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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등의결권주식 도입, 필요하지만 충분히 검토돼야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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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9년03월20일 17시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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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6일 정부는 “제2벤처 붐 확산전략”의 일환으로 벤처기업에 한해 차등의결권주식 발행 허용을 검토하겠다는 안을 발표하였다. 차등의결권주식이란 일부 주식에 특별히 많은 수의 의결권을 부여해 특정 주주의 지배권을 강화하는 제도로, 그간 무수한 논쟁을 낳았던 차등의결권주식 도입 논란에 다시 한 번 불을 지폈다. 하지만 수많은 시장과 학계의 반대에 부딪혔던 지난 2015년 엘리엇펀드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반대하여 삼성과 분쟁을 벌일 때와 비교한다면 지금의 반응은 상당히 긍정적으로 보여 진다. 

 그렇다면 이러한 시장 및 학계의 상반된 반응의 원인은 무엇인가? 우선차등의결권주식 발행 주체가 다르다. 최근 3년간 차등의결권주식 도입에 대한 4번의 입법 대표발의 안이 있었다. 2016년 11월 정갑윤, 2017년 11월 권선동, 2018년 5월 윤상직의원의 대표발의 안은 모두 ’상법개정안‘을 통한 차등의결권주식 도입 안이었다. 도입 목적 역시 기업의 경영권 방어라는 원론적 논의에서 벗어나지 않음으로써, 차등의결권주식이 재벌의 경영권 승계와 방어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웠다.

 

 반면 지난 2018년 7월 최운열 의원 발의안의 경우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안을 통한 차등의결권주식 도입 안으로 그 대상을 비상장 벤처기업으로 한정하였다. 우선적으로 재벌은 차등의결권주식 발행에서 제외되는 것이다. 또한 ‘상법’이 아닌 ‘벤처특별법’ 개정을 통한 도입 안이라는 점에서 용이하며 논란의 여지도 적다. 

 또한 과거 차등의결권주식도입 지지자들의 경우 도입 필요성을 역설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미국과 같이 자본시장이 발달한 선진국 등에서 광범위하게 차등의결권주식을 도입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기업 소유구조가 확연히 다르고 재벌의 순환출자 문제가 해외에서도 크게 비판을 받는 점을 고려할 때 설득력 또한 약했다. 뿐만 아니라 학문적 연구결과에서도 차등의결권주식이 기업 및 주주가치 하락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 결과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국제적 흐름이 바뀌고 있다. 우리는 최근 경쟁국인 홍콩과 싱가포르에서까지도 새롭게 차등의결권을 도입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이들 국가는 수년간 상장기업 급감 및 중국 대형 IT기업 유치 실패 등을 이유로 수익 급감과 동시에 아시아 금융허브로서의 위상까지도 잃는 위기에 처했었다. 하지만 특히 홍콩의 경우 차등의결권주식 도입 및 20여 년 만에 대대적인 제도 개혁에 나서면서 거물급 기업 유치에 성공하였으며, 2018년 뉴욕을 제치고 세계 IPO시장 1위로 급부상 하는 쾌거를 기록하였다. 지금 국제적 흐름을 볼 때 차등의결권주식의 도입여부 보다는 어떤 방식으로 부작용을 최소한 함으로써 도입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더 절실해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차등의결권주식 도입과 관련해 고민해야 할 부분이 많다.

 

 첫째, 기업 내 차등의결권주식발행 허용주체이다. 창업자에 한하여 복수의결권을 인정할 것인가? 아니면 창업자와 경영에 참여하고 있지 않은 주요 주주에게까지도 그 범위를 확대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사실 이 부분은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창업자에 한하여 복수의결권을 인정하는 것이 적합하다는 것에는 큰 이견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둘째, 일몰규정에 관한 합의이다. 이는 일정 기간이 지난 후 복수의결권이 자동 소멸되어 보통주로 전환되는 조항인데 이 기간이 너무 짧을 경우 차등의결권주식 도입의 의미가 희석된다. 적어도 10년의 기한을 두는 것이 적합하다. 또한 창업자의 사망, 퇴직 및 양도의 경우 일몰조항이 적용되어 복수의결권주식이 상속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방지하여야 한다.

 

셋째, 복수의결권 상한비율 제한에 관한 문제이다. 현재 최운열 의원의 발의 안에서 최대 상한비율을 10:1로 정하고 있는데 국제적 흐름을 볼 때 적합한 수준으로 보인다.      

 

 넷째, 특별 이벤트 시 일시적 차등의결권 반환조건 도입 유무이다. 창업자의 경영권 보장과 관련이 없는 결정의 경우 보통주와 똑같은 의결권을 갖게 하는 조항으로 차등의결권주식 남용을 방지할 수 있는 수단이다. 

 

 마지막으로 현재 비상장 벤처기업에만 허용된 차등의결권주식을 상장 후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벤처기업의 궁극적 목표 중의 하나는 상장을 통해 자본시장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고 성장하는 것이다. 차등의결권주식을 비상장 기업에게만 허용할 경우 이들의 상장을 막고 자본시장을 후퇴시키는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 이들 기업들이 상장 후에도 일정기간 동안 차등의결권주식을 보유 할 수 있는 거래소 규정이 필요하다.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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