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있는 정책플랫폼 |
국가미래연구원은 폭 넓은 주제를 깊은 통찰력으로 다룹니다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무너지는 교육을 지킬 ‘교육보호법’을 만들자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6년02월02일 20시03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6일 17시02분

작성자

  • 이덕환
  • 서강대학교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명예교수

메타정보

  • 48

본문

무너지는 교육을 지킬 ‘교육보호법’을 만들자

 

 나락으로 추락해버린 교권을 되살리기 위한 ‘교권보호법’(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유치원과 초중고의 현장을 지키고 있는 교사의 위상은 참담하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았다는 전통은 흔적도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교사들이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폭행과 모욕을 당하는 일이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교사들에게 교권을 돌려주지 못하면 공교육이 통째로 무너져버릴 것이라는 위기감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그런데 교총의 요구로 국회가 만든 ‘교권보호법’은 몹시 어설픈 것이다. 학생들에 의한 교권 침해가 심각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폭력·모욕 등 교권 침해 사례를 행정적으로 보고하고, 트라우마를 경험한 교사들을 위한 치유센터를 운영하고, 문제 학생에게 특별교육과 심리치료를 실시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절대 아니다. 학생들의 일탈 행위는 교권 침해의 결과이지 원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원인과 결과를 혼동해서 교권 추락의 모든 책임을 학생들에게 떠넘긴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교권 추락의 진짜 핵심 원인은  교육 정책에 있다

  학생들이 교사를 존중할 수 없도록 만들어버린 교육 정책이 교권 추락의 진짜 핵심 원인이다. 교사를 학교 교육의 주역이 아니라 교육부의 행정 지시를 이행하는 단순 노동자로 여기는 교육부의 인식을 확실하게 바꿔야 한다. 법과 제도를 통째로 무시하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교육 관료들을 구조 조정해야 한다. 알량한 전문성을 앞세워 낯선 외국 제도를 어설프게 흉내 낸 ‘짝퉁’ 교육 정책으로 자신들의 이익만 챙기고 있는 엉터리 교육 전문가들도 몰아내야 한다.

  아무 이유도 없이 국가가 선발한 공교육의 교사들을 무시하고, 최소한의 자격조차 확인할 수 없는 사교육 시장의 강사들에게 매달리는 학부모의 자세도 바로 잡아야 한다. 자기 자식만 챙기겠다는 극단적인 이기주의가 교권 추락의 직접적인 원인이기 때문이다. 문명화된 사회가 요구하는 최소한의 가정교육을 의무적으로 요구하고, 학부모의 교권 무시 행위를 엄격하게 처벌하는 조항도 필요하다. 학생들이 저지르는 비행의 근본적인 책임이 학교의 교사가 아니라 학부모에게 있다는 현실을 확실하게 인식해야 한다.

  진정으로 국가의 미래와 학생의 미래 행복을 위한 공교육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분명하게 반영된 교권보호법이 필요하다. 국회가 정한 법에 명시되어 있듯이 초중등 교육을 교육부에서 확실하게 분리해서 지자체에게 맡기는 일이 그 출발이 되어야만 한다. 물론 모든 지자체가 교권 회복에 성공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공교육이 무너지는 최악의 사태는 막을 수 있다.

 

초중고 교권만 아니라 대학 보호 대상…교육부 무차별적 횡포 털어내야

  그런데 우리가 정말 보호해야 할 대상은 초중고 교사의 교권만이 아니다. 혼용무도(昏庸無道)의 어둠과 어지러움 속에서 절망의 늪으로 빠져 들고 있는 대학도 우리가 반드시 보호해야 할 대상이다. 대학당국은 물론이고 교수와 학생들도 길을 잃고 휘청거리고 있다. 자칫잘못하면 우리 사회에서 대학이 ‘멸종’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우리 사회의 지속적인 발전에 꼭 필요한 고급 인력을 육성하는 제 기능을 살려내야 한다.

  학령 인구 감소의 충격이 매우 심각하다. 이미 상당수의 대학이 중국과 동남아시아의 유학생으로 어렵사리 연명하고 있다. 그렇다고 유학생을 제대로 가르치고 있는 것도 아니다. 대부분의 대학에서 유학생은 학교 운영비 확보의 수단일 뿐이다. 포퓰리즘에 빠져버린 정치권이 막무가내로 밀어붙였던 반값 등록금의 문제도 심각하다. 재정이 파탄 지경에 이르게 된 대학이 알량한 재정 지원을 앞세운 교육부의 무차별적인 횡포에 간과 쓸개까지 모두 내던져버리고 있다. 학생들의 미래와 교수들의 밥줄이 달려 있는 구조조정 계획을 3개월 안에 완성해야 한다. 물론 교육부가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정체불명의 ‘산업수요 맞춤형’ 계획이어야만 한다. 총선 선출 방식까지 시시콜콜 간섭하는 교육부의 비정상적인 압력을 제거하지 못하면 정상적인 대학 운영은 기대조차 할 수가 없다.

 

  대학이 ‘관피아’라는 퇴직 관료들의 신분세탁을 위한 중간 기착지로 전락해버린 현실도 바로잡아야 한다. 대학을 위한 바람막이로 악용되고 있는 관계·법조계·언론계 출신의 엉터리 낙하산 교수들이 대학과 사회에 미치는 폐해는 생각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대학의 윤리적 기반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고, 교직을 천직으로 여기는 교수들이 느끼는 자괴감은 상상을 넘어선다. 정치권을 기웃거리면서 교수들을 망신시키는 부끄러운 ‘폴리페서’의 문제도 낙하산 교수와 무관하지 않다.

 

 

대학에 학생 선발권 돌려주고, 운영 자율성 최대한 보장해야

  무기력증에 걸려버린 교수들의 문제도 심각하다. 모든 교수들이 획일적으로 계량화된 무차별적인 평가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오로지 평가에서 살아남는 것이 목표다. 학생들의 교육과 연구윤리는 뒷전으로 밀려나 버렸다. 교수들은 연구비를 확보하고, 논문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일에만 매달리고 있다. 교수 사회에서 학문을 연마하고, 미래의 인재를 양성한다는 고담준론(高談峻論)은 찾아볼 수가 없다. 자정능력을 상실해버린 교수들에게 사회의 부정·비리·불공정에 대한 학자적 양심에서 우러난 쓴 소리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부질없는 일이다.

  학생의 입장도 난처하다.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취업 절벽에 갇혀 버렸다. 육상 선수 양성 교육과 크게 다르지 않은 절름발이식 문·이과 구분 교육과 ‘수학능력시험’의 탈을 쓴 엉터리 ‘학력고사’로는 융합 시대가 요구하는 학력을 길러주지 못한다. 학력이 턱없이 부족한 학생들이 해괴망측한 전공 교육으로 인생을 완전히 망치고 있다. 청춘은 본래부터 ‘아픈 것’이라고 우기는 정체불명의 ‘힐링 전문가’들의 유혹도 쉽게 떨쳐버릴 수 없는 형편이다.

  교육부를 해체해야 한다. 상임위원회도 통과하지 못한 법률을 근거로 전국의 대학을 평가하고, 편협한 이기주의로 무장한 ‘어용’ 교육전문가들과 교육부의 퇴물 관료들의 이익을 지켜주기 위한 ‘특성화’ 정책만 쏟아내고 있다. 대학에게 학생 선발권을 돌려주고, 대학 운영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다. 대학이 무너지면 국가의 미래도 보장할 수 없게 된다. 무너지는 대학과 초중등 교육을 살려내기 위한 강력한 ‘교육보호법’을 만드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48
  • 기사입력 2016년02월02일 20시03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6일 17시02분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