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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구제금융지원 졸업과 이후의 과제 <下> 재정개혁·투자활성화에서 해법 찾아야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8년09월10일 17시58분

작성자

  • 신용대
  • 국가미래연구원 연구위원, 前 건국대학교 석좌교수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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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지속적 경제성장 없이는 유럽경제의 불안요인으로 남을 수밖에

 

유럽 채무위기의 진원지인 그리스가 3차에 걸친 금융지원 프로그램의 과정을 거쳐 졸업에 이른 것은 그리스의 채무위기 극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중요한 이정표임에 틀림없다. 이미 그리스는 부분적으로는 필요한 재원을 자본시장에서 직접 조달할 수 있는 단계로까지의 복귀에 성공하였으며, 10년 만기 국채수익률도 이미 4% 대까지 하락하고 있다(<그림 1> 참조). 동시에 그리스는 향후 2년여의 기간 동안 필요한 현금버퍼도 확보하고 있어, 금융지원 프로그램 졸업 이후 재정운용이 즉시 막히는 어려운 사태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다. 추가적인 부채부담 경감조치에 따라 추가로 10년간 상환기간이 연장되는 등 당분간은 심각한 재정자금의 부족사태에 빠지는 것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림 1> 그리스와 독일의 국채(10년 만기) 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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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Bloomberg, 그리스 중앙은행 2017년 연차보고서(SUMMARY OF THE ANNUAL REPORT 2017, February 2018)에서 재인용

 

그러나 이자 지급부담이 경감되고 즉각적인 부채상환의 유예가 인정되었다고 해서 그리스의 국가채무 자체가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채무상환능력이 높아지는 것도 아니다. 그리스의 실질GDP는 2017년 3년 만에 플러스 성장으로 전환되었지만, 실질GDP 수준은 피크인 2007년 대비 30% 가까이 낮은 수준이다(<그림 2> 참조). 또한 그리스는 국가채무가 2016년 180.8%에서 2017년 GDP대비 178%로 약간 줄어들었으나, 아직도 경제능력 이상으로 막대한 부채를 안고 있는 상황이다(<그림 3> 참조).

 

< 그림 2> 그리스의 연도별 실질GDP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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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실적치는 그리스 통계청(ELSTAT), 예측치는 EU의 Summer 2018 Economic Forecast, 

      土田 陽介, ユーロ圏財務相会合がギリシャの債務負担軽減策で合意へ~今夏に金融支援から「卒業」も欧州経済の不安定要因として燻り続ける見通し, 調査部,  2018年6月26日에서 재인용 

 

 

<그림 3>    그리스 국가채무의 연도별 추이(GDP대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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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그리스 중앙은행, SUMMARY OF THE ANNUAL REPORT 2017, February 2018에 의해 작성

 

또한 앞으로의 그리스 경제를 낙관하기도 쉽지 않다. EU집행위원회는 2018년 여름 경제전망 보고서(Summer 2018 Economic Forecast)에서 그리스의 2018년 실질경제성장률을 1.9%, 2019년 2.3%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EU집행위원회가 그리스 정부의 구조개혁을 지지하는 동시에 미래 불안을 완화한다는 관점에서, 그리스의 경기가 가속되는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다는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유럽경기 자체가 감속되는 상황에서 그리스만의 경기가 순조롭게 가속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많은 전문가들은 앞으로 그리스의 부채상환부담이 본격화되는 2033년 이후부터 부채의 지속가능성이 재차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그 이전에도 GDP대비 3.5%의 기초재정수지 흑자가 지속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그리스 경제의 제조업 기반이 극히 취약한 상황에서 정부지출의 삭감에 의존하여 흑자를 지속하기는 쉽지 않다. 그리스의 신용등급(피치사의 경우 지난 8월 10일 B에서 BB-로 상향)은 여전히 투기적인 수준에 있고, 최근 이탈리아의 정국불안과 같은 금융위기에 대한 내성도 약하여 홀로 서기는 쉽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아울러 그리스가 당면한 과제 가운데 하나는 금융지원 프로그램 졸업이후에도 확장된 감독(모니터링) 절차에 따라서 재정개혁과 사회보장 개혁, 노동시장 개혁, 국유기업 민영화 등 약속한 구조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여, 추가적인 부채 부담경감 조치를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구조개혁의 수행은 장기적으로 경제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더라도 단기적으로는 경기의 하강 압력이 된다는 점에서 그리고 재정긴축에 따른 복지축소가 그리스 국민들의 불만요인이 된다는 점에서 정치권에는 커다란 압력이 될 수 있다. 

 

정부와 민간의 상생협력을 통한 외국인 투자 활성화해야

 

이와 같이 그리스가 높은 세율과 정부주도의 전방위적인 구조개혁 가운데 그리스 경제를 낙관하기 어렵다는 우려에 대해서, Yannis Stournaras 그리스중앙은행 총재는 지난 8월 19일  Kathimerini지와의 인터뷰에서 그리스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견인하기 위해서는 투자증대와 생산성 향상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그는 그리스 경제가 장기에 걸친 국가부채상환을 가능하기 위해서는 “투자확장을 통한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견인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국내저축이 높은 투자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하기까지는 외국인 투자의 유입이 전제되어야 하며 동시에 R&DT를 통한 총요소생산성의 증가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아울러 장기간 높은 수준의 기초재정수지 흑자 유지목표도 그리스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기 때문에, 정부-민간부문의 상생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한 정교한 정책적인 해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입장을 나타내었다. 

 

경기회복의 발걸음이 무거운 가운데 구조개혁을 강요당하는 상황이 계속되면 당연히 그리스 국내 정치정세가 불안정해질 수 있어 우려된다. 현재 치프라스(Alexis Tsipras) 총리가 이끄는 좌파 정당인 급진좌파연합(SYRIZA)의 지지율이 과거 집권 여당인 중도우파의 새로운 민주주의(ND)에 10%포인트 남짓 뒤져 있다. 그리스 의회의 임기만료는 2019년 10월이지만, 이번 그리스의 국제금융지원 프로그램의 졸업을 계기로 집권 급진좌파연합이 조기에 의회를 해산하는 카드를 꺼내들게 된다면, 그리스 국내정치상황이 새롭게 전개되면서 정치적 위기가 발생할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그리스 국내 정치상황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그동안 그리스 채무위기는 2015년 제2차 금융지원 프로그램이 종료되는 시점에 앞서, 2015년 1월 26일 그리스 의회선거에서 재정긴축정책의 재검토를 공약으로 내세운 급진좌파연합인 SYRIZA당이 제1당으로 부상하고, 극우파인 독립그리스당(ANEL)과의 연립정권이 출범함에서 시작되었음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당시 치프라스 총리가 이끄는 그리스 새 정부는 취임 이후 행보에서 2008년 위기 이후 2차에 걸친 구제금융의 지원조건인 긴축재정의 운용과 구조개혁 추진의 철회를 주장하였다. 더 나아가 부채탕감을 주장하면서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Grexit) 우려 속에 유로존 위기가 재연되었다. 사실상 2015년 3차 금융지원 프로그램에 이르는 과정에서의 그리스 채무위기는 과거와 달리 정치적 요인에서 비롯되었음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당시 강경한 그리스 신정부의 긴축 재검토 요구 등이 국제채권단인 트로이카(EU, ECB 및 IMF)와의 구제금융의 연장협상을 어렵게 하여 금융시장의 불안으로 점화되었다. 

 

다시 말해서 향후의 상황에 따라서는 황금새벽당과 같이 反EU·反유로 입장이 강한 포퓰리즘 정당이 다시 세력을 신장시킬 수도 있다. 그리스 황금새벽당과 같은 민족주의 정당이 세력을 신장시켜 정치적 불안이 높아지면, 각국의 反EU·反유로 포퓰리즘 정당들을 강하게 자극하게 될 수도 있다. 경제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그리스 정세는 앞으로도 유럽경제의 불안요인으로 계속 남게 될 것이다.

 

지속적 재정개혁 통한 부채상환능력 제고가 관건

 

종합적으로 보아 그리스의 지난 8월 금융지원 프로그램 종료로 인하여, 2010년 이후 금융시장을 뒤흔든 그리스의 문제는 일단락된다. 그러나 위기의 원인이었던 유로존 역내불균형, 북유럽의 부국으로부터 남유럽으로 재정이전 등 기본적인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으며, 이를 조정하기 위한 논의는 진행단계이다. 그동안 유로존 안에서는 은행감독과 파산처리의 일원화, 위기에 빠진 가입국의 재정을 지원하는 상설기금인 유로안정화기금(ESM)의 출범 등으로 위기에 대한 방화벽은 강화되어 왔다. 하지만 재정운영의 근본적인 취약성을 해소하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2015년 그리스의 치프라스 정부의 출범을 계기로 그리스의 재정위기가 재연되어 3차 금융지원에 이르는 과정에서 EU뿐만 아니라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하여 왔다. 특히 최근 이탈리아 신정부 출범이후 다시 남유럽 국가들이 불만을 표출하고 있어, 그리스국제금융지원 프로그램 졸업이후의 전개상황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스가 국가부채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IMF가 주장하는 거액의 잔존채무감면(haircut)과 같은 국제채권단의 결단도 중요지만, 근본적으로는 그리스가 경제회생을 통하여 부채상환능력을 높여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그리스는 유럽경제의 불안요인으로 계속 남을 수밖에 없다. 과연 그리스가 스스로 경제회복의 길을 찾아 갈수 있을지 궁금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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