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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의 역할 재정립하고 지방분권하자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7년07월03일 10시12분
  • 최종수정 2017년07월03일 14시47분

작성자

  • 박진
  •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메타정보

  • 26

본문


1. 재정역할의 재정립: 정부가 더 할 일, 그만 할 일

 

재정이 해야 할 일과 그만 할 일을 구분해야 한다. 수십만 가지의 정부기능은 대체로 사회통합, 질서유지, 정부내 조정기능, 경제기능의 네 가지로 분류된다.<Clark & Dear (1984), 김윤권 (2013)에서 용어를 바꾸어 재인용 (김윤권, 정부조직개편의 로직과 기능별 개편전략, 한국행정학보 제47권 제3호,  2013 / Clark, G. and Dear, M. State Apparatus: Structures and Languages of Legitimacy, Boston: Allen & Unwin, 1984.)>이 중 재정은 무엇을 더 해야 하고, 무엇을 그만 해야 할까.

 

먼저 사회통합기능은 교육, 복지, 환경 등 사회적 형평성과 국민행복을 제고하는 기능이다. 우리의 형평성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중 나쁜 편은 아니다. 문제는 형평성을 위한 재정의 역할이 OECD 최하위 수준이란 점이다. 사실 19%의 조세부담률로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엔 한계가 있다. 아울러 미세먼지, 여가활용 등 국민행복과 관련된 정부역할도 확대되어야 한다. 재정의 사회통합기능은 강화되어야 한다.

 

둘째, 질서유지 기능은 국방, 경찰, 소방 등 사회질서와 안전을 유지하는 기능이다. 우리의 치안은 세계적 수준이다. 그러나 여전히 위생, 환경, 교통 등 사소한 범법행위는 만연하며 국민안전 위해사례도 빈발한다. 잘 단속되지 않거나, 걸려도 손해가 별로 없다면 범법행위는 늘어난다. 질서유지를 위해선 교육과 함께 단속강화를 위한 재정의 역할이 강화되어야 한다. 법은 지킬수록 손해라는 인식으론 선진국 되기 어렵다. 서민배려는 필요하나 범법행위까지 눈 감아 주는 건 옳지 않다. 재정의 질서유지 기능은 강화되어야 한다.

 

셋째, 정부내 조정기능은 정부가 스스로를 관리하는 기능이다.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부처간 정책조정 역량이다. 중요한 의사결정에는 늘 부처 간 이견이 있게 마련인데 이를 잘 조율해 내지 못하면 정부는 늘 현상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 현상유지만 하는 국가에는 발전이 없다. 정책조정, 정부개혁, 재정성과평가 등 정부의 조정기능은 더욱 강화되어야 하며 재정은 이를 뒷받침 해야 한다.

 

넷째, 경제기능은 민간 기업을 지원하거나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 건설을 발주하는 기능이다. 산업부, 미래부, 농림부, 국토부, 해양부, 중소기업청의 주 업무다. 모두 기업에 돈을 쓴다는 공통점이 있다. 우리 정부가 가장 열심히 하는 기능이기도 하다. 경제기능은 정부에 즐거움을 준다. 누구에게 돈을 줄까 고르는 일은 힘의 원천이다. 퇴임 후 갈 자리도 마련된다. 경제 살린다는 명분까지 있다. 그 결과 기업지원은 과잉이 되어 민간 활력을 저하시키고 있다. 대우조선 사태는 그 단면이다.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 역시 전반적 과잉투자 상태다. 재정의 경제기능은 크게 축소되어야 한다. 그러나 경기침체기엔 경기부양을 위해 오히려 경제기능 예산이 증가하게 된다. 재정확대 방법으론 기업지원과 사회간접자본 건설이 제일 쉽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우리 재정은 경제기능은 줄이고 사회통합, 질서유지, 조정기능은 강화해야 한다.<주 : 이러한 점에서 경찰과 소방인력 증원은 타당성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공공기관 기능은 경제기능이 많아 증원의 타당성이 떨어진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쉽지 않다. 생산기능에 비해 나머지 기능은 별로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국민통합 위해 사회보장 늘려 봐야 고맙다고 찾아오는 사람도 없다. 질서유지 위해 열심히 범법행위 단속하면 서민 괴롭힌다고 비난 받는다. 부처간 정책조정을 열심히 하면 타 부처와 갈등이 빚어진다. 그러다 보니 정부는 기업에 돈 주는 경제기능에 몰두해 왔다. 예산의 기능별 구성을 보면, 우리의 경제기능은 OECD 평균보다 현저히 높은 반면 사회통합기능은 크게 낮은 수준이다. 예산 구조개혁의 핵심은 경제예산의 축소이다.

 

2. 재정도 지방분권 해야 한다.

 

지출분권: 포괄보조금제 제대로 시행하자

 

현재 우리나라의 국고보조금 제도는 사업별로 용도가 칸막이 쳐 있다. 배정된 보조금이 좀 남는 사업과 모자라는 사업이 있어도 이들 간에 전용이 허용되어 있지 않다. 예산이 남아도 억지로 예산을 소진하는 것이 관행이다. 지자체에 보조금 총액을 주고 그 안에서는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사용토록 하는 포괄보조금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현재에도 지역발전회계에 일부 도입되어 있기는 하나 형식적이며 여전히 각 부처별 심의가 벽으로 존재하고 있다. 이 경우 각 중앙부처별로 총액을 설정하는 것이 현실적일 것으로 생각된다. 

 

지방정부가 포괄보조금의 범위 내에서 각 사업별로 일정 비율 안에서의 자율성을 갖는 방안을 제안한다. 예컨대 각 사업별로 배정된 예산의 최소한 50%는 쓰도록 하고, 이를 통해 절감한 예산을 다른 사업으로 전용하여 다른 사업은 최대한 150%까지 증액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이 자율폭을 폐지하는 방향으로 진화해야 한다. 단 포괄보조금 예외사업을 기획재정부가 설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예컨대 A부처의 10개 사업 중 8개 사업은 포괄적으로 묶되 2개 사업은 중앙정부가 배정된 예산을 그대로 지켜야 하는 방식이다.

 

궁극적으로는 부처간 칸막이도 없애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B지자체에 주어지는 모든 국고보조금을 하나의 주머니로 통합하고 그 안에서 자유롭게 지자체가 용처를 결정하는 것이다. 이 때 위에서 설명한 일정한 자율폭을 설정토록 하고 포괄보조금 예외사업을 인정토록 하면 얼마든지 전 부처 포괄보조금제를 도입할 수 있다. 이러한 개혁이 어려운 것은 중앙 부처내 각 과별로 자신의 사업의 유지하기 위한 이기주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호주는 90개가 넘는 국고보조금 항목을 5개로 대폭 축소하는 개혁을 2008년에 성사시켜 큰 성공을 경험한 바 있다.<파이낸셜뉴스 (2016.9.29.)> 

 

지자체의 역량부족이 자율 확대의 걸림돌로 제기되는데 자율 없이 역량이 커나갈 수 없다. 자율부여가 우선이다. 물론 자율에 대한 책무도 명확히 해야 한다. 문제 지자체의 자율권은 박탈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위의 포괄보조금 제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중앙과 지방의 역할분담이 명확해야 한다. “최근의 누리과정, 청년수당 논란도 포괄보조금제를 도입하고 지방이 그 안에서 알아서 쓰도록 하면 문제가 해결된다. 노동개혁 등 국가적 개혁이 쉽지 않은데 각 지방자치단체마다 알아서 하면 어떨까? 미국은 주마다 최저임금, 정리해고 통보 시점이 다르다.”

 

수입분권: 지역간 차등 공동법인세 도입하자

 

지출의 자율성보다 더 근본적인 것은 지방의 세입 자립이다. 수입의 자율성을 얻으면 지출의 자율성은 저절로 달성되기 때문이다. 지방세의 확대가 필요하다. 현재 국세와 지방세의 세수 비중은 약 78 : 22의 수준에서 크게 변화하지 않고 있다. 반면 지방교부세 등을 통해 지방으로 이전되는 재원 포함시 총 조세수입의 약 62%를 지방정부가 사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더구나 중앙정부는 세수가 부족한 지자체에게 더 지원을 해주고 있다. 지자체로서는 지역내 유권자들로부터 세금을 걷기 보다는 중앙정부에게 손을 벌리는 것이 편한 상황이다. 필요한 돈을 중앙정부에서 대부분 부담해 주는 상황에서는 지방자치단체가 책무성을 갖기 어렵다. 지방자치가 제 모습을 찾기 위해서 지방세의 비중은 중장기적으로 40% 수준으로 확충되어야 한다. 정부가 세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구조에서 지방정부의 재정자립도는 2014년까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추세이다. 2015년 이후 반등하고는 있으나 2016년 현재 여전히 52.5%에 머물러 2009년 수준에도 미달하고 있다. 이와 같이 자율도 책임도 없는 지방자치단체로는 우리의 미래는 없다.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립을 향상시키면 지자체간 불균형이 심화된다는 부작용이 생긴다. 수도권의 인구와 GRP 비중은 20년 전에 비해 지속적으로 올라가고 있다. 수도권으로의 집중현상은 경제발전 초기에는 집적효과로 인한 효율성 등 긍정적인 측면이 컸다. 그러나 이제는 수도권 집중으로 인해 주택, 일자리, 교통, 환경 등 부정적인 측면이 더 부각되고 있다. 불균형 발전으로 인한 지방의 소외감도 커지고 있다. 2015년 기준 수도권은 전 인구의 50%를 차지하나 상장 기업수는 70%, 그 시가총액은 84%에 달한다. 지역간 불균형도 커지고 있다. 광역별 재정자립도는 20~80%로 큰 편차가 난다. 생산기반을 뜻하는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에서 울산은 대구의 3배가 넘는다. 경기, 충남처럼 GRDP 성장률이 2010년 이후 늘 전국 평균을 상회한 곳이 있는 반면 경남처럼 늘 하회한 곳도 있다. 어떻게 하면 지자체의 재정자립을 강화하면서 불균형도 줄일 수 있을까?

 

중앙과 지방정부간 차등공동세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주:광역단체와 기초단체간의 공동세도 있다. 최근 법인지방소득세를 기초단체로 귀속시키던 현 제도를 기초와 광역간 공동세로 전환하려는 정책을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공동세는 중앙과 지방정부가 세수를 일정 비율로 나눠 갖는 제도이다. 예컨대 독일은 부가가치세, 소득세, 법인세를 공동세 대상으로 하고 있다. 우리는 특히 법인세를 공동세로 할 것을 제안한다. 이렇게 되면 기업유치를 위한 지방정부의 노력은 가속화 될 것이며 지방정부간 경쟁도 강화될 것이다. 이 경우 기존에 기업이 많은 수도권의 세수는 대폭 늘어나는 반면 지방의 세수는 큰 변동이 없어 지역 간 재정력의 불균형이 더 커지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공동법인세로 인한 지역간 재정불균형 확대를 막기 위해서는 중앙과 지방의 배분율을 지역에 따라 차등을 두어야 한다. 수도권 등에는 지방정부에 대한 배분율을 낮추고 낙후지역일수록 그 배분율을 높이는 정책이다. 이렇게 되면 법인세를 공동세로 전환할 때 발생하는 재정불균형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이러한 지역별 차등을 가능케 하는 법적인 기반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와 함께 법인세의 지역별 차등적용도 검토해야 한다. 수도권 등에는 법인세를 높게 부과하고 낙후지역에는 낮게 부과하여 기업입지로서 지방의 매력을 강화시켜 주자는 것이다. 이는 법인세 자체를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감면율을 차등하는 방식으로 실행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은 2007년 노무현 정부의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서  검토한 바 있었다. 당시 법안은 기초단체를 발전도에 따라 4개 그룹으로 분류하여 각각 0%, 30%, 50%, 70%의 법인세액 감면율을 적용한다는 것이었다. 현재도 지방소재 중소기업에게는 법인세 특별감면제도가 있는데 이를 세분화 하고 모든 기업에게 확대하는 의미가 있었다. 그러난 당시 수도권 국회의원의 반대로 법안이 통과되지는 못했다. 단 법인세를 공동세로 할 경우 지역별 차등감면은 중앙정부 귀속분에 대해 적용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아래 그림처럼 낙후지역에서는 법인세가 낮은데 그 대부분을 지방정부가 갖게 될 것이나 수도권에서는 높은 법인세의 대부분을 중앙정부가 갖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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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지역별 감면확대는 전반적인 법인세수 감소를 초래할 것이다. 2007년 추진시에도 약 5천억원의 세수감소를 예상한 바 있었다. 이를 위해 법인세를 전반적으로 상향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주:이론적으론 실체 없는 법인에 과세하기 보다는 직접 주주에 과세하는 게 맞다. 즉 자본과세를 강화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주주의 배당소득과 주식매매차익 과세를 강화해야 한다. 그러나 기업주가 주주권 이상의 이득을 보는 경우가 많아 주주과세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논리도 힘을 얻는다.>

이렇게 되면 수도권 소재 기업의 법인세는 증가하게 되나 낙후지역 기업의 실효 법인세는 감소한다. 법인세를 높이면 기업이 해외로 나간다고 반대하는데 위 방식대로 하면 외국이 아니라 우리 지방으로 이전하게 된다. 이상의 제도는 지방교부세의 필요성을 크게 약화시킨다. 대폭적인 인하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결론적으로, 법인세를 인상하면서 지역별로 차등감면하자. 그리고 법인세를 중앙-지방 공동세로 하면서 지역별로 차등배분하자. 그러면 수도권 소재 기업은 지금보다 법인세 부담이 늘어나지만 세수의 대부분을 중앙정부가 챙기게 된다. 낙후지역은 중앙 몫의 법인세를 크게 감면 받아 기업의 법인세 부담이 감소한다. 그 결과 기업이 유치되면 그 세수는 대부분 지방정부 몫이 된다. 크게 보아 수도권 소재 기업이 손해를 보는 대신 낙후지자체가 이득을 얻는 개혁이 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중앙정부와 수도권의 양보가 관건이다.

 

※ 이 글의 일부는 지난 2016년1월7일, 2016년7월13일,2017년2월8일,2017년3월1일자 한국일보에 기고한 칼럼을 바탕으로 수정한 것으로, 지난 5월31일 건전재정포럼-한국재정학회 정책토론회 토론문 내용임을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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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7년07월03일 10시12분
  • 최종수정 2017년07월03일 14시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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