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랖 넓은 추경(追更)에 대한 고언(苦言) > News Ins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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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건도 안 맞고, 실효성도 의문인데, 적자국채까지 발행하는 ‘追更’

 

정부는 2000년 이후 15번째이자 이번 정부 들어 3번째인 총 6조 7,000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 예산을 24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하였다. ‘미세먼지·민생추경’이라고 명명된 이번 추경(追更)예산의 주요 내용은 미세먼지 대응 등 국민안전(2.2조)과 선제적 경기대응·민생경제 긴급지원(4.5조)이다.

 

 구체적인 사업내역을 살펴보면 ‘미세먼지 대응 등 국민안전’과 관련해서는 노후경유차·건설기계·소규모 사업장 저감 조치 사업에 8,000억 원, 전기 및 수소차·신재생에너지·미세먼지저감기술 개발지원 등 친환경산업에 4,000억 원, 과학적 측정·감시·분석체계 구축 및 한-중협력 사업에 1,000억 원, 마스크·공기청정기 보급·지하철 공기 질 개선 사업 등 국민건강 사업에 2,000억 원, 산불 대응시스템 강화·노후 SOC 개량· 재해위험지역정비 등 안전투자 사업에 7,000억 원이 각각 지원된다. 

 

또 ‘선제적 경기대응 및 민생경제긴급지원’과 관련해서는 신수출시장개척·벤처창업·성장지원, 관광활성화 등 수출과 내수보강을 위해 1조 1,000억 원, 3대 플랫폼+5G·8대 선도사업육성·혁신인재양성 등 신산업촉진을 위해 3,000억 원, 위기·재난지역지원· 지역기반SOC확충긴급경영자금·창업교육 등 지역경제·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1조 원, 실업급여·기초생보·긴급복지·에너지바우처 등 고용·사회안전망 강화를 위해 1조 5,000억 원, 청년·중장년·노인 일자리 창출 등 취약계층 일자리 지원을 위해 6,000억 원이 각각 지원된다. 

 

이번 추경 안을 보면서 든 생각은 “이번 추경안은 오지랖도 참 넓다”는 것이다. 이런 생각이 든 것은 세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이번 추경이 추경의 본질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국가재정법 제89조 제1항에 따르면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가 발생한 경우, 경기침체·대량실업·남북관계의 변화·경제협력과 같은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법령에 따라 국가가 지급해야 하는 지출이 발생하거나 증가하는 경우’에 추경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런 기준에서 본다면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설치를 원하는 개인 및 발전업자에게 설비투자비를 지원하는 사업이나 선제적 경기대응 및 민생경제 긴급지원이 추경 요건에 맞는지 모르겠다. 처음 추경에 대해 얘기가 나왔을 때는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것이었다.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확충하는 것이 미세먼지 절감을 위해 당장 필요한 사업도 아니며, 그 사이 성장률이 급격히 떨어진 것도, 대규모 실업이 갑자기 발생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둘째, 실효성이 의문시되기 때문이다. 이번 추경이 기본 요건에 맞는지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효과가 있을지 의문스럽다. 미세먼지 저감에 투입된다고 하는 예산만 보더라도 그렇다. 이번 추경 안에서 미세먼지 저감과 관련된 사업들 중 핵심적인 것은 노후 경유차량 조기 폐차를 위한 보조금 지원인 듯하다. 노후경유자동차를 조기 폐차시켜 질소산화물 배출을 막자는 것이다. 일면 수긍이 간다. 그런데 실효성이 있으려면 여러 정책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경유 값이 휘발유보다 싸기 때문에 여전히 경유자동차를 살 유인은 존재하는데 노후경유 자동차 조기 폐지를 위해 보조금을 지불한다면 이는 경유자동차를 구매하는 것이 더 낫다는 유인을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것과 같다. 

 

정책 실패로 발생한 문제 해결 위해 더 이상 재정이 동원되어선 안 된다

 

2017년과 2018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각각 11조 2,000억 원, 3조 9,000억 원의 예산이 이미 투입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용 상황이 개선되지 않았다. 이 역시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다. 실효성이 없는 이유는 자명하다. 기본적으로 좋은 일자리는 민간부문에서 창출되는데 시대에 뒤 떨어진 불합리한 규제, 강성 노조, 고(高)임금으로 집약되는 현 우리나라 경제 풍토에서 누가 기업을 하려고 하겠는가. 본질은 변하지 않고 그대로인데 곁가지 치기에 돈을 쓴다고 죽어가는 나무가 회생될 것 같지는 않다. 

 

셋째, 적자국채 발행 때문이다. 이번 정부 들어 이미 두 번의 추경이 있었지만 세계잉여금이 2017년에는 11조 3,000억 원, 2018년에는 13조 2,000억 원이 발생해 두 번의 추경은 적자 국채를 발행하지 않고도 추경재원이 조달 가능했으나 이번 추경은 세계잉여금(625억 원), 한은 잉여금(3,000억 원), 각종 기금 및 특별회계 여유자금(2조 777억 원) 등 가용 재원을 모두 합쳐도 3조 1,000억 원밖에 되지 않아 3조 6,000억 원의 적자 국채 발행을 통해 조달될 수밖에 없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이로 인해 GDP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018년 38.2%에서 39.5%로 올라간다고 한다. 적자국채 발행을 감행하는 것은 아직 우리나라의 재정이 건전하다고 정부는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OECD 국가들의 평균 국가채무가 100%를 상회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현재 우리나라 재정이 건전하다는 것은 맞다. 

 

 그러나 국가채무비율을 결정짓는 핵심적인 요인이 고령화 비율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정부의 이런 주장에 선뜻 동조하기는 어렵다. 총인구에서 65세 이상 인구가 차지하는 고령화 비율이 7%(고령화 사회)에서 14%(고령사회)로 가는 기간이 프랑스는 115년, 미국은 73년이 걸린 반면 우리나라는 18년으로 가장 짧았고, 초고령화 사회 기준인 20%로 가는데 소요되는 기간도 우리나라는 8년으로 다른 어떤 나라들보다 빠를 것으로 예상 된다. 고령사회 진입시점에서의 국가채무비율을 보면 프랑스는 1979년 32.6%, 독일은 1972년 36.9%, 영국은 1976년 50.05%, 일본은 1994년 80.1%로 프랑스, 독일은 우리나라보다 낮았다. 

 

 정부는 돈을 버는 곳이 아니다. 정부의 돈은 민간으로부터 나온 것이다. 정부의 지출이 많아지면 그만큼 민간부문에서 쓸 수 있는 돈이 줄어들거나 빚을 질 수밖에 없다. 공공부문이 민간부문보다 더 효율적이라는 근거도, 또 후세대에게 빚을 물려줄 권리도 우리에게는 없다. 지금 시점에서 정부가 해야 할 가장 필요한 일은 민간부문이 마음껏 뛸 수 있도록 놀이판을 깔아주는 것이다. 

정책 실패로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더 이상 재정이 사용되지 않았으면 한다. 이번 추경에 대해 많은 재정전문가들이나 언론이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로 보고 있는 이유를 한번쯤은 귀담아 들었으면 좋겠다.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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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4-28 1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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