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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인상에도 시장금리는 하락 ; 경기침체 장기화?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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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8년12월16일 17시03분

작성자

  • 신성환
  • 홍익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前 한국금융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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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미국 주가 급락과 장단기금리 역전현상

 

최근 미국 주가의 급락이 미국 채권시장에서의 장단기금리 역전현상 때문이었다는 해석이 등장하면서 채권시장에서 형성되는 기간별 채권금리가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끌고 있다. 이와 더불어 국내 채권시장에서도 최근의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시장금리가 하락하고, 장단기금리의 차이가 줄어드는 모습을 보이면서 국내 경제의 미래 모습에 대해서도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채권시장에서 형성되는 금리에 미래 경제의 모습이 녹아 들어가 있다는 사실은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다. 실은 이미 아주 오래전부터 많은 시장 참가자와 정책 당국자들은 투자 및 정책 의사결정을 하는데 있어서 채권시장에서 형성되는 기간별 금리의 모습을 가장 중요한 지표로 사용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채권시장에서의 기간별 금리가 이처럼 주목을 끌고 있는 것은 세계경제의 흐름이 금융위기 이후 10년 동안의 장기호황 국면을 끝내고 후퇴하는 국면으로 들어서는 매우 예민한 상태이기 때문인 듯하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와 거꾸로 가는 국내 채권시장 금리

 

최근 한국은행은 1년 만에 기준금리를 1.5%에서 1.75%로 인상하였다. 1년 전 2.1%를 웃돌던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기준금리가 1.75%로 인상된 이후 거꾸로 1.83%까지 떨어진 상태이다. 이로서 3년 만기 국고채금리와 기준금리의 차이는 1년 전 0.63%에서 0.08%로 축소되었다. 뿐만 아니라 국고채 장단기금리 차이, 즉 10년 만기 국고채금리와 3년 만기 국고채금리의 차이도 1년 전 0.33%에서 최근 0.17%까지 축소되었다. 

2001년 이후 3년 만기 국고채금리와 기준금리 차이는 평균 0.65%, 10년 만기 국고채와 3년 만기 국고채금리의 차이는 평균 0.57%였던 점을 감안하면 최근의 3년 만기 국고채금리와 기준금리의 차이 및 국고채시장에서의 장단기금리 차이는 매우 작은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금리구조에 대한 이해 

 

시장금리란 채권시장에서 형성되는 채권가격으로부터 도출되는 금리이다. 채권가격과 채권금리는 일대일(1:1)의 역의 관계를 갖는데 ‘채권가격이 오르면 채권금리는 떨어지고’, ‘채권가격이 떨어지면 채권금리는 오른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장금리가 하락했다는 것은 채권가격이 상승했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는 투자자들의 채권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음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동일한 조건이면 투자자들은 유동성이 높은 단기채권을 선호하기 때문에 단기채권의 채권금리가 장기채권금리보다 더 낮게 형성된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동일한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장기채권을 더 선호하여 장기채권의 금리가 더 낮아지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는데 투자자들이 미래에 시장금리가 점차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 경우 투자자들은 단기채권의 만기가 도래했을 때 재투자해야 할 금리가 현재 보다 낮아져 있을지 모르는 상황을 우려하여 장기채권의 금리가 조금 덜 매력적이더라도 장기채권에 투자하게 된다.

 따라서 현재 미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장단기 금리의 역전현상과 국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시장금리 하락 및 장단기금리 차이 축소 현상 모두 시장 참가자들이 미래에 시장금리가 하락할 것이라고 기대하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국내 장단기금리 차이 축소가 주는 메시지 1 : 국내 경제에 대한 전망이 비관적

 

장단기금리 차이 축소가 주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시장참가자들의 미래 경제에 대한 전망이 그리 낙관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과다한 가계부채 문제, 고령화, 인구감소, 중국경제의 불안정성 등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가 간다.

 그러나 이러한 국내경제에 대한 우려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따라서 최근의 기준금리와 역행하는 시장금리, 그리고 장단기금리 차이 축소가 시장참가자들의 국내 경제에 대한  기대가 급격히 비관적으로 변하여 나타난 현상이라고 해석하기에는 아무래도 무리가 따른다.

 그렇다면 최근의 급격한 금리상황의 변화는 왜 일어난 것인가? 이는 국내 시장금리가 국내 경제상황 뿐만 아니라 미 달러 금리에도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국내 장단기금리 차이 축소가 주는 메시지 2 : 국내 경제의 급격한 위기 가능성 감소

 

현재 신흥국의 최대 위험 요인은 급격한 미 달러화 기준금리 인상이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미 달러화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은 달러화 시장금리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로 인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에서 신흥국으로 유입되었던 달러 유동성의 흐름이 신흥국에서 미국으로 급격히 반전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축통화를 갖고 있지 않은 신흥국은 달러 유동성의 유출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자국 내 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리게 된다. 최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도 이러한 맥락에서 감행된 결정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문제는 금리가 자동차의 브레이크와 같다는 점이다. 과속으로 달리는 자동차의 브레이크를 밟는 것은 안전에 도움을 주지만 동력이 약해 겨우 움직이는 자동차의 브레이크를 밟으면 자동차가 정지할 수 있다. 미국의 현재 경제상황은 과속이 우려되는 자동차와 같고 국내 경제상황은 겨우 움직이고 있는 자동차와 같다. 미국의 금리상승은 미국경제의 장기적 안정성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국내금리 상승은 국내경제를 수렁에 빠뜨릴 수 있다. 

 

최근 미국에서 나타난 장단기 시장금리 역전현상은 미국경제가 시간이 지나면서 빠른 속도로 후퇴할 것이라는 견해가 시장에 지배적인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도 느려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천만 다행이다. 최근 국내 시장금리가 하락하고 장단기금리 차이가 축소된 것은 미국 금리구조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 향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가 많이 줄어든 결과라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현재 상태에서 만일 국내 시장금리마저 급격히 상승한다면 이는 가계부채의 뇌관을 건들일 뿐만 아니라 부동산을 비롯한 주요 자산가격의 하락을 촉발시켜 국내경제를 위기상황으로 몰아갈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 경제의 성장잠재력 제고를 위한 정부 역할 필요

 

 국내경제의 위기 가능성이 줄어들었다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하지만 금리구조에 반영된 국내경제의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필요한 경제정책은 당연히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제고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야 한다. 미국 MIT 대학의 에스모글루 교수는 ‘국가는 왜 실패 하는가 (Why Nations Fail)’ 라는 저서에서 다양한 국가의 역사적 경험에 대한 고찰을 통해 국가 성공의 핵심 요인으로 세 가지를 들고 있다. 

첫째, 모든 구성원이 스스로 열심히 노력하려는 인센티브 시스템이 작동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환경을 갖추어야 하고 둘째, 민주적 방법으로 정부가 교체될 수 있는 정치 시스템을 갖고 있어야 하며 셋째, 변화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이해집단 간의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정부의 갈등조정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이 세 가지가 얼마나 충족되고 있는가? 이대로 가도 우리나라가 실패할 가능성은 없는가? 에스모글루 교수의 주장은 우리나라 경제의 성장잠재력 제고를 위해 한 번 쯤은 생각해 볼만한 정부 역할에 대한 담론인 듯하다.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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