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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정치문화와 연정의 가능성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7년02월16일 16시38분
  • 최종수정 2017년02월16일 20시06분

작성자

  • 최승필
  •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행정법, 금융경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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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연정이 정치권의 화두이다. 연정이 이슈가 된 배경에는 우리사회가 각자 추구하는 바에 따라 극단으로 갈려있어 화합보다는 갈등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연정이 관심을 받게 된 또 하나의 이유는 역대 대통령 선거의 결과를 볼 때 압도적 다수의 지지를 받는 후보자가 당선되기 보다는 당선자의 득표수가 전체 득표수의 절반을 넘는 정도에 그친다는 점에서  대통령 후보자가 선거운동기간 중 약속한 결과는 결국 전체 국민의 의도와는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약이라는 이름으로 정책이 추진되고 그 과정에서 여전히 사회적 비용을 강요하고 갈등이 심화되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타협의 정치를 표방하는 독일식의 연정이 눈길을 끌고 있으며, 일부 대선주자들 역시 연정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연정과 구별되는 개념으로 협치가 있다. 연정은 복수의 정당이 하나의 정부를 구성하고 그 과정에서 권력을 분할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에는 주도적 거대정당이 이념과 방향성 측면에서 함께 할 수 있는 군소정당과의 결합하는 소연정이 있으며, 거대정당 간 결합이 이루어지는 대연정이 있다.

 대연정의 경우는 거대정당들을 기반으로 함에 따라 양 당의 정치적 성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협치는 정당 간 제도적 권력의 분할 내지는 내각의 연합구성이 아닌 상호양해와 협조 하에서 협력을 통해 정국을 운영해 나가는 것을 말하며, 유연한 형태의 참여적 국정운영도 가능하다. 

 

 연정은 여야의 협력을 통한 국력의 집중과 갈등비용의 축소라는 커다란 장점이 있다. 1966년의 기민련(CDU)-사민당(SDP) 대연정 이후 주목할 만한 독일의 대연정 중 하나가 2005년 11월 총선을 치른 후 나왔다. 슈뢰더 총리의 사민당과 메르켈 당수가 이끄는 기민련이 서로 백중세에서 기민련이 단지 4석을 앞선 것이다. 이때 기민련은 곧바로 사민당과의 연정을 추진한다. 이렇게 지지도가 비슷한 비중으로 나누어진 상황에서는 화합을 통해 국력을 하나로 모을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2005년의 연정은 여러 가지 불협화음에도 불구하고 하르츠 법안이라고 부르는 노동개혁법안을 비롯하여 출산 및 육아지원, 의료보험 등 여러 가지 사회개혁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내는 등 큰 성과를 거두었다. 특히 이들 프로젝트들은 소위 보수와 진보로 구분할 수 있는 정치세력들의 이해가 첨예한 분야였다는 점에서 대연정의 의미는 컸다.  

 

독일의 연정에 대한 평가가 항상 성공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동거내각 내부에서의 의견충돌로 내각의 정책수행이 영향을 받았으며 정체성의 혼란도 겪었다. 정책이 어느 쪽도 만족시킬 수 없는 결과로 귀결되면서 정당 지지자들의 이탈이 나오는 일도 발생하였다. 그러나 장점과 단점을 모두 고려했을 때 갈등의 봉합과 정치적 안정이라는 점은 연정의 가장 큰 매력이었으며, 이는 2013년 세 번째 대연정의 기반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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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정에 대해서 우리나라에서 화두는 연정이 가능하냐이다. 여기에서 전제가 되는 것은 대연정이다. 소연정의 경우 크게 어려움이 없지만 대연정의 경우에는 대표하는 정치그룹의 성향이 다르다는 점에서 입장들이 갈린다.

 

 연정에 대해서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는 입장은 주로 두 가지의 문제를 제기한다. 하나가 정치문화이며, 다른 하나가 위헌의 가능성이다. 

 

정치문화의 경우 우리는 지금까지 타협보다는 대결구도를 기반으로 정치적 이익을 추구해 왔다는 점이다. 연정이 비교적 잘 이루어지는 독일의 경우는 정치문화로서 타협과 합의가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독일적 배경의 근거로는 역사적으로 게르만족의 유목문화를 들기도 한다.

유목민들의 경우 상시적인 외부위협에 노출될 수 밖에 없어 내부적 갈등요소를 신속하게 제거하고 단합을 독려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선거에서 유권자의 관심사가 독일의 경우 정당이 표방하는 정책에 우선하지만, 우리의 경우 정책에 대한 객관적 평가보다는 인물중심의 선거라는 점의 차이도 있다. 

 

의원내각제 국가라는 점과 정당명부제를 통한 다수정당의 존재도 연정을 유인하는 요소가 되었다. 특히 정당의 분포를 보면 기민련과 사민당을 비롯한 5개 정당이 이미 상당히 안정적으로 의석의 일정비율을 점유하고 있어 어느 한당이 과반을 넘기기 어려운 구조이다. 그래서 매번의 선거에서 압도적으로 의석을 차지하는 정당이 나오기 어렵다. 이를 빗대어 ‘승자없는 승부’라고 부르기도 한다. 결국 자연스럽게 협력의 필요성이 강조될 수 밖에 없다.    

 

연정의 위헌문제에 대해서 주로 주장되는 논거는 대통령 중심제에서 선출된 대통령이 자신의 권한을 다른 정치세력과 나누는 것은 국민의 의사를 무시한다는 점이다. 물론 각 부 장관의 최종적인 임명권자는 대통령이 되겠지만 이러한 형식적인 외관에 불과하고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법적 정당화 근거가 없는 권력의 분점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선출된 대통령은 자신의 권한과 책임 하에서 정부를 구성함에 따라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에 의해서 각부의 장관을 선임하는 것이므로 위헌의 문제까지 발생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결과적으로 대통령의 정치적 의사가 실현되었기 때문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오히려 정치상황과 여건이다.    

 

결국 우리의 경우 연정이 가능한가의 문제는 법과 제도적인 문제보다는 정치문화가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 사회에서 극명한 정치적·이념적 갈등은 서로 다른 정당 간 화학적 결합을 저해한다. 결국 물리적인 형태의 연합정부를 구성하더라도 그 효율성과 안정성이 보장될 것인가에 대해서 의구심이 드는 부분이다.

 그리고 정책선거, 정당의 사회적 기능, 정당민주주의 등의 면에서 연정의 필요성이 얼마나 부각될 수 있을 것이며, 한편으로 각 정당 내에서 연정이 주는 충격을 얼마나 잘 흡수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이다.

 

 그렇다고 우리나라에서는 연정은 할 수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독일이 오늘날의 번영을 이루는 배경에는 안정된 정치가 있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정치적 갈등으로 소모되는 비용을 계산하면 연정의 가능성은 열어둘 필요가 있다. 비록 아직 그 여건이 성숙되지는 않았을지라도 - 비록 연정까지는 이르지는 못하더라도 - 연정을 지향하는 협치를 통해서 끊임없는 실험을 해볼 필요는 있으며, 정치문화의 성숙도 따라 최초의 연정이 탄생할 수도 있다.

 한 국가의 발전은 국민들의 단합된 힘에서 나온다. 따라서 우리의 현 상황을 고려하여 정치적 선택에서 여러 가지 가능성을 모색해보는 것은 여전히 큰 의미가 있는 일이라 할 것이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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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 2017년02월16일 20시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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