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있는 정책플랫폼 |
국가미래연구원은 폭 넓은 주제를 깊은 통찰력으로 다룹니다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저성장시대 대한민국의 개혁을 요구한다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6년10월20일 16시38분
  • 최종수정 2016년10월20일 16시39분

작성자

  • 조장옥
  • 서강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 前 한국경제학회 회장

메타정보

  • 51

본문

 

대한민국이 저성장시대에 진입하였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아래 그림은 1955년 이후 대한민국 1인당  국내총생산의 증가율이다. 실선으로 나타나 있는 것은 실제 성장률이고, 정의하는데 논란의 여지가 없지 않으나 점선으로 나타나 있는 것은 잠재성장률이다. 

 

481d152d966ef26962bedf76cf4e17c4_1476949
 

그림에 따르면 6.25정쟁 이후 대한민국의 경제성장률은 1962년 경제개발 5개년계획이 시작되고 2년 후인 1964년부터 증가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고도성장이 시작된 것은 1967년부터이다. 1967년부터 1988년까지 우리의 1인당 국내총생산은 연 8.34%로 증가하였다. 이는 약 8.4년마다 실질소득이 두 배로 증가하였음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대한민국의 1인당 소득은 1967년부터 1988년까지 22년 동안 약 5배 증가하였다. 

 

그러나 우리의 경제성장률은 1989년을 기점으로 저성장으로의 이행이 시작된다. 1988년 10.8%이던 1인당 국내총생산 증가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2011년에는 3% 아래인 2.9%에 다다른다. 선진국형 저성장 국면에 진입한 것이다. 2011년 이후 2015년까지 최근 5년간 1인당 국내총생산의 평균성장률은 2.46%로 2.5% 아래에 머물고 있다. 다시 말해 우리의 잠재성장률은 현재 2.5% 아래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지금 저성장의 덫에 들어섰다고 하여 지난 50여 년 동안 우리의 성취를 부끄러워해야할 이유는 전혀 없다. 1953년 이후 2015년까지 우리의 실질국내총생산은 76배 이상 증가하였다. 1인당 실질국내총생산은 2010년 화폐가치로 1953년에 79,680원이었으나 2015년에는 28,928,820원이었다. 36배 이상이 증가한 것이다. 바꾸어 말해 1953년 1년 동안 벌어들이던 소득을 2015년에는 열흘 남짓이면 벌어들일 정도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경험은 세계 역사에서 매우 희귀한 기적이며 2차 대전 이전에는 세계 어디에서도 발견할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나라의 저성장을 우려할 수밖에 없는 것은 더욱 낮은 저성장으로의 이행이 아직도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의 저성장경로가 일본과 같이 잠재성장률 0% 근처로 향하고 있는지, 그보다 더 낮을 것인지, 아니면 일본보다는 높을 것인지 알지 못한다. 거시경제학을 30년 넘게 연구하고 있지만 부끄럽게도 우리 경제가 어디를 향해가고 있는지를 꼭 집을 수가 없다. 

 

분명한 것은 몇 가지가 있다. 먼저 빠른 시일 안에 우리 경제의 체질을 바꾸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의 잠재성장률은 다음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2% 아래로, 그 다음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1% 아래로 추락할 것이라고 본다. 일본의 전철을 그대로 따르는 것이다.  

 

481d152d966ef26962bedf76cf4e17c4_1476949
 

아시다시피 우리의 경제체질은 고도성장을 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경직적이게 되었다. 규제가 덕지덕지 우리 경제를 묶고 있고 인적자본 축적의 본산이어야 할 교육제도는 누구도 쉽게 이해할 수 없는 것으로 되어버렸다. 존재할 이유가 없는 대학을 정리하는데 너무도 많은 절차와 서류가 필요하고 교육부는 본인들이 무지하기 때문에 간섭을 줄여 나가야 한다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노동시장은 어떤가? 절대다수의 노동자를 위한다는 미명 아래 소수 귀족노동자의 집단인 노동조합은 집단이기주의 밖에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 그로 인해 해고와 고용이 자유롭지 못하니 무슨 고용창출이 되겠는가? 관료들은 규제를 하나씩 차고 앉아서, 과장해서 말한다면 그것을 온존시키는 이외에는 하는 일이 없다. 이런 현실에서 누가 아이를 낳고 싶겠는가. 고령화는 이 나라의 굳어버린 시스템이 낳은 필연이고 그 재앙이 도래할 날이 머지않았음을 누구나 안다. 

 

우리 경제의 부조리와 비합리성이 집대성되어 나타나는 곳이 정치이다. 특히 국회는 이제 그 존재의 이유를 상실하였다. 그들이 만드는 법률은 하나 같이 우리 스스로를 옭아매는 자해법률들뿐이다. 정부가 요구하는 개혁입법을 세월호, 백남기 특별법과 교환하자고 요구하는 부류들인 것이다. 세월호 참사나 백남기 농민의 죽음이 어찌 안타깝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러나 그들을 위한 특별법이 5천만의 미래와 동일시되어야만 한다는 말인가? 일의 경중과 우선순위를 분간 못하고 나라의 진로를 방해하는 자들에게 너무나 많은 것들이 맡겨져 있다는 생각을 금할 수가 없다. 이런 병적인 구조가 권력의 무능과 맞물려 대한민국은 갈 바를 모르고 있는 것이 지금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다음 대통령은 우리 현대사에서 가장 인기 없고 불행한 대통령이 될 것이다. 잠재성장률은 2%, 또는  1% 아래로 하락하고, 인구는 고령화함과 동시에 감소할 것이다. 재정, 금융정책을 통해 단기 관리에 힘쓰는 권력은 결국 장기적인 추세에 밀려 실패할 것이다. 이는 지금의 총수요관리정책이 실패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리고 일본의 지난 25년을 보면 자명하다. 지금의 제도와 장치로는 이런 암울한 미래를 거부할 수가 없다.

 

지금 대한민국은 대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이 시대에 개혁하지 못하면 결국 위기가 오고 1997년 말에 발생한 외환 위기에서와 같이 강제적인 개혁에 따를 수밖에 없다. 위기에 의한 강제개혁은 가능하지만 상처뿐인 영광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외환위기와 그에 따른 개혁, 그리고 그 이후 대한민국의 행로가 과연 우리가 원하는 것이었는지 상고해 보시라. 우리 스스로 우리에게 최적이라고 생각되는 방향으로 한 발 앞서 개혁해야만 한다. 헌법, 3부를 포함한 정부와 관료제도, 교육, 노동, 규제개혁을 통해 시장에 존재하는 경직성을 걷어냄으로써 환골탈태할 때인 것이다. 다만 개혁이 아니라 개악의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사실이 염려스럽지만. 

<ifs POST>   ​ 

51
  • 기사입력 2016년10월20일 16시38분
  • 최종수정 2016년10월20일 16시39분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