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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권 조기전환 재고해야 한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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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8년12월27일 17시01분

작성자

  • 김태우
  • 前 통일연구원 원장, 前 국방선진화추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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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18일 여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과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가 공동주최한 토론회에서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에 대한 쓴소리들이 쏟아졌다. 반시장·반기업적 경제정책을 겨낭한 비판들이 제기되었고,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제2의 폐족이 된다”는 쓴소리도 나왔다. 이를 의식한 듯 문재인 대통령도 최근 경제정책의 실패를 인정하는 듯한 발언들을 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에는 ‘경제 딜레마’라는 말은 없다. 너무 늦지 않게 반성한다면 만회할 기회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안보는 그렇지 않다. 한번의 실패로 망국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위험부담이 큰 모험이나 도박은 허용되지 않으며, 그것을 ‘안보 딜레마’라고 부른다. 이런 맥락에서, 문재인 정부는 전작권 조기전환 방침을 재고하라는 전문가들의 충언을 경청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전작권 조기전환’ 재점화

 

 현 한미연합사(CFC) 체제 하에서 전쟁이 발발하면 미군이 한미 연합군의 작전을 지휘하는 전시작전통제권(이하 ‘전작권’)을 행사한다. 더 정확하게 말해, 연합사의 사령관이 미군 4성 장군이고 부사령관이 한국군 4성 장군이므로 ‘미군 주도 하 공동행사 체제’라 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정부가 전작권을 조기에 분리·전환하는 문제를 다시 만지작거리고 있다. 즉, 전쟁 발발시 한국과 미국이 각국의 군대에 대해 전작권을 분리하여 행사하는 체제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전작권 분리는 노무현 정부때 2012년부로 시행하기로 한미 간에 합의했었지만, 이명박 정부 동안의 치열한 찬반 논쟁을 거쳐 박근혜 정부 동안 사실상 무기 연기하기로 합의했던 사안이다. 노무현 정부의 이념적 정체성을 계승한 문재인 정부는 ‘전작권 조기전환’을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시켰고, 2018년 5월 송영무 당시 국방장관은 ‘2023년 전작권 전환’ 계획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2018년 10월 31일 제50차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에서는 정경두 국방장관과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전작권 전환 이후에도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하고 현 연합사를 한국군 4성 장성이 사령관을 그리고 미군 4성 장군이 부사령관을 맡는 미래연합군사령부로 대체한다는 연합방위지침에 합의했다. 12월 5일 전군 주요지휘관회의에서 정경두 장관은 전작권 전환 준비를 서두를 것을 주문했다. 전작권 전환 문제가 다시 초읽기에 들어간 것이다. 문제는 노무현 정부에 이어 문재인 정부도 전작권 문제를 일종의 ‘이념적 지향점’으로 추진하면서 현실성이 부족한 감성적 이유들을 내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안보문제를 감성에 호소하나

 

 노무현 정부동안 개진되었던 조기전환론의 최대 특징은 안보현실보다는 감성에 호소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전작권을 행사해야 국가 자존심이 살고 군사주권을 가진 나라로 인정받기 때문에 독자적인 대북 및 대중(對中) 군사외교가 가능하다.” “전작권 행사는 스스로 조국강토를 지켜내겠다는 결기이다” “전작권을 분리해야 한국군이 의타심을 버리고 스스로 전쟁수행 능력을 함양할 수 있다” 등의 주장들이 만만치 않은 힘을 발휘한 것이다. 노 대통령의 ‘정신적 스승’으로 불렸던 송기인 신부는 2006년 방송 인터뷰에서 “작전권도 없는 나라라는 사실이 부끄럽지 않느냐, 당장 환수하라”고 외쳤다. 노 대통령도 그해 12월 평통 상임위원회 연설에서 “미국 바짓가랭이에 매달려서 형님 빽만 믿겠다... 이게 자주국 국민의 안보의식일 수 있나,” “열 배도 넘는 국방비를 쓰면서...떡 사먹었느냐” “미국이 군대를 뺀다고 하면 까무러치는 판인데, 어떻게 미국과 대등한 대화를 할 수 있나”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 젊은이들이 열광했고, 인터넷 공간은 전작권 ‘탈환’ 주장들로 후끈 달아올랐다.

한 가지 흥미로운 현상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전작권 전환 문제가 재부상하면서 조기전환론을 뒷받침하는 추가 논리들이 등장했다는 점이다. 2017년 9월 7일 정의당과 더불어민주당이 공동주최한 전작권 관련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J 교수는 기존의 조기전환론에 더하여 “전작권이 환수되어야 북핵에 대한 독자적 선제타격이 가능해지고 선제타격(kill-chain), 방어(KAMD), 응징보복(KMPR) 등 ‘3축’으로 통한 대북억제가 더욱 힘을 받는다,” 전작권이 전환되어야 북한 도발을 능동적․자율적으로 응징·보복할 수 있어 북한은 전작권을 가진 한국군을 더 두려워한다,” “전작권이 환수되어야 한반도 유사시 중국에게 군사개입 명분을 주지 않는다” 등의 주장들을 개진했다.

 

‘전작권 전환’은 이성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안보 문제

 

 그럼에도, 조기전환 반대론이 가지는 ‘이성적 설득력’은 조기전환론의 ‘감성적 설득력’을 압도한다. 현 전작권 체제는 양국 정상이 전시(戰時) 상태임을 확인하는 ‘연합상황’을 합의·선포해야만 작동되는 것이어서 미국이 마음대로 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현 전작권 체제와 분리된 체제 중 어느 것이 더 좋은가를 따지기 위해서는 어느 쪽이 전면전쟁 발발을 억제하는데 유리한가, 전쟁발발시 미군의 참전을 담보할 수 있는가, 전쟁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은가 등 국가생존과 직결된 문제들을 최우선적으로 다루어야 한다. 이것들이 한국군의 자주성 확대나 국가 자존심 고양보다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두 말할 필요도 없이, 북한은 한미군이 한 덩어리가 되어 싸우는 현 체제를 더 두려워하고, 미국이 직접적인 책임을 공유하는 현 연합사 체제 하에서 전쟁 발발시 미군이 참전할 가능성이 더 높으며, 미군의 우수한 전투력과 정보력을 공유하면서 싸우는 현 체제 하에서 전쟁에서 승리할 가능성도 더 높다. 반면, 전작권이 분리되고 연합사가 없는 상태라면 미국의 참전 의지는 약화되고, 「작계 5027」를 포함한 연합작계들은 백지화되기 쉬우며, 이원화된 지휘체제 하에서 일체화된 작전(synchronized operation)도 어려워질 것이다. 한국은 더 많은 국방예산을 써야 하고 한국경제의 안정성도 흔들릴 수 있다. 

한국군이 전작권을 따로 가져야 북 도발에 강력 대응할 수 있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 2010년 천안함 폭침과 백령도 포격도발시 한국군이 제대로 응징하지 못한 것은 남북관계와 확전 위험성을 고려하여 군통수권자가 대응을 결심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연합상황 선포 이전까지는 한국이 한국군의 작전권을 행사한다. 전작권 분리가 중국의 군사개입을 막는다는 주장도 비현실적이다. 현실적으로 말해, 유사시 중국의 개입을 막을 수 있는 것은 미국이 더욱 강력한 의지로 중국의 개입을 억제하는 것뿐이다.

 미래연합군사령부 창설에 대해서도 이성적 설명이 필요하다. 우선, 전작권이 분리되어도 미래연합군사령부 체제 하에서 연합방위 태세를 유지하겠다면 왜 굳이 현 연합사 체제를 허물려고 하는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자동개입’ 조항이 없는 동맹조약을 보완하면서 유사시 ‘한몸’ 체제로 싸우는 연합사를 버리고 ‘2인3각 체제’로 전환하려는지에 대한 이성적인 설명이 필요하다. 한국군 장성이 사령관을 맡는 부대에 미국이 파병할 것인지도 따져 봐야 한다. 최강국인 미국은 타국군 지휘관 밑으로 자국군대를 파견하여 전쟁을 수행한 적이 없다.

 

 ‘이념적 결기’로 집근해서는 안 된다 

 

전작권은 언젠가 분리될 수밖에 없고 한국이 원하지 않는 시점에 미국이 일방적으로 분리를 통고할 수도 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 이후 미국의 동맹정책에서 미국 이익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기 때문에 한국이 요구하면 미국은 기다렸다는 듯이 단번에 전작권 분리를 결정해버릴 수 있다. 때문에 한국군은 현 체제 하에서 독자적 전쟁 기획 및 수행 능력을 부단히 배양함으로써 한국군이 현 전작권 체제와 증원전력에 안주한다는 지적을 더 이상 듣지 않아야 한다. 그럼에도 현 전작권 체제가 전쟁 억제, 전쟁 발발시 미군의 참전, 승리 확률 등에서 유리하고 그것이 국방비 부담을 줄이는 길이라면, 한국이 먼저 전작권 분리를 추진할 이유는 없다. 

 국가 자존심도 중요하고 남북상생을 위한 노력도 필요하지만, 국가생존이 그보다 앞선 문제이다. 남북화해와 안보는 동행(同行)하는 것이지, 안보를 희생하면서 남북화해를 추구하는 것은 정도(正道)가 아니다. 전작권 문제도 이런 맥락에서 다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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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8년12월27일 17시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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