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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정부에 바란다 <7> 조세정책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7년05월02일 16시58분
  • 최종수정 2017년05월02일 17시43분

작성자

  • 오문성
  • 한양여대 세무회계과 교수, 한국조세정책학회 회장,법학박사/경영학박사/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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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길을 걷다보면 대선후보들의 벽보가 군데군데 눈에 띤다. 바야흐로 선거철이다. 공약도 난무한다. 공약 중에서도 조세와 관련한 공약은 유권자들의 최대의 관심사다. 왜냐하면 조세공약은 직접적으로 유권자의 가처분소득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정부지출의 주요 재원조달원인 조세는 해를 거듭할수록 선거공약 중에서 중요한 부분이 되고 있다. 정부지출이 증가하면 당연히 조세징수액이 증가해야겠지만 세율을 인상한다는 공약은 그 어느 시기에도 주장한 측의 선거 결과에 부정적이라는 사실은 여전히 유효하다. 하지만 2017 장미대선의 경우는 조금 상황이 다를 것 같다. 왜냐하면 증세를 공약에 포함시킨 후보들이 여러 명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대부분 유력주자다. 필자는 월간금융조세 1월호에 기고한 “2017 조세공약(公約)과 공약(空約)”이란 글에서 후보자의 공약(公約)이 유권자에게 부담을 주더라도 국가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하여 필요하다면 이러한 상황을 솔직하게 설명하고 유권자를 설득하려는 솔직한 후보자의 필요성에 대하여 역설한 바 있다. 이번 선거에서 유독 많은 대선후보들이 증세의 필요성에 대하여 솔직하게 목소리를 내고 있는 이유는 박근혜 정부내내 주창되었던 “증세 없는 복지”공약이 정부의 운신의 폭을 상당부분 제약한 것에 대한 반작용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세목을 통하여 어느 정도의 세원을 확보하겠다는 구체적 숫자의 제시는 없다고 하더라도 증세를 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만으로도 솔직한 후보자가 많아졌다는 생각을 해본다.

 

 필자는 대선이 임박한 이 시점에 차기정부에 바라는 조세정책에 대하여 몇 가지 적어보려고 한다.

 

 첫째, 복지지출 증대에 따른 재원확보책이 결국은 증세라는 논의에 이를 수 밖에 없다는 불가피성에 대하여 차기정부에서 그 논의를 회피하지 말아야 한다. 공약단계에서 증세를 하겠다는 언급을 했지만 이후 증세가 필요할 때는 그 구체적 수치를 제시하면서 국민들과의 합의를 도출할 수 있도록 솔직한 대화의 장을 열어 놓아야 한다. 이러한 분위기는 차기정부의 조세정책 수립과 관련하여 가장 중요한 환경 설정의 문제이다.  

 

 둘째, 소득과 재산이 많은 납세자가 세금을 많이 부담해야 한다는 응능부담(應能負擔)의 원칙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에 가장 적합한 기준임을 인식하고 차기정부는 각각의 세목의 성격과 그 시기적 특성을 고려하여 증세를 하기에 적합한 세목의 우선순위에 대하여 기준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필자가 생각하고 있는 우선순위를 제시해 본다면 (1) 법인세 실효세율인상 (2) 소득세율 및 상속세 및 증여세율인상 (3) 법인세 명목세율인상 (4) 부가가치세 면세축소 등의 순서로 세수증대를 검토함이 합리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셋째, 죄악세(罪惡稅)와 같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한 대상에 대하여 규제하겠다는 목적으로 부과하는 조세는 그 범위를 확장하는 것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고려해 보아야 한다. 죄악세의 도입의 목적이 징수된 세금으로 사회적 비용을 분담하고 이로 말미암아 바람직하지 못한 행위의 확산을 막겠다는 의도만으로도 다른 세목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부과의 정당성측면에서 사회구성원의 충분한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본다. 

 

 넷째, 소득세의 면세자비율은 지속적으로 낮추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최근 소득세분야의 면세자비율 증가(2014년 기준 48.1%/ 2015년 기준 46.8%)로 소득세 납세자가 느끼는 불공평성은 다른 나라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징수액 측면에서 절대적 금액이 커지 않더라도 국민개개인이 조금씩이라도 납세자로서의 의무를 다하게 하는 것은 국민개세주의(國民皆稅主義)의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다섯째, 주식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는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 있다”는 원칙에 충실할 수 있도록 그 구조를 변경시켜 나가야 한다. 과세대상 대주주의 범위를 순차적으로 확장해 나가고 그 세율도 종합소득기본세율을 적용해 나가는 등 누진세율의 구조에 포함시키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현행 10%인 부가가치세율은 외국의 사례에 비하여 절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부가가치세율의 인상은 부가가치세가 물가에 미칠 충격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추진해야 할 것으로 생각되며, 다만 현행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는 면세제도를 유럽의 사례를 참고하여 저세율의 차등세율적용을 고려 해 보아야 할 것이다.

 

 위에서 몇 가지 언급한 조세정책은 차기정부가 당면할 복지분야 지출에 대응할 재원조달방안에 관한 것이다. 여러 후보의 증가되는 정부지출공약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재원조달방안은 정치(精緻)하지 못하다는 것이 후보들에 대한 공통된 지적이다. 증세를 한다고는 했지만 어느 세목을 통하여 얼마만큼의 세금을 거둔다고 구체적으로 적시하는 것이 선거에 유리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하지만 국민과 정부간의 신뢰는 솔직하게 상황을 설명하고 합의를 구하는 정부로부터 시작한다. 머지않아 출범할 차기정부는 조세정책의 수립과 관련하여 솔직하게 상황을 설명하고 합의를 구하는 태도를 보임으로써 국민들과의 신뢰를 구축해 가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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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7년05월02일 16시58분
  • 최종수정 2017년05월02일 17시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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