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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2년차 맞는 마크롱 정부의 개혁과제 <2>공공서비스 및 헌법개정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8년05월21일 17시30분
  • 최종수정 2018년05월22일 10시51분

작성자

  • 신용대
  • 국가미래연구원 연구위원, 前 건국대학교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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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집권 2년차로 접어드는 마크롱 정부는 전방위적이며 또한 동시다발적으로 개혁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프랑스 국민들의 입장에서 개혁 피로감이 누적되고 있지만, 마크롱 정부는 개혁을 통해서 프랑스 사회에 오랜 기간 자리 잡고 있는 사회적 파트너로서의 노동조합이 주창하는 자주관리의 틀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또한 지난 30년 동안 프랑스 개혁을 막아온 모든 사회분야에 존재하는 기득권이라는 벽도 허물고자 한다. 마크롱 정부가 프랑스 사회가 금기시 하는 개혁과제들을 도전적으로 추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개혁을 통해서 그동안 경제의 침체에 따른 실업의 만연, 재정수지의 지속적 악화에도 GDP대비 55%에 이르는 공공부문의 확대 등 대내적인 요인을 개선하여 경제를 활성화하고자 함에 있다. 또한 EU안에서 프랑스의 입지를 강화하여 유럽의 개혁을 위한 프로젝트를 주도적으로 추진하려는 큰 그림도 그리고 있다. 

 

경제 활성화 뒷받침할 공공투자 촉진과 재정건전화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해 상하양원 합동회의에서의 취임연설을 통해 개혁의지를 밝힌 이후, 7월초 하원에 이어 8월 상원을 통과한 수권법(loi d'habitation)에 따른 법률명령(ordonnance)으로 공공투자 계획, 재정 건전화를 위한 세제개정 등과 함께 노동시장 개혁을 위한 노동법 개정(News Insight 2017년 12월 18일자) 등 발 빠른 개혁을 추진하여 왔다. 

 

새로운 공공투자계획과 재정건전화를 위한 세제개정 등의 추진 내용은 아래와 같다. 

 

첫째, 미래의 경제와 환경전환을 가능하게 하는 투자를 촉진한다. 필립(M. Edouard Philippe) 총리가 발표(2017년 9월 25일)한 "2018-2022 투자계획"에 나타난 마크롱 정부의 공공투자계획은 임기 5년 동안 총 570억 유로(당초 500억 유로) 규모이다. 공공투자계획을 입안한 마크롱 대통령의 정책고문으로 경제계획청 장관을 지낸 피자니 페리(Pisani-Ferry)는 공공투자계획이 기본적으로 공급측면을 중시하지만 수요효과도 고려하고 있음을 강조한다. 현재의 저금리를 활용하여 투자확대, 세출삭감과 성장촉진을 도모한다. 1980년대 영국의 대처방식의 개혁 보다는 "스칸디나비아 모델"을 목표로 한다. 즉, 투자촉진을 통해서 노동 및 인적자원의 개발을 촉진하고, 난립한 연금제도를 통합하여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고용 안정성의 보장(flexisecurity)을 강조 한다. 공공투자는 ①친환경적 전환 가속화(약 200억 유로), ②청소년 직업훈련과 고용증진(약 150억 유로), ③혁신과 경쟁력향상(약 130억 유로), ④디지털정부 구축(약 90억 유로) 등 4대 사업에 중점을 둔다. 이번 투자계획은 두 명의 전임 대통령이 10년 동안 추진한 미래 투자계획에 비해 기간은 절반, 투자액은 약 1.2배(+100억 유로), 연평균 투자액은 2.4배 등 투자속도가 빠르고 강도가 매우 높다. 마크롱 정부가 임기 5년간 연평균 114억 유로(약 155조 원)를 투자하여 4차 산업혁명시대에 부응하는 21세기형 프랑스 경제·사회 건설을 위한 야심찬 계획이라는 평가다. 개혁과 혁신의지를 반영한 상징적 투자계획이라 할 수 있다. 동시에 200억 유로의 대폭적인 감세를 추진하여 경제 활성화를 뒷받침한다. 

 

둘째, 재정 건전화의 추진이다. 마크롱 정부는 향후 5년 임기동안 엄격한 세출억제를 통해서 재정건전화를 달성할 계획이다. 지난 해 9월 27일 필립 총리는 "2018년 예산법안"에서 재정수지 적자를 2017년 GDP대비 3%이내 유지(-2.9%), 2018년 -2.6%, 2022년에 재정균형(-0.2%)을 이룬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한 임기 5년간 누적채무 잔고를 GDP대비 약 5% 낮추고, 세출 GDP대비 약 3% 축소 및 국민부담률을 약 1% 낮추는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아울러 12만 명의 공무원을 감축하고 사회보장의 근본적인 개혁(연금, 의료보험 및 실업보험)을 통한 재정 건전화 달성을 계획하고 있다. 프랑스는 1974년 이후 재정적자가 지속되어 왔으며, 특히 2008년부터 재정수지 적자폭이 EU의 재정규율에서 요구하는 GDP대비 3%를 초과하여 왔다. 마크롱 정부의 계획대로 재정이 건전화 된다면, 프랑스는 거의 반세기만에 균형재정에 접근하게 된다. 마크롱 대통령 임기 5년 동안 세출규모는 GDP대비 3%의 축소를 도모하는데, 전망치는 600억 유로에 이른다. 사회보장관계에서 250억 유로, 지방자치단체에서 100억 유로, 정부부문에서 250억 유로가 줄어들게 된다.

 

필립 총리는 지난 해 7월 초 재정연설에서 사회모델의 혁신을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절약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다만 마크롱 정부는 전임자인 사르코지와 올랑드 대통령이 임기초기 증세를 추진하여 왔던 것과는 달리, 국방비, 치안대책, 외교, 개발원조, 문화 및 교육 등 전략부문까지도 포함하여 불요불급한 세출을 삭감하고 세제개혁을 5년 임기동안 순차적으로 추진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재정건전화계획은 기업의 성장과 고용 촉진, 가계의 구매력 향상을 위한 세제 개혁에 초점을 맞추어 추진되고 있다(세제개혁 내용은 News Insight 2017년 12월 18일자 및 아래 <표1>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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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삭감 등 공공서비스의 개혁 

 

마크롱 정부는 임기가 끝나는 2022년까지 공무원 12만 명을 감축한다고 약속하고 있다. 이미 2011~15년 올랑드 정부시절부터 공무원 수가 동결되어 왔지만, 프랑스 공공부문은 현업 부서인 국영기업을 포함하면 국영부문 고용자수는 540만 명에 이른다. 1,000명당 공무원 수는 88.5명으로 영국 79.4명, 벨기에 75.4명을 능가한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미 경제장관 시절부터 공공 서비스가 현상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음을 언급해 왔다. 마크롱 대통령은 공무원제도의 현대화와 단순화를 이루려는 의지는 매우 확고하다. 사용자단체인 MEDEF(프랑스기업운동)도 공공서비스부문의 체계적이며 신속한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그동안 역대 정부들도 노동법 개정의 경우 절차상 사회적 파트너인 노동조합과 논의 과정을 거치면서 개혁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각종 복지제도를 포함하여 실질적인 개혁에는 결국 이르지 못하였다. 하지만 마크롱 정부는 공무원 제도개혁에 한해서는 사회적 파트너에 협의를 요청하기 전에, 모든 것을 정부가 결정하는 결단을 단행했다. 2017년 10월에는 "2022년 공공서비스 행동위원회"를 발족시키고 공공서비스 전체의 기능과 재정에 대해 근본적 재검토에 착수했다. 공무원의 신분, 희망퇴직, 계약제, 촉탁, 임시직, 봉급 등이 망라되어 검토되고 있다. 지난 해 11월부터 서비스 제공기관과 이용자의 의견 청취에 해당하는 공공 서비스포럼을 발족시켜 여론을 수렴하고 있다. 

 

이와 같은 마크롱 정부의 공공서비스 부문 개혁은 노동법 개정, 국철개혁 등과 맞물려 노동조합의 반대에 부딪쳐 2018년 2월 초, 9개 노동조합 중 6개 노동조합이 반대를 표명하였고, 3월 22일에는 파업과 시위가 전국 180곳에서 전개되고 참가자는 프랑스노동총동맹(CGT) 발표 50만 명, 내무부 발표 32.3만 명에 달했다. 국철개혁 반대에는 철도원이 중심이 되어 4월 이후 매주 2회 이상 파업이 진행 중에 있다. 5월 1일 노동절 파업에는 프랑스 전역에서 CGT 추산 21만 명, 내무부 추산 14만 명이 참여하였다. 6월말까지 파업이 계속될 분위기이다. 그러나 Black Bloc과 같은 극좌무정부주의단체의 폭력이 가미된 시위로 파업에 대한 여론의 호응은 크지 않으며, 극좌에서 극우에 이르기까지 모든 정치인들도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편 공공서비스부문의 개혁은 기득권층이라 할 수 있는 프랑스의 초엘리트주의를 상징하는 직업적인 관료제도의 개혁이라는 점에서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엘리트관료는 전문대학원인 국립행정학원(ENA, École nationale d'administration) 등 그랑제콜(Grands Écoles)을 거치는데, 이들은 관료로서 뿐만 아니라 국영기업이나 대기업, 투자은행 등에서도 존재감이 확실하다. 마크롱 대통령은 공약한 행정서비스에 대한 국민의 요구에 더욱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서, 공무원 채용방식을 전환하는 등 공공서비스의 문호개방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행정서비스 분야에도 세계화와 시장논리의 필요성이 더욱 강해지는 가운데, 엘리트에 대한 믿음이 확고한 프랑스 공공서비스부문을 비즈니스 감각을 지닌 전직 고위관료이며 투자은행가 경력의 마크롱 대통령이 어떻게 특유의 지도력을 발휘하면서 개혁을 이끌지 주목된다. 

 

의회 개혁과 정치·사법 민주화를 위한 일부 헌법 개정

 

마크롱 대통령은 의회의 개혁과 정치·사법의 민주화를 목표로 헌법의 일부 개정을 추진한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하원의 의석수를 현재의 577석에서 400석으로 줄이며, 그 중 100석을 비례대표제로 선정한다. ②상원의 의석수를 현재 348석에서 240석으로 줄인다. ③각급 의원, 시장 등 선거에 의한 선출직의 경우 공직겸임을 규제한다. ④의사진행절차의 신속화를 위해 법안심의 독회를 2회에서 1회로 제한한다. ⑤사법부의 독립을 위해 검사 임명에 고등사법평의회(CSM, Conseil Superieur de la Magistrature)의 역할을 강화하고, 공화국법원(CJR, Cour de justice de la République)은 폐지한다. 후자는 국무위원의 직무상 행위에 대한 형사책임을 제기할 수 있는 판사에 상·하원의 의원이 참여하는 사법기관(헌법 제68-1조)으로, 이를 폐지하고 보통법 관할에 두는 것 등이다.

 

하지만 헌법 개정은 쉽지만은 않다. ①항의 하원 의석수 감소에 대해, 여당 하원의장 프랑수아 드 뤼지(François de Rugy)는 비례대표제로 선출하는 의원을 전체의석의 30%, 120석까지 늘릴 수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야당인 공화당의 라르세(Gérard Larcher) 상원의장은 15%, 60석을 제안한다. ②항의 상원의 의석수 감축에 대해서도 라르세 의장은 264석을 주장하여, 마크롱 대통령이 제안한 240석보다 24석이 많다. ③항의 선출직의 공직겸임 규제안에 대해서도 라르세 의장은 당분간 반대 입장이다. ④항의 의사진행절차의 신속화를 위해 독회 제한에 대해서도 라르세 의장은 반대한다. 역으로 라르세 의장은 행정부의 장관수를 20명으로 줄일 것을 제안한다. 협상결과에 따라 앞으로 변화가 예상되는 부분이다.

 

마크롱 대통령의 개헌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어려움은 하원과는 달리 상원에서 지지기반이 약하다는 점이다. 지난 해 9월에 프랑스 상원의 절반 개선 선거에서 마크롱 대통령의 여당인 공화국전진(LRM)은 의미 있는 결과를 얻지 못하였다. 선거前 상원 전체의석 348석 중 마크롱 대통령 지지의석은 29석에서 21석으로 줄어들어 다른 지지의석을 더해도 28석에 그치는 결과에 머물렀다. 같은 해 6월 총선에서는 577석 중 310석을 차지하여 다른 중도세력을 포함하여 350석으로 하원을 압도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패배이유는 직접선거인 하원과 달리 상원의 경우는 15만 명의 선거인단(grands électeurs)에 의한 간접선거 방식이며, 선거인단의 대다수가 지방의원이어서 전통적으로 공화당 등 우파가 강하다. 또한 정치적으로는 긴축재정으로의 전환과 노동시장 개혁의 가속화로 마크롱 정부의 개혁에 대한 반발을 초래한 결과다. 노동법 개정은 당시 국민의 60%가 반대하고 있었지만, 지난 해 9월에 노동법이 법제화되면서 여론은 마크롱 대통령의 개혁추진에 신뢰를 보였으나 선거가 치러진 이후였다. 

 

향후 마크롱 대통령이 헌법 개정을 실현하기 위한 절차에는 다음의 3가지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첫째, 헌법 제87조에서는 상하 양원에서 동일한 법안을 채택한 이후 국민투표로 확정하는 방식이다. 둘째, 베르사유 궁전에 소집된 상하 양원 합동의 연방의회(Congrès du Parlement français)에서 5분의 3 이상의 찬성(555표)으로 채택하는 방식으로, 국민투표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이상 두개의 시나리오는 현재 마크롱 지지의석이 상·하원 모두 합쳐서 378에 불과하기 때문에 실현가능성이 매우 낮다. 셋째, 헌법 제11조 국민투표 규정에 따라 직접 국민투표를 실시하는 방법이다. 드골이 1962년과 1969년에 이 방식을 채택하였지만, 프랑스 헌법학자 가운데는 위헌이라는 주장도 있다. 

 

마크롱 정부는 오는 7월 말까지 개헌을 완료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서는 야당이 지배하는 상원에서 최대의석을 가진 공화당과의 협력이 필요하다. 공화당 출신의 라르세 상원의장은 反회의회주의와 포퓰리즘에 굴복하지 않는다고 역설하지만, 헙법 개정에 대해서는 회의의 역할과 지방의 약화를 우려해 신중한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과연 마크롱 대통령은 이미 시행중인 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의 겸직 금지에 이어, 연임 제한(3회로 제한), 상·하원 의석수 축소 및  비례대표제 도입 등 정치지형의 변화를 가져올 변화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며, 야당이 지배하는 상원을 어떻게 설득하여 개현을 이루어 낼지 궁금하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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