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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정책, 손가락 그만 보고 달을 보라!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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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8년07월03일 17시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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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지망월(見指忘月)

  불교의 가르침에 ‘견지망월’(見指忘月)이란 말이 있다. 손가락이 가리키는 달은 잊어버리고, 손가락만 보고 달을 봤다고 하는 어리석음을 이르는 말이다. 무슨 엉뚱한 ‘달’ 같은 소리를 하는가?

  최근 문재인 정부 취임 1년을 맞아 경제정책의 기조인 소득정책의 타당성과 소득정책을 대표하는 최저임금 16.4% 인상의 성과와 영향에 대하여 논란이 있었다.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 1년 성과에 대한 논란에 대한 필자의 소감은 한마디로 ‘견지망월’이다.

 

1년간의 성과

  우선 현재 경기상태를 보여 주는 대표적인 지표인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작년 5월 100.7에서 금년 5월 99.7로 낮아졌다.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100이상이면 경기가 호황국면에 있음을 의미하고, 100이하는 불황국면에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에 작년 5월 100.7과 금년 5월 99.7의 경제적 의미는 크게 다르다. 즉 경기상태가 지난 1년 동안 호황국면에서 불황국면으로 전환했다는 것이다.

  한편 고용률(15세이상)은 작년 5월 61.5%에서 금년 5월 61.3%로 0.2%포인트 낮아졌다. 특히 20~29세 고용률은 58.6%에서 58.0%로 0.6%포인트 낮아진 반면에 60세 이상 인구의 고용률은 41.5%에서 41.7%로 0.2%포인트 높아짐으로써 전반적으로 고용상태가 악화되었을 뿐만 아니라 연령별 고용구조가 청년들의 고용은 줄어들고, 노년층의 고용은 증가하였다. 역설적인 사실은 분배구조의 개선을 위한 소득주도 성장정책에도 불구하고 금년 1분기 소득 상위 20% 가구의 명목소득은 전년동기 대비 9.35% 증가한 반면에 하위 20% 가구의 명목소득은 오히려 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지난 1년간 경기도 악화되었을 뿐만 아니라 특히 고용상태가 크게 악화되었다. 더구나 고용 상태의 악화는 저소득층의 취업을 어렵게 함으로써 저소득층의 소득 감소를 초래하여 분배구조를 악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경기와 고용상태가 악화되었다는 것은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근거한 것이기 때문에 논란의 여지가 없다. 문제는 이러한 지난 1년간의 경기와 고용의 악화가 크게는 문재인 정부의 소득정책, 구체적으로는 최저임금의 급등이 초래한 결과인가 하는 점에 있다. 

 

<> 문제인 정부 1년 주요 경제지표 변화

 

 

2017. 5.()

2018. 5.()

-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

100.7

99.7

1.0

15세이상 고용률(%)

61.5

61.3

0.2

(20~29)

58.6

58.0

0.6

(60세이상)

41.5

41.7

+0.2%p

실업률(%)

3.6

4.0

+0.4%p

취업자 전체 (천명)

26,992

27,064

+72

상용근로자

13,420

13,741

+320

임시근로자

5,097

4,984

113

일용근로자

1,589

1,463

126

비임금근로자

6,886

6,876

16

 

자료: 통계청

 

왜 ‘달’을 잊었다고 하는가? 

  경기와 고용의 악화와 소득주도 정책의 인과관계를 따지는 것은 이 글의 목적이 아니다. 필자는 경기와 고용의 악화가 소득주도 정책이 주된 원인이든 또는 무관한 것이든 간에 그것은 ‘손가락’을 두고 다투는 이야기일 뿐 ‘손가락’이 가리키고자 하는 ‘달’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라고 본다.  

  정부가 한국 경제의 상태나 국민의 생활은 외면하고 소득주도 정책의 타당성을 국민들에게 설득하려고 한다면, ‘달’은 찾지 말고, 정부의 ‘손가락 끝’만 보라는 것과 다름이 없다. 국민경제 전체를 '달'이라면, 소득정책은 '손가락'이고, 최저임금은   '손가락 끝'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핵심은 한국 경제가 어디로 가고 있는가, 또는 국민들의 생활이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소득주도 정책의 성공 여부나 최저임금 대폭 인상의 성공 여부는 부차적인 문제다.

 

  분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문재인 정부의 목표는 당연히 타당하다. 그러나 성장의 역동성을 지속하면서 분배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정부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분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성장의 역동성을 외면한다면, 결코 분배구조의 개선은 지속적으로 추진될 수 없다. 분배구조 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도 경제의 역동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이미 한국 경제는 지난 9년간 보수정권의 실정으로 경제의 역동성을 잃고 제조업이 경쟁력을 잃어가는 상황에 있다. 따라서 정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는 성장의 역동성을 회복하여 국민 전체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다. 미래에 대한 신뢰와 희망이 있어야 시장경제의 역동성이 살아 날 수 있다. 

 

  그러나 정부는 희망을 잃은 국민 전체는 외면하고, 최저임금이하의 저소득층의 소득을 높이는데 만 정권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저소득층의 경제여건을 개선하는데 있어서도 시장기능을 외면한 정부의 일방적인 임금인상은 이를 수용하기 어려운 제도적 시장 밖의 노동시장의 실업을 오히려 촉진하는 결과를 가져옴으로써 제도권의 최저임금 대상보다 제도권 밖의 더 낮은 소득계층을 희생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표>에서 일용근로 취업자와 임시근로 취업자의 감소).

 

혁신성장 정책은 한국 경제의 희망을 만들 것인가? 

  ‘소득주도 성장정책’은 분배구조 개선을 도모하고, ‘공정경제’는 대기업의 횡포로부터 중소기업들의 이익을 보장하는 것이라면, 경제의 지속성장에 가장 중요한 요소인 경제의 역동성 확보는 ‘혁신성장 정책’의 몫이다. 따라서 정부는 결코 성장을 외면한 것이 아니라고 답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소득주도 성장’, ‘혁신성장’,‘공정경제’의 경제정책 프레임에는 성장의 역동성 확보의 핵심인 ‘시장‘과 ’기업‘과 ’생태계‘가 보이지 않으며, 대신에 ‘정부’와 ‘노동자’와 ‘정책’이 중심에 있다. 시장의 신뢰를 얻지 않고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으로 경제를 살린 경제는 역사에 없다. 또한 ‘혁신’의 주체인 기업의 존재는 외면된 채 중소기업·벤처기업에 의한 혁신성장 정책으로 경제의 역동성을 살릴 수 있을 것인가? 

 

  미국은 혁신주도형 경제로 잘 알려져 있는 만큼 참고할 만한 교훈을 찾아보자. 우선 왜 미국 경제는 높은 혁신역량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조업은 장기적으로 위축되고 성장 동력은 약화되고 있는가? 이 의문에 대하여 MIT 연구팀(PIE: MIT Production in the Innovation Economy)의 장기간 연구는 개별 기업의 혁신이 생산을 통해 시장에 상품으로 나타나기 위해서는 개별 기업들이 필요로 하지만 충당하기 어려운 기술·자금·설비·경쟁적 R&D·지식 등을 지원 받을 수 있는 ‘개방형 Infrastructure’의 조성, 즉 기업들이 접근하기 쉽고 필요한 자원을 얻을 수 있는 개방적인 ‘산업 생태계(industrial ecosystem)’의 조성을 해답으로 제시했다(Suzanne Berger, 『Making in America』, 2013. p.200).

 

  이 MIT의 PIE 연구팀의 결론은 문재인 정부의 혁신성장에 대한 시사점은 혁신성장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혁신이 생산을 통해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산업 생태계’의 상태에 성공여부의 관건이 달려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혁신성장의 산업생태계는 어떤가? 최근 정부의 혁신성장정책 지원으로 벤처업계에 정부 자금이 넘쳐나고 있다고 한다. 중소기업과 벤처기업 지원 실적을 경쟁하는 정부 부처, 정부·학계·기업 내부의 패쇄적인 R&D 문화 등 기술생태계가 변화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 지원의 급증은 이미 업계가 우려하는 바와 같이(Byline Networks,“잘못된 정부 지원이 좀비 스타트업 키운다”. 2018. 6.22) 좀비 스타업을 양산할 수는 있으나 경제의 역동성을 제고하고자 하는 혁신성장 정책이 의도하는 효과를 거두기는 어려워 보인다. 제조업 생산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기존 대기업들과 그 협력업체들은 이 혁신성장의 생태계에서 배제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공정경제’의 실현을 과정에서 압박을 받고 있다. 이런 산업 생태계에서 혁신성장 정책이 성장의 역동성을 제고할 수 있을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세기적 전환점에서 

  더 중요한 문제는 시간이다. 지금 세계는 기술적으로는 디지털 전환과 세계 정치경제체제 측면에서는 세계주의(Globalism)의 후퇴 등 세기적 전환이라고 할 만한 중대한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중국의 ‘기술 굴기’가 무서운 속도로 추진됨으로써 한국의 제조업을 추월하는 것은 멀지 않아 보인다. 이미 금년 들어 중국 기업들은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한국 기업을 추월했으며, 반도체 산업 하나가 남아 있을 뿐이다. 금년 상반기 수출에서 대중국 수출을 제외하면 수출증가율은 2.1%에 불과하며, 반도체를 제외하면 수출증가율은 마이너스 0.3%다. ‘Made in China 2025’추진을 통해 중국의 수입대체산업이 급성장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내년 하반기부터 반도체의 양산체제가 시작된 후에도 과연 우리 제조업이 수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중국과 반도체 특수가 끝난 다음 우리 제조업의 경쟁력에 대하여 심각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손가락’은 그만 두고 ‘달’을 이야기하자 

  정부는 ‘손가락 보기’ 경제정책을 멈추고 ‘경제의 달(月)’을 주목하기 바란다. 소득주도 정책과 최저임금 인상의 성공 여부를 이야기하기 이전에 과연 한국 경제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 경제의 역동성과 분배의 개선으로 국민들의 희망을 만들고 있는지 고개를 들어 ‘달’을 주목해 주기를 고대한다.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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