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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PF 부실화는 금융불안의 뇌관인가?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3년03월19일 17시10분
  • 최종수정 2023년03월18일 20시42분

작성자

  • 구찬림
  • 명지대학교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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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부동산PF의 개념>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roject Financing: 이하 ‘부동산PF’)이란 부동산개발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목적하에 개발사업의 장래 사업성과 미래의 현금 흐름을 담보로 하여 개발사업 수행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기법으로 가장 적은 자기 자본으로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을 말한다.

 

 부동산PF는 계약금 대출, 브릿지 대출 및 사업부지 매입 이후의 사업비 등을 조달하기 위한 본 PF대출 등으로 구분되며, 이때, 장래 수익에 연동되는 요소인 공사비, 분양률, 금리, 사업자의 건정성, 시공사의 신용등급이나 시공능력 등이 부동산PF사업에서 중요한 리스크 점검 요인으로 작용한다. 

 

일반적으로 부동산개발사업의 절차는 개발단계에 따라 사업의 구상, 예비타당성 분석, 부지 매입 및 인허가, 시공 및 마케팅, 분양 및 매각 등의 단계로 구분할 수 있으며, 기획단계에서 준공에 이르기까지 토지매입에 대한 위험을 포함하여 사업승인의 지연 및 불허, 미분양에 대한 불안감 등 사업의 각 단계별로 위험 요인이 산재되어 있다.

 

 이로 인해, 금융기관이 대출심사나 약정시 예상 가능한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해당 프로젝트의 수익성보다는 담보신탁과 시공사의 연대보증 및 책임준공 등을 조건으로 요구하면서 사실상 부동산PF는 담보대출의 형식으로 진행되어 왔다. 

 

부동산PF가 이러한 방식으로 진행되는 이유는 시행사의 자본력은 영세한 반면, 부동산PF 대출의 자금규모가 일반 대출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규모로 실행되는 경우가 많고, 개발사업 자체가 고수익·고위험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기관의 부동산PF 역할 변화 및 규모>

 

과거 IMF 이전에는 부동산개발사업을 할 때, 사업초기 기획단계부터 준공에 이르는 부동산개발사업의 모든 과정이 대규모 시공사에 의해 주도적으로 진행되는 구조를 가졌으나, IMF를 겪으면서 금융기관이 수익확대를 위한 신규시장 확보의 필요성이 대두됨에 따라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부동산PF는 단기간에 급속도로 확장되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는 브릿지론을 공급하는 저축은행, 본PF를 제공하는 은행, 신용보강을 제공하는 시공사가 부동산PF시장에 공급의 중요한 축으로서 기능을 담당해 왔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저축은행 사태를 거치면서 부동산PF시장 내 은행과 저축은행의 역할은 축소된 반면, 여신전문금융회사, 상호금융기관, 새마을금고 등의 PF시장 참여가 크게 확대되었고, 증권사와 부동산신탁사를 중심으로 부동산PF나 부동산PF유동화증권에 대한 신용보강이 크게 확대되기 시작했다. 

 

이처럼 국내 부동산PF와 그에 대한 신용보강 공급 주체는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과 대비해 비교적 다양해지고 있다. 우리 부동산시장은 2014년 이후부터 2022년 말까지 세계적인 저금리 기조하에서 풍부한 시중 유동성이 부동산시장으로 다량 유입되면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였고, 특히 2020년과 2021년에는 개인들에 의한 패닉바잉의 과격한 매수세까지 더해지면서 전년 대비 평균 10%를 상회하는 부동산가격 상승장을 경험한 바 있다. 

 

이렇게 부동산가격이 급상승함에 따라 부동산 시행업자 및 건설사들은 앞다투어 부동산개발사업에 뛰어들었고, 그 결과 국토교통부 부동산개발업 사업실적 현황에 의하면, 부동산개발사업 진행 건수가 2015년 1,918건에서 2021년 4,700건으로 약 245.05%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2022년 국내 건설수주 역시 229조 7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서 발표한 바 있다. 

 

이렇듯 부동산개발사업의 규모가 확대됨에 따라 부동산PF대출도 증가하여 2022년 9월말 기준 건설업 및 부동산업 기업대출 580.7조, 부동산PF대출(브리지론, 본 PF대출) 116.6조, PF유동화증권(PF-ABCP, PF-ABSTB 등) 46.8조, 그리고 사업자보증(분양보증, 임대보증금보증 등) 330.4조로 전년 동기 대비 17.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시장 변화에 따른 부동산PF대출의 부실 우려>

 

2022년 중반 이후 국내·외 경제 여건 불확실성의 영향으로 국내 부동산PF시장의 불안정성이 크게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원자재가격이 급등하고, 미국이 물가상승 억제를 위한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금리 역시 가파른 동조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국내 부동산개발사업들 상당수가 건자재 가격과 금융조달비용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경험하고 있으며, 최근 금융기관들이 부동산PF 공급 규제를 강화하면서 상당수 사업장에서 금융경색이 발생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일부 사업장에서는 시행사와 시공사 간 공사비 증액과 관련하여 갈등이 발생하고 있고, 공사미수금 총액이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은 비단 중소 규모의 시행사만의 일이 아닌 자금력이 탄탄한 대형 건설사들에게도 타격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또한, 현재 부동산PF시장의 가장 큰 위험을 초래하고 있는 것은 바로 부동산 분양시장의 급속한 냉각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지난 몇 년간 지속된 부동산가격 상승으로 작년 하반기부터 부동산가격의 고평가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초부터 금리인상이 본격화되자 구매심리가 약화되면서 분양시장이 빠르게 냉각되기 시작했다.

 

 금리인상으로 인한 금융비용의 증가로 수익성이 낮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부분의 부동산PF사업에서 최종적인 PF상환재원이 분양대금인 점을 감안할 때, 분양률이 저조할 경우 기존에 추진되어 오던 PF사업의 수익성이 더욱 악화되고, 금융기관 입장에서 PF공급이나 차환을 꺼리게 되는 요인으로도 작용하기 때문에 지금의 분양시장 냉각은 금리인상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고 있으며, 금리인상으로 금융시장을 통한 자금 확보까지 어려워짐으로써 사업시행주체와 시공사, 수신기능이 없거나 약한 PF사업 참여 금융기관(여신전문금융회사, 보험회사, 저축은행, 증권회사 등)들이 전반적으로 유동성 위기에 노출되어 있다. 

 

코로나팬데믹 시국으로 지난 수개월 동안 부동산PF사업장의 수익성이 극히 악화되어 왔기 때문에 상당수 사업장은 이미 한계에 직면해 있으며, 부동산PF시장과 금융시장은 밀접한 관계에 있는 만큼 부동산 개발사업장에서의 부실이 금융시장 불안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지난 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3월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PF대출 잔액은 2021년 100.9조를 넘긴데 이어 2022년에도 은행권 30.8조, 비은행권 85.8조로 전년 대비 약 14.7조가 증가한 116.6조로 나타났다. 이 금액은 2008년 처음 집계한 이후 최고치를 보이는 수치이다. 

 

또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부동산PF대출 연체액은 은행권 115억원, 비은행권 1조 350억원으로 연체율 또한 2021년과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를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전국적인 미분양 주택 증가와 저축은행을 비롯한 제2금융권의 부동산PF사업이 급격히 부실화될 경우, 시공사와 비은행권(증권사, 보험사, 저축은행 등)은 혹독한 구조조정을 맞이할 수도 있다. 

 

따라서, 행정당국의 경기 활성화를 위한 금리조정, 금융기관의 자기자본비율 강화 등 여러 관리 방안 등의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만일, 일부 부동산PF사업이 부실화될 경우 금융기관들의 연쇄 부실사태를 초래해 금융시장 전체에 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매우 높고, 최악의 경우 금융기관이 PF대출 취급을 기피하게 될 경우 개발사업이 지연이나 중단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PF의 부실화를 방지하기 위한 대안>

 

이러한 부동산PF의 구조를 고려할 때 부동산시장, 부동산PF시장, 금융시장이 함께 안정화돼야지만 비로소 현재의 위기가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지므로 다음과 같이 보다 포괄적인 관점에서 대책방안들을 검토·제시할 필요가 있다. 

 

첫째, 각종 부동산규제의 완화가 필요하다.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시장 내 미분양 물량이나 공사중단 물량이 누적되어 부동산가격의 추가적인 하락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시장 내 미분량 물량 누적 시, 소비자들의 부동산가격 하락 기대를 강화시켜 분양률과 분양가격의 하방 압력을 높임으로써 부동산PF 전반의 부실 가능성이 커지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미분양 물량이 누적되기 시작하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 부동산시장을 안정화시키려는 노력이 선제적으로 경주될 필요가 있다. 

 

둘째, 대출규제에 대한 추가적인 완화 조치가 필요하다. 금리가 높아지고 부동산가격의 하방 위험이 커진 상황에서 수요자가 과도한 대출을 통해 부동산을 매입할 경제적 유인이 크게 낮아진 점을 고려하여 기존의 대출규제에 대한 추가적인 완화 조치를 통해 구매 여력이 있는 경제주체들에게 부동산 구매 기회를 일정 기간 보장해 주는 방안이 필요하다. 

 

셋째, HUG, HF,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을 통해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여야 한다. 공공기관의 부동산PF 사업들이 다수 부실화했을 때 그 충격이 금융시장과 국가 경제 전반으로 전이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HUG, HF, 산업은행 등이 부실채권을 흡수할 수 있는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PF사업들이 다수 중단돼 다량의 부실채권이 발생하여 효율적으로 채무조정이 이뤄지지 못한다면 금융시장의 정상적인 금융공급기능을 제약해 경제 전반에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사업 초기 브릿지론 실행단계에서 부실화된 사업장의 경우 시장에서 소화되지 않은 토지 등을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운영하고 있는 ‘토지은행사업’ 을 통해 신속히 매입함으로써 PF부실에 따른 금융시장으로의 파장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고민해 볼 만하다.

 또한 사업중단 또는 미준공 물량을 정부 차원의 공적 매입 프로그램을 통해 흡수한 뒤, 정부가 예정한 사업목적에 맞춰 시장에 공급하는 방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넷째, 정책당국과 시장참여자가 협력하여 시장의 불확실성을 완화하는 노력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  2013년 이후 사업다각화와 수익성 제고를 위해 부동산PF대출 및 유동화가 큰폭으로 증가한 비은행권들은 미국의 SVB파산으로 일시적인 유동성 경색이 우려되는 바, 관련 정상 기업과 금융기관의 신용리스크로 전이되지 않도록 정책당국과 시장참여자가 협력하여 단기유동성 공급 등을 통해 시장의 불확실성을 완화하는 노력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금융기관 등은 경쟁적 자금회수를 자제하는 한편, 대손충당금 적립 확대 및 자본 확충 등을 통해 부실확대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향후 부동산PF의 방향>

 

오늘날 부동산개발은 대규모 자금의 확보가 필요하며, 사업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서는 개발과 금융의 결합은 선택이 아닌 필수요소가 되었다. 부동산PF사업은 기본적으로 변동성이 큰 고위험·고수익사업으로서 부동산경기 호황시에는 투입자본 대비 고수익을 창출할 수 있으나, 거시경제 전반에 대한 불확실성, 정부 정책 변화, 인허가 과정에서의 돌발변수 등에 다양한 위험 요소들이 내재하고 있다. 

 

이러한 ‘HIGH RISK, HIGH RETURN’ 사업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일정 규모 이상의 자본력을 갖춘 사업 참여주체들 간 적절한 위험과 수익의 배분 구조가 필요하다. 특히 부동산금융시장의 전문화·고도화로 부동산PF사업에 대한 규모가 대형화되는 추세에 따라서 사업 참여주체들의 자본력을 통해 사고 발생 위험을 사전적으로 최소화하는 한편, 실제 손실 발생시 이를 1차적으로 사업 참여주체들이 부담함으로써 사업부실의 효과가 금융시장 전반으로 파급되는 것을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부동산시장 안정화를 위해서는 정부의 과도한 인위적 개입보다는 시장의 본래 기능에 의해 문제가 해소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전국에서 진행되어 온 PF사업들을 통해 공급이 예정된 물량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므로 정부의 과도한 개입보다는 시장기능의 회복을 통해 물량을 흡수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현재 시장의 정상적 기능을 저해하고 있는 각종 부동산 거래 및 보유규제에 대한 완화 및 개선 조치가 이뤄지고는 있으나 이미 부동산시장이 냉각기로 접어든 상태에서 추가적으로 부동산 호황기에 도입된 각종 부동산거래제한, 지구 및 지역의 인허가 그리고 분양가상한제 등에 대한 신속한 개선이 필요하다.

 

 아울러 거시경제 안정화 측면에서 부동산개발사업과 건설산업의 구조 개선을 통해, 부동산PF사업의 추진방식을 보다 안정적인 형태로 변화시켜 나가는 것에 대한 고민도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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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 2023년03월18일 20시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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