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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데타의 진실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6년06월23일 20시45분
  • 최종수정 2016년06월24일 17시52분

작성자

  • 유연채
  • 前 KBS정치부장, 워싱턴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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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태풍의 눈 '유승민'​ 

 

 또 유승민이다. 유승민 때문이다. 새누리당 혁신비대위의 유승민복당 쿠데타, 이에 맞서 열대성 저기압의 거대한 바람, 분노의 친박 태풍이 지금 새누리당을 할퀴고 있다. 제2차 강습 주의보도 내려진 상태다.

태풍의 눈엔 유승민이 있다 .유승민은 소용돌이의 진원지이면서 동시에 그를 중심부에서 끌어내려는 친박 원심력에 포위돼 있다. 유승민 한명을 넘어서지 못하고, 유승민 한명에 갇혀있는 친박의 자폐증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대통령이 배신자로 낙인찍었으니 우선 싫고, 당권 대권 플랜에 그가 결정적 걸림돌이고, 중대한 위협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대한민국 정치는 이제 유승민을 빼고는 얘기가 어려워졌다. 대통령과 친박이 유승민의 힘 90%를 키워준 역설적 신화 , ‘유승민 패러독스’다. 이번에도 그랬다.

 

새누리당 혁신비대위가 전원 복당을 결정한 무소속당선자 7명 속에 유승민이 있기에 친박이 분연히 일어난 것이다. 대통령 탈당과 분당불사 위협을 하고 유승민 복당을 방조했다며 의원들이 뽑은 정진석 원내대표까지 끌어내리려했다. 당 최고 의사결정 기구 혁신비대위의 표결절차를 쿠데타로 규정했다. 총선 민심을 두려워하는 마음이, 혁신비대위가 아무런 변화도 만들어내지 못한 자책감이 비대위원들을 움직이고, 친박 성향 위원들로 부터도 이른바 반란표가 나온 것이다.

이것을 쿠데타라 한다. 무기명 표결에 위협적 요소가 있었고 의원총회 등 당내 의견수렴과정이 없었다는 이유를 댔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하면 불륜인가?

 

친박패권 행사, ​ 집권당의 위기

 

총선공천 과정에서 유승민을 몰아낼 때, 친박 공천을 몰아 부칠 때, 이한구 공천위원장이 의원들과 당원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결정했나? 심지어 최고위에 보고할 필요도 없다 했다. 김무성 대표의 문제제기를 바보 같은 소리라  하지 않았던가?  이명박 정권에서 치러진 18대 총선에서 공천 탈락했다 살아 돌아온 친박연대를 한나라당 박근혜의원이 해당행위가 아니라며 복당을 끝까지 관철시키지 않았는가? 

 역지사지(易地思之), 동병상련(同病相憐)은 기대하지도 않는다. 최소한 자신들의 과거와 총선민심을 잊어서는 안 되는 것 아닌가? 친박이란 특정세력이 반성도 없이, 당위에 군림하듯 패권을 행사하는 것이 어제도 오늘도 반복되는 집권당 위기의 근원이다.   

 

국민들은 한때 속을 뻔했다. 혁신비대위의 전원 복당결정이 내려졌을 때, 유승민까지 포함됐다고 들었을 때 ‘정말일까?’라며 작은 감동마저 느꼈다. 역시 정치는 생물이라더니 이렇게 전격적이고 예상치 못한 결단이 나오는구나. 당 화합차원이라는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떡였다.그러면서 시선은 대통령을 향했다. ‘배신자 유승민을 풀어주었구나. 그래, 그분의 용단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지. 대통령이 변했구나? 이제부터 새누리당에 변화가 오겠구나!’

정치평론도 그렇게 모아졌다.

그러나 아니었다. 일장춘몽(一場春夢), 한바탕의 짧은 꿈이었다. 대통령의 침묵이 분노라는 것을 아는 데는 시간이 그리 걸리지 않았다. 국민들은 다시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었다.

 

최후의 전리품 '사무총장 사퇴'

 

혁신비대위의 결정을 뒤집으려는 시도가 곧바로 이어졌다. 친박의 쿠데타다. 일사분란이다, 이미 수차례의 성공한 쿠데타를 경험한 바이다. 총선 후 첫 정진석 비대위와 첫 김용태 혁신위를 강성비박이란 이유로 전국위를 통해 무산시켰고. 같은 이유를 핵심 상임위원장 인선에도 적용했다. 70명 이상의 최대계파 친박은 이제 김희옥 혁신비대위를 비틀고 있다. 당명 빼고 모든 것을 바꾸겠다고 취임일성을 날린 김 비대위원장이 시험대에 올랐다. 그의 존재감을 확실히 보여줄 기회였다.

 “유승민의 복당을 조속히 매듭짓는 것이 국민의뜻이고, 이를 받아들여 당내 화합을 이루는 것이 혁신비대위의 책무라고 봅니다. 복당 결정은 정상적이고 민주적인 절차로 이뤄졌습니다.”

 이렇게 말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그러나 그는 오히려 “이게 민주주의인가?”라는 쪽을 택했다. 김희옥 혁신 리더십에 근본적 의문이 제기됐다. 정말로 위원장이 중대범죄 짓지 말라는 정진석 원내대표의 겁박을 받고 정회도 못 시키고 끌려 다녔다는 것인가? 절차적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마지막에 의결 방망이를 두드렸다는 것인가? 

이후 그의 행보는 더 더욱 의아하다. 원내대표의 90도 사과인사를 받고 칩거를 풀더니 복귀명분으로 권선동 사무총장 경질 카드를 내밀었다. 사과는 원내대표가 했는데 왜 사퇴는 사무총장이 해야 하는가? 사무총장은 버티기를 하고 위원장은 친박의 하수인이냐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당은 혼돈 속으로 빠져들었다. 결국 친박의 압력에 못이겨 사무총장은 자진사퇴형식으로 물러났다.

 

비박계 사무총장 경질카드는 친박 쿠데타가 챙긴 최후의 전리품이다. 8월 전당대회의 예산과 조직실무를 총괄하는 사무총장 자리를 이 기회에 빼앗아 당권쟁취의 걸림돌을 제거하겠다는 의도라고 비박계는 주장한다. 권성동버티기 배후에는 김무성이 있다고 친박계는 의심한다.

또다시 도진 집안싸움, 고질병이다.몇 주 전 당 정책워크숍에서 ‘이제 더 이상 새누리엔 계파가 없다’며 폭탄주 건배사로 “계파!”,“청산!”을 외쳤던 위선에 아연할 뿐이다.

 

친박과 민심의 엄청난 괴리부터 좁히는 것이 급선무

 

과연 새누리당의 미래는 있는 것인가? 대선 전까지 당명은 그나마 유지될까? 대선주자는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인가? 오직 ‘반기문’이란 언덕을 딛고 꽃길이라 착각하며 가자는 건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또 친박 꽃가마에 덥석 올라탈 것인가?

대통령은 외치, 내치는 총리, 친박이 꿈꾸는 이원집정부제를 과연 국민들은 개헌 투표로 용인해 줄 것인가?  친박과 민심의 엄청난 괴리부터 좁히는 것이 급선무다. 민심을 읽어야 한다.  

구의역 스크린도어와 강남역 10번 출구를 메우고 있는 포스트잇, 그 분노와 절망의 코드를 풀어내는 주자가 다음대권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컵라면을 작업가방에 넣고 다니는 19살 비정규직의 아픔을 알고, 나는 그곳에 있지 않아 살아남았다는 젊은 여성들의 소리 없는 절규를 들어야한다. 다음 대선의 시대정신은 보수와 진보를 망라하고 불평등의 해결이 될 것이다.

바로 오늘 대한민국의 문제를 압축하고 있는 청년문제에 대한 해법이다. 2,30대, 40대까지, 그들은 이미 지난 4.13총선에서 새로운 정치지도를 그렸고 내년 대선을 바라보며 조용한 혁명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이에 대비하지 않으면 새누리당은 보수와 진보 정권의 십년주기설을 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우선 '유승민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야

 

우선 유승민을 넘어서야 한다. 유승민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야한다. 유승민 한 명을 껴안지 못하고 어찌 야당과의 협치를 생각하고, 국민과 소통해 정권재창출을 꿈꿀 수 있겠는가? 당장 8월 전당대회에서 최경환과 유승민의 정정당당한 대결은 어떤가? 계파와 권력이 아니라 혁신과 정체성의 가치를 놓고 말이다. 최고의 흥행카드로 컨벤션효과를 극대화시키면서 당을 일신하지 않겠는가?

국민들도 여당 대권주자 2위로 부상한 유승민의 진면목을 보고 싶어 한다. 정말 친박과 대통령이 키운 허상인지, 그가 주장하는 경제민주주의와 공화주의는 수사(修辭)인지 실천(實踐)의지인지, 보수의 정강정책에는 맞는 것인지...,  친박이 아니라 국민이 그를 심판할 기회를 허하라. 대통령이 이에 앞서 친박 해체를 선언하고 유승민을 받아들인다는 선언은 또 어떤가? 당내 화합의 통쾌한 반전이고 유일한 해법일 수 있다.

 

불가능할 것 같은 꿈을 현실로 바꿀 수 있는 것이 정치일 것이다.

8월 전당대회가 새누리의 새로운 미래를 이끌 분수령이 될 수 있다. 반대로 계파분화로 여권발 정계개편의 도화선이 될 수도 있다. 지금 분위기대로라면 두 번째 흐름 쪽이 될 공산이 크다.

 

박근혜 대통령이 결단해야 한다

 

집권당의 위기는 국정의 위기고 보수의 위기다. 지지층이 와해되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친박만  살아남으면 그만이라 한다면 감동도 없고, 결과도 뻔한 친박 전당대회로 몰아간다면, 그래도 122석이나 준 국민이 불쌍한 것이다.

대통령이 결단해야 한다. 새누리는 대통령의 당이 아님을, 친박은 오직 대통령만을 추종하는 계파가 돼서는 안 되는 것임을 국민들이 알게 해야한다. 아직도 새누리를 걱정하는 많은 국민들은 8월9일 그 운명의 시간으로 다가가는 것 자체가 두려움이다. 집안 싸움의 절정, 절망의 시간이 될까봐서다. 

정말 즐거울 일이 없는 국민들에게 8월의 축제 리우올림픽을 보는 작은 행복마저 빼앗지 말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새누리 전당대회 앞뒤로 잡혀있는 축구 본선에서 대~한~민~국을 소리높이 외치고 싶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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