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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재정개혁(안)은 지속가능한가?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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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6년06월27일 17시08분

작성자

  • 최병호
  • 부산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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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도 정부의 지방재정개혁(안)은 전례 없이 많은 사회적 관심을 끌고 있다. 여러 지방자치단체들의 반대의견이 제시되다가, 급기야 이재명 성남시장의 단식농성으로까지 이어지면서 정치권 전반으로까지 전선이 확대되고 있는 형국이다.

행정자치부가 제시한 금년도 지방재정개혁(안)에서 논란이 되는 부분은 첫째, 시·군 조정교부금 배분에서 수원, 성남, 용인, 과천, 고양, 화성 등 경기도의 6개 시에게 적용되는 특례 조치를 폐지하며, 둘째, 시·군세인 법인지방소득세의 50%를 시·군의 공동세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우선 첫 번째 조치에서 시·군 조정교부금이란 각 도에서 소속 시·군에서 징수한 도세 수입의 27%(인구 50만 이상 시는 47%)를 재원으로 삼아 인구, 징수실적 및 재정여건을 고려하여 도내 시·군에게 나눠주는 재정조정 장치이다. 시·군의 인구가 많을수록, 도세 징수실적이 많을수록, 그리고 재정여건이 나쁠수록 많은 재원을 배분받는다. 문제가 되는 것은 경기도의 6개 시인데, 이들은 재정적으로 여유가 있기 때문에 정부가 교부하는 보통교부세를 배분받지 못하며, 조정교부금에 있어서도 재정여건에 따른 배분액은 없다. 이런 문제 때문에 현행 지방재정법에서는 경기도가 조례를 통해 6개 시에 대해서는 예외적인 조정교부금 배분장치를 두는 것을 인정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경기도는 6개 시에 대해서는 조정교부금 재원조성에 각자가 기여한 금액의 90%를 조건 없이 우선적으로 배분하고 있다. 정부 안은 이런 특례를 폐지한다는 것인데, 그 결과 6개 시도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인구, 징수실적 및 재정여건에 따라 조정교부금을 배분받게 된다. 이 경우 6개 시의 조정교부금 배분액은 약 5천억 원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며, 그 만큼 경기도 내 다른 시·군과 전국 모든 시·군의 재원은 증가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경기도 6개 시의 희생 하에서 나머지 자치단체들의 재원이 조금씩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한편 두 번째 조치는 어떤 도에서 소속 시·군들이 징수한 법인지방소득세의 절반씩을 거두어서 마련된 수입을 도내 모든 시·군이 골고루 나눠가진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법인기업이 많이 소재하여 세원이 풍부한 곳으로부터 다른 곳으로 법인지방소득세 세수의 일부가 재분배되는 효과가 발생한다.

전체적으로 보면, 전국적으로 인구가 많고 기업활동이 활발한 지방의 경우 두 번째 조치에 의해 법인지방소득세 세수가 부분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더하여 경기도의 6개 시는 조정교부금 배분액도 줄어들게 된다. 두 가지 제도개편의 효과를 합하면 6개 시의 재원 감소액은 연간 약 8천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물론 그 재원은 나머지 시·군들의 몫이 된다. 결국 지방재정 총량이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재원을 수평적으로 재 배분함으로써 재정형평화 수준을 제고하는 것이 지방재정개혁(안)의 핵심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조치에 대해 재원이 줄어드는 곳들과 재원이 늘어나는 곳들 간의 갈등이 나타나는 것은 당연하다. 재원이 줄어들게 되는 곳의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크지만, 혜택을 보게 될 곳들의 찬성 목소리도 심심찮게 들린다. 찬반논리는 이렇다. 재원이 줄어들 처지에 놓인 곳들은 정부가 전체적으로 열악한 지방의 재정상황을 개선하려는 의지는 없이 다소 나은 곳에서 뺏어서 모자라는 곳을 지원하도록 제도를 바꾸려한다고 한다고 반기를 든다. 반면 재원이 늘어나게 될 곳에서는 재정격차의 심각성을 주장하면서 이번 조치를 통해 재정형평화 수준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최근 몇 년간 사회복지지출 중심의 재정지출의 급격한 증가로 인해 중앙과 지방의 재정은 공통적으로 상당한 수준의 압박상태에 처해있다. 정부가 지방에 대해 추가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여력이 제한되어 있는 상태에서 재정적으로 여유가 있는 지방에게 돌아가는 재원을 재배분한다면 상대적으로 더 어려운 처지에 있는 지방들에게는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과 같은 의문도 든다. 첫째, 총량이 주어진 상태에서 이런 방식의 재배분을 통하여 지방재정 문제를 해소하고자 하는 접근은 지속가능한가? 둘째, 재정형평화의 기준은 무엇이며, 어느 수준까지 형평화 시키는 것이 적정한가? 셋째, 자율과 책임, 편익과 부담 간의 연계라는 재정분권의 원리에 비추어 볼 때, 이러한 재배분으로 인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비효율의 문제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이런 의문에 대한 답은 중앙과 지방의 재정적 상황에 대한 이해, 지방재원 배분에 대한 정부의 적정 개입수준, 그리고 지방자치제도 및 재정분권에 대한 인식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당장은 이런 방안이 필요함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지방재정 문제에 대한 중장기적인 해법이 될 수는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향후 지방간 재정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다. 저성장 추세와 저출산·고령화의 가속화 속에서 인구와 산업이 집중되는 지역과 인구가 줄고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쇠락화의 길을 걷는 지역 간의 격차는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 머지않아 재정지원을 통해서도 자생하기 힘든 지방들이 상당수 나타날 것이다.

 

이미 다수의 농어촌 지방은 10% 내외의 낮은 재정자립도를 보이고 있으며, 그런 곳에서는 대체로 인구가 줄어드는 가운데 고령화는 심각한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주민 수가 적더라도 기본적인 공공서비스는 제공되어야 하므로 주민 1인당 공공서비스 공급비용은 매우 높다. 향후 인구가 더욱 줄어든다면 추가적인 재정지원은 불가피하며, 비효율은 심화될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재정자원의 재배분을 통해 지방재정문제 해결에 접근하는 방식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재정지출 상의 비효율성은 그 여건이 차츰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는 지방재정 부문에서 가장 심각한 애로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불필요한 지출을 억제하도록 유도하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겠으나, 한계가 있다. 지방공공서비스 공급에서 규모의 경제가 작동할 수 있도록 구조를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현 정부 들어서 중단되었지만, 지방이 적정한 인구규모를 유지할 수 있도록 인구과소 지방의 통폐합 문제를 포함하는 행정구역개편을 추진하는 것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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