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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20대는 지지를 철회하고 국정운영 데드크로스는 자주 발생하는가?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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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9년03월13일 17시05분
  • 최종수정 2019년03월13일 17시23분

작성자

  • 김형준
  • 배제대학교 인문사회대학 석좌교수(정치학),전 한국선거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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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에서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보다 높은 ‘데드크로스’(dead cross)가 또 발생했다. 

 

YTN과 리얼미터의 3월 1주(4일-8일) 조사 결과, 문 대통령이 국정 운영을 ‘잘 한다’는 긍정 평가(46.3%)가 ‘잘 못한다’는 부정 평가(46.8%)보다 오차 범위 내에서의 낮았다. 전주 대비 긍정 평가는 3.1%p 하락했고, 부정 평가는 2.4%p 상승했다. 

아래 <표>에서 보듯이 작년 12월 4주 때 1차 데드크로스(긍정 45.9% 부정 49.7%)가 발생한지 2주 만에 골든크로스(긍정 49.6%, 부정 44.8%)가 일어났다. 

그런데 8주만에 다시 데드크로스가 발생했다. 1차 데드크로스때와 유사한 구조를 드러냈다. PK, 50대, 중도층에서 부정이 긍정을 압도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가령, 중도층에선 1차째 부정이 긍정보다 11.6%p 높았다. 2차때도 부정이 9.7%p 높았다. 그런데 주목해야 할 것은 학생층에서의 이탈이 2차땐 심각한 수준이다. 부정(53.7%)이 긍정(37.9%)보다 무려 19.0%p 높았다. 1차땐 긍정(47.9%)과 부정(46.8%)간에 큰 차이가 없었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의 핵심 지지층이었던 20대 젊은 세대의 반란이 데드크로스의 핵심 요인으로 작동되고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3월 1주 YTN/리얼미터 조사 결과, 20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 평가는 43.5%로 부정 평가(45.3%)보다 낮았고 전체 평균(46.3%)보다도 낮았다. 1차 데드크로스땐 20대에서 긍정(50.8%)이 부정(42.7%)보다 훨씬 높았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TBS와 리얼미터가 2018년 지방선거 직후 실시한 조사(6월18-20일)에서 20대의 대통령 국정 운영 긍정 평가는 78.9%, 부정 평가는 14.0%였다. 그런데, 9개월 만에 20대 대통령 지지율이 거의 반 토막이 났다. 

 

설훈 민주당 최고위원은 20대 지지율 하락 이유로 "20대가 전 정부에서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탓"이라고 했다. 

한술 더 떠 민주당 수석 대변인인 홍익표 의원은 ‘지난 보수 정권에서 1960~70년대 박정희 시대를 방불케 하는 반공교육으로 아이들에게 적대감을 심어줬기 때문에 20대가 가장 보수적’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황당한 궤변으로 ‘20대 비하 발언’을 한 민주당 두 의원에게 묻는다. 

20대가 박근혜 탄핵과 최순실 국정농단을 처벌하라는 촛불 집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지난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압승의 견인차 역할을 한 것에 대해 뭐라고 설명할 것인가? 

20대가 교육을 잘못 받아 사리분별을 제대로 못해 부화뇌동하며 맹목적으로 참여하고 지지했기 때문이라고 말 할 것인가? 

 

지난 해 지방선거 직후 지상파 방송 3사는 투표를 마치고 나온 유권자들을 상대로 “‘국정 운영을 더 잘하도록 정부와 여당에 힘을 실어 줘야 한다‘와 ’정부와 여당을 견제할 수 있도록 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두 주장 중 어느 것에 동의하느냐”고 물었다. 

20대의 전자에 동의하는 비율은 64.7%인 반면, 후자는 17.8%에 불과했다. 반면, 60대 이상에서는 전자(47.3%)와 후자(42.5%)간에 비율이 비슷했다. 

홍익표 의원의 주장대로 20대가 가장 보수적이라면 60대 이상과 비슷한 성향을 보여야 하지 않는가? 심층 분석 결과는 전혀 달랐다. 20대의 경우, 보수 14.9%, 중도 43.3%, 진보 32.4%로 나타났다. 진보가 보수의 2배 이상이었다. 

반면 60대에서는 보수 39.0%, 중도 34.1%, 진보 18.7%였다. 지난 2017년 대선직후 실시된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서도 20대 10명중 9명 이상(92.1%)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다. 전국 평균(74.3%)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반면, 60대 이상에서 그 비율이 47.9%에 불과했다. 

만약 20대가 지난 보수 정권에서 남북한의 대결 의식과 반북 이데올로기 강화 교육 때문에 가장 보수적이 되었다면 20대와 60대간에 이런 정치 성향과 태도의 차이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박근혜 탄핵 촛불 집회이후 20대는 가장 능동적으로 정치에 참여하고 있다. 중앙선관위가 실시한 2018년 지방선거 연령별 투표율 분석에 따르면, 20대 투표율은 2014년 지방선거 당시 48.4%에서 52.0%로 3.6%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60대 투표율은 1.9%포인트 하락한 72.5%였다. 20대가 보수화 되었다면 박근혜 탄핵 촛불 집회이후 젊은 세대의 정치 참여 확대를 설명할 수 없다. 오히려 최근 20대에서는 “내가 참여하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정치 효능감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20대의 표심은 어떤 이념 기준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이해관계와 얼마나 부합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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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수석 대변인은 하버드 대학의 스티븐 레비츠키과 대니얼 지블랫 교수가 저술한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라는 책을 소개하면서 자신의 ‘20대 보수화 발언’을 정당화했다. 그런데 저자들은 잠재적 독재자에 대한 감별 경고 신호 네 가지를 들었다. 

 

첫째, 말이나 행동으로 민주주의 규범을 거부하고, 둘째, 경쟁자의 존재를 부인하며, 셋째, 폭력의 용인과 조장, 넷째, 언론 자유 포함하여 반대자 기본권을 억압한다. 

정작 저자들은 민주주의를 지켜온 비공식적이며 성문화되지 않은 강력한 보이지 않는 두 가지 규범으로 ‘상호 관용(mutual tolerance)’과 ‘제도적 자제(institutional forbearance)’를 지적한다. 상호 관용은 자신과 다른 집단과 의견도 인정하는 정치인들의 집단 의지를 뜻하며, 제도적 자제는 주어진 법적 권리를 신중하게 행사하는 태도를 뜻한다. 

 

정부 여당은 유독 촛불 민주주의를 강조하지만 과연 자신들과 다른 집단의 의견을 인정하는 관용을 베풀고 주어진 법적 권리를 신중하게 행사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 12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북한이 비핵화에 나선다면 담대하고 획기적인 대북 지원에 나서겠지만 가짜 비핵화라면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런 맥락에서 "더 이상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 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달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나 원내대표의 연설 도중 고성을 지르고 심지어 퇴장까지 했다. 연설 직후엔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나 의원 발언이 “국가원수 모독죄”라며 윤리위 제소까지 검토하고 나섰다. 

청와대도 ”나 대표의 발언은 국가원수에 대한 모독뿐 아니라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정작 ‘김정은 수석 대변인‘ 발언은 지난해 9월 26일 미국의 통신사 블룸버그 기사에서 처음 등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에서 김정은의 수석 대변인(top spokesman)이 됐다’는 기사에서 “김정은이 유엔총회에 참석하지 않은 동안, 그에게는 사실상 대변인처럼 칭찬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문재인 대통령이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그때 이 기사에 대해 강력하게 항의하지도 않았던 정부 여당이 사전에 배포된 제1야당 원내 대표의 국회 발언에 거칠게 항의하고 윤리위에 제소한다는 것은 ‘상호 관용’을 포기한 것이고 ‘제도적 자제’를 잃은 처사다. 결과적으로 의회 민주주의를 훼손시키는 것이다. 

오죽하면 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이 “대변인 소리를 듣지 않게 대북관계를 잘해야 한다는 것이 대표연설에 담긴 메시지다. 그런데 이런 소리조차 듣지 못하는 민주당의 모습은 바로 독재이자, 의회 민주주의 파괴”라고 말했겠는가? 

 

최근 20대가 대통령 지지를 철회하는 진짜 이유는 고용절벽 때문만은 아니다. 20대는 현 정부에서 기회는 평등하지 않고 과정은 공정하지 않으며 결과는 정의롭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김경수 재판 불복, 법관 탄핵 추진, 정부의 ‘보안접속(https) 차단 등의 조치가 헌법 가치와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지 모른다. 국민은 결코 어리석지 않다. 무능하고 오만하면 반드시 심판하고 응징한다. 단언컨대, 정부 여당이 무능과 오만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또 다른 골든크로스는 요원할지 모른다.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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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9년03월13일 17시05분
  • 최종수정 2019년03월13일 17시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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