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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예산은 성과가 있나?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8년10월15일 19시03분

작성자

  • 김상겸
  • 단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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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10월 12일 통계청의 9월 고용동향이 발표되었다. 당초 취업자 증가폭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으나, 다행히 4만5천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전 두 달 동안의 충격에서 벗어나 한숨 돌리는 모습이지만, 고용쇼크 상황이 개선되었다고 보는 사람은 별로 없다. 우리 경제규모를 생각할 때, 월 4만5천명의 취업자 증가는 별 의미가 없는 숫자이다. 주무 관청에서도 밝힌 바와 같이, 사실 지난 달 취업자 수의 증가는 9월의 추석효과(seasonal effect)에 기인한 바가 크다. 다음 달 고용동향 통계를 살펴봐야 하겠지만, 이번에 나타난 개선양상은 일시적 현상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추석이 10월, 11월, 12월 매달 한 번씩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고용쇼크 현상이 당분간 지속되리라는 전망은, 관련한 제반 징후가 매우 좋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9월의 취업자 증가폭이 4만5천명이라고는 하지만, 정부고용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는 마이너스로 보는 것이 옳다. 취업자 수가 가장 크게 증가한 업종인 ‘보건‧복지 서비스업’의 경우 13만 명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되었는데, 이 업종에는 정부재정이 주로 투입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자면, 결국 9월의 취업자 증가 수는 세금을 투입해 만들어낸 착시효과 일뿐, 고용쇼크 현상은 아직도 심각한 수준이라 할 것이다.

 

현재의 고용상황이 심각하다고 여겨지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 중 하나는, 제조업 취업자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비교적 양질의 일자리라고 할 수 있는 제조업 취업자 수는 올 6월부터 8월까지 3개월 연속 전년 동월대비 10만명 이상 감소한 바 있다. 9월에는 취업자 수 감소가 4만2천명으로 줄었지만, 이는 추석수요에 대비한 제조업체들에서 취업자 감소 폭이 줄었기 때문이다. 조선, 중공업 등 주력산업의 부진이 개선되지 않는 한, 당분간 제조업 취업자 수 감소는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한편, 업종별 취업자 수 변동 내용가운데 주목을 끄는 부분은 농립어업 분야의 취업이 9월 한달 동안에만 6만 명 가까이 증가했다는 점이다. 취업자 수의 증가는 반가운 일이지만, 농림어업과 같은 1차 산업의 취업자 수 증가는 사실 마냥 흐믓해하기 어려운 구석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1차 산업 취업자 수의 증가란 해당산업의 활성화 때문이라기 보다는, 제조업 종사자들의 이직이나, 제조업이나 서비스업 구직자들의 구직 단념과 같은 어두운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위 ‘낙향’이나 ‘귀농’, ‘귀촌’의 또 다른 표현인 것이다. 구직자 입장과는 별도로, 이는 우리나라 산업구조가 과거의 그것으로 후퇴한다는 측면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심각하게 여겨지는 것은, 현재의 고용쇼크에 대한 정부의 상황인식이라 할 것이다. 명백히 악화되고 있는 고용상태를 두고도 ‘좋아지고 있다’거나 ‘개선되는 과정’이라 변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고용동향에서도 나타난 바와 같이, 큰 폭의 고용감소가 발생한 도소매업이나 숙박음식점업, 그리고 사업시설 관리업종은 대부분 최저임금 인상이나 근로시간 단축 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업종들이다. 이들 업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은 대체로 교육 및 소득수준이 높지 않다는 점에서 경제적 취약계층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들 업종에서, 9월 한 달에만 무려 30만명 이상의 취업자 수가 감소한 것이다. 이러한 정책실패에도 불구하고 ‘양적‧질적 고용개선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자랑하는 정부의 모습에 절망감마저 든다.

 

물론 정부도 고용상황 개선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공공부문의 고용증대를 도모하는 것이나 막대한 일자리 예산을 쓰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현 정부 출범이후 일자리 예산은 무려 54조원에 이른다. 아직 모든 예산이 다 집행된 것은 아니지만, 이렇듯 막대한 예산에도 불구하고 일자리 증가는 고사하고, 그나마 있던 일자리 마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고용시장의 중추적 역할을 맡고 있는 30대와 40대의 일자리는 각각 10만4천명, 12만3천명(전년 동월대비) 감소하였으며, 청년체감실업률 등은 2015년 통계작성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정부가 안간힘을 쓰며 만들고 있는 단기 일자리 등을 제외하면 수많은 번듯한 일자리들이 지속적으로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일자리 예산이 이렇듯 막대함에도 불구하고 고용쇼크 문제가 지속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다양한 해석이 제시될 수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원인은 모순된 정책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기본으로 돌아가서 생각해보면, 국민들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란 대개 민간에서 창출되는 것이다. 기업은 본디 이익창출을 위한 조직체인데, 이익을 위해 노동과 자본이라는 생산요소를 투입하며 이 가운데에서 자연스럽게 일자리가 창출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고용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제조업의 저성장 기조가 본격화됨에 따라, 산업의 고용창출 능력이 약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존 제조업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업종이 활성화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어야 한다. 하지만 현 정부는 급진적인 정책들을 마구잡이로 도입해, 기업들의 경제활동을 위축시키고 있을 뿐 아니라, 새로운 고용을 감당해야할 신산업 육성에도 인색한 자세를 견지해왔다. 현 정부의 경제운용 철학이라 할 수 있는 소득주도 성장정책은 그 의도와는 달리, 경제적 취약계층의 일자리부터 급격히 축소시키고 있다. 가장 절실한 사람들의 일자리와 소득을 빼앗고 있는 것이다.

 

또한, 말로는 4차 산업 혁명시대를 대비한다면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안착할 수 있는 제도적 여건도 마련해주지 못하고 있다. 선진국에서 이미 활성화된 공유경제 비즈니스(예컨대 우버나 에어비앤비)은 수년째 도입되지 못하고 있다. 늘상 외치는 규제개혁은 공허한 공염불에 그치고 말았다. 이렇듯 좋은 일자리가 생겨나는 통로는 굳게 막아놓고는, 다른 한편으로는 엉뚱한 일자리를 만들어내야 한다며 예산을 마구 써대고 있다. 최근엔 고용쇼크 문제를 덮기 위한 고용분식(粉飾)용 정책들까지 마구잡이로 동원하고 있다. 1-2개월 짜리 초단기 일자리를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사실 구직자들의 입장에서 1-2개월짜리 일자리는 결코 달갑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변 기관들을 총동원해가면서 원치도 않는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꼴이다. 청와대의 대변인은 ‘단기일자리의 제공도 정부가 해야할 일’이라고 했지만, 정작 구직자들이 원치도 않는 영양가 없는 일자리를 위해 엄청난 규모의 세금이 투입되고 있는 것이다. 모순된 정책으로 말미암아 애꿎은 국민들만 시달리고 있다.

 

공부에는 왕도가 없다는 말이 있다. 쉽게 학업성과를 이루려는 학생의 입장에서는 실망스러운 말이겠지만,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는 기본부터 차근차근 다져나가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을 것이다. 사실 ‘기본부터 차근차근’이란, 우리가 사는 현실에는 거의 모든 일에 들어맞는 말일 것이다. 경제도 예외는 아니며 고용문제 역시 그럴 것이다. 잔재주 부리지 말고, 기본부터 차근차근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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