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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Watch] 차기 EU집행부, 누가 이끌까?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9년06월12일 17시00분
  • 최종수정 2019년06월11일 17시19분

작성자

  • 신용대
  • 국가미래연구원 연구위원, 前 건국대학교 석좌교수

메타정보

본문

차기 EU집행부 선임을 위한 회원국 간 경쟁이 유럽의회 선거 이후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EU집행위원회 위원장, 유럽이사회 상임의장, 유럽중앙은행 총재 등 3大 포스트의 인선이 시기적으로 겹치고 있어 프랑스 독일 등 회원국 간 EU기관에서 자국의 영향력 확대를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이외에도 일반국가의 외교장관에 상응하는 외교안보 고위대표직과 이달 말로 임기가 끝나는 유럽의회의 의장 포스트도 포함된다. 지금까지 경험에서 볼 때, 이들 EU기관의 포스트 선임은 상당히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어서 동·서 유럽 회원국 간 안배, 남성과 여성 간, 좌·우 및 중도성향의 정치그룹의 균형 등이 고려된다. 따라서 한 회원국이 EU기관의 중요 포스트를 모두 차지하기는 어렵다. 예컨대 독일 출신이 EU집행위원장 포스트를 차지할 경우, 유럽이사회 상임의장(EU대통령)과 유럽중앙은행 총재의 포스트는 독일 이외 국가에서 선임된다. 과연 이번에는 이들 3大 주요 포스트의 인선이 어떤 국가에서 어떤 인물이 선임되어 EU개혁 과제를 추진하여 갈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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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만료되는 3大 EU기관의 포스트 인선을 위한 회원국 물밑작업 본격화

 

EU기관으로 집행부 인선이 주목되는 3大 포스트는 다음과 같다. ①EU의 정책 수립과 집행을 담당하는 약 2만5,000명의 EU관료를 이끄는 EU집행위원회 위원장 포스트이다. ②EU의 정책지침을 결정하는 최고의 의사 결정기관으로 EU 회원국 정상으로 구성되는 유럽이사회를 주관하며, 국제무대에서 EU를 대표해 정식 명칭은 아니지만 EU대통령이라 불리는 유럽이사회 상임의장 자리이다. ③EU의 단일통화인 유로의 파수꾼으로 유로권 금융정책을 총괄적으로 담당하는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자리 등이다.

 

현재 EU기관의 현황은 다음과 같다.
①EU집행위원회 위원장은 룩셈부르크 총리와 유로존 재무장관회의(유로그룹) 의장을 역임한 융커(Jean-Claude Juncker)가 맡고 있으며 10월 31일에 5년의 임기를 마친다. 

②유럽이사회 상임의장은 기존 회원국 정상들이 반기별 윤번제로 재직했지만, 2009년 기본조약(리스본 조약) 개정으로 상임의장 자리가 신설되어 초대 의장에 헤르만 반 롬페이(Herman Van Rompuy) 前벨기에 총리가 초대 상임의장에 취임하였다. 이어 2014년 폴란드 총리 투스크(Donald Tusk)가 2대 상임의장에 취임하고 2년 반 임기를 연임하고 올해 11월 30일 퇴임한다. 

한편 ③유럽중앙은행(ECB)은 단일통화 출범에 따라 1998년에 설립되었는데, 초대 총재로는 네덜란드 중앙은행 총재 출신으로 유럽통화기구(EMI)의 빔 두이젠베르크(Wim Duisenberg, 네덜란드 재무부 장관, 네덜란드은행 총재 역임)가 선임되어 유로존의 단일통화인 유로貨의 도입을 주도하였고, 이어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 출신의 장-클로드 트리셰(Jean-Claude Trichet)가 2대 총재를 맡았고, 뒤를 이어 2011년 이탈리아 중앙은행 총재 출신의 드라기(Mario Draghi, 이탈리아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 역임)가 3대 총재에 취임하여 오는 10월 31일에 8년간의 임기를 마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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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기관의 주요 포스트의 인선은 전문성을 가진 인물을 선정하지만, 실제로는 특정국가 출신이 포스트를 독점할 수 없도록 회원국 간의 안배와 균형이 중요시된다. 주요 인사가 겹치는 이번에는 3大 포스트를 동시에 결정하게 된다. 유럽정상회의의 의장으로 프로세스를 주도하는 투스크 상임의장은 6월 20~21일 유럽정상회의에서의 이들 포스트의 (동시)결정을 목표로 하고 있음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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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집행위원장, 유럽의회 최대 정치그룹 대표후보(spitzenkandidat)가 선임되나?

 

이들 EU기관 포스트 경쟁 가운데 핵심은 EU집행위원회 위원장의 선임이라 할 수 있다. 과연 EU집행위원회 위원장에는 어느 국가의 어떤 인물이 선임될지 궁금하다. 

 

먼저 EU집행위원회 위원장 선임방식에서부터 논란이 일고 있다. EU집행위원장은 전례대로라면 유럽의회 선거의 결과를 바탕으로 유럽이사회가 가중다수결제도(qualified majority voting system)로 후보자를 지명하고 유럽의회의 과반수 찬성으로 선출된다. 가중다수결제도란 특정 회원국의 거부권 행사 방지 및 대국과 소국간 의사결정에 균형 유지를 목적으로 회원국 수의 55% 이상, 인구 구성비의 65% 이상의 찬성 다수로 결정하는 방식이다. 

 현 융커 EU집행위원장의 선출 때는 유럽의회의 최대 정치그룹의 대표후보(spitzenkandidat)가 위원장 후보로 지명되었으나, 이번에도 이 방식이 채택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실제로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주 루마니아 시비우(Sibiu)에서 열린 유럽정상회의에서 대표후보제에 의한 EU집행위원장 선출에 이의를 제기하였고, 스페인, 벨기에, 포르투갈, 네덜란드가 마크롱의 제안을 지지하고 나섰다. 

 

유럽의회 상위 정치그룹을 중심으로 EU집행위원장 후보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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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만프레트 베버(Manfred Weber, 독일): 이번 유럽의회 선거에서는 EU에 회의적인 포퓰리스트 세력의 약진이 있었지만, 유럽국민그룹(EPP)이 유럽의회 선거에서 제1의 정치그룹(179석)이 되었기 때문에, 전례대로라면 유럽국민그룹의 대표후보가 EU집행위원장 후보로 선출되어 유럽의회에서 승인되는 모양새가 되어야 한다. 현재 유럽국민그룹의 대표후보로 유력한 차기 EU집행위원회 위원장 후보인 만프레트 베버(Manfred Weber)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이끄는 기독교민주동맹(CDU)의 자매 정당이며 독일 남부 바이에른주 출신으로 같은 주에 거점을 둔 기독교 사회연합(CSU) 및 유럽국민 정치그룹 소속이다. 2003년부터 2007년까지 바이에른 청년동맹 지역평의회 의장을 역임하였다. 2002~04년까지 바이에른주 의회의원, 2004년부터 유럽의회 의원, 2009년에 유럽국민그룹(EPP) 부회장을 거처, 2014년 유럽국민그룹 의장에 취임하였고, 2015년부터 CSU 부당수를 역임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베버의 지명도가 낮은 점이다. 현지 독일에서도 웨버의 지명도가 아직 낮아, 그는 알고 있는 독일인은 4명 중 1명 (26%)에 불과하다. 

 

만프레트 베버는 다음과 같이 12가지의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즉, ①2022년까지 EU 국경경비대 1만 명 배치, ②테러 대책에 유럽판 FBI 창설, ③터키와의 관계 긴밀화 협의 정지, ④새로운 사법제도의 창설, ⑤암에 대한 EU 종합계획 수립, ⑥고령자용 스마트 주택 보급, ⑦500만 명의 젊은이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 ⑧1,000건의 낡은 규제 폐지, ⑨공장 노동자를 위한 디지털화 전환기금 창설, ⑩젊은 세대를 위한 주택대출자금 확충, ⑪아동노동 금지를 전 세계로 확산, ⑫일회용 플라스틱 금지를 전 세계로 확산 등이다.

 

그러나 EPP의 대표후보인 베버가 EU집행위원장의 포스트를 손에 넣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 이유는 유럽 의회 선거에서 현 최대 정치그룹인 EPP에 협력하는 현 제2 정치그룹인 사민그룹(S&D)과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고, 또한 EPP에 속해 있는 헝가리의 집권여당인 '피데스(Fidesz)가 유럽의회 선거 이후 EPP를 이탈하여 S&D로 정치그룹을 바꿀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피데스(Fidesz)는 총선에서 ‘반난민’ ‘반EU’ 정책을 앞세운 ‘리틀 푸틴’ 오르반 총리가 압승, 이번 유럽의회선거에서 52.33%를 득표하여 헝가리 전체 유럽의회 의석 21석 가운데 13석 획득했다. 만약 헝가리 EPP가 획득한 13석이 S&D로 옮겨가는 경우, 유럽의회에서 EPP는 179석에서 166석으로 축소되고, S&D는 153석에서 EPP와 같은 166석이 된다. 헝가리의 오르반 총리는 EU에 대한 비판을 반복하여 같은 정치그룹에서 무기한 자격 정지 처분을 받고 있으며, 또한 오르반 총리가 웨버 대표후보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⓶티메르만스(Frans Timmermans, 네덜란드): 현재 유럽의회 제2의 정치그룹인 중도좌파인 사민그룹(S&D, 153석)의 티메르만스(Frans Timmermans, 네덜란드) 대표도 유력한 EU집행위원장 후보 가운데 하나이다. 티메르만스는 네덜란드 노동당 출신으로 외무장관을 역임하고 현재 EU집행위원회의 제1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EU집행위원장을 유럽의회 제1의 정치그룹에서 선임해야 한다는 명문 규정이 있는 것도 아니다. 또한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헝가리에서 EPP가 탈퇴하여 S&D가 유럽의회에서 제1의 정치그룹으로 등장할 경우 최대 경쟁자가 될 수 있다. 다만 티메르만스는 폴란드, 루마니아와 헝가리의 법치 위반에 대해 엄격한 입장을 보이고 있어, 이들 동부 유럽국가들의 지지를 얻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만일 네덜란드가 EU집행위원회의 포스트를 손에 넣으면, 독일과 프랑스는 유럽중앙은행 총재의 포스트를 놓고 경쟁을 펼칠 것이다.

 

⓷베스타게르(Margrethe Vestager, 덴마크)와 바르니에(Michel Barnier, 프랑스): 현 유럽의회 제3위의 정치그룹인 유럽자유민주동맹(ALDE)의 대표후보로 유력한 EU집행위원장 후보인 덴마크 출신의 베스타게르(Margrethe Vestager)는 현재는 EU집행위에서 경쟁담당위원을 역임하고 있다. 경쟁담당 위원으로서의 수완은 높게 평가되고 있지만, 베스타게르가 프랑스의 알스톰과 독일 지멘스의 합병을 반대한 것도 영향을 미쳐,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 정당인 “공화국 전진”이 합류하는 경우 베스타게르가 ALDE 안에서 최대 계파가 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마크롱 대통령은 공화국전진을 주축으로 현재 ALDE를 재결집하여 새로운 중도 정치그룹을 결성하고 유럽의회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자 한다. 이번 유럽의회 선거에서 제1 정치그룹인 EPP(179석)와 제2의 정치그룹인 S&D(153석)의 유럽의회 의석수가 과반(376석)을 넘기지 못함에 따라, 제3의 정치그룹인 자유주의 중도파 유럽자유·민주동맹(ALDE&R, 106석)의 선택권이 확대되었기 때문이다. 

 

이 경우 EPP가 계속 유럽의회의 최대 정치그룹으로 영향력을 유지토록 하면서 EU 개혁을 주도하는 마크롱 대통령을 지지할 EU집행위원장 후보는 베스타게르가 아니고, EPP와 소속 프랑스 공화당 출신의 전 외무장관으로, 현재 Brexit회담에서 EU측 협상대표인 바르니에(Michel Barnier)이다. 대표후보제에 의한 EU집행위원장 선출방식이라면 바르니에 Brexit 협상대표는 EU집행위원장 후보에 포함되기도 어렵다. 유럽의회 선거 기간 동안 정치그룹의 대표로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의 여론조사에서도 EPP의 대표후보가 아닌 바르니에의 이름이 상위에 오른다. 그는 최근 유럽 각국을 적극적으로 방문하는 것은 EU집행위원장 인사에서의 협력을 촉구하기 위한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프랑스가 EU집행위원장의 포스트를 손에 넣는 경우, 후술하는 바와 같이 유럽중앙은행 총재에 독일연방은행의 바이트만 총재가 선임될 가능성이 커진다. 다만 드라기 현 ECB 총재와 달리 매파 총재의 탄생에 반발이 거세지는 경우 타협안으로 핀란드가 유럽중앙은행의 포스트를 차지할 여지도 있다.

 

⓸기타 포퓰리스트 후보(?): 이번 유럽의회 선거에서는 이탈리아 연립 정부에 참여하는 동맹(League), 프랑스에서 마크롱과 대선에서 경쟁한 르펜 당수가 이끄는 국민연합(구 국민전선) 등 포퓰리스트 정당의 약진이 이루어졌다. 영국의 유럽의회 선거 참여로 영국에서 Brexit당의 약진도 있었다. 그러나 우려하였던 포퓰리스트 정당들의 역할은 확대되지는 않을 것이다. 포퓰리스트가 총 결집하여 대표후보제 아래서 EU집행위원장으로 선출되는 파란이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다. EU집행위원장은 유럽이사회에서의 가중다수결로 후보자를 지명하고 유럽의회의 과반수로 선출된다. 따라서 대표후보제가 명문화된 규칙이 아닌 이상 포퓰리스트가 추천하는 EU집행위원장 후보(예를 들어 이탈리아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등)가 선출되지는 않을 것이다.

 

유럽이사회 상임의장(EU대통령), ‘여성과 회원국 안배’ 동시에 고려하나? 

 

①달리아 그리바우스카이테(Dalia Grybauskaitė, 리투아니아): 유럽이사회 상임의장은 유럽이사회에서 가중다수결로 선출되어 지금까지 독일과 프랑스 등 대국 출신이 아닌 소국 또는 동유럽 출신이 선임되었다. 현재 유력 후보로는 리투아니아의 달리아 그리바우스카이테(Dalia Grybauskaitė) 대통령(외교관 출신으로 주 EU대표부와 미국대사관을 거쳐 외교부 차관, 재무부 장관을 지낸 뒤 대통령에 재당선)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그녀는 리투아니아 최초의 여성 국가 원수로 재무장관과 유럽위원 등을 역임하고, 리투아니아의 '철의 여인'이라고도 불린다. 대통령으로 절대적인 인기를 누렸지만, 3선 금지 조항으로 곧 퇴임한다. 그리바우스카이테(Dalia Grybauskaitė) 리투아니아 대통령 후임을 선택할 대선은 지난 5월 12일 열린 첫차 투표에서 50% 이상 득표한 후보가 나오지 않아 5월 26일 결선투표에서 보수와 자유주의 성향의 경제학자 출신의 신인 기타나스 나우세다 후보가 경쟁 후보인 인그리다 시모니테 전 재무장관을 제치고 당선되었다. 유세 과정에서는 포퓰리즘을 거부하고 민주적 가치를 지지하는 친EU 성향을 보였다. 

다양성을 중시하는 EU는 중요 포스트에 여성의 비율이 낮은 점이 늘 문제 삼아 왔는데, 이 점에서도 그리바우스카이테는 적임자로 평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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⓶앙겔라 메르켈(독일): 여기에 변수로 떠오르는 인물로는 현 독일의 메르켈 총리이다. EU집행위원장에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이 지지하는 바르니에가 선임되는 경우, 독일은 ECB총재 포스트를 요구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 경우 매파 총재 탄생에 반대 의견이 나오면, 독일은 주요 3大 포스트의 어느 한 곳도 손에 넣을 수 없게 된다. 이 경우 대안으로 등장하는 것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유럽이사회 상임의장 선임이다. 지난해 12월 CDU의 당수자리를 안네그레이트 크람프-카렌바우어(Annegret Kramp-Karrenbauer)에게 물려준 메르켈은 다음 의회 선거에서 독일과 EU정계에서 은퇴를 시사하여 EU의 주요 포스트에 취임할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다. 독일이 권력 이양 과정에 있는 것이나 불안정한 정치 상황이 고려됐지만, 최근 CDU 지지율이 회복 추세(유럽의회 선거에서 CDU-CSU 득표율 28,90%로 1위)에 있는 점은 메르켈 총리의 EU 정치권 변신을 뒷받침한다. 오랜 기간 EU를 이끌어온 그녀의 경륜이 EU의 주요 포스트 취임의 적임자라는 평가이다. 독일과 프랑스의 거물 정치인들이 팀을 이루어 EU개혁을 이끌어갈 수 있을지 궁금하다.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에 대응할 전문성 중시하나?

 

유럽중앙은행 총재는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에서 지명된 유럽이사회(실제로는 유로존 정상회의)의 가중다수결로 선출된다. 드라기 총재의 후임자로는 프랑스 중앙은행 빌로이 드 골로(Francois Villeroy de Galhau) 총재(현재 정책 유지 예상, 은행동맹 지지)와 베누아 쾨레(Benoît Cœuré) 현 ECB 집행이사, 독일연방은행의 옌스 바이트만(Jens Weidmann) 총재(매파, 정책 변화 예상) 등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EU집행위원장의 포스트에 독일측 인사가 선임되는 경우 유럽중앙은행 총재는 프랑스 측 인사가 선임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드라기 총재의 전임 트리셰 전 총재가 프랑스 출신이었기 때문에 프랑스인의 재등용이 기피될 수 있다. 또한 베누아 쾨레의 유럽중앙은행 총재 취임은 ECB 이사의 연임 규정의 변경이 필요하다. 

 

이밖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 규제 확립에 기여한 에르키 리이카넨(Erkki Liikanen) 전 핀란드 중앙은행 총재(2005~18년 총재 역임, 현재의 정책 유지 예상)와 EU집행위원회의 경제통화정책 담당 집행위원 및 부위원장(2011~14년) 출신으로 현재 핀란드 중앙은행 총재인 올리 렌(Olli Rehn), 필립 레인(Philip R. Lane) 아일랜드 중앙은행 총재, 클라스 크노트(Klaas H.W. Knot) 네덜란드 중앙은행 총재(2011년 7월 이후 현재, Amsterdam대학교 명예교수), 그리고 크라우스 레글링(Klaus Regling) 유럽안정기금(ESM) 집행이사(전 독일재무장관, EU집행위 경제분야 총국장 등 역임, 유로존 재정동맹 반대) 등도 거론되고 있다.

 

현재 베누아 쾨레 현 ECB 집행이사의 전문성이 평가되는 분위기이다. 드라기 총재가 취임한 8년 전과는 달리 새로운 통화정책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각 후보에 대한 평가가 주어지고 있다. 바이드만이 ECB 총재에 선임되는 경우에는 드라기 총재의 확장적 통화정책으로부터의 변화를, 빌로이 드 골로나 리이카넨이 등장하는 경우에는 기존 통화정책을 이어갈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렌은 유로존 물가상승률이 일정기간 동안 목표인 2%에 거의 접근하게 유지되는 부양책을 지지하고 있다. 차기 ECB 총재는 드라기 총재가 쌓은 신뢰를 지켜야 하며 은행 내 합의를 이끌어야 할 뿐만 아니라, 급변하고 있는 EU안팎의 변화에 단호한 결정 또한 내릴 수 있어야 한다. 최근 외신 보도에서 드라기 총재의 후임이 EU집행위원회나 유럽이사회, 유럽의회에서도 나올 가능성이 있음을 지적하고, 그렇게 되는 경우 ECB가 정치적 압력에 쉽게 흔들릴 수 있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차기 EU집행부, EU와 글로벌 정치경제환경에 기여하는 안정적 리더십 보이길 기대

 

종합적으로 요약해 볼 때, EU기관의 3大 포스트 선임은 정치적으로 상당히 민감한 사안이어서 동·서 유럽 회원국 간 안배, 남성과 여성 간, 좌·우 및 중도성향의 정치그룹의 균형 등이 고려된다. 따라서 EU의 한 회원국이 모든 EU기관의 포스트를 장악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프랑스와 독일 등 정치적으로 영향력이 큰 회원국들의 합의가 EU기관들의 포스트 선임에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먼저 EU집행위원회 위원장을 어느 회원국이 차지하는가에 따라 유럽이사회 상임의장과 유럽중앙은행 총재의 포스트가 결정되는 모양새가 될 것이다. 

 

만일 독일 출신 만프레트 베버가 EU집행위원장에 선임되는 경우, 유럽중앙은행 총재는 프랑스 측 인사가 선임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드라기 총재의 전임인 트리셰 전 총재가 프랑스 출신이었기 때문에 프랑스인의 재등용이 기피될 수 있다. 또한 베누아 쾨레의 유럽중앙은행 총재 취임은 ECB 이사의 연임 규정의 변경이 필요하다. 이 경우 유럽이사회 상임의장(EU대통령)에는 여성 배려와 동유럽 회원국 안배를 위해 리투아니아 그리바우스카이테가 선임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EU집행위원장에 프랑스 출신 바르니에가 선임되는 경우, 유럽중앙은행 총재에는 독일연방은행 바이트만 총재가 선임될 가능성이 커진다. 그러나 매파 ECB 총재 탄생에 반대 의견이 나오면, 독일은 주요 3포스트의 어느 한 곳도 손에 넣을 수 없게 된다. 이 경우 타협안으로 메르켈 현 총리의 유럽이사회 상임의장 선임 가능성도 제기된다.

 아울러 핀란드가 유럽중앙은행 총재 포스트를 차지할 수도 있게 된다. 네덜란드 출신의 티메르만스가 EU집행위원회 위원장 포스트에 선임되면, 독일과 프랑스는 유럽중앙은행 총재의 포스트를 놓고 막판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집행부 선임을 통해서 EU가 대내외적인 도전에 대응하는 한편, 급변하는 글로벌 정치경제환경에도 기여할 수 있는 안정적인 리더십을 보이길 기대한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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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 2019년06월11일 17시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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