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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일자리정책을 평가 한다–국제기준을 적용해 본 Pass-Fail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8년12월17일 17시00분
  • 최종수정 2018년12월17일 11시20분

작성자

  • 조준모
  •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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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지난 11월 취업자 수 64개월 만에 최고 폭 증가, 고용보험 피보험자 3.5% 늘어

 

  정부는 지난달 고용보험에 가입한 취업자 수가 64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을 두고 일자리의 양과 질이 좋아지고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이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고용행정 통계로 본 11월 노동시장 동향’에서 지난달 고용보험 피보험자는 1,342만 8천 명으로 지난해 동월보다 3.5% 증가했다는 사실에 근거한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고용보험 가입자 수 증가=일자리 질 개선’이라는 주장에는 과대포장이라는 비판이 따른다. 따라서 먼저 European Commission, OECD, ILO에서 일자리 양과 질에 대해 제시하고 있는 국제적인 기준 지표를 소개하고 이를 근거로 ‘문재인 정부 2018년 일자리 양과 질 정책’을 평가하고자 한다. 

이 글에서 이용하는 지표는 European Commission의 “Better Regulation toolbox”, OECD의 “Job Quality Indicators(2015)”, ILO의 “Decent Work Indicators(2013)”에서 제시한 일자리의 양과 질을 평가하는 지표이다. 이 지표를 바탕으로 현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일자리 양과 질을 제대로 개선했는지를 Pass-Fail(합격-불합격)으로 평가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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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늘리기, ‘재첩 구조단,라돈 침대 조사단,국립대 빈 강의실 불끄기’ 등 초단기 알바까지 동원

 

  먼저 일자리 양의 지표를 평가해 보자. 현 정부 들어 일자리 양과 관련한 사업들은 일자리 안정 기금, 두루누리 사업, 청년내일채움, 지방자치단체 경상 보조 등 대부분 보조금 사업들이 시행되었다. 또한, 연말이 다가올수록 정부는 고용 마이너스를 우려하여 재첩 구조단, 라돈 침대 조사단, 국립대 빈 강의실 불끄기 등의 초단기 알바 일자리까지 짜내었다. 

일자리 창출 성과를 살펴보면, 지난 1월 취업자 수가 전년 동월 대비 33만 4천명 증가하였던 반면, 7, 8월에는 5,000-7,000명에 그치다가 10월에 다시 6만 4천 명으로 증가하였다. 2월 이후 9개월째 10만 명 이하를 기록하다가 11월 고용동향에서 16만 5천 명으로 증가하며 10만 명 이하로 유지되던 추세를 끊었다. 

 

지난 달 취업자 16만 5천 명 증가도 작년 연평균의 1/2 수준…量정책은 ‘Fail’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 주로 늘었으나, 도소매 6만9천 명· 제조업은 9만 1천 명 감소

 

그러나 16만 5천명이라는 증가폭 또한 작년 평균 대비 1/2 수준이며 전체적으로는 작년대비 일자리 성과의 2/3가 증발해 버린 수치이다. 16만 5천 명 중 기여분이 큰 업종을 살펴보면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 취업자가 16만 4천 명 증가하였고 농림어업이 8만 4천 명 증가하였다. 반면 최저임금의 직격탄을 맞은 도·소매업은 6만 9천 명 감소하였으며 음식·숙박업도 2만 6천 명 감소하였다. 핵심 산업인 제조업의 경우 9만 1천 명 감소하였다. 

전체적으로 주변부 노동시장에서 정부의 공공 단기알바를 통한 일자리 창출과 보조금 배포가 지표의 추락 추세를 막은 것으로 판단된다. 

 

일자리를 아예 상실한 근로자들의 수치인 실업급여를 받은 사람은 38만 4천 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5만 명(14.9%) 늘었다. 현재의 고용량의 상황은 살얼음판으로 계절 요인으로 인한 건설업종의 비수기, 내년 상반기의 작년의 역(逆)기저효과와 같은 복병이 기다리고 있어 개미투자자처럼 고용정책의 성과에 일희일비해서는 안 된다. 일자리 양과 연관된 지표들을 봤을 때 어느 하나 좋은 신호는 없었다. 일자리 양(量)정책의 성적은 ‘Fail’이자 여러 지표들 중 최하위 성적에 해당된다. 

 

임금안정…비정규직 비중 33%로 지난해보다 도리어 0.1%P 증가

공기업에서 터진 채용비리는 청년들을 낙담시켜, 성과 “암울”

 

  이어서 일자리 질(質)을 살펴보자. 일자리 질의 핵심 지표는 고용안정이다. 이는 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을 통해 고용안정을 도모하는 정책을 평가할 수 있다. 지난 8월 기준 비정규직 숫자는 661만 4천 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3만 6천 명 증가했다. 전체 근로자 중 비정규직 비중도 33%로 지난해보다 도리어 0.1%가량 증가했다.

 엄혹한 일자리 상황 때문에 현 정부 들어 추진된 공공부문 81만 개 일자리 창출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공약에 대해 국민들은 일말의 기대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최근 공기업에서 터진 채용비리는 청년들을 낙담하게 하고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크게 했다. 혈세를 쏟아 부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결국 이해관계자 정규직화, 친인척 비정규직 제로라는 말까지 생겨나며 비판의 수위가 높아졌다.

 

  OECD와 한국은행은 2018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연초 3%에서 2.7%까지 낮추었다. 제조업의 경우, 가동률은 72.8%까지 추락했으며 설비투자도 전년대비 20% 축소되었다. 조선, 자동차, 기계, 건설 등 주요 산업들도 마찬가지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이러한 주요 산업의 부진은 생산가치 사슬을 타고 노동시장에 고용 불안정을 키웠다. GM의 경우 2월에는 군산공장을 폐쇄하였으며 최근에는 본사에서 대대적인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하여 우리 자동차 산업은 시계제로이다. 그러나 미래의 신성장동력 사업 등을 위한 산업정책과 기업투자 유치정책은 보이지 않아 내년에도 이 지표의 성과전망은 어둡기만 하다.

 

체불규모 사상 최대기록 갱신, 대법 판례로 ‘주휴수당 지급 의무 없는’ 초단기 알바 고용

결국 “신규 일자리가 최저임금 수준의 저임금 일자리 창출 유발”… 임금지표 성과 ‘Fail’

 

  다음으로 임금을 보자. 소득분배는 3분기 기준으로 소득 증감률이 1년 전보다 1분위(하위  20%이하)는 -7%, 2분위(20-40%)도 –0.5% 수준으로 하락하였고, 반면 5분위(상위 80%이상)는 8.8% 상승하여 현 정부 들어 양극화가 심화되어 진보정부인지 아니면 고소득 노동정부인지 의구심을 자아내게 했다. 더구나, 임금체불 규모는 사상 최대 규모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중소기업들의 저임금에 집중 발생하는 임금체불 상승 추이를 봤을 때 올 연말이 되면 1조 5천억 원에 달하며 최악의 임금 체불이 발생한 2016년 수치를 갈아치우게 된다.

  고용노동부는 최저임금 시급계산에 주휴 근로를 포함하는 시행령 발표, 그리고 재시행령 준비 등의 과정에서 현장은 최저임금 월별 산정시간이 174시간인지, 209시간인지, 243시간 이상인지 헷갈리고 있어서 최저임금 미달률을 높이는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한편, 대법원에서 최근 주휴 근로를 최저임금 시급계산에서 빼는 취지의 판례를 내놓으며 노동제도의 혼란을 야기하는 와중에 선의의 피해자들도 발생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관이 감독할 경우 사용자가 임금체불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노동시장 공포감이 커지는 현실에서 소기업/자영업에서는 주휴수당 지급 의무가 없는 주 15시간미만 초단기 알바를 고용한다. 이로 인해 근로자는 단기 알바 여러 개를 해야 일정 소득을 확보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였으나 알바 일자리는 구하기조차 힘들어졌다. 결국 “근로시간 감소 등으로 인해 기존 근로자의 임금 감소를 유발하는 정책이 있습니까?”와  “신규 일자리가 주로 최저임금 수준의 저임금 일자리로 창출되도록 유발하는 정책이 있습니까?”는 “그렇다”로 대답할 수밖에 없고 정책성과는 Fail로 평가된다.

 

 ‘보조금 받은’ 임시·일용직 근로자들을 ‘고용보험 가입자 확대’로 포장돼

 이를 ‘일자리 질 개선’으로 선전 “안 될 말”…복리후생 정책효과 역시 ‘Fail’

 

  복리후생의 경우 실제로는 낙제점인데 정부는 최고점이라 주장한다. 올해 7월부로 단시간 근로 등 고용보험법상 의무가입대상이 확대되었다. 사실상의 임시, 일용직 근로자들이 보조금 수령하면서, 경영자들이 이들을 상용직으로 등록되면, 일의 실질에는 변화가 없어도 통계상에는 상용직이 증가하였고 이를 두고 정부는 일자리의 질이 개선되었다고 포장하였다. 이전의 고용보험 시행령은 “소정근로시간이 월 60시간 미만(1주 15시간 미만자 포함)은 고용보험 가입에 제외(exemption)되지만 생업을 목적으로 3개월 이상 계속근로를 하는 자와 일용근로자는 제외 한다”로 되었다. 

 지난 7월 생업을 목적으로가 삭제되어 단시간근로 고용보험 가입 “제외의 제외(exemption of exemption)”가 확대되며 고용보험 의무가입대상이 확대되었다(IFS 10-14 필자 기고문에서 인용). 일자리안정기금과 같은 보조금 수령을 위해서는 고용보험 가입이 의무화되었다. 이것이 고용보험 가입자 수를 증가시켰고, 정부는 이를 일자리 질 개선성과로 포장하고 있다. 

 

11월 고용보험 가입자 현황을 보아도 대부분 증가한 것은 서비스업 중 도·소매, 음식·숙박업, 보건업이 대부분이었다. 즉, 경제가 살면서 사회안전망 사각지대가 해소된 것이 아니라 보조금과 의무가입 기준의 변화에 기인한 것이다. 또한, 단시간근로자, 임시직, 일용직의 경우 잦은 이직으로 고용보험에 가입해도 나중에 수급자격이 안되어 준조세로 기능할 수 있다. 고용보험 가입자 수 증가는 시장에서 정책의 도움을 받아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일자리가 아니기 때문에 이에 대해 일자리 질의 개선으로 평가되어는 안 된다.

  그나마 고용평등과 산업안전 부문을 보면 정책투입 노력과 현장 분위기 개선차원에서 그나마 양호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실제 효과차원에서는 ‘Fail’로 평가한다. 중앙단위의 노력은 많았지만 현장단위의 사건사고 발생은 여전하다.

 

일자리 대책, ‘혜자스러운’ 정부 정책으로 양과 질이 모두 개선해 나가야

 

  결국 총평을 해보자면 전반적으로 일자리 양과 질 정책 측면에서 Fail로 평가되며, 이러한 평가 결과는 전반적인 국민들의 인식에도 부합된다고 판단된다. 특이사항은 기준 변경으로 고용보험의 가입자 수만 증가한 것만을 일자리 질이 개선된 것으로 침소봉대(針小棒大)한 것은 ‘Fail’을 넘어서 국민들의 정책에 대한 불신을 야기하기에 충분하다. 고용 평등과 산업안전 부문은 그나마 선방했지만 이 부분은 정치적이 아니라 일관된 정책이 중요하며 방법이 급진적이거나 과도하여 다른 일자리 양과 질의 지표를 훼손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일자리 정책 방향은 OECD가 제시한 “More and Better”가 적절할 것이다. 불황에는 양(量), 호황에는 질(質)로 전환한 일본의 일자리 정책을 벤치마킹해야한다. 불황에 일자리 양이 안 되면 질도 안 된다.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음식을 평가할 때 음식 홍보와 관련한 특정 연예인들의 이름에서 비롯된 신조어로 “음식이 양도 질도 모두 만족스러운 것”을 ‘혜자스럽다’고 말한다. 반대 의미로 “포장지는 좋은데 양도 질도 안 좋은 음식”은 ‘창렬스럽다’고 평가한다. 정부는 이처럼 일자리의 양도 질도 모두 좋은 ‘혜자스러운’ 정책을 시행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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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8년12월17일 17시00분
  • 최종수정 2018년12월17일 11시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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