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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시안적 경제정책을 우려한다.

 

  근래 들어 우리나라 경제정책이 우왕좌왕한다는 느낌이 든다. 한 국가의 경제정책이라면 정책운용의 큰 원칙 하에서 개별 정책들이 설계되고 추진되어야 하는데, 그때그때 경제상황 변화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지난 연초에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근로소득 연말정산과 관련된 일련의 과정들이 대표적이라 할 것이다. 당초의 계획은 전통적으로 활용되어 왔던 소득공제 방식을 세액공제 방식으로 전환하여, 고소득자의 상대적 세 부담은 높이면서 중/저위 소득자의 세 부담을 완화시키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새로운 세제에 따라 연말정산을 해보니 중/저위 소득임에도 불구하고 세금이 올랐다는 불평이 빈발했다. 이에 정부는 부랴부랴 경제부총리의 사과 및 해명, 그리고 납세자들의 불만을 해소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원래 제도가바뀌게 되면, 각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세금은 다소간 더 낼 수도, 더 적게 낼 수도 있는 것이며 정부 역시 이를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충분히 숙고하고 사전에 제도를 보다 정교하게 마련해두었어야 했는데, 문제가 제기되자 허둥지둥 보완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정책의 무게감이나 신뢰도가 상당히 낮아지는 느낌이다.

 

 최근 발표된 국토교통부의 ‘버팀목 전세대출’ 확대 방안도 동일선상에서 이해될 수 있다. 전세대출 확대정책은 전세가격 급등에 따라 가계로 하여금 전세자금을 보다 원활히 조달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정책이다. 하지만 이는 우리경제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이미 가계대출이 과도하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나라 가계대출규모 증가에 대한 우려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며, 이미 오래전부터 지적되어온 사안이다. 잘 알려져 있듯이 우리나라의 가계대출규모는 이미 1천조 원을 넘어섰으며, 주택관련 대출은 이 가운데에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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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는 가계대출규모가 심각할 정도로 증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정책적’으로 더 증가시키겠다는 것이다. 대출이란 빚이다. 아무리 관리가능하고 안정적으로 유지한다고 해도 빚이란 그 속성상 본디 위험하고 무거운 짐이다. 대출규모 증가가 왜 위험한가? 빚이란 공짜가 아니기 때문에 돈을 빌리는 대가, 즉 이자상환 부담이 반드시 따라오기 때문이다. 현재는 금리가 낮아질 대로 낮아진 상황이기 때문에 이자부담이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인식될 수 있지만, 금리라는 것은 상황에 따라 오를 수도 있는 것이다. 

금리가 오르면 어찌될 것인가? 당장 이자부담이 대폭적으로 증가하게 될 것이다. 최근 미국의 경기회복에 따른 금리인상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데, 만약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어찌되겠는가? 우리나라 금리가 현재와 같이 낮은 수준으로 지속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소득이 정체된 상황에서 금리의 인상은 가계소비 여력에 심각한 영향을 줄 것이다. 현 정부에서 그렇게도 강조하는 소비여력 회복 및 내수 진작이라는 정책목표에 치명적인 위험이 될 수 있다. 정부도 이러한 상황을 모르지 않을 것인데, 전세자금의 원활한 조달을 명분으로 가계부채를 더욱 증가시킬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정책의 혼선 역시 우려스럽다. 현 정부의 부동산시장에 대한 정책기조는 ‘매매시장 활성화’ 및 ‘전월세 임대가격 안정’으로 요약할 수 있다. 정권 출범초기에는 전자에 무게를 두었으나, 이후 전세가격 급증 문제가 심각해지다 보니 전세가격 안정화 정책을 추가한 것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정책들은 그 성격상 동시에 달성되기 어려운 것이다. 매매시장 활성화란 주택가격 인상을 유도하는 정책인데, 본질적으로 같은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전세가격의 인하를 도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동일한 주택시장에 대해 한편에서는 가격인상을, 다른 한편으로는 가격인하를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충분히 숙고된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 어려운 대목이다. 

 

 한편 최근에는 최저임금인상 정책을 추진 중에 있다. 보수성향의 정부가 채택한 정책이라는 점에서 상당히 이례적이라 할 것이다. 정책의 기본취지는 내수부진이 심각하니 근로자들의 임금을 인상하여 침체된 소비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대개 최저임금을 적용받는 근로자들은 소득에서 지출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큰 편이므로, 임금이 오르면 이에 맞추어 소비가 늘어나게 될 것이라는 논리이다. 의도대로만 된다면 내수가 활성화되는 효과는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정책의 긍정적인 측면만을 부각시킨 견해라 평가된다. 사실 대개의 정책은 긍정적인 효과와 부정적인 효과를 모두 갖는 것이 일반적이며 최저임금인상 정책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최저임금인상에 따른 부정적인 효과는 무엇인가? 근로시간이나 고용감소가 대표적일 것이다. 실제로 최저임금에 영향을 받는 일자리들은 소규모 또는 영세 사업장인 경우가 많다. 인건비 상승에 유연하게 대처할 만큼 여유가 있지 않은 것이 보편적이다. 결국 최저임금인상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의 가중은 대체로 고용감소나 근로시간 감소로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이러한 영향은 특히 소위 골목상권으로 대표되는 영세 사업장에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임금인상으로 인한 소비진작 효과보다는 고용 및 일자리 감소로 인한 부담이 더 크지 않을까하는 우려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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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이러한 정책들에 대해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겠다’라는 표현을 썼다. 이는 새로운 정책을 시도해보겠다는 의도로 이해할 수 있겠지만, 본디 가보지 않은 길이란 어디에 어떠한 위험이 있는지 알지 못하는 불확실한 길이다. 물론 이론적 지식과 실물경제에 대한 내공을 충분히 갖춘 경제부총리가 검증되지 않은 정책까지 써보겠다고 할 때에는, 그만큼 우리경제가 처한 상황이 비상하다는 인식이 깔려있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최근에 추진되는 정책들은 대체로 탄탄한 철학이나 원칙의 토대 하에서 모색되고 있다기보다는, 그때그때의 상황논리에 따라 도모되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준다. 

물론 쓸 수 있는 정책은 이미 다 쓴 상황이라 특단의 정책이 필요하다는 판단이었을 수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경제상황의 단기적 어려움을 이유로 기본에서 벗어난 임기응변식의 정책대응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도움이 될 것 같다면 무엇이든 추진하겠다는 식의 정책기조 역시 합리적이지 않다. 비록 어려움이 다소간 지속된다 하여도, 우리 경제의 체질을 개선하고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정책을 꿋꿋이 추진하는 것이 더 바람직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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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5-03-31 20:42:00 최종수정 2016-02-29 12: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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