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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분쟁, 중국의 전략은?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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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8년06월26일 17시40분

작성자

  • 김병유
  • 한국무역협회 베이징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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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미국 대통령 선거유세 당시 후보자였던 트럼프의 공약(公约)은 공약(空约)에 불과할 것이라고 대부분이 예상했다. WTO 탈퇴, 파리기후협약 탈퇴, TPP 탈퇴, NAFTA 폐기, 멕시코 국경에 철벽설치, 입국 이민자 선별 등 당시 국제관계를 고려할 때 미국이 실현하기 어려운 공약이라고 판단되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중국인이 미국인들의 밥그릇을 뺏어간다,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조정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등 중국에 대한 공격은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부정적으로 평가되었다. 그러나 그러한 공약들이 지금 하나씩 실제화 되자 초기 트럼프 대통령을 평가하던 키워드인 “변덕스러움”조차 “고도의 협상 스킬”로 점차 바뀌는 분위기이다. 국제관계에서 미국의 이탈로 반사이익을 노리던 중국은 이번 트럼프 발 무역전쟁의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국 네티즌들의 민심은 미국과 제대로 붙어도 중국이 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을 확산하고 있다. 그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국가를 다스리는 지도자가 아니라 단기적 잇속만 챙기는 상인’으로 폄하하고 있다. 관영 매체인 환구시보 사설도 세계 최대의 경제대국이자 국민들의 생활수준도 세계 최고인 미국이 국가 간 경제 불평등을 외치며 중국에 걸어온 무역전쟁에 섭섭한 마음과 함께 전쟁이 확산될 경우 금융, 물가 등에서 미국 국민들의 피해가 훨씬 크다는 주장이다.

 

학자들 사이에서는 주로 트럼프의 요구 사항을 단기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미중 무역전쟁을 트럼프 행정부가 금년 말 중간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과거 일본과 같은 전철은 밟지 않아야 하며, ‘중국제조 2025’ 등 중국의 핵심 이익을 교환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장기적으로 사회기준을 국제표준에 맞추고, 자체 기술수준을 향상시키고, 지적재산권 보호를 강화하고, 더 좋은 제품을 수입하면서 중국의 힘을 조용히 빠르게 길러야 한다는 의견이다.

 

중국 정부는 미국이 먼저 관세부과를 하였기에 부득이하게 보복관세를 부과할 수밖에 없다는 논평을 내는 것으로 보면 전면전으로의 확산을 가급적 피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이 관세부과 품목과 규모를 확대할 경우를 대비해 2차, 3차 보복관세를 준비하고 있다는 첨언을 빠트리지 않고 있다. 

 

예로부터 강한 적을 만나면 중국은 직접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보다 협공, 교란전, 여론전, 장기전 등의 방법을 사용했다. 이번 무역전에서도 어김없이 그러한 모습이 기대된다. 먼저, WTO 제소를 통해 중국이 국제자유무역주의를 옹호하고 국제무역 규범을 존중하며 이를 준수한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WTO 회원국들과의 공동 연대를 바랄 가능성이 있다. 최근 무역전쟁이 EU로 확산되는 것이 중국으로서는 매우 반가울 것이다.

 

상대방에 대한 교란전술도 눈에 띤다. 중국은 1차 대미 보복관세 아이템을 농산물, 자동차 등 소위 트럼프 표밭 지역의 주력 산업을 골랐다. 그러나 트럼프의 지지도가 오히려 상승하고 있어 그 실효성에 대한 의문점과 미국인의 행동을 중국식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 전쟁 초기에 트럼프 지지도의 상승은 오히려 미국에 자신감을 줄 수 있으므로 중국의 추가 보복관세 부과 품목의 선정은 좀 더 미국 내의 여론악화를 불러 올 수 있는 아이템으로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 언론에서는 무역전쟁이 1930년대 경제 대공황처럼 세계경제에 치명상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하며 미국에 대한 비판에 열을 올리고 있다. 동시에 중국은 미국의 대두와 항공기의 제1의 수출시장이며, 자동차, 반도체, 면화는 제2의 수출시장, 미국 33개 주의 3대 수출시장, 13개 주의 5대 수출시장이라면서 미국의 피해도 상당할 수 있다는 주장도 열거하고 있다. 

 

사실 최근 중국의 대미무역 구조를 보면 중국 입장으로서는 미국에 논리적으로 대항하기가 매우 곤혹스러워 보인다. 지난해 중국 전체 무역흑자에서 대미무역 흑자 비중이 60% 수준이었다. 그러나 금년 들어 4월까지 100%를 넘어섰다. 통계로만 보면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서의 적자를 대미 무역흑자로 상계하고 남는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첨단 분야에 대해 중국에 수출제한, M&A 제한 등의 제스처를 취하자 중국 최대 기업인 ZTE, 화웨이가 흔들리고 있다. 중국이 수출하는 생활소비재도 미국의 수입대체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도 중국이 전면전을 치르기가 어려운 이유이다. 일부 중국인들은 아시아 소비재가 중국산을 대체할 수 있는 시기를 기다려 미국이 중국에 무역전쟁을 발발했다는 이야기도 한다.

 

CCTV 미국 특파원은 무역균형을 주장하는 트럼프 행정부에 대해 대미 가공무역 수출구조, 서비스 무역적자, 미국의 수입규제 등을 고려할 경우 현재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 규모는 허수라고 주장한다. 중국은 미국이 고성장중인 첨단 제조업의 가공무역기지로 실제 밸류체인에서의 수혜자는 미국이라고 주장한다. 매년 방미 중국인 관광객 수백만 명이 평균 1만 달러 이상을 소비하고, 35만 명의 중국인 유학생들이 학비로만 연간 4만~5만 달러 이상 지출하는 것이 수치에서 배제되었다고 강조하였다.

 

아직 초기이지만 벌써부터 많은 우려를 낳고 있는 미중 무역전쟁은 한반도 문제, G2간 성장과 견제 등 복잡한 문제들과 겹치면서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양국 간에 대국으로서의 자존심, 명분, 실리가 교차하면서 상당기간 휴전과 전쟁이 반복될 것이다. 미국이 살짝 주도권을 가진 것으로 보이지만 일시에 관세부과 품목과 규모의 확산은 어려울 것이다. 첨단 부품에 대한 중국의 대미국의 의존도가 높은 것처럼 애플 휴대폰은 여전히 중국에서의 수입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가장 큰 우려는 아마도 그동안 미국이 주도해 온 반도체, 클라우드, 인공지능, 빅데이터 산업에 중국의 집중 투자와 성장일 것이다. 미국 인구의 약 3.7배에 달하는 12억 명의 휴대폰 사용자 정보를 미국과 유사한 기술수준으로 활용한다면 인공지능 등 중국의 첨단산업의 성장 속도는 기하급수적일 것이다. 그래서 관련분야에 대한 대중국 투자 제한 및 중국인 유학생을 제한하려고 하는 것이다. 중국도 과거 80년대 초 일본과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펼칠 것이다. 

 

그럴 가능성은 낮지만 양국의 이견이 조정되지 않는다면 다음 단계로 금융전, 자원전, 지역전 등이 발발하면서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커질 전망이다. 미국의 첨단기술 수입을 대체할 수요를 찾는 과정 속에서 어쩌면 한국 기업들 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그 대가로 기술협력 요구를 수용해야 할 수도 있다. 앞으로 중국의 성장이 커지면 커질수록 중국 내부보다는 더 복잡한 대외변수들이 도사리고 있을 것이다. 이제 중국시장을 중국자체의 이슈가 아니라 글로벌 경제주체들과의 관계 차원에서 살펴보고 이해해야하는 이유이다.<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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