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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THAAD) 문제, 안보정론과 국익계산에 따라 결정해야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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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7년05월22일 16시09분

작성자

  • 김태우
  • 前 통일연구원 원장, 前 국방선진화추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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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문재인 후보는 5월 9일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으로 실시된 ‘장미 대선’에서 낙승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청와대 하급 직원들과 점심을 나누고 길거리에서 만나는 행인들과 악수를 나누는 등 ‘탈권위·소통’ 대통령으로서의 이미지를 심어가고 있다. 국민은 소통 부재의 박근혜 정부가 실패하는 과정을 지켜보았기에 어느 때보다 소통에 목말라하고 있었다. 문 대통령의 취임 직후 파격행보는 이 목마름을 해갈시키는 시원한 장면임에 틀림이 없다. 문재인 대통령 개인에게 있어서도 대선의 승리는 재수(再修)를 통해 힘들게 최고 지도자의 자리를 거머쥔 일생 최고의 순간이었다.

 

  하지만, 새 대통령에게 자축을 즐기거나 이미지 정치를 위해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은 많지 않아 보인다. 한국이 겪고 있는 안보위기, 외교고립, 경제 침체, 정치 폐해, 사회 분열 등 5대 위기와 박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그 동안의 지도력 공백과 후유증을 감안한다면, 문 대통령은 곧 바로 팔을 걷어 부치고 현실정책 속으로 풍덩 뛰어들어야 할 처지에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시급한 것이 안보분야이며, 안보분야에서도 사드 문제는 한국의 국가생존과 직결된 사안이자 북핵, 한미동맹, 한중관계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가장 민감한 사안이다. 이런 맥락에서, 새 정부의 안보정책에 거는 전문가들의 기대감은 특별하며, 특히 새 정부가 사드 문제를 어떻게 매듭지을 지에 대한 궁금증도 크다. 

 

  중국 ‘사드 보복’의 부당성

 

  2016년 한국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중국은 한국과 한국기업들에 대해 ‘사드 보복’을 가하고 있지만, 중국의 이런 행동은 여러 가지 이유에서 한국의 안보주권에 침해이자 한미동맹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다.

 

 첫째, 지금까지 문제의 원인인 북핵을 만류하지 않은 중국이 북핵으로부터 국가와 국민을 지키려는 한국의 방어노력을 시비하는 것은 모순이자 비논리적이다. 

둘째, 사드에 반대하기 위해 중국이 제기한 주장들은 대부분 사실왜곡이나 과장에 근거한 것들이다. 중국은 사드가 중국의 안보를 위협하고 사드 레이더가 중국을 염탐한다고 주장하지만, 사드는 파괴살상용 탄두를 장착하지 않은 요격미사일인데다 사드가 수반하는 레이더는 조기경보용 전진배치모드(탐지거리 2,000km)가 아닌 추적용 종말모드(탐색거리 최대 800km)로서 중국의 군사활동을 탐지할 수 있는 장비가 아니다. 

셋째, 수백 기의 핵무기와 60개 이상의 군사위성을 운용하면서 한반도와 일본열도를 넘어 서태평양까지 탐지하는 장거리 레이더들을 보유한 군사강국 중국이 유효고도 150km 이하의 사드를 문제 삼는 것은 지나치게 일방적이다.

넷째, 중국이 일본에 배치된 2기의 미군 X-밴드 레이더에는 침묵하면서 유독 한국의 사드 레이더를 시비하는 것은 한반도에 대한 시대착오적인 종주국 마인드를 드러낸 것이라 할 수 있다.

다섯째, 중국의 사드 보복은 한미동맹 운용에 대한 부당한 개입이다. 한국에 미군의 군사력이 반입․반출되는 것은 주권국들이 서명한 한미동맹조약과 주둔군지위협정(SOFA)에 따른 것인데, 중국이 특정 군사장비의 반입을 반대하고 나서는 것을 허용한다면 미국은 전 세계에 걸친 동맹들을 어떻게 운용할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에 필자는 조선일보 3월 20일자 칼럼 “중국의 사드 보복, 美에도 강 건너 불 아니다”를 통해 미국도 중국의 부당한 ‘한국 때리기’를 중단시키는데 나서야 함을 촉구한 바가 있다.

  물론, 중국 스스로도 사드 보복의 부당성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주권국 한국에 대한 방약무인(傍若無人)에 해당하는 사드 보복을 계속하는 이유들은 매우 분명하다. 동북아 신냉전 구도 하에서 중국은 미 군사력이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의 포위망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사드에 민감한 것이며, 중국의 이러한 속내는 한국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 직후인 2016년 3월 3일 방한한 우다웨이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한국이 유럽제나 이스라엘제 방공체계 구입한다면 문제가 없다”고 말한 것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당연히, 사드를 둘러싼 한국사회의 분열상도 중국의 ‘한국 때리기’를 촉발한 하나의 이유일 것이다. 사드 배치가 결정된 지역 주민들의 지나친  반발, 이를 이용하려는 정치인들의 지역이기주의, 일부 정치인 및 전문가들의 숭중주의(崇中主義)적 중국 편들기, 한국정부의 무대응, 미국의 방관적 자세 등이 한데 어우러져 중국정부로 하여금 부담 없이 한국 때리기를 지속하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용미(用美)․득중(得中)이 새 정부 안보정책의 키워드

     

  어느 국가든 안보정책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먼저 현 안보상황에 대한 평가와 미래에 대한 예측이 선행되어야 하고, 그러한 평가와 예측을 바탕으로 정책기조를 설정해야 할 것이며, 그리고는 설정된 기조에 입각하여 분야별 또는 현안별 정책대안들을 수립해나가야 한다. 당연히, 정책기조와 구체적 정책대안들은 현 상황에 대한 평가와 미래에 대한 예측이 낙관적인가 또는 비관적인가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이다.

 

  참고로, 필자는 현재 및 미래의 안보상황을 매우 비관적으로 보는 사람이다. 한국의 안보는 강도를 더해가는 북핵 위협, 정치․군사적 강국으로 부상한 중국의 팽창주의적 압박,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한미동맹의 불확실성, 한일 안보협력이 매끄럽지 못한 가운데 노골화되고 있는 일본의 재무장, 초강대국 복귀를 꿈꾸는 러시아의 도전적 군사행보, 안보사안에서마저 극심한 찬반 논쟁이 반복되는 한국사회의 분열상, 국력 및 외교위상의 하락을 초래할 한국경제의 추락 등 일곱 가지 악재(惡材)에 포위당한 칠면초가(七面楚歌)에 처해 있다. 즉, 한국 안보는 왜소화·고립화·주변부화의 길로 들어선 누란지위(累卵之危)에 있는 상태이며, 새 정부에게는 이 추세를 반전시켜야 하는 역사적 책무가 부과되어 있다.

 

  새 정부가 이런 평가에 공감한다면, 거기에 부합하는 정책기조들이 필요할 것이다. 

첫째, 지금은 안보국방 역량을 추구함에 있어서의 정책기조는 축소지향형이 아닌 확대지향형이어야 한다. 북한이 군사력의 양적 우위를 고수하는 가운데 핵, 미사일, 화생무기 등의 비대칭 군사력을 통한 대남 압박을 지속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군사력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조정한다면 안보현실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동맹관리에도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다. 

둘째, 안보와 남북관계를 반비례적 또는 제로섬적인 관계로 보기보다는 확고한 안보를 상수(常數)로 놓고 그 위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꾀함이 옳다. 북한은 대북 햇볕정책을 표방한 김대중 정부 동안에도 제1차 연평해전을 도발했고, 개성공단․금강산 재개와  남북관계 개선을 표방한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지 5일째인 5월 14일 금년 들어 일곱 번째의 미사일 시험발사를 강행했다. 이렇듯 남북관계는 한국이 원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북한의 변덕에 따라 기복을 보이는 남북관계를 위해 안보태세를 이완시킬 수는 없다. 

셋째, 남북화해를 추구함에 있어서는 북핵 국제공조를 훼손하지 않는다는 기조가 필요하다. 즉, 정부가 남북화해를 추구한다면 국제공조를 이탈하지 않는 범위와 유엔안보리 결의를 위배하지 않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넷째, 미국과 중국을 상대함에 있어서는 등거리 외교나 일방적 편승은 위험하며, 이 보다는 동맹을 중심에 둔 상태에서 비적대적·우호적 한중관계의 유지 발전에도 최선을 다하는 ‘얼라이언스 앤드 헤징(alliance+hedging)'이 바람직한 기조일 것이다. 

 

  요컨대, 갓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가정 먼저 해야 할 일은 안보에 관한 한 보수와 진보도 없고 ‘신의 한 수’도 존재하지 않으며 다른 모든 것은 확고한 안보를 전제로 추구해야 한다는 정론(正論)이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 인정하 는 것이다. 그렇게 한다면, 지금이 한편으로는 독자능력을 함양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동맹과 우방국을 활용하여 대중 및 대러 입지도 확보해나가는 용미(用美)·용일(用日)·득중(得中)·득러(得露)의 지혜가 필요한 때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사드 문제는 새 정부 앞에 산적해 있는 안보과제 중 하나로서, 당연히 안보정론과 철저한 국익계산에 따라 처리되어야 한다.

 

  사드 문제, 안보정론과 국익계산에 따라 처리해야

 

  대선기간 중 사드 발사대 일부가 배치됐지만 배치가 완결된 것은 아니며, 이 상태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이 사드 비용 10억 달러를 부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동맹조약과 주둔군지위협정이 주한미군이 운용하는 무기와 장비들에 대한 비용은 미국이 부담하고 한국은 장비의 운용을 위한 토지 등 인프라를 제공하도록 명시하고 있음을 모르지 않을 아닐 것이기 때문에, 그 같은 발언은 한국의 안보비용 부담 증가 및 한미 FTA의 개정을 위한 협상이 예고된 상태에서 ‘기선제압’을 위한 트럼프 특유의 협상전술일 것이다. 

 이렇듯 한국이 사드 문제로 중국과 미국에 의해 협공당하는 형국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가 되기 전에 사드 배치에 반대하다가 대선기간 중에는 “차기정부에 넘겨야 한다.”고 입장을 조정했고, 대선토론을 통해서는 국회비준 절차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제 한국의 새 지도자가 된 문 대통령으로서는 어떻게든 사드 문제에 대해 결말을 지어야 할 입장에 있다.

 

  새 정부는 필자가 제시한 안보평가 및 안보기조에 동의한다면,  「안보정론-국익계산-한중관계」로 이어지는 단계적 검토에 따라 사드 관련 입장을 정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안보정론 차원에서 본다면 사드 배치는 북핵 위협으로부터 국민을 지키는 방어노력의 일환이기에 이론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적대적인 관계에 있는 상대국이 공격수단을 강화하거나 새로운 공격수단을 가질 때 그에 대한 방어를 강구하는 것은 안보주권의 문제로서 동서고금(東西古今)을 막론한 안보정론이며, 그렇게 하지 않는 나라는 없다. 위험을 해소하기 위해 상대국과의 화해를 추구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나, 그 노력은 방어수단의 강구와 병행되어야 하는 것일 뿐 방어노력을 대신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것이 안보정론이다.

 

  국익계산을 위해서는 한미동맹과 한중관계의 중요성에 대한 합리적 비교평가가 수반되어야 한다. 중국은 한국 수출의 26%를 점하는 거대 시장이고 매년 천만 명 이상의 인적교류가 이루어지는 상대국이며, 2만6천 여 개의 한국기업들이 진출하고 있는 주요 경제협력국이다. 때문에 대중관계는 그 어떤 이유로도 소홀히 다룰 수 없으며, 한국정부가 중국의 부당한 사드 보복에도 불구하고 맞대응을 자제하고 관계개선의 계기를 기다리는 소극적 자세를 견지해온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한미동맹은 안보와 경제 양면에서 사활적 영향력을 가진다. 한반도 유사시 군사개입을 통해 한국을 도와줄 수 가능성을 가진 나라는 미국이 유일하며, 동맹 건강성 및 핵우산 신뢰성의 기복, 트럼프 이후 미 동맹정책의 변화 가능성 등 제반 변수들에도 불구하고 이 사실은 불변이다. 

 

여기에 비해, 한국의 적대국인 북한과 군사동맹을 맺고 있는 중국이 한국의 생존을 위해 수행할 수 있는 역할은 제한적이다. 무엇보다도 새 정부는 북한의 비대칭 위협에 대한 억제체제를 유지함에 있어 동맹이 수행하고 있는 사활적 역할을 현실적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핵, 화생무기,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들을 앞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동맹이 제공하는 방위공약과 핵우산이 비대칭 공백을 메워주고 있음을 정확하게 인지할 필요가 있다. 국가안보를 지나치게 동맹에 의존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 아니지만, 대안을 확보하기 전까지 동맹을 활용하면서 국가안보를 도모하는 것은 한국에게 있어 불가피한 선택이다. 

 

  한미동맹이 제공하는 안정성은 한국경제를 위한 기본토양이기도 하다. 동맹이 제공하는 안정성을 바탕으로 한국은 북한의 숱한 도발에도 불구하고 경제주체로서의 국제적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었고, 미국시장은 한국 수출산업의 성장을 위한 발판이 되어 주었으며, 주한미군의 존재 그 자체로 한국이 매년 수십조 원의 국방비를 절약해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지금도 일부 경제전문가들은 동맹이 소멸되면 한국경제가 대혼란에 빠지는데 3년이 채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주식시장의 붕괴는 수 시간 내에 일어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정부가 사드 배치를 포기하는 경우 트럼프 행정부가 ‘주한미군 보호수단 부재’를 이유로 주한미군 철수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한미동맹은 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관련 발언, 사드 비용 10억 달러 발언, FBI 국장 해임, 이슬람국가(IS)의 테러음모와 관련한 국가기밀 누설 논란 등으로 연일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특히, 사드 비용 발언은 한국과의 안보비용 및 FTA 재협상을 위한 성동격서(聲東擊西)식 기선제압용 발언으로서 60여 년간 동반자의 길을 걸어온 동맹국에 어울리지 않는 저급한 협상전술이라 할 수 있다. 어쨌든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과 성격을 종합할 때, 그가 일순간 한미동맹을 뒤흔들 돌출언행을 보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요컨대, 사드 문제는 동맹을 중심에 둔 상태에서 한중관계의 유지발전을 모색하는 ‘얼라이언스 앤드 헤징’이라는 기조 하에서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때문에 새 정부로서는 전임정부의 사드 배치 합의에 대해서는 일단 이행한다는 자세를 견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드 배치를 새로이 국회비준에 부치는 문제에 있어서는 법적으로 요구되는 사안이 아니기도 하지만 정부가 스스로의 안보조치권을 제약함으로써 유사시 신속한 안보대응을 저해할 수 있음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사드 문제는 한미 간 합의이행만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비적·우호적 한중관계의 유지발전을 위해 새 정부는 중국의 양해를 득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마땅하며, 한중 전략대화를 통해 사드 문제의 향후에 대해 교감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필자는 한국정부가 북핵 문제가 해결되는 즉시 사드를 철수 할 것, 한미 간에 합의된 것은 이행할 수밖에 없지만 향후 방어수단의 추가배치가 필요할 경우 유럽제나 이스라엘제를 검토할 것, 그 전이라도 사드에 상응하는 한국제 방어무기가 개발되면 사드를 대체할 것 등의 입장들을 가지고 중국과의 대화에 나서볼 것을 권고하고자 한다. 

 

  한중관계, 장기적 안목에서 재조정해야          

 

  사드 배체에 관한 찬반이 격화되면서 제기된 주장 중에는 ‘한국정부의 외교 실패론’이 있었다. 즉, 국방부와 전문가들 사이에서 사드의 필요성에 대해 거론되기 시작한 것은 북한이 제3차 핵실험을 실시한 2013년 이후부터였지 만 이후 사드가 화두가 될 때마다 국방부가 “요청받은 적도, 협의한 적도, 합의한 적도 없다”는 3무(無) 원칙을 고수하다가 2016년 제4차 핵실험 직후 한국정부가 느닷없이 사드 배치 결정을 밝혀 중국의 심기가 상했다는 주장이다. 물론, 한국이 중국과의 충분한 사전 협의를 통해 중국정부의 자존심과 시진핑 주석의 체면을 최대한 세워주었다면 중국이 지금처럼 심한 ‘한국 때리기’에 나서지 않았을 수는 있다. 하지만, 이는 영양가가 별로 없는 단기적․미시적 분석에 지나지 않는다.

 

  중국이 근대사를 통해 서양열강들에게 나라가 찢기는 ‘치욕의 100년’을 겪으면서 중국을 세상의 중심으로 믿었던 중국인들의 자존심은 추락했다. 하지만, 지금 중국은 다시 세계 2위의 경제강국이자 군사강국으로 부상했고, 이제는 ‘구단선(九段線)·일대일로(一帶一路) 구상’을 앞세우고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현상타파 세력으로 자리매김 되고 있다. 1992년 한중수교 이후 중국이 30여 년 동안 한국에게 친절한 상대국이 되어 준 것은 한국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이 기간 동안 중국은 한국의 경제개발을 배웠고 숱한 한국기술들을 모방했으며, 수교당시 비슷했던 중국의 GDP 규모는 한국의 8배가 되었다.  

 

이런 중국이 화평굴기(和平崛起)와 유소작위(有所作爲)를 끝내고 주동작위(主動作僞)와 대국굴기(大國崛起)에 나서면서 중화질서(中華秩序)를 꿈꾸는 것은 역사적 필연이며, 중국이 한반도에 대한 과거의 종주권을 의식하면서 ‘한국 길들이기’에 나서는 것 역시 역사의 필연이자 언젠가는 드러나게 되어 있는 낭중지추(囊中之錐)와 같은 존재였다. 중국은 사드가 아니더라도 다른 사안으로 한국 길들이기에 나섰거나 나설 것이며, 이런 중국을 상대해야 하는 것은 한국에게 있어 역사적 숙명이나 다름없다.

 

  때문에 장기적 차원에서 한국은 대중(對中) 경제의존도와 인적교류를 ‘지속가능 수준’으로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 중국의 대한(對韓) 경제의존도보다 한국의 대중(對中) 의존도가 더 큰 상황에서 이러한 조정은 한국에게 더 큰 고통을 강요하겠지만, 그래도 그렇게 해야 한다. 수출의 1/4을 중국시장에 의존하는 수출산업은 점진적으로 다변화되어야 하고, 매년 800만 명 유커들의  방문에 사활을 걸고 있는 한국의 관광산업은 체질을 강화해야 한다. 

중국에 대한 과대한 기대와 목표를 줄이고 조정된 목표를 알차게 이루어나가는 방향으로 한중관계를 재조정하는 것이 한중 간 지속가능한 비적대적 우호관계를 정착시키는 길이자, 중국인들의 시대착오적인 종국국 마인드를 불식시키고 한국의 안보주권과 자존심을 지켜나가는 길이다.<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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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7년05월22일 16시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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