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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인재양성, 대학 혁신만이 해답이다<下>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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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9년03월20일 17시05분

작성자

  • 김진형
  • KAIST 명예교수, 전 인공지능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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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IT기술, 인공지능으로 수렴해 미래사회 변화 이끌 것”

 

우리의 정부와 대학에서는 컴퓨터, 소프트웨어, 인터넷 등의 IT 기술이 모든 산업경쟁력의 핵심임을 모르고 있었던 것 같다. 알았다면 지난 20년을 이렇게 허송세월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중국 정부는 2000년 컴퓨터-소프트웨어 기술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중국 전역에 35개의 소프트웨어 대학을 설립하고 년 2만명의 입학정원을 증원하여 인재를 키웠다. 이들이 지금 중국의 창업 열풍과 인공지능 굴기를 선도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의 지도층, 의사결정자들이 모든 IT기술이 결국은 인공지능으로 수렴해서 인류의 미래사회도 큰 변화를 이끌 것이라는 것을 아직도 모르는 것 같다.

 

우리나라 대학들은 세상이 변하고, 새로운 학문이 성장하여 새로운 능력의 인력 요구가 있어도 혁신을 거부한다. 가장 간단한 입학정원도 조정할 수가 없다. 요즘 같이 인공지능 전공자 요구가 빗발쳐도 정원을 늘린 수가 없다. 몇 십년 전 산업사회에서 결정된 대학 정원을 바꾸지 못하고 있다. 기득권을 스스로 포기할 의사가 없어서 타협의 여지는 없다. 지성인이라는 대학교수들이 이럴진데 카풀 반대하는 택시기사들을 어찌 탓하랴.

 

왜 우리는 수요에 부응하는 입학정원 제도를 운영하지 못할까? 왜 KAIST가 40년 전부터 잘 운영하고 있는 무학과 입학 후 전공을 선택하는 제도가 일반대학으로 확산되지 못할까? 아무튼 서울대학교 컴퓨터 공학과는 정원이 지금 55명이다. 공과대학 입학 정원의 7%이다. 지난 20년간 정원이 고정되어 있다. 스탠포드 대학의 컴퓨터 과학과는 2018년에 704명을 선발했다. 공과대학 입학생의 44%이다. 이는 2008년의 150명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한 숫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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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현장의 문제 해결하는 인공지능 엔지니어의 양성이 더 시급”

 

인공지능 인력부족에 대응하여 뭔가 해야 하는 정부에서는 쉬운 대책을 세웠다. 대학원에 인공지능 학과를 별도로 만들라는 것이다. 몇 개 대학을 선정해서 7명의 교수를 확보하고 40명의 학생을 별도로 선발하면 과기정통부가 예산을 지원해 준다는 것이다. 첫해는 10억원, 다음해에는 20억원이 고작이다. 이 돈으로 교수 7명을 선발할 수 있을까? 이는 뭔가 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면피 대책이다.

 

서울공대 대학원 과정에 4년째 입학정원 미달이다. 인공지능을 전공한 교수가 있으면 대학원 입학정원을 채우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인공지능 전공 교수가 몇 되지도 않는데 별도의 학과를 만들면 기존에 인공지능 교육을 하던 컴퓨터 과학과는 풍지박산이 된다. 대학에 인공지능 전공 교수의 채용을 도와주는 것이 최선책이다. 10 년째 등록금 동결로 교수 채용이 힘든 대학에서도 좋아할 것이다. 인공지능 전공 교수가 늘면 인공지능 전공 석박사 학생이 늘게 되어 있다. 생태계는 점진적으로 바꾸는 것이 바람직하다.

 

석박사급 인공지능 연구인력 양성도 필요하지만 인공지능 기술을 현장에 적용하여 문제를 해결해야하는 인공지능 엔지니어의 양성이 더 시급하다. 전공불문하고 모든 영역에서 소프트웨어 작성 능력이 필요한 것처럼, 이제는 모두에게 인공지능 활용 능력이 필요하다. 데이터만 잘 준비하면 쉽게 인공지능의 공개 소프트웨어를 활용하여 문제를 풀 수 있는 생태계가 조성되어 있다. 이를 잘 활용하여야 한다.

 

몇 일전 한 대학 총장을 만났다. 타 전공 대학생들이 동아리를 구성하여 인터넷 동영상을 보며 인공지능을 공부하는데 이해가 힘드니 이를 대학당국에서 도와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한다. 바람직한 학생들이다. 그런 학생들을 지도해주며, 프로젝트를 같이 진행할 코오디네이터를 구할 수 있는가를 물어 오셨다. 그런 사람을 대학 밖에서 구하는 것은 어렵다. 그런 역할이 바로 대학교수가 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력히 주장했다. 학생이 배우고 싶은 것을 도와주는 것이 대학교수의 본질이 아닌가 한다.

 

소프트웨어 이용한 문제 해결 능력 높이는 정규교육을 강화해야

 

다행스럽게도 작년부터 우리나라 초중고에서 SW 코딩교육을 정규과정에서 시작했다. 초등학교 6년 동안에 17시간, 중학교 3년 동안에 34시간의 맛보기 수준이지만 이도 기득권 세력들의 저항을 물리치고 간신히 발을 딛은 것이다. 다음 교육과정 개혁에서는 더 많은 시간이 배정되기를 기대한다.

 

생각하는 것을 자동화하는 기계가 컴퓨터이고, 생각을 자동화한 것이 인공지능이다. 지금의 인공지능이 굉장한 것 같지만 앞으로 다가올 인공지능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최고의 인공지능은 아직 만들어 지지 않았다. 늦었지만 그래도 인공지능 능력 확보를 위하여 국가적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 우선적으로 모든 젊은이들이 소프트웨어를 이용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정규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그러면 우리 사회의 인공지능의 능력은 스스로 따라온다. 물론 인공지능이 미치는 사회적 영향에 대한 대비도 같이 해야 하지만.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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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9년03월20일 17시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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