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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총리는 문재인대통령을 돕고 있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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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9년07월16일 17시05분
  • 최종수정 2019년07월16일 14시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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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총리의 지시로 일본은 한국에 공급되는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제작용 필수 부품 및 소재를 7월 1일부터 통제하고 있다. 한국의 주력 산업을 타격함으로써 경제적 의존 관계를 새롭게 부각시키고 ‘일제징용배상 판결’ 이후 양국 간의 분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려는 의도라 해석된다. 그런데 산업적 관점에서 분석하면 꼭 아베총리의 의도대로 흘러가라는 보장은 없는 것 같다. 오히려 우리나라가 해결 못하고 있던 고질적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활용될 가능성도 많은 것 같다. 성공적으로 방어 한다면 문재인 대통령은 운 좋게도 아베총리의 도움을 받아 노동계의 반발을 사지 않고도 대기업들과의 관계도 개선하고, 대기업의 도움을 받아 국내 중소기업들을 지원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우선 문재인 정부의 현명한 대처와 반전을 기대해 본다.

 

 반도체를 둘러싼 전후방산업은 글로벌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삼성과 SK하이닉스가 전 세계 D-RAM 시장의 70% 이상을 장악하고 있긴 하지만 제작에 필요한 장비와 소재의 국내 자급률은 40%에 불과하며, 해외, 특히 일본으로부터 더 많이 수입하고 있다. 또 우리나라가 공급하고 있는 반도체는 미국 일본 중국 유럽 등의 전자 업체에 공급된다. 일본의 소니 샤프 등 전자회사들, 중국의 화웨이, 미국의 IBM 애플 구글 등도 우리나라의 반도체 공급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 이러한 전후방산업의 글로벌 네트워크는 상호 의존적이다. 이런 생태계는 어느 한 부분에 문제가 생기면 전체에 파급효과를 미친다. 따라서 여기에 속한 기업들은 생태계가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서로를 돕고 있다. 필요한 물량의 적절한 공급과 제품의 질적 유지라는 신뢰감을 바탕으로 거래되며 공생한다. 반면에 유통을 해치는 기업은 생태계에 일원이 될 수 없고, 자정 기능에 의해 결국 퇴출 될 수밖에 없다. 

 

삼성을 비롯한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일본으로부터 장비와 소재를 공급 받아온 것은 그 만큼 일본 기업들이 신뢰를 바탕으로 거래 해 왔기 때문이다. 납기와 물량을 맞춰 줄 뿐 아니라 제품의 질도 최상으로 유지해 왔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기업뿐만 아니라 상호 엮여 있는 모든 글로벌 기업들이 해당 일본 기업들을 신뢰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들을 포함 한 생태계가 형성되어 왔던 것이다. 핵심 기업인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국내로 공급채널을 다변화 하고, 국내로 대치하여 안정을 꾀하고 싶어도 전체 생태계에 미치는 충격을 생각할 때 쉽게 단행할 수는 없었다. 

     

일본기업들은 핵심소재를 많이 공급하고 있다. 이번에 수출을 통제하겠다는 3개 품목은 반도체 제작 공정에 필수적으로 투입되는 품목들이다. 이중에 ‘고순도 불화수소’는 일본기업이 90% 이상을 공급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필수 소재들을 일본이 공급하지 않으면 반도체 제조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 할 수밖에 없다. 아베 총리와 일본 정부는 이 같은 한·일 간의 의존관계를 분석하고 공급을 통제하면 한국과의 갈등을 유리하게 이끌고 가는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단기적으로 우리나라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산업은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좀 더 장기적으로 본다면 이 같은 일본 아베정부의 조치에는 미처 예견하지 못했던 구멍이 있다. 일본기업이 공급을 조절하여 반도체 공급 생태계가 작동하지 못한다면 그 일본 기업은 반도체 유통 생태계에 속해있는 모든 기업으로부터 국제적 반발에 직면하게 된다. 핵심역할을 하고 있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문제를 일으키는 일본기업들을 우회하거나 대치하려는 시도를 우호적인 환경에서 진행 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하기에 따라서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아베총리가 도발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문재인대통령은 삼성 SK하이닉스 LG등의 대기업과 긴밀히 협조할 수밖에 없다. 정치적 지지기반이었던 노조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될 만큼 긴박하고, 명분이 있다. 대기업을 죄악시 하였던 기존의 관념에서 탈피하여 자연스럽게 대화하며 협조 할 수 있다. 

또 대기업들은 일본 기업에 의존하여 왔던 공급선을 다변화 하고 국내의 중소 소재 부품들을 키워 공급선을 안정화 하여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시도를 공생하는 외국기업들은 자연스럽게 협력 할 것이고, 우리나라 정부는 물론 각국 정부도 환영하여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중소기업을 지원하겠다는 정책 목표를 앞세우는 문재인 정부는 대기업과 협력하여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상생의 관계도 바람직하게 수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 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아베총리의 도발을 사전에 예방하지 못하고 우리나라의 주력 산업을 위기에 처하게 한 책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향후 대처해 나가는 방향과 능력에 따라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여지는 있다. 한·일 간의 외교적 해결노력도 필요하고, 국민의 의식을 결집시켜 일본의 보복에 대응해 나가는 대처노력도 필요하다. 하지만 최종적으로는 공급채널의 안정을 통하여 우리나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을 더욱 강하게 하기 위한 전화위복의 계기로 만드는 것이 답이다.

 문재인 정부의 약점이었던 대기업과의 껄끄러운 관계를 친화적 관계로 복원 시키고 이들의 도움으로 중소 전문기업을 적극적으로 키워나가는 일거양득의 정책을 펼칠 기회이다. 뜻하지 않는 상황을 맞았지만, 현명하게 대처해 나가는 문재인대통령의 내치와 외교 능력을 기대해 본다. 현명한 대처로 다행한 결과를 맺는다면 결과적으로 ‘아베총리가 문재인대통령을 도왔다’는 반전을 만들 수 있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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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9년07월16일 17시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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