT기업의 육성문제’ 등을 해결하고자 중지를 모았고 강연프로그램과 홍보 동영상 및 독특한 시스템을 구축하여 이들 문제들을 대부분 해결하였다.

 

또한 ‘추진단’에서는 내부 인력들의 국제적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독일, 유럽, 미국, 일본의 스마트공장 관련기술을 흡수 소화하고 국제표준에도 활발하게 참여하는 한편, ‘대표 공장’, ‘데모 공장’ 등 가시화 사업을 통해 국내 기업인들이 이들 공장들을 견학하고 스마트공장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아울러 국내의 스마트공장 수혜기업과 공급기업에 ‘미래의 기술에 대해 이해하고 준비하도록 강연, 설득’하고, 직원 교육에도 주력하였다. 그 결과 2016년부터는 스마트공장 사업의 효과가 국내 중소중견기업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국회에서도 주목받는 사업이 되었다. 

2016년까지 스마트공장 구축을 완료한 사업에 대해 2017년 말 전수조사로 조사한 바에 의하면 평균 30%의 생산성 향상, 45%의 불량률 감소, 15%의 원가 절감, 그리고 기업당 2.2명의 고용증가 효과를 보여주었다. 

이러한 성과에 힘입어 2015년에는 동반성장기금의 이자 일부분과 추경예산 39억 원으로 시작되었던 사업이 2018년에는 정규예산이 약 900억 원 규모로까지 성장하였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출범과 더불어 스마트공장 사업에도 큰 변화가 생겼는데 중소중견기업을 직접 도와주는 보급 확산 사업이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로 이관된 것이다. 

중기부는 2017년도 추경사업부터 주관부서로서 보급 확산 사업에 관여하기 시작했는데 보급확산 업무 중 성실기업에 대한 스마트공장 추가지원 사업을 산하기관인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이 관리하도록 이원화하였으며, 2018년 추경예산부터 중기부 산하기관으로 이관된 전국 테크노파크로 분산하여 스마트공장 보급 확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스마트공장 사업이 성공적으로 운영되었던 이유는 우선은 추진단 이라는 운영주체가 있어서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하였고, 정부 각 부처에서 추진단이라는 조직에 힘을 실어 주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2002년 이후 십 수 년 간 큰 예산을 퍼부었던 자동화나 정보화에 대한 정부지원 사업이 기대하였던 효과를 보지 못했었다. 

이들 과거 사업의 문제들을 거울삼아 이를 개선하고 운영하였던 조직이 ‘추진단’이었다. 2018년 이후 스마트공장 추진단장 직을 사임한 상태이기는 하지만 지금과 같이 분리 운영하고, 컨트롤타워 없이 운영된다면 과거의 실패를 반복할 가능성이 커보여서 우려되는 바가 있다. 스마트공장 사업은 단순 정보화나 자동화 사업이 아니다. 기업의 노사관계, 현재의 기술 수준, 세계적 경쟁 현황 등을 고려하고 미래의 업체 현황을 감안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고도의 전략과 전문성이 요구되는 사업인 것이다.

 

지난 주 우연히 창원지역 공장을 방문하였을 때 그 회사 중역이 한 이야기가 뼈아프게 들렸다. 내 신분을 모르는 분이었는데 사업의 어려움을 이야기하길래 “스마트공장을 추진하시면 어떻습니까?”하고 물어보았더니 “사업설명회에 가보았더니 헛소리만 하고 있습디다. ERP, MES를 이야기하고 있으니 지금이 그거 이야기할 때입니까?”라는 답변이었다. 스마트공장 사업이 ‘눈 나쁜 사람이 장님을 인도하는’ 위험성이 있지 않은지 우려된다.<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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