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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과 그 이후, 트럼프의 옵션은?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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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9년03월01일 08시27분
  • 최종수정 2019년03월01일 08시27분

작성자

  • 장성민
  • 세계와 동북아 평화포럼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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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과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이 어떤 합의에도 도달하지 못한 채 결렬됐다. 김정은과 트럼프 대통령은 28일 확대정상회담 이후 예정된 오찬과 합의문 서명식을 취소했고, 다음 만남에 대한 아무런 기약도 없이 회담장을 떠났다. 김정은은 곧장 자신의 숙소로 돌아갔고,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 후 곧바로 미국으로 떠났다. 북미 양국이 최소한이라도 일정한 합의에 이르러 두 정상이 ‘하노이 선언’에 서명하는 장면을 연출할 것이라는 당초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고, ‘회담 결렬’이라는 전혀 뜻밖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도대체 그 이유가 뭘까?

 

첫째, 북한의 전략적 판단이 실패했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번 회담을 미국으로부터 많은 것을 얻어낼 수 있는 최적의 호기로 판단했다. 그리고 그 근거는 러시아 스캔들에 관한 뮬러 특검과 트럼프의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의 변심과 폭로 등으로 어느 때보다 정치적 수세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정치적 위기를 타개하고 덮기 위해서 자신들의 요구를 수용하는 파격적인 합의에 응할 것이라는 전략적 판단에 기초하고 있었다. 

그래서 트럼프의 정치적 약점을 이용해서 트럼프로부터 더 많은 것을 얻어내기 위해서 끝까지 전면적인 제재완화를 미국에 요구한 것이다. 하지만 북한은 북미정상회담에 맞춰 열린 코언 변호사의 의회 청문회가 트럼프의 협상 및 정치적 위기 극복 전략에 미칠 파장과 변화를 제대로 간파하지 못했다. 

회담장에서 트럼프가 처한 난감한 딜레마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자신들의 실속과 이속만을 일방적으로 주장하다가 정상회담 결렬이라는 의외의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둘째,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전략이 회담 도중에 수정되었기 때문이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회담이 임박해지자 “속도에 대해 서두르지 않겠다”, “이번 (하노이 정상회담)이 마지막일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회담 성과에 대한 기대를 낮추고 북한과의 핵 협상을 자신의 재선(再選) 스케줄에 맞춰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방향으로 끌고 가겠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그리고 이번 회담에서 북한으로부터 최소한 영변 핵시설에 대한 폐쇄 약속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 등의 약속을 받아내면 이를 포장해서 ‘미국 본토에 대한 핵위협이 사라졌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하면서 국내정치적 난관을 돌파할 카드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적 계산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제재완화를 강하게 요구하면서 생각보다 훨씬 더 강경한 자세로 나왔고, 여기에 예상치 못하게 북미정상회담 날짜에 맞춰 열린 ‘코언 청문회’가 정상회담으로 향하던 모든 관심을 일거에 집어삼키는 ‘핵폭탄’급 위력을 발휘했다. 김정은이 옆에 앉아 있는 단독 정상회담장에서조차 트럼프에게 미국 기자가 ‘코언의 발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트럼프가 만약 북한과의 ‘만족스럽지 못한 합의’를 한다면 자신의 국내정치적 위기를 극복하기는커녕, 오히려 더 큰 정치적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트럼프는 김정은과의 협상에서 ‘bad deal’보다는 ‘no deal’을 선택한 것이다.

 

셋째, 정상회담 기간 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우선순위와 전략에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베트남 현지 시각으로 어젯밤 워싱턴에서 코언의 하원 청문회가 열리는 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자신에게 뭔가 선물을 줄 것으로 기대를 걸었던 김정은이 자신의 카드는 잔뜩 움켜쥐고 ‘제재 완화’만을 목 놓아 외쳐대는 상황이 벌어졌다. 여기에 지난 싱가포르 1차 북미정상회담 때의 알맹이 없는 합의가 또다시 재현된다면 가만있지 않겠다는 미 하원의원들의 서슬 퍼런 눈초리도 떠올랐을 것이다.

 또 다른 한 편에서는 트럼프의 부재를 틈타 미 하원에서 ‘국가비상사태 선포 무효화 결의안’이 가결되었고 여기에 공화당 의원도 13명이나 찬성하면서 자신에게 공개적으로 ‘반기(反旗)’를 드는 사태가 터졌다. 

이제 더 이상 북미정상회담 카드가 트럼프에게 정치적 우선순위를 차지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동안 국내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린 자신을 구해줄 히든카드로 애지중지하던 ‘북한 비핵화’ 카드가 아무런 실익이 없고 시간만 축내는 애물단지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김정은과의 회담이 끝나고 기자회견을 마치자마자 서둘러 ‘에어포스 원’을 타고 미국으로 떠난 트럼프의 심중은 오로지 자신의 탄핵을 막기 위한 정치적 계산과 전략 마련에 골몰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협상 결렬을 감수하더라도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 원칙을 지켰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2차 정상회담 결렬을 오히려 수세에 몰린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만회하고 흐트러진 지지 세력을 결속시키는 데 활용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향후 트럼프가 뽑아들 카드는 무엇일까?

 

우선 오늘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상태에서 앞으로 협상이 계속되어 북한 비핵화에 대한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룰 수 있을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 근거는 북미 두 나라의 현재 입장이 변화될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하든지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고 동시에 핵동결 또는 부분적 핵감축의 대가로 경제도약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협상의 기본 전략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번 회담을 통해서 북한은 어떠한 경우에도 핵을 포기할 수 없고, 북한의 실질적인 핵 포기가 없으면 미국은 제재를 완화할 수 없다는 입장이 분명해졌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인내심을 갖고 지속적인 ‘관여정책’(engagement policy)을 통해서 북핵 협상을 주도할 수 있는 정치적인 자원이 고갈되어 가고 있다. 더 이상 북핵 협상을 시작했을 때처럼 공화당이 상하 양원을 장악하면서 막강한 정치적 파워를 행사하는 상황이 아닌 것이다. 오히려 점점 더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탄핵이라는 검은 먹구름을 걷어내기 위해서 트럼프로서는 획기적인 회심의 반전카드가 절실히 필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그동안 미국이 당근을 사용한 ’최대대화전략‘(maximizing dialogue strategy)에서부터 강력한 채찍을 드는 ’최대압박전략‘(maximum pressure strategy)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점점 더 커질 것이다. 이 경우 미국은 강력한 제재를 해 나가면서 기존의 대화 창구를 통해 북한을 강하게 압박해 나갈 것이다. 

그리고 만약 탄핵의 벼랑 끝 위기상황으로 몰리게 되면 북한 핵시설에 대한 기습적인 무력공격 카드를 활용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워싱턴 포스트의 밥 우드워드 기자가 쓴 <공포(FEAR)>란 책은 미국이 이미 오바마 행정부와 트럼프 행정부 취임 초기에 북한 핵시설에 대한 기습적인 ‘선제타격’을 심각하게 검토했던 과정을 상세히 기술하고 있다. 북한의 대응을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 있는 최첨단 장비로 무장한 스텔스 전투기와 첨단 공군기들이 언제든 미국 본토로부터 날아와 순식간에 작전을 펼칠 수 있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대북 선제공격과 관련해서 “1백만 명에 달하는 서울 시민들이 죽는다면, 그들이 죽는 것은 그곳(서울)이지, 이곳(미국)이 아니다”라고 강경한 대북 매파적 시각을 드러냈다고 <공포(FEAR)>에 기술되어 있다. 이런 매파에게는 동맹도 필요 없고, 동맹국 시민의 희생도 필요 없다. 오직 미국만이 있을 뿐이다. 미국의 미래적 안전과 안보를 위해서 북한에 선제공격을 해야 한다면 이에 따른 약 1백만 명의 동맹국 주민이 희생되어도 대북선제공격을 감행해야 한다는 생각뿐이다.

 

대한민국의 생존이 걸린 한반도의 운명이 이렇게 경각에 달려 있는데, 우리 청와대는 이번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 합의 가능성이 있다’면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김칫국을 마셨다. 과연 문재인 정부는 북미정상회담의 결렬 가능성과 이후 전개될 상황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과 정책을 마련해 놓고 있는가? 아니 그럴 가능성을 단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하긴 우리의 운명을 모두 북미정상회담의 결과에 맡기겠다는 ‘주권포기’의 발언이나 하고 있는 문 대통령에게 지금의 이 위중한 상황을 타개할 대책이 있느냐고 요구하는 것이 너무 과도한 우문(愚問)은 아닐까?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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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9년03월01일 08시27분
  • 최종수정 2019년03월01일 08시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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