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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선택 : Hard Brexit인가, Soft Brexit인가?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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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6년11월01일 16시33분

작성자

  • 신용대
  • 국가미래연구원 연구위원, 前 건국대학교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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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EU탈퇴(Brexit = Britain+Exit) 국민투표(referendum, 6월 23일) 이후 테레사 메이(Theresa May) 총리가 취임(7월13일)하고 100여일의 시간이 경과하였다. 메이 총리는 EU잔류를 지지한 온건파이지만 취임 직후 탈퇴(Brexit means Brexit)를 분명히 하였다. 메이 총리 취임이후 영국의 신속한 정권교체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임과 동시에 유럽 등이 비교적 냉정하게 대응하여 금융시장은 안정을 찾아가고 있으나, 미국, 일본, 러시아, 중국을 포함한 전세계 경제가 브렉시트로 인한 불확실성에 휩싸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0월 초 영국보수당전당대회에서 메이 총리가 2017년 3월말까지 EU와의 탈퇴절차를 개시할 것과 EU의 역내시장을 희생하더라도 이민억제정책의 채택 등 EU로부터 영국의 완전한 주권회복을 언급하여 사실상 ‘Hard Brexit’에 기대고 있다는 풀이가 확산되었다. 이로 인해서 파운드 시세는 6월 24일 ‘암흑의 금요일’ 수준을 하회하는 31년만의 가장 낮은 수준으로 하락하였다. 이와 같은 메이 총리의 입장이 향후 EU와 브렉시트 협상과정에서 일관되게 이어진다면, 앞으로 브렉시트 협상과정에서에서 상당한 충격이 예상되어 영국발 세계 정치·경제의 불확실성이 단기간에 제거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분명한 브렉시트 의지와 추진절차 준비


메이 총리는 내각구성에 있어 브렉시트에 앞장선 "탈퇴 3인방"에 탈퇴협상을 맡겼다. 외무장관에는 존슨 전런던 시장, 신설한 EU탈퇴담당장관에는 1990년대에 EU담당장관을 역임한 데이비스, 그리고 통상교섭을 담당하는 국제통상장관은 전 국방장관 폭스 등을 지명하였다. 

영국은 1973년 EU(당시 EC)에 가입한 이후 대외통상교섭이 전무하였고, 관련 전문 인력도 거의 부재한 실정이다. 현재 신설부서의 고위직은 80%이상 채워지고, 전체 5,000〜1만 여명에 달하는 인원을 충원하는 등 신설부서의 조직정비가 이루어지는 단계이다. 다만 탈퇴 3인방 사이에서 탈퇴·외교 교섭을 둘러싼 주도권 다툼과 부처 간 권한 쟁탈전이 일어나고, 동시에 탈퇴파 장관과 관료와의 불화도 나타난다는 지적이 있다. 영국이 EU에 탈퇴통고를 서두르기 어려운 요인가운데 하나이다

그러나 메이 총리의 입장에서도 리스본조약 50조에 근거한 EU 탈퇴통지를 계속 지연시키는 것은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EU로부터의 압력과 영국내부의 강경탈퇴파의 입장이 메이 총리를 압박하는 형세이기 때문이다. 메이 총리는 지난 10월 2일 영국 보수당 대회에서 ①내년 3월말까지 EU탈퇴 절차를 개시한다고 처음으로 밝혔다. 동시에 ②유럽공동체법(European Communities Act 1972)을 폐지하고 영국법으로 전환하는 법령인 Great Repeal Bill을 발표하고, ③EU로부터 완전한 주권의 회복을 주장하여, 이후 영국의 EU탈퇴가 EEA나 EFTA 또는 관세동맹의 가능성이 낮은 동시에 이민억제정책의 채택을 우선 하는 "Hard Brexit" 성향을 강하게 나타냈다. 이는 영국이 EU의 단일시장 접근을 희생하더라도 이민억제 등 국경통제를 강화한다는 것이어서, 그동안 EU가 추진한 상품, 서비스, 자본 및 사람의 자유이동 등 4대 자유화원칙에서 멀어지는 EU탈퇴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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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d Brexit와 Soft Brexit 사이에서 의견대립

 

메이 총리가 협상 개시 시기를 언급함으로써, 2016년 말을 전후로 탈퇴협상에 대한 영국과 EU 양측의 줄다리기가 격렬해 질 것이며, 사실상 물밑 사전 협상에 돌입하게 될 것이다. EU도 지난 7월말 리스본조약 제50조 대책반(Task Force)을 구성하여 영국과 협상준비를 완료하였고, 10월 1일 Brexit 수석대표에 미셀 바르니에(Michel Barnier) 전EU집행위원(역내시장·서비스담당)이 취임하였다. 

 

그러나 영국은 아직 향후 브렉시트를 이끌 전략적 목표의 방향이 명확하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리스본 조약 제50조에 의한 탈퇴통지 시한을 2017년 3월말 이전으로 언급했지만, ①EU단일시장 접근유지와 사람의 자유이동에 관한 절충점은 어디인지, ②영국이 EU관세동맹을 탈퇴해 EU와의 무역관계를 완전히 차단할지 여부에 대한 합의도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배경으로 브렉시트를 둘러싼 정부안에서 의견 대립을 지적한다. 

 

메이 총리를 포함한 23명의 각료 중 16명이 EU 잔류지지, 7명이 탈퇴지지로 잔류파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나, EU협상 담당의 주요 장관은 모두 EU탈퇴 강경파들이다. 강경파는 단일시장 접근을 희생해서라도 이민제한과 국경관리를 실시하며, 단일시장 탈퇴를 전제로 EU역외와 무역관계 강화를 추진하고, EU 규제와 부담금을 거부하는 동시에 조기 EU탈퇴 통보와 2년 이내에 협상을 종료하는 적극적이며 강경한 'Hard Brexit'를 주장한다. 

 반면 잔류파는 일정한 이민제한과 단일시장 접근을 목표로 하며, 기존의 틀과 다른 "영국 고유의 모델"을 추구하되 EU 단일시장(금융 서비스 등) 접근을 최우선시 하며, 철저한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고, EU규제와 부담금 수용 등 EU탈퇴에 신중하게 접근하며, 가능하다면 EU잔류도 지지하는 "Soft Brexit"을 주장한다. 메이 총리는 EU에 탈퇴를 정식으로 통보하기 전에 협상전략을 조율해야만 한다.

 

탈퇴협상 : 역내시장 접근과 이민제한이 핵심쟁점 될 듯

 

영국은 리스본 조약 제50조에 근거하여 「EU에 탈퇴통지→EU, 리스본조약에 근거하여 탈퇴절차 실행→EU와 무역협정 등 협상(협상기간 2년)→협정타결안 유럽의회 승인→유럽이사회통과→최종 탈퇴결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영국의 탈퇴통지 지연으로 현재로서는 협상분야와 관련하여 포괄적 협정인지, 또는 EU재정분담금 등 이해관계가 포함되는 협상인지, 탈퇴협정과 새로운 협정이 동시·병행하여 추진되는지 등 모든 것이 확실하지 않다. 

지금까지 영국은 이민 제한과 EU역내시장접근을 보장 받기를 원하고 있다. 반면 EU는 현재까지 영국이 EU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①EU재정의 분담, ②노동자의 자유이동 허용, 그리고 ③단일시장에 관한 영국법에 대한 EU법 우위 등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을 지키고 있다. 이와 같은 대립적 입장은 향후 협상과정에서 중요 정치적 논점이 될 전망이다. 

 

최근 EU안에서 영국의 탈퇴조건과 관련하여 두 가지 기류가 흐르고 있다. 하나는 영국이 원하는 것(cherry picking)만을 내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즉 영국의 EU탈퇴를 고통스럽고 보다 힘들게 하여 EU를 탈퇴하는 것이 어리석은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자는 주장이다. 이는 최근 EU에 확산되는 반(反)EU 및 반(反)이민 기류로 인하여 EU의 구심력 저하 → 탈퇴 원하는 회원국 추가 → 유로화 신뢰도 추락 → 유로존 위기 재연과 같은 악순환의 우려 때문이기도 하다. 

다른 하나는 덴마크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비상제동’장치를 설치하여 이민자체는 제한 없이 보장하는 한편, 노동의 자유이동과 사람의 자유이동을 구분하여 직장이 있는 사람의 이주권을 제한하자는 의견 등이 있다. 이 가운데, 2017년에 있을 네덜란드 총선(3월), 프랑스 대선과 총선(5~6월), 독일 총선(9월) 등을 고려한다면, EU는 강경한 입장을 유지할 것이다.  

 

영국의 선택, 과연 Hard Brexit로 가나?

 

영국은 EU와 새로운 협약을 체결하여 회원국 자격을 대신할 새로운 통상의 틀이 될 모형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기존의 틀과 다른 고유모델”을 만드는 과정에서 참고가 되는 모델로는 EU가 노르웨이, 스위스, 터키, 캐나다 등과 체결한 다양한 방식이 거론되고 있다.

 

① 노르웨이 방식 : 노르웨이는 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과 함께 EFTA(유럽자유무역협정)를 체결하고, EU준회원이라고도 할 수 있는 유럽경제지역(EEA)를 형성하고 있다. EEA에 가입하는 경우, 영국은 경제 이외의 내무·사법 협력과 공동 외교안보정책에 참여하고, 농업·어업의 공통정책은 제외된다. 이외에 경제 분야에서는 무관세로 역내시장접근이 가능하게 된다. 하지만 노동자의 자유이동 등 EU규정의 준수가 계속 요구되며, EU재정도 부담해야 한다. 반대로 EU규정의 제정 등 의사결정과정에는 참여할 수 없고, 통관 등의 비관세장벽도 높아 탈퇴 후 혜택도 누릴 수 없다. FTA를 통해서 EEA에 들어가지 않는 선택도 있을 수 있다. 이 경우 단일시장에 대한 포괄적인 접근은 불가능하며, 스위스처럼 분야별 쌍무협정의 체결이 필요하다.

 

② 스위스 방식 : 지난 20년간의 쌍무협정은 총 120건 이상에 달해 매우 번잡하다. 재정부담은 40%로 감소되지만, 의사 결정 참여에서 배제된다. 게다가 영국수출 비중이 큰 서비스 분야는 대상에서 제외 되어 금융서비스에 타격이 크다. EU측도 스위스 방식은 환영하지 않고 있다. EU의 정치적·법적 결정의 총체인 공동체 확장영역(acquis communautaire)이 기능하고 있는지 여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해야 하기 때문이다. 

 

③ 터키 방식 : EU가입 준비 단계로서 1995년에 EU는 터키와 관세동맹을 맺었다. 터키는 EU의 대외공동관세를 받아들이고 EU규정을 준수한다. 터키는 재화부문에서는 무관세로 단일시장 접근이 가능하지만, 서비스, 농업, 공공조달은 제외되며,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없다.  이 방식은 영국의 무역자주권이 보장되지 않는다.

 

④ 캐나다 방식 : 2014년 체결한 EU·캐나다 FTA(CETA 포괄적 경제·무역협정)는 관세 제거율이 99%에 달하고, 상품 이외에 서비스의 시장 접근을 보장한다. 비관세 장벽의 철폐, 투자 보호에 대한 일반적인 규칙적용 외에 공공조달과 지식재산권, 핵심 농산물의 지리적 표시 등이 포함된다. 이주노동자의 수용의무도 없고, EU재정의 부담도 없다. 탈퇴파의 저항이 낮고, 메이 총리가 초기에 밝혔던 탈퇴협상 조건에도 일치한다. 그러나 협상시작부터 체결까지 5년, 준비기간을 포함하여 10년이 걸렸다. 

 

⑤ WTO 내에서의 단독 방식 : 탈퇴협상이 타결되지 않고, 또한 EU회원국의 만장일치에 의한 협상기간연장이 안 되는 경우, 2년이 경과하면 EU법의 적용이 끝나고 영국과 EU와의 특별한 통상관계가 사라진다. 영국은 WTO의 규칙에 따라 교역을 하게 되어, EU의 재정부담과 노동자의 이동을 받아들일 필요가 없게 된다. 하지만 단일시장 접근은 EU의 대외공통관세 대상이 되며, 서비스의 자유로운 접근도 기대할 수 없다. 이외에 비관세 장벽으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영국이 솔선하여 세계를 향해 관세철폐를 하지 않는 한 무역 축소와 소득저하를 피할 수 없다. 영국은 향후 역외 무역에서 EU가 쌓아온 60여건의 FTA/EPA협정에서도 제외 된다. 영국은 장기간에 걸쳐 역외국과 새로운 개별통상협정을 맺어야 한다. 

 

위에서 설명한 어느 경우에도 EU와 영국 모두가 만족하기는 어렵다. EEA에 가입을 전제로 하는 노르웨이 방식과 쌍무협정에 의한 스위스 방식은 사람의 자유이동과 EU규제의 수용 및 EU예산 분담 등으로 EU 탈퇴의 장점이 크게 줄어든다. 

경제적 측면만 본다면 캐나다 방식(CETA)이 고려될 수 있다. 그러나 이 방식은 단일시장 접근, 특히 금융서비스 수출에 장애가 크게 된다. 또한 경험적으로 협상시작부터 체결까지 10여년의 기간도 문제가 된다. 자칫 형식에서는 EU탈퇴, 실제로는 EU잔류라는 모양세가 상당기간 지속될 수 있다. 영국과 EU 모두에서 불만이 쌓이고 유럽정치는 불안정해지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불확실성이 장기화되면 유럽 경제에도 글로벌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이 더욱 커지게 된다. 

 

최근 새로운 대안으로 2016년 EU가 우크라이나 등과 체결한 맞춤형 협력협정(Association Agreement)에 대한 논의도 일고 있다. EU가 추진하는 4대 자유화원칙에서 노동의 자유이동을 제외한 상품, 서비스 및 자본의 자유이동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영국의 이해에도 부응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Michael Emerson, Which model for Brexit?, CEPS Special Report, No. 147 / October 2016). 영국이 EU와의 새로운 협정체결에 있어서 기존의 통상협력의 틀에 만족할지 또는 메이 총리가 언급한 “기존의 틀과 다른 고유모델”을 만들기 위해 영국이 낮은 법인세율과 국제교역 중심지로서의 이점을 활용하여 홍콩, 싱가포르와 유사한 경제구조를 구축할지 현재로서는 확실하지 않다. 다만 조속한 협상을 통해서 자유주의 시장경제질서를 더욱 공고히 하여, 글로벌경제가 상생하는 방안을 찾기를 기대한다.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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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6년11월01일 16시33분
  • 검색어 태그 Hard Brexit, Soft Brexit, EU탈퇴협상모델, 이민규제, 유럽단일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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