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에서 바라본 세계

국가의 미래를 향한 첫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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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필요한 기술은 따로있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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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6년10월21일 16시36분
  • 최종수정 2016년10월21일 16시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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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이 나올 줄 알았다고?

 

 가까운 20년 전, “휴대폰으로 인터넷을 하고, 실시간으로 영상통화를 한다고?”하는 질문은 그저 바보스럽기만 했다. 들고 다니면서 인터넷을 하고, 심지어 3D 그래픽 환경의 게임까지 한다는 것은 당시로써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2013년 7월 기준, 이제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 수는 3,595만 명을 넘어섰다. 예전과는 달리 영상통화, 3D 게임보다 더 한 기능들을 상상해볼 수 있다. 과학기술에서의 빠른 발전이 이루어진 것은 이러한 상상력이 한 몫을 했다. 그러나 과학기술의 특성상 관심이 더 집중되는 분야가 빠르게 변화한다. 이 때문에 스마트폰은 인류의 역사에서 비교적 이른 시간에 등장한 것인지도 모른다. 한편 이를 반대로 생각해보면, 관심이 없는 분야의 기술은 발전이 더디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사이베슬론 대회


 ‘아이언맨 올림픽’에 대해 들어본 적 있는가? 올해 10월 8일에 처음으로 스위스 취리히에서 개최되었던 ‘사이베슬론’은 장애인의 재활 의지와 재활 로봇 기술을 이용한 장비 연구 개발 촉진을 목적으로 열리는 대회다. 몸을 움직이기 어려운 장애인들이 첨단 보조 장비를 개발하는 기업 등과 한 팀을 이루어 참가한다. 

 

 여러 미션들을 통해 그 속도에 따라 점수를 매겨 우승자를 선정하는 방식이다. 패럴림픽이 사람의 신체적 능력을 토대로 하지만, 사이베슬론은 과학자와 공학자, 그리고 장애인이 함께 과학기술로 승부를 겨룬다. 로봇을 이용해 경기를 치르기 때문에 이전부터 ‘아이언맨 올림픽’, ‘사이보그 대회’ 등의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번 사이베슬론 대회에서 서강대 공경철 교수와 기계공학과 연구팀, 로봇개발업체 SG메카트로닉스 등이 팀을 이루어 한국 대표로 출전하여 3등이라는 성적을 거두고 오게 되었다. 선수로 출전한 김병욱 씨는 외골격 로봇을 착용하고 출전하였다. 앉아서만 20년 이상 생활을 한 그에게 일어선다는 것은 과거 스마트폰을 떠올리던 상상처럼 꿈만 같은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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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소외 계층


 최근 국제 금융위기의 여파로 인한 중산층 감소 및 신빈곤층의 증가로 사회 양극화가 심화함에 따라 소외 계층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국가적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안두현, 송위진 씨의 ‘STEPI Insight 보고서’ 안두현·송위진, 『소외계층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과학기술』, STEPI Insight 제 40호, 2010. 2. 15. 에서도 이와 같은 이유뿐만 아니라, 소외계층으로 고령자, 장애인 문제를 예시로 들며 과학기술의 사회적 역할을 높일 것을 당부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뇌성마비를 제외한 ‘마비 진료환자’의 6년간(2007~2012) 건강보험 진료비 지급자료를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마비 진료환자 인원은 2007년 49,720명에서 2012년 61,788명으로 약 25%가량 늘어났으며, 진료환자 중 재활의학과 진료를 받은 비중은 2012년 65.7%로 집계되었다.

 

 이와 같이 척수손상으로 인한 하지 마비 장애인 및 근무력증으로 하지를 전혀 사용할 수 없는 사람들이 점차 증가추세에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연도별 ‘마비’ 진료현황 및 재활치료 현황』, 2012.

 

 또한 국내 65세 이상 인구 구성비는 2005년 전체 인구의 10.1%에서 2015년 14.1%로 증가하였으며, 2025년에는 전체인구의 21%를 차지하는 고령 사회, 2030년에 25.6%를 차지하는 초고령사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통계청, 『고령화 추세 분석』, 2016.

 

 이러한 세태에 고령자, 장애인들을 위한 기술은 점점 필요가 늘어나고 있지만, 사람들의 무관심으로 인해 그 발전은 더딘 상태다.

 

너도 모르는 기술


 과학기술은 지금껏 많은 것을 이루었고, 우리는 그 문명의 혜택을 보고 있다. 아니, ‘우리’가 아니라 소외계층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이라 생각해야 될 것 같다. 스마트폰, 컴퓨터, 인터넷, 자동차, 비행기 등의 보급으로 우리는 ‘지구촌 시대’를 살게 되었다.

 

 저마다 한껏 여유로운 삶을 사는 것은 아니지만, 예전 ‘보릿고개’ 시절처럼 살기 힘든 때는 지났다. 그러나 본인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힘들고 불편하게 살고 있는 소외계층은 여전히 그런 기술의 혜택을 넉넉하게 받기 어렵다. 그들과 관련된 기술은 여전히 소외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그들을 위한 기술에 더 큰 관심을 가져야할 때다. 

 

 지금껏 ‘너도 모르는 기술’이 존재했다. 많지는 않지만 사이베슬론 대회에 나갔던 연구팀처럼 몇몇 사람들은 공공의 복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첨단 기기에 대한, 더 편리해지는 삶에 대한 관심도 좋지만, ‘너도 모르는 기술’이 이제는 ‘나도 알고 있는 기술’로 변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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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 2016년10월21일 16시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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