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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훈의 파리 구석구석 돌아보기(3)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9년08월17일 17시00분
  • 최종수정 2019년08월16일 11시48분

작성자

  • 김도훈
  • 서강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전 산업연구원 원장

메타정보

  • 8

본문

오늘 저의 '파리 구석구석 돌아보기'의 전체 테마는 '진짜 파리지엥 되어보기'입니다. 일요일까지는 주로 걸어다니는 곳만 방문했고, 가져간 달러를 오늘 유로화로 바꾼다는 생각을 하고는  음식값 치를 때도 카드로만 지불했으니 영낙없는 관광객 노릇을 해온 셈입니다. 그런데 어제 드디어 7월 한달간 파리 대중교통을 무한정 탈 수 있는 (이른바 5존인 베르사이유까지도 갈 수 있는) 나비고 교통카드를 발급했고 (지하철역 여직원이 친절히 카드를 만들어주자 아내가 함께 사진도 찍어주었네요.), 오늘 아침 유로화도 든든히 바꾸었습니다 (이제는 은행에서는 외화교환 업무는 하지 않아서 Change라고 써붙인 외환거래상에서 해야 했습니다.). 저희가 끊은 나비고 교통카드는 7월 한달간 유효한 것으로 첫 카드 발급비까지 포함해서 80.20유로 (약 11만원 정도)인데, 저희가 공항에서 파리로 들어오는 1회용 표값이 10.30유로이고 돌아갈 때는 이 카드를 이용하면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70유로 정도로 한 달간 파리 곳곳을 누빌 수 있으니 참으로 고마운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파리지엥 요소  또 하나, 얼마나 읽어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파리 키오스크 (신문 가판대)에서 매일 Le Monde를 사 보기로 결심했습니다. 1980년대 후반 학생 시절에도 1990년대 후반 OECD 근무할 때도 사실 파리지엥들의 매일매일 신문 구입하는 모습이 부러웠거든요. 별 걸 다 부러워한다고 야단치지 마십시요. 저희가 묵는 호텔에는 TV도 없어서 이곳 현지 뉴스에 접하려면 신문 읽는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 뉴스는 네이버를 통해 보아도 되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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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본격적으로 파리지엥 되어보기 이야기를 하기 전에 어제 저녁 남은 이야기 하나만 더 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어제 저녁 8시 경에 느지막히 저녁을 해결하러 저희가 묵고 있는 지역의 이름의 시초가 된 성당인 생제르맹데프레 성당 (Eglise St-Germain-des-Pres) 주변으로 갔습니다. 늦은 시간이라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성당 문이 열려 있어서 재빨리 들어가 둘러보는 기쁨을 누렸습니다. 파리 하면 하도 성당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되니, 이 성당의 유래가 8세기로 거슬러 올라가는 실질적인 파리 최초의 오래된 성당이고, 그래서 심플한 로마네스크 타워 하나로 구성된 단아한 모습이라는 점 정도만 언급하겠습니다. 그런데 성당 정문을 통해 외부를 나와보니 광장에 사람들이 가득 모여 삼삼오오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무슨 좋은 행사가 있나 해서 조심스럽게 물었더니 바로 직전에 미사를 올리고 나왔다고 하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저는 다소 충격을 받았습니다. 기실 프랑스는 카톨릭 국가라고 하면서도 독실한 신자층은 매우 얇다고 들었고 신자들이 모이지 않는 성당들이 많다고 들었는데, 이렇게 독실한 사람들도 있음을 발견했으니까요. 사실 저희가 성당 내부를 들를 수 있었던 것도 이 미사 직후라 열어두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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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사진 하나만 더 설명드릴께요. 여기는 18세기에 '백과전서'를 편찬하여 유명해진 프랑스 철학가 드니 디드로의 동상이 있었는데 제가 여러가지를 잘 아는 점에서 디드로와 비슷하다며 아내가 사진을 찍어주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이렇게 거리마다 프랑스의 유명인사 (좋은 이미지를 유지하든 아니든)들의 동상을 쉽게 접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언제쯤 그런 모습들을 볼 수 있을지 궁금해지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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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무려 1만5천보를 걸어서 둘다 매우 지친 날이라 오늘은 버스를 타고 몽마르트르 언덕에 올라가 좀 쉬면서 파리나 내려다보자 하고 버스를 탔습니다. 이렇게 버스를 타고다닐 수 있어야 '진짜 파리지엥' 취급을 받을 수 있습니다.  (실은 구글지도를 이용해서 목적지를 입력하면 지하철 노선과 함께 버스 노선 안내도 받을 수 있습니다만, ㅎㅎㅎ) 버스 정류장, 버스 안 사진들과 함께 버스를 타고가다 지나가면서 본 루브르 박물관 모습도 담습니다. 버스를 타고다니면 이렇게 파리를 더 둘러볼 수 있는 장점이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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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마르트르 입구인 끌리시 대로에 도착했습니다. 여기서 몽마르트르 언덕을 올라가야 하는데 이 거리는 우리에게도 익히 알려진 빨간 풍차 (Moulin Rouge) 캬바레를 중심으로 도로 연변에 온통 섹스산업 관련 가게와 술집들만 즐비한 곳입니다. 대낮이지만 이곳을 걸어가는 것 자체가 좀 이상한 기분이 들 정도이지요. 밤에는 휘황한 불빛이 가득하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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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갑게 내려쬐는 햇빛을 피해가며 언덕을 올라가서 드디어 몽마르트르의 상징인 성심 성당 (Basilique du Sacre-Coeur) 바로 직전에 있는 떼르트르 광장 (Place du Tertre)에 도착했습니다. 기실 끌리시 대로에서 이 방향으로 꺾어지기만 하면 완전히 분위기는 바뀌어 보통의 관광지와 주거지 분위기로 바뀌는 데 다소 놀랄 수도 있겠습니다. 여하튼 이 광장은 즉석에서 초상화를 그려주기도 하고 작은 화판에 이미 그려진 그림들을 팔기도 하는 화가들이 늘어서 있는 매력적인 광장입니다. 저는 네번째 방문합니다만 언제나 좋아하던 이곳의 분위기가 다소 바뀌어 다소 실망했습니다. 과거에는 광장 전체를 이 화가들의 그림과 이젤들이 차지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가운데 부분을 주변 식당들의 야외 좌석으로 내어주고 그 주변에만 화가들이 늘어서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여전히 매력있는 곳이라 성심 성당을 잠시 둘러본 뒤에 이곳에 와서 점심을 먹으면서 한참 쉬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시차와 오랜 도보 행진에 지친 몸을 쉬게 한다는 목적으로. 그 시간에 우리 바로 이웃에 앉은 시카고에서 온 미국 노부부들과 재미있는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이 부부들이 그동안 영어로 터놓고 이야기할 상대가 없다가 마음을 열어준 저희들을 반가운 대화상대로 맞아주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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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심성당은 성당의 내부 모습보다는 외관의 독특함, 그리고 성당 앞의 광장과 계단에 모여서 사진찍고 기념품 사는 관광객들과 이들을 대상으로 노래를 불러주는 악사들의 모습이 관광거리인 셈입니다. 시원스럽게 내려다보이는 파리의 파노라마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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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지엥이 되어서 버스를 타기도 하고 언덕 위에서 쉰다고 계획해놓고 그만 오늘도 1만2천보 이상의 강행군을 해 버렸습니다. 성심성당 아래쪽에 있는 몽마르트르 공동묘지를 방문해서 유명인들의 묘지들을 찾아보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이곳에서 저는 묘지가 이곳에 조성되었다가 다시 빵떼옹으로 옮겨진 에밀 졸라와 '적과 흑'으로 유명한 스땅달의 묘지 앞에서 사진을 찍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곳곳에 산재해서 자리잡고 있는 유명인들, 즉, 위의 두 사람에 더하여 저희가 찾아본 베를리오즈, 오펜바하 등의 음악가들, 에드가 드가, 모로 등의 미술가들에 이어 정치가, 영화인들로 알려진 듀마, 공꾸르 등의 묘지를 찾는 데 한국인의 끈기와 만나는 사람들에게 질문하는 주제넘은 짓하기 등의 갖은 수단을 동원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최소한 3-4천보는 더 넘어 걷게 된 셈입니다. 여하튼 이곳에서는 유명인들의 묘지들을 방문했다는 보람도 있었지만, 조성된 묘지들의 규모와 형태가 참으로 다양한 점을 보고 프랑스인들은 이런 곳에서도 '획일적인 평등'이 아닌 '사람들의 다양성'을 용인하는 잘 알려진 똘레랑스 가치관을 발휘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도 있었습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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