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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야툴라 호메이니 앞에서 차도르를 휙 벗어 던진 여자, 노련한 키신저가 말려들었다며 땅을 치며 만남을 후회한 여자가 있다. 불독보다 더 무시무시한 인터뷰어다. 일단 한번 물면 목적을 달성할 때까지 절대로 놓지 않은 인터뷰어, 오리아나 팔라치(1929-2006)다. 20세기를 주름잡던 저널리스트는 오늘날 인터뷰를 얘기할 때 반드시 등장하는 이른바 전설적인 인물쯤 된다. 70년대부터 90년대까지 세계 역사의 현장에는 팔라치가 있었다. 그래서 '오리아나 팔라치가 인터뷰를 하지 않는 사람은 세계적 인물이 아니다'는 말까지 등장한다.

 한마디로 당대를 주름잡은 인터뷰어였지만 그녀가 오늘날 주목받는 것은 단순한 인터뷰에 있지 않다. 그녀의 인터뷰 스타일에 있다. 그녀는 점잖고 친절한 인터뷰어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녀의 인터뷰는 딱 잘라 말하면 싸움이었다. 의례적 인터뷰가 아니라 상대의 심장에 직격탄을 날리고 물어뜯어 결국 그 속내를 털어놓게 하는, 그야말로 무시무시한 싸움꾼 인터뷰어다. 인터뷰를 당한 사람들은 대부분 그녀에게 말려들어 자신의 실체가 까발려진 것을 후회했지만, 한편으로 그녀와 인터뷰를 영광스럽게 생각하기도 했다.

 

그녀가 생각하고 있는 인터뷰에 대한 생각은 간단하다. 기본적으로 인터뷰란 거친 싸움 또는 남녀의 육체적 관계와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상대를 발가벗기고 자신도 발가벗은 채 서로가 숨기는 것 없이 인격 전부를 걸고 맞서는 싸움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헨리 키신저 전 미국무장관으로부터 ‘베트남 전쟁은 어리석은 전쟁이었다’고 자백하게끔 하여 그가 평생을 두고 자신과의 인터뷰를 후회하게 하기도 했다. 이슬람 원리주의자이자 이란의 지도자였던 호메이니 앞에서 차도르를 벗어 찢어버린 일, 중국의 덩샤오핑이 팔라치의 무례한 인터뷰 태도에 뺨을 때리겠다고 하자, 뺨을 때리면 그것까지 인터뷰 기사로 대응하겠다고 맞대응한 일 등등 권력자들과의 인터뷰에서 터져 나온 에피소드는 무수히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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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그녀는 저돌적이고 호전적인 인터뷰로 지구촌 저널리즘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20세기를 주름잡던 사람들은 그녀와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얘기를 후세에 남겼다. 덕분에는 우리는 20세기를 달군 인물들의 감춰진 속내를 알게 된 것이다. 헨리 키신저, 빌리 브란트, 가다피, 야세르 아라파트, 인디라 간디, 구엔 반 티우, 골다 메이어, 덩 샤오핑, 줄피카르 알리 부토, 이란의 팔레비 국왕, 레흐 바웬사, 달라이 라마, 영화배우 숀 코너리, 텔레비전 앵커 월터 크롱카이트, 권투선수 무하마드 알리 등 수많은 사람들이 그녀와 인터뷰를 했고 각자 자신들의 속내를 들키곤 했다. 

그리고 그녀가 생산한 수많은 에피소드는 지구촌 사람들이 위대한 사람들의 인간적인 내면을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팔라치는 훗날 그녀가 만난 수많은 권력자에 대한 인상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그들은 대체로 교양도, 지식도, 철학도, 세계관도, 인내심도, 가정교육도, 감성도, 지성도, 윤리관도 일반인보다 더 낫지 않았다. 그들의 공통점은 단지 거대한 탐욕과, 이를 실현시키기 위한 밑도 끝도 없는 잔인함을 가지고 있을 뿐"이라고.

 

이른바 ”팔라치식 인터뷰“를 관통하는 인터뷰의 기술은 치밀한 준비와 사전 학습 그리고 용기였다. 그녀는 인터뷰어는 무엇보다 용기가 필요하다고 잘라 말했다. 민감하고 저돌적인 질문에 대한 그녀의 정의는 간단하다. “대개의 저널리스트들은 기사를 쓸 때만 용감하다. 막상 절대 권력을 가진 인터뷰 상대를 두고는 겁을 먹게 된다. 가령 독재자를 앞에 두고 ”선생께서는 독재자이며 독재자들은 예외 없이 부패했다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 대체 얼마나 부패해 있습니까?“ 라고 묻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번 문재인 대통령 인터뷰를 보는 한국인들의 시각은 엇갈린다. 대통령 당선이 말해 주듯 좋아하는 이도 많았지만 증오에 가깝게 싫어하는 사람도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그를 좋아하고 싫어하는 배경에는 무엇보다 문대통령이 가지는 장점이자 단점인 온순함, 부드러운 인상, 겸손한 성격, 굳이 영어로 표현하자면 “캐릭터”나 “퍼스낼러티”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유부단(優柔不斷)하다는 것과 고집이 예상외로 세다는 것은 비판자들이 주로 근래 들어 제기한 문제점들이다. 대통령의 캐릭터는 참으로 중요하고도 중요하다. 그러나 캐릭터에 우선하는 것이 재임하는 동안의 성과에 달려있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대통령 취임 2주년 성과 관련 인터뷰를 두고 지지자들과 비판자들 간의 갈등을 지켜보는 우리 모두는 불편하다. 인터뷰를 진행한 KBS 송현정 기자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있다. 그러나 누구도 그녀에게 돌을 던지면 안 된다. 오랜 언론인 경력을 가진 총리까지 나서 정치적인 수사로 말을 돌려가며 그녀를 몰아붙이는 것은 옹졸하고 부끄러운 일이다. 저돌적이고 무례한 인터뷰라는 비판은 있을 수 없다. 인터뷰는 원래 그런 것이다. 저널리즘 시각에서 보자면 지극히 정상적인 인터뷰다. 이를 두고 예절 없다느니, 과거 권위주의 정권 때를 들먹이며 못마땅한 비딱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대통령 지지자들의 목소리 속에 인터뷰어를 옹호하는 목소리는 잦아들고 있다. 서로 견해가 다르고 싫어한다는 것이 곧 증오와 다툼으로 이어지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인류가 오랜 역사를 통해 보여준 실증적인 진리다. 그러나 이번 인터뷰를 둘러싸고 진영 간의 거칠고 황폐한 싸움을 지켜보노라면 “인간은 악의를 사랑한다”고 역설한 파스칼의 말을 어쩔 수 없이 인정하게 된다. “악의를 위한 악의”가 횡행하는 시대에 사는 우울함으로 화려한 봄날을 보내고 싶지 않다.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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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5-15 17:05:00 최종수정 2019-05-15 16: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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