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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멀티플랫폼 그리고 언스케일드 교육대혁명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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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1년10월14일 13시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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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이 발간하는 ‘월간 SW중심사회 10월호’(2021.10.12.)에 실린 것으로 연구소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편집자>​

 

교육의 새로운 국면

 

혹자는 교육이 ‘사람 살아가는 이야기’라고 한다. 이는 교육이 ‘사람’에게 집중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홀로 살아가기도 하지만 대체로 사회라는 공동체(이하 커뮤니티)를 형성하여 상호작용하고, 때로는 협업하기도 하고, 때로는 각자의 역할을 감당하기도 하며 함께 살아간다. 물론 개인주의적인 삶을 강조하고 홀로 고립되어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이런 견해는 도전받을 여지가 있다. 하지만 오프라인 대면 상황뿐만 아니라 사람의 커뮤니티 범위를 온라인 비대면 상황으로 넓힌다면 앞선 주장에 대해 대체로 수긍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관점의 변화는 교육의 변화와 발전을 위해 매우 중요한데, 이런 이유로 교육이 ‘사람’에게 집중하기에 사람과 관련된 모든 것이 교육의 대상과 관심 영역이 되고, 온라인 커뮤니티와 온라인 교육 상황은 ‘교육 패러다임 변화’나 ‘교육개혁’의 주요인이 되고 있다. 단적인 예로, 새로운 ‘교육과정 개정’이 ‘디지털 대전환 시대(Digital Transformation Era)’나 ‘인공지능 사회(Artificial Intelligence Society)’를 시대나 사회상으로 고려하고 있다.

 

지금까지 교육은 비대면 온라인 교육을 대면의 오프라인 교육과 같은 무게로 여기지 않았다. 물론 MOOC나 이러닝은 대학이나 성인 교육의 장에서 이미 대면 오프라인 교육과 동일하게 인정되는 중요한 교육 시스템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을 맞이하기 전까지 K-12와 같은 초중등학교는 비대면 온라인 교육을 학제 운영의 일환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랬던 초중등교육의 학제 운영에도 큰 변화가 일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의 일이다. 비대면 온라인 교육을 대면 오프라인 교육과 같은 무게로 고려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하지만 이런 사항을 공식화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있다.『언스케일드: 앞으로 100년을 지배할 탈규모의 경제학』(2019)

주1)의 저자 헤먼트 타네자와 캐빈 매이니에 의하면 교육이나 의료 부문의 파이프라인(Pipeline)이 가장 경직되어 있고 쉽게 변하지 않는 영역이라고 한다. 이들 저자는 플랫폼의 등장으로 철옹성 같은 교육과 의료 부문의 파이프라인이 무너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코로나 팬데믹은 타고 있는 장작에 기름을 부은 것이다.

 

현재 우리가 처한 교육을 냉정하게 살펴보자. 플랫폼 혁명으로 교육 패러다임을 바꾸어 놓기 시작했지만, 한국의 교육은 다른 부문의 발 빠른 변화에 비해 많이 뒤처져 있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다가온 코로나 팬데믹은 비교적 안정적이었던 우리 교육을 대혼란에 빠져들게 했으며 교육 플랫폼이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는 중요한 채널이 되었다. 이제 비대면 온라인 교육이 대면 오프라인 교육과 같은 무게로 고려되기 시작했다. 이런 점에서 클라우드 기반의 교육 플랫폼은 우리 교육을 위기로부터 탈출시킨 일등 공신 중 하나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는 새로운 교육과정 개정의 시대상 설정이라는 중요한 위치에 디지털 대전환 시대와 인공지능 사회를 끌어들였다. 더불어 교육 내용과 방법에 디지털 리터러시와 인공지능, 데이터과학과 같은 소위 4차 산업혁명시대의 핵심 첨단과학기술과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도록 하는 고삐를 당기게 했다.

 

우리의 교육, 왜 인공지능과 플랫폼에 주목해야 하나?

 

콜세라(Coursera)의 코파운더, 랜딩AI(Landing.ai)의 CEO이면서 미국 스텐퍼드대학교 교수인 앤드류 응(Andrew Ng)은 “인공지능은 새로운 전기와 같다(AI is new electricity.)”고 한다 주2). 그가 이렇게 주장한 이유는 처음 전기를 도입했을 때 두려워 전기 사용을 꺼렸던 과거와 전기 없이 단 하루도 살 수 없는 현재로의 변화가 마치 인공지능의 그것과 많이 닮아 있기 때문이다. 1956년, 미국 다트머스대학교의 존 매카시 교수는 다트머스 회의에서 처음으로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당시 인공지능 연구의 핵심은 추론과 탐색이었다 주3).

 

인공지능이라는 용어는 1956년에 처음 사용되었지만, 인공지능 머신러닝의 하나인 딥러닝 핵심 알고리즘인 인공신경망에 대한 연구는 월터피츠(Walter Pitts)와 신경외과 의사인 워렌 맥컬럭(Warren Mc Cullonch)이 이미 1943년에 논문(「A Logical Calculus of Ideas Immanent in Nervous Activity」)으로 발표하였다. 논문에서 그들은 0과 1의 논리 모델로 인간 두뇌에 대한 최초의 개념적 모델을 제안했다. 한편, 1950년 영국의 수학자인 앨런 튜링(Alan Mathison Turing)은「계산기계와 지능(Computing Machinery and Intelligence)」이라는 논문을 통해 기계가 생각할 수 있는지 테스트하는 방법과 지능적 기계의 개발 가능성, 학습하는 기계 등에 관해 연구했다. 이 연구를 바탕으로 존 폰 노이만 교수는 튜링머신을 개발했으며 이것이 현대 컴퓨터 구조의 표준이 되었다.

 

먼저 인공지능 역사를 짧게 살펴본 것은 인공지능이 도입되었던 시기에 인공지능과 무관한 보통의 사람들과 인공지능 간의 거리가 어느 정도였을지 상상해보기 위해서다. 일반인은 물론, 연구자라 하더라도 인공지능을 전문적으로 연구하지 않았다면 도저히 접근할 수 없는 정도의 거리거나 아예 단절된 거리라는 상상이 된다. 그렇다면 지금의 인공지능은 어떠한가? 우리는 이미 인공지능 기술이 직간접적으로 도입된 편의 시설이나 기기를 사용하고 있다. 아이폰의 시리나 인공지능 스피커 등이 그 예이다. 교육 부문에서도 정보교육이 잘 설계된 국가에서는 이미 인공지능을 교육과정에 포함하여 초·중등학생이 인공지능 원리를 배우고 인공지능을 튜닝하거나 개발하는 교육과 경험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어느 정도일까? 한국은 2020년에 관계부처합동 발표로 한국판 뉴딜 정책을 발표했고, 하위에 스파트 뉴딜과 그린 뉴딜이라는 두 개의 큰 정책을 편성하였다. 주목할 부분은 스마트 뉴딜의 하위 과제가 인공지능과 데이터과학과 같은 핵심 기술이 근간이 되었다는 것이다. 앞으로 개정될 교육과정에도 인공지능과 데이터과학을 포함하는 것과 더불어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에 학교급을 관통하는 정보과 교육과정 개발이 필요하다. 또한 인공지능 융합교육의 관점에서 일반 교과 경험과 문제해결을 위해 인공지능을 활용하거나, 인공지능 원리 기반의 문제해결 또는 인공지능 사고에 노출되는 것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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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2010년을 기점으로 파이썬이라는 언어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파이썬 커뮤니티, 그리고 인공지능 오픈소스 기반의 프레임워크와 패키지가 소개되면서 파이썬은 최다 사용자를 보유한 언어가 되었다. 이를 통해 인공지능 설계와 인공지능 개발도 더는 전공자들의 전유물이라고 보기 어렵게 되었다. 디지털 인문학(Digital Humanities)과 데이터과학(Data Science)은 이제 인문사회과학이나 심지어 예체능을 전공한 사람에게도 필수가 되어가고 있다. 

 

파이썬이 활발하게 보급되기 시작한 2000년 후반부터 2010년대 초반의 미국이나 영국과 같은 IT 선진국에서 2015년 이후에는 파이썬과 R이 엑셀이나 기타 통계 패키지보다 훨씬 범용으로 사용될 것이라고 예상하였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나라도 2025년 이후에는 많은 분야, 다양한 교과에서 파이썬과 R을 사용할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예측을 해본다. 인공지능을 둘러싼 다양한 사람들의 노력, 변화 시도, 그리고 이를 향유하는 것에 우리 교육이 주목할 필요가 있다.

 

플랫폼이란 용어를 사용하는 곳은 다양하다. 그중 우리는 기차나 버스를 타는 넓은 승강장을 가리켜 플랫폼이라고 한다. 플랫폼의 사전적 의미는 중세 프랑스에서 유래되었는데 역에서 승객이 열차를 타고 내리기 쉽도록 철로 옆의 지면을 평지보다 높게 설치해 놓은 평평한 장소를 말한다 주4). 

플랫폼은 비즈니스에도 사용되는데, ‘플랫폼 비즈니스’가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개념이다. 지금을 ‘플랫폼 비즈니스의 시대’라고 표현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플랫폼을 비즈니스에 많이 사용한다. 플랫폼 용어의 조어는 대체로 ‘○○ 플랫폼’으로 사용하는데, 일상에서 교육 플랫폼, 비즈니스 플랫폼, 의료 플랫폼, 코딩 플랫폼 등과 같이 사용하고 있다.

 

 우리 교육이 플랫폼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세계의 모든 나라가 플랫폼 비즈니스를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현실적이지만 다분히 포퓰리즘(Populism)적 이유이기 때문에 몇 가지 다른 이유를 찾아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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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체와 객체가 만나는 장소인 플랫폼에 공존하는 사람에 주목해 보자. 사람은 왜 플랫폼에서 만나는가? 기차역이나 버스터미널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지만 함께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도 하는 공간이다. 이런 플랫폼의 개념이 최근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비록 비대면이지만 SNS나 화상 기술을 이용하여 만남, 소통, 거래가 이루어지기 시작하면서 디지털 플랫폼 개념으로 자리 잡았다. 

디지털 플랫폼은 오프라인의 물리적인 장소인 플랫폼보다 속도, 거래, 소통의 양과 규모 측면에서 디지털 플랫폼이 높은 비교우위를 갖는다. 교육 효과성이나 정의적 영역의 교육을 고려한다면 당연히 대면 플랫폼인 학교에서 교사와 학생이 만나서 교육 활동을 진행하는 것이 더 우수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디지털 대전환 시대와 인공지능 사회로의 진입이 가속화될 경우 우리가 당연시하던 것들이 어떻게 바뀔지에 대해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교육이 플랫폼에 주목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초중등학교 교육 주체인 학습자, 교사, 학부모가 디지털 플랫폼에서 배우고, 가르치고, 소통하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며,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의 교육이 주목해야 했던 디지털 플랫폼은 2000년 초반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교육문제를 극복하는 중요한 채널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이 교육이 디지털 교육 플랫폼에 주목해야 하는 두 번째 이유이다. 코로나19에 의한 교육 문제 극복을 위해 e학습터는 이미 대면의 오프라인 학교 교육과 양립하는 중요한 공교육 시스템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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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일드(SCALED) 교육에서 언스케일드(UNSCALED) 교육으로

 

전통적으로 교육은 경제, 사회, 문화 등의 분야보다는 질서가 매우 잘 잡혀 있는 분야이다. 특히 학교 교육은 1년을 기준으로 학사력이 있으며 이는 스케일된 교육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예이다. 스케일된 교육의 기조에서 최근 언스케일된 교육에 주목하는 것은 디지털 교육 플랫폼의 강세와 함께, 교육적 효과를 입증하는 연구와 노력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이야기한 것과 같이 2000년 이후 코로나19 팬데믹은 이런 교육의 변화를 더욱 빠른 속도로 부추긴다. 앞서 소개한 헤먼트 타네자와 케빈 매이니의『언스케일드: 앞으로 100년을 지배할 탈규모의 경제학』에서 빌려온 ‘언스케일드’ 개념을 교육과 다양하게 결합해볼 수 있다. 이 개념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석할지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언스케일드는 기존의 스케일된 그 무언가에 대한 생각, 접근방법, 내용, 차원 등을 무너뜨리는 것의 표현이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스케일된 학교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해 보려 한다. 전통적으로 학교는 학령기 학생들이 입학해서 정해진 학년의 위계를 밟고, 동시에 각 학년에서 이수를 요구하는 교과목을 체계적으로 학습한다. 이에 더해 정해진 시간까지 등교하고, 일정한 시간 동안 학교 수업에 참여하고, 정해진 시간이 되면 집으로 돌아가는, 마치 틀에 박힌 듯한 스케일드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리고 도심에 위치한 학교의 규모가 큰 것과 비해, 농산어촌 지역으로 갈수록 학교 규모는 물론 학급당 인원수 그리고 학교의 환경이나 예산 등에서 차이가 발생하는데 이는 고스란히 교육 격차와 교육 불균형으로 이어진다.

 

학교 교육 표준화와 각각의 학교 간 차이를 없애기 위해 정부와 관계 기관이 다각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스케일된 교육 여건 하에서는 가시적인 차이는 물론, 잠재된 많은 차이를 해소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그렇다면 언스케일드 교육 시스템의 전형인 디지털 교육 플랫폼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무엇에 집중할까?

 

2020년 초반에 급속도로 증가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우리 교육은 초동 대응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그것은 코로나19가 퍼져나가는 속도와 위기를 교육이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디지털 교육 플랫폼들은 어쩌면 더 큰 문제가 될 수도 있었던 교육 격차의 위기를 가장 빠른 시간에 조금씩 극복해나갔다. 물론 초기에 동시접속자 병목 문제로 플랫폼이 느려지거나 다운되는 현상이 잦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2년째를 맞이하는 최근에는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디지털 플랫폼은 비대면 온라인 공간상에서의 객체와 객체 간의 만남은 물론, 소통과 교육 활동이 전개되는 특징이 있기에 누구에게나 균등한 교육 기회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물론 학습자 개인의 자기주도학습 능력이나 혼자서 문제를 해결하는 학습자의 학습 역량에 차이가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디지털 교육 플랫폼이 비록 균등한 교육 기회를 제공한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인 교육 격차가 생기는 것은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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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스케일드 플랫폼은 몇 가지 속성을 갖는다. 하나는 생산자와 소비자로 사용자를 구분한다는 점이다. 다시 한 번 기차역이나 버스 터미널과 같은 플랫폼을 상상해보자. 생산자는 팔거나 공유하려는 것을 공급하는 사용자 그룹으로 기차표나 버스표를 판매하는 교통 회사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표를 구매해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려는 사람은 소비자가 된다. 이들이 서로 필요로 하는 매개 수단은 표와 그것에 대한 대가로서의 돈이다. 이와 같은 매개 수단과 그것에 대한 가치 단위(Value Unit)가 플랫폼이 갖는 두 번째 속성이다.

 

디지털 교육 플랫폼은 어떤가? 정부가 주도하여 제공하는 디지털 교육 플랫폼 중의 하나인 ‘e학습터’를 생각해보자. e학습터에는 최소 3종의 생산자와 2종의 소비자가 있다. 교육부나 관계 기관이 교육 콘텐츠를 만들어서 e학습터에 올려 주기 때문에 그들이 하나의 생산자가 될 수 있다. 다음은 현장 교사들이 자신이 가진 교수학습용 콘텐츠를 올려서 학습자가 이를 보게 할 수도 있기에 교사도 생산자가 될 수 있다. 또한, 학생들도 그들이 수행한 과제를 올릴 수 있고, 올린 내용을 친구들이 참고할 수 있기에 생산자가 될 수 있다. 이렇듯 각각의 생산자 종류에 따라서 소비자는 교사가 되기도 하고, 학생이 되기도 한다. 이런 관점에서 e학습터는 전형적인 디지털 교육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다.

 

플랫폼이 갖는 또 하나의 속성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플랫폼이 되는가, 그렇지 않은가를 결정하는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네트워크 증가 효과(Both Side Network Effect)이다. e학습터를 생각해 보자. e학습터는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경계가 허물어질 수 있도록 설계되었는가? 이는 소비자로 참여한 학생이 직접 콘텐츠를 만들어서 생산자 대열에 참여하고 자신이 자유롭게 자신의 콘텐츠를 탑재하는 것이 가능한지, 설령 그게 가능하다고 해도 학생들이 올린 콘텐츠를 교사나 타 학생들이 얼마나 이용할 것인지에 대한 답으로 귀결된다.

 

결론적으로 e학습터는 생산자와 소비자, 매개 수단과 가치 단위를 속성으로 가지고 있기 때문에 플랫폼으로 볼 수 있지만, 자연스러운 디지털 교육 플랫폼 생태계(Digital Education Platform Eco-system)가 조성되기는 어렵다. 유튜브, 우버, 에어비앤비의 경우 플랫폼의 전형적인 속성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그래서 이들 플랫폼 사용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고, 모든 플랫폼 참여자에게 균등한 기회가 주어지며 서비스 질도 점차 고도화되고 있다. 우버나 에어비앤비는 차량이나 집의 상태나 규모와 관련 없이 플랫폼에 자신의 상품을 자유롭게 올린다. 유튜브 영상도 대규모의 영상이 필요 없다. 영상에 고급 정보를 잘 담아서 유튜브 독자들이 이를 보고 서브스크립션을 결정하고 하트를 클릭하도록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요컨대, 언스케일드는 규모에 집중하기보다 싱귤래리티(Singularity)에 더욱 집중한다. 따라서 언스케일드 교육 시스템인 디지털 교육 플랫폼은 사용자 간 매개물, 매개 수단과 그것에 대한 교환 가치를 잘 설정하고 이들을 고려하여 사용자들을 서로 매칭하는 큐레이션에 집중한다. 이런 관점에서 언스케일드 학교 운영(경영)은 교사 모두에게 동일한 것을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는 교사 개개인의 실천에 주목하고 그것을 싱귤래리티로 만드는 학교 경영 전략이 필요하다. 언스케일드 수업 역시 학생 개개인에게 집중하고, 학생 개개인의 독특함에 더 큰 로열티를 부여하는 전략이 필요하겠다.


교육대혁명을 상상케 하는 인공지능과 플랫폼

 

때로는 우리 교육을 바꾸는 상상이 즐겁다. 정부가 주도하여 교육을 바꾸든, 아래로부터 교육개혁을 시도하든 많은 시간과 많은 예산이 들기에 교육을 마음대로 바꿔보는 상상을 하는 것은 더 즐겁다. ‘교육대혁명(Education Bigbang)’이란 용어를 만들기는 했는데 과연 가능할지 의문이 든다. 인공지능과 플랫폼 기반의 언스케일드 교육이라면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 그렇지 않다는 생각에 비해 51% 이상은 되는 것 같다. 이는 두 가지 이유에 기인한다.

 

현재의 우리가 상정한 미래가 완벽한 인공지능 채택사회(AI Adopted Society)이고 그 시대는 분야를 막론하고 인공지능을 사용하거나 인공지능을 쉽게 만들 수 있는 사회이다. 현재의 우리가 그런 사회를 위해 교육과정을 개정하고 우리 교육 시스템을 바꾼다면 지금 상상하고 있는 ‘교육 빅뱅’이 가능하지 않을까? 미래의 이야기라 단정하기 어렵지만 이러한 희망은 우리를 설레게 하기에 충분하다.

 

인공지능과 함께 공존하며 인공지능과 소통하며 가르치고 배우는 일을 상상하면 더 구체적일 것이다. “인공지능이 교사를 대신할 수 있을까?”라는 원론적인 논의도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교육이 학생의 성취에 집중하고 학생의 성취를 도와주는 교사와 교육 시스템을 전제한다면, 인공지능은 교사와 겨루는 교수 경쟁 관계가 아니라 교사를 도와 궁극적으로 학생의 학업 성취를 도와주는 관계일 것이다.

 

학생들은 공부나 활동을 도와주는 인공지능과 소통하는 일이 많아질 것이며 때로는 학습자가 직접 인공지능을 통제하거나 능동적으로 튜닝하여 인공지능과 함께 자신이 처한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학생은 인공지능 원리를 이해하고 인공지능적인 사고 과정을 학습하여 인공지능에 대해 능동적 생비자(Prosumer, Producer and Consumer)의 역할을 감당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인공지능 원리나 인공지능 사고과정에 대한 이론과 실습 경험은 우리가 상정한 미래 교육내용에서 중요하게 고려해야한다.

 

인류의 발달과 인간이 개발한 테크놀로지의 발달, 그리고 테크놀로지와 소통하기 위해 필요한 교육내용이나 경험의 3차원을 생각해 보면, 인공지능 사회로 특징지어지는 미래 교육과정에 무엇을 포함해야 하는지는 조금 더 선명해진다.

 

미국이나 여러 선진국의 홈스쿨링(Home Schooling)과 같은 학교의 틀 밖에서 이루어지는 초중등교육의 가능성이 우리 교육에서 보편화된 것은 그렇게 오래된 일이 아니다. 이번 세기는 산업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과 인공지능 사회로의 진화가 두드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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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스케일드: 앞으로 100년을 지배할 탈규모의 경제학』에 소개된 초다리(Sam Chaudhary)는 클래스 도조(ClassDojo)를 만들어 교실을 바꾸는 시도를 하기 전까지는 교육자가 아니었다. 그런 초다리가 지적한 것 중 하나가 디지털 시대로 이미 사회는 급속도로 진화하고 있는데 초중등학교의 교사는 여전히 100년 전, 50년 전 전과 같은 방식으로 학생을 가르쳐야 한다는 점이다 주5).

 

이에 더해 초다리는 ‘교육은 기계가 아니라 사람으로 구성된 체계’이기 때문에 교사, 학생, 학부모 하나하나의 객체에 주목하는 데서 교육 플랫폼을 만들어야 함을 강조했다. 이런 강조점을 바탕으로 초다리는 클래스 도조라는 교사-학생-학부모 간 커뮤니케이션 기반 커뮤니티를 만들게 되었다. 초다리가 주목한 것은 우리의 교육 전체도 아니고 당연히 학교도 아니었다. 그는 학교 교육을 구성하는 아주 작은 것에서 출발했다. 어쩌면 교사-학생-학부모를 하나의 유닛으로 하는 교육 플랫폼을 기획한 것인지도 모른다.

 

초다리의 클래스 도조 플랫폼이 시사하는 바는 너무 명확하고 간단하다. 우리가 상상하는 것은 교육대혁명 이지만 그 출발점은 교육 시스템의 가장 작은 유닛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하는 플랫폼이 우리의 상상을 실현해 줄 것을 믿는다.

 

구글은 세계에서 가장 큰 광고 회사이다. 그러나 우리는 구글을 정보검색이나 무언가를 개발하는 회사로 알고 있다. 그런 구글은 어쩌면 정보검색 서비스를 통해 오늘의 유니콘 기업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넷플릭스는 영화나 드라마와 같은 문화 부문에서 유니콘에 버금간다. 애플은 정보 기기(아이폰 등)로 유니콘 기업이 되었으며, 아마존(AWS)은 온라인 쇼핑몰로 유니콘 기업이 되었다.

 

세계의 많은 기업이 유니콘을 향해 달리고 있다. 하지만 아직 교육 부문에서는 그 어떤 유니콘 기업이 나오지 못했다. 만약 교육 한류 기반의 디지털 교육 플랫폼이 만들어지고 그것이 교육 부문에서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한다면 플랫폼을 통한 교육대혁명도 먼 이야기가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많은 선진국은 새로운 국가 교육의 그림을 그릴 때 K-12로 국한하지 않는다. 최근 들어 그런 경향이 더욱 높게 나타난다. 그들이 주목하는 것은 평생학습을 위한 교육 시스템이다. 인공지능과 플랫폼으로 인해 우리가 교육대혁명의 가능성을 상상하고 있지만, 어떻게 평생 학습 생태계를 만들 것인가에 대해서 구체화를 위한 추가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국가 교육과정 개정의 범위와 대상을 K-12가 아니라 평생 학습자로 설정한 선진국들은 이미 이런 고민을 했을 수 있다. 하지만 연령대와 상관없이 평생학습을 지원하는 플랫폼을 찾지는 못했다.

 

현재 서비스 중인 초대형 플랫폼은 대체로 연령대와 무관한 것이 많다. 우버와 에어비앤비는 미성년이 차량과 집을 소유하지 못해서 연령대가 고려된 서비스라는 생각을 할 수 있지만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구글 검색 등 대부분은 연령대와 상관없이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한다.

 

교육의 발전 과정을 보면, 테크놀로지 발달이 조금 천천히 진행되었던 시기는 아니지만, 최근 급속하게 변하고 발전하는 첨단 테크놀로지를 보면 교육 패러다임을 주도하고 있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이런 관점에서 국가 교육과정 개정의 범위를 K-12에서 평생학습으로 늘리는 것은 어쩌면 다소 먼 이야기일 수 있다. 따라서 교육 플랫폼이 조성하는 생태를 먼저 평생학습체제에 맞게 구축하는 것을 선행하고, 구축된 교육 플랫폼이 국가 교육과정 개정 범위를 K-12에서 평생학습체제로 확대되도록 하는 전략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교육 한류 플랫폼, 유니콘을 꿈꾸다

 

교육 부문에서 유니콘 기업이 나온다면 어떨까? 나라를 막론하고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 ‘인간의 학습 본능과 동시에 인간은 망각하는 동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교육이 가장 많은 서비스 대상자를 가지고 있어서 최대의 시장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교육에 큰 개혁이나 변화가 일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경직된 교육 파이프라인을 쉽게 전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떤 지면과 어떤 채널이 될지 모르겠지만 교육 한류 플랫폼이 유니콘이 되는 상상을 계속하는 것은 즐거운 일일 것이다.

 

이번에 그런 가능성에 대해 우리의 생각을 바꾸는 계기가 되고, 교육의 가장 작은 유닛에서 교육 플랫폼을 기획하는 다양한 시도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이런 재미있는 상상을 이어가기 위한 건강한 지식 생태를 만들어 보려는 생각에, 그리고 파이썬으로 인공지능과 데이터 과학을 직접 구현한 다양한 프로젝트의 소스를 블로깅하여 질문과 답을 이어가는 학습 SNS를 구축해 보려는 생각에 AISNS(http://aisns.net)를 만들었다.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과 같은 SNS가 있지만, 학습 부문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AISNS가 더욱 필요했다. 누구나 가입하면 사용할 수 있으며, AISNS가 서로의 상상을 나누는 작은 플랫폼이 되기를 기대한다.

<끝>

 

< 참고문헌 >

 

김기찬·송창석·임일(2015),『플랫폼의 눈으로 세상을 보라』, BM성안북스

이현경 역(2018),『플랫폼 레볼루션』, 부키

 

주1) Taneja, H. & Maney, K.(2019),『언스케일드: 앞으로 100년을 지배할 탈 규모의 경제학』, 청림출판, 김태훈 역

주2) Andrew Ng(2019), “Machine Learning CS229 Lecture Notes”, Stanford University

주3) NVIDIA KOREA(2016)

주4) 최병삼, 김창욱, 조원영(2014),『플랫폼, 경영을 바꾸다』삼성경제 연구소

주5) Taneja, H. & Maney, K.(2019),『언스케일드: 앞으로 100년을 지배할 탈규모의 경제학』, 청림출판, 김태훈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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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1년10월14일 13시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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