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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 청구서’의 진실은?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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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2년04월24일 17시10분

작성자

  • 이덕환
  • 서강대학교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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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너지와 기후위기 대응 정책이 파탄지경이다. 우리는 매년 0.7%p의 GDP 감소와 지금보다 5배 이상의 전기요금 인상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탄소중립도 위태롭다. 온실가스 배출량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더 늘어났다. 실제로 2021년의 배출량이 전년보다 4.16%나 증가해버렸다. 앞으로는 상위 20위까지의 기업을 모두 포기해야만 할 형편이다. 국제적 약속도 지키지 못하면서 국가경제는 고물가‧저성장에 시달리게 된다는 뜻이다.

  어처구니없는 ‘탈핵’으로 시작해서 실패해버린 독일의 ‘에너지 전환’으로 포장했다가 ‘탄소중립’이라는 낯선 종착역에 도달해버린 ‘탈원전’ 때문에 뒤늦게 날아든 암울한 ‘청구서’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물론 산업부와 한전은 터무니없는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 인수위가 걱정하고 있는 에너지 현실은 최근 국제 연료비가 급격하게 치솟은 탓이지 탈원전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암울한 에너지 현실

 

  우리는 거의 모든 에너지를 수입하고 있는 최악의 에너지 빈국이다. 그런 우리가 휘발유·경유와 같은 석유제품을 수출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전기를 가장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원전과 정유산업을 비롯한 에너지 분야에 적극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은 결과였다. 우리의 에너지 산업이 돌이킬 수 없는 수렁에 빠져버렸다.

  우량기업이었던 한전이 하루 수백억 원에 이르는 이자에 허덕이는 좀비 기업으로 전락해버렸다. 지난 연말의 부채가 146조 원으로 5년 사이에 무려 37조 원이나 늘어났다. 부채만 늘어난 것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상장기업의 역사상 최악인 무려 5조 8601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사정도 심각하다. 이미 1분기의 적자가 5조 원을 넘어섰고, 연말에는 적자가 무려 20조 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한다.

 

  그런 한전에게 1조 6000억 원의 투자가 필요한 한전공대 설립·운영을 떠맡겨버렸다. 세계 최초의 ‘공공형’ 에너지 전문 교육기관이라는 주장은 황당한 억지일 수밖에 없다. 대학의 설립과 운영은 ‘한국전력공사법’ 제13조에 명시된 한전의 ‘사업영역’을 완전히 벗어난 것이다. 한전이 한전공대를 설립‧운영하는 것은 불법일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작년 3월 국회 본회의를 졸속으로 통과한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법’을 ‘한전공대특별법’이라고 우기는 것도 의도적인 국민 기만이다. ‘한전이 소비자에게 징수한 전기요금으로 매년 500억 이상의 운영비를 낭비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한전만 수렁에 빠진 것이 아니다. 기계 산업의 메카로 알려진 창원의 원전 부품산업도 위태롭기는 마찬가지다. 원자력산업협회에 따르면 원전 산업의 해외 수출은 2020년 417억 원으로 2016년의 3분의 1수준으로 줄어들었다. 국내 매출도 19%나 감소해서 22조 원으로 감소했다. 원전 기자재 제조와 건설 시공도 절반으로 줄었다. 국내 최대의 원전 기업인 두산중공업은 2020년의 신규 계약이 1172건으로 2016년 2786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협력업체도 320곳에서 227곳으로 줄어들었다. 원전 부품산업계의 인력도 3만 9527명으로 5% 이상 감소했고, 원자력 관련 학과의 재학생도 22%나 줄었다. 영남대는 기계공학부의 원자력 연계전공을 폐지해버렸다.

 

  무너져버린 원전 생태계를 당장 복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새 정부가 탈원전 백지화를 서두르더라도 원전 생태계의 복원에는 최소 3~4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원전의 해외수출도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참여정부가 외면했던 에너지 산업을 되살리는 데도 5년 이상의 투자와 노력이 필요했었다.

 

연료비 부담 상승의 원인을 밝혀내야

 

  한전의 경영이 부실의 늪에 빠져버린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불안한 국제 정세 때문에 석탄‧원유‧LNG의 가격이 갑자기 치솟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산업부와 한전의 옹색한 변명이다. 물론 맞는 말이다. 실제로 작년 한전의 연료 구입비는 재작년보다 8조1000억 원이 늘었나버렸다.

 

  어쨌든 한전의 경영 상태가 절망적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지난 2월의 한전의 전력수급 자료에 따르면 한전은 kWh당 평균 162.5원에 구입한 전기를 소비자에게 115.2원에 판매하고 있다. 연료비가 올라갔으면 전기요금도 올려야만 했다. ‘연료비연동제’는 정확하게 그런 목적으로 도입해놓은 제도다. 그러나 정부는 ‘삼척동자도 알고 있다’는 황당한 이유로 전기요금 인상을 거부했다. 한전을 적자의 늪으로 밀어 넣은 주역이 바로 탈원전을 고집한 정부였다는 뜻이다.

 

  한전의 적자에는 훨씬 더 중요한 사실이 숨겨져 있다. 전력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원전의 발전량의 150.4GWh로 재작년보다 2.2GWh가 줄었다. 원전의 발전량을 줄인 대신 LNG화력의 발전량은 22.2GWh나 늘어난 163.4GWh으로 확대했다. 석탄화력의 발전량도 1.5GWh 늘어난 188.9GWh를 기록했다. 물론 국제적인 에너지 환경의 변화도 무시하고 무차별적으로 밀어붙인 탈원전 정책의 결과다.

 

  문제는 전원에 따라 전력발전단가가 크게 다르다는 것이다. 지난 2월의 전력도매단가(SMP)는 kWh당 원전 67.99원, 석탄화력 154.32원, LNG화력 248.05원, 신재생(태양광·풍력) 202.78원이었다. 가장 저렴한 원전을 줄이고, 3.6배나 더 비싼 LNG와 2.98배나 비싼 재생에너지를 늘이면 한전의 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결국 국제 연료비의 급격한 상승은 겉으로 드러난 한전의 적자 요인일 수밖에 없다. 한전의 경영을 최악의 막다른 골목에 밀어 넣은 가장 중요한 원인은 역시 정부가 지난 5년 동안 무차별적으로 밀어붙인 ‘탈원전’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탈원전이 연료비 상승에 민감한 LNG 발전량을 늘어나게 만들었다는 뜻이다.

 

  탈원전의 부담은 그뿐이 아니다. 월성1호기 조기폐쇄에 의한 약 1조5000억 원의 손실과 신한울 1·2호기 준공 지연에 의한 손실도  3조4000억에 이른다. 한전이 탈원전에 의해 총 13조원의 비용을 추가로 부담하게 되었다는 것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분석이다.

 

탈원전 폐지는 필연

 

  한전의 부실을 해결하고, 국제 사회에 약속해놓은 탄소중립의 목표를 추구하기 위한 다양한 대안이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단순하다. 전기요금을 적절한 수준으로 인상하고, 국가 경제와 국민생활을 위협하는 탈원전을 폐지하고, 신재생에 대한 과도한 투자를 적정한 수준으로 현실화시키는 것이다. 기술적‧경제적으로 가능성이 희박한 ‘수소 경제’의 거품도 걷어내야 한다.

 

  결국 원전의 발전량을 최대한 늘릴 수밖에 없다. 2년 전에 완공한 신한울 1호기와 작년 8월에 완공한 신한울 2호기의 가동 시기를 최대한 앞당겨야 한다. 신고리 5·6호기의 공사도 서둘러야 한다. 가동률을 억지로 낮추려는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무분별한 안전점검도 정상화시켜야 한다. 안전을 핑계로 지난 5년 동안 세워두었던 멀쩡한 한빛 4호기도 당장 재가동해야 한다. 원전 18기의 가동연한을 연장하기 위한 작업도 필요하다. 80년을 쓸 수 있는 원전 설비를 과거의 기준에 따라 40년 만에 폐기하는 것은 경제적으로나 환경적으로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성급하게 확대해놓은 태양광·풍력의 무리한 증설도 줄여야 한다. 강제로 발전을 중단시킬 수밖에 없는 제주도의 상황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태양광·풍력의 비중을 줄이면 간헐성이 극심한 신재생을 줄이면 보조 전원 역할을 하는 LNG화력의 비중도 함께 줄어드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릴 수 있다. 원전의 2.98배나 되는 신재생의 왜곡된 보조금도 손질해야 한다. LNG의 가격 폭등으로 짭짤한 이익을 챙기도록 해주는 보조금 제도는 심각한 도덕적 해이에 해당한다.

  영혼을 잃어버린 관료들에 포획되어버린 산업부‧원자력안전위원회‧한전을 해체 수준으로 정리해야 한다. 명백한 과학적 사실을 왜곡해서 국민을 기만한 책임은 절대 가벼운 것이 아니다. 한전의 경영 부실이 치솟은 연료비 때문이라는 억지는 삼척동자도 용납할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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