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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민정책(爲民政策)의 세 가지 기준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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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8년06월25일 17시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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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개월 민생과 관련된 정책들을 검토할 기회가 있었다. 백면서생으로 교과서만 읽던 나에게는 실제 민생을 위해 사용되었거나 추진되고 있는 정책들을 보고 평가하면서 과연 어떤 정책이 ‘위민정책’인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 좋은 계기였다. 오늘은 이에 대해 몇 자 적고자 한다. 

 

첫째, 균형이다. 모든 정책에는 편익이 있으면 비용이 따르기 마련이다. 아무리 의도가 좋은 정책이지만 부작용이 크다면 안 하거나 재고(再考)를 해보아야 한다. 대표적인 것들이 최저임금제도와 반값등록금이다.

 

 최저임금제도는 저소득층의 소득을 올려 소득을 재분배하고 증가한 소득이 소비를 늘려 성장을 유도할 것이라는 의도로 도입된 정책이다. 가격이 오를 때 수요가 줄어드는 것은 경제학에서 몇 안 되는 원칙중 하나이다. 임금도 경제학에서는 가격이니 가격이 오르면 노동수요가 줄기 마련이다. 실제 최근 나타나는 통계치를 보더라도 최저임금 인상 대상이 되는 근로자가 많은 도소매 및 숙박업에서 고용자 수가 대폭 줄었다. 

 

 대학등록금은 2008년까지 가파르게 올랐고 이는 가계에 적지 않은 부담을 주었다. 가계 부담 완화를 위해 2008년부터 ‘반값 등록금’이라는 정책이 시행되었고 그 결과 반값등록금 수혜율은 2012년 3%이던 것이 2018년 28%로 증가했다. 당연히 가계의 살림살이에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결과로 대학의 경쟁력은 바닥으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2000년까지만 해도 국민 1인당 GDP대비 대학생 1인당 교육비 비율은 40%로 42%인 OECD와 비슷했으나 2014년에는 동 비율이 28%로 감소해 OECD 평균인 40%에 훨씬 못 미치게 되었고 그 결과 IMD 대학교육경쟁력은 2011년 59개국 중 39등에서 2017년 63개중 53등으로 떨어졌다. 의도와는 달리 최저임금제 도입으로 오히려 도움을 주려한 계층이 크게 피해를 입고 반값등록금으로 인해 대학의 경쟁력이 급락했다면 이들 정책에 대해서는 비용 측면을 먼저 면밀히 따져보고 추진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둘째. 연속성이다. 정권에 관계없이 좋은 정책은 지속되는 것이 국가의 생산성과 신뢰도를 높인다. 연속성이 결여된 대표적인 정책들을 꼽으라면 MB 정부 때의 녹색성장, 박근혜정부 때의 혁신성장을 든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연속성이 없는 정책사례들은 많은 부문에서 만연되어 있다. 언론에 거의 언급되지 않아 국민들에게는 낮설겠지만 복지정책도 그 중 하나다.

 

 복지정책은 사실 2000년 이후부터 강조되어온 분야이기 때문에 어느 분야보다 정책의 일관성이 유지되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복지부문도 새로운 접근이 시도되었다. 지난 정부 때는 읍·면·동을 복지허브화 주체로 삼고 이를 통해 찾아가는 복지서비스를 하겠다는 정책인 일명 ‘읍·면·동복지허브화 정책’을 추구했다. 실질적으로 2016년까지 1,150개 읍·면·동에  복지허브화를 위한 조직이 구축되었다. 이번 정부에서는 이것이 복지뿐만 아니라 지역 맞춤형 공공재를 읍·면·동 주민자지회를 중심으로 제공하는 것인 핵심인  ‘혁신읍·면·동’ 정책으로 바뀌었다. 사업이 바뀌면서 담당 부처도 보건복지부에서 행자부로 바뀌었고 이를 전담할 읍·면·동 조직도 향후 개편되어야 할 것이다. 

 

지난 3 년여 간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져 이제 겨우 자리매김하고 있는 조직을 복지뿐만 아니라 지역공공재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도록 확대 개편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겨우 한 팀이 되어 일을 하려하는데 조직의 체계와 주도 집단이 바뀐다면 이런 조직이 아무런 삐걱거림 없이 잘 운영되겠는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런 일은 되풀이 되고 있다. 

 

 세 번째, 협치이다.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대부분의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기 위해서는 부처 간 협치가 필요하나 해결책의 대부분은 특정 부서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예컨대 저출산 극복을 위해 현재 정부가 핵심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보육정책만 해도 그렇다. ‘어린이집 관리’는 보건복지부에서, ‘아이돌봄서비스’는 여성가족부에서, ‘유치원과 초등돌봄학교교실’은 교육부에서, ‘직장어린이집’은 고용부에서 각각 추진되고 있다. 이들은 하나같이 여러 세부정책을 통해 구현될 수밖에 없는 정책들이다. 유사한 정책들이 다른 주체에 의해 시행되다보면 서로 다른 기준이 적용되기도 하고 다른 품질의 서비스가 제공되기도 할 것이다. 국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왜 같은 서비스를 사는 지역에 따라 달리 받아야 하는 불평이 당연히 생기게 된다. 

 

 사실 이런 문제들은 우리나라에만 그리고 이번 정부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 가지 문제를 지적한 것은 우리의 노력 여하에 따라 그 정도는 많이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정책을 도입하기 전 비용 측면을 다시 한 번 점검해보고, 새로운 정책 도입 전 정책의 연속성 상실이 가져올 측면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고, 정책의 컨트롤 타워를 어디로 할 것인 지 등을 미리 점검해 보다면 정책의 실패는 낮아질 것이고 이로 인한 혜택은 결국 국민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다. 새로운 정책만이, 또 보기 좋은 정책만이 반드시 ‘위민정책(爲民政策)’이 아님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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