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에서 바라본 세계

국가의 미래를 향한 첫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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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의 1000일, 그리고 대한민국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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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7년01월06일 19시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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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4년은 내게 뜻 깊은 한해였다. 2년간 복무했던 군대에서 전역하고 이제 막 사회로 복귀하여 다양한 경험과 뜻을 펼치는, 시작과 같았던 한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지극히 나의 개인적인 문제를 떠나서 평생 잊지 못하는 사건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세월호사건’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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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에는 나도 마찬가지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리고 언론에서 말하는 것과 같이 대부분 구조되었으며, 마무리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전부 구조될 수 있는 상황으로 생각했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수많은 피해자가 발생했고, 밝히지 못한 다양한 진실 또한 함께 가라앉아 버렸다. 국민들의 평범한 관심에서, 지금은 전 국민이 모두 아파하고 힘들어 하는 현대사의 명암으로 자리매김 하게 되었다.

 

  여러 가지 수면위로 떠오르지 못하는 다양한 이유가 포함되어 있지만, 표면적∘공식적으로 밝혀진 이유만으로도, 세월호의 눈 먼 항해는 지속되어 왔었고, 언제 사고가 나도 무방할 만큼 문제가 있는 부분이었다. 가장 높은 쟁점은 국토해양부∘항만청∘한국선급∘인천해경의 공조로 편법과 눈속임, 그리고 뇌물로써 항로가 개척된 부분이다.

 

  국토해양부는 기준 이하의 운송수입률을 지니고 있는 세월호를 승인하여 항로를 신설하도록 했고, 항만청은 뇌물을 받고 청해진해운의 증선을 허가했다. 한국선급은 세월호의 부정적인 증개축 현황을 인지함에도 복원성 검사를 승인하였고, 인천해경은 최종 운항관리규정 심사에 있어서 편의를 제공했다. 이러한 유착과 부패를 바탕으로 2013년 3월, 시한폭탄과도 같았던 세월호의 항로가 열렸다.

 

더불어 안전을 담보로 세월호는 무리한 돈벌이 운항을 일삼았고, 사고 당일 날 세월호의 상태는 적재 기준보다 1,050t가량 더 많은 양의 화물을 실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 배의 안전을 지켜주는 평형수를 빼내었다. 더불어 무리하게 실린 화물들은 서로 안전장치조차 연결되지 않았으며, 승무원들은 기본적인 배의 지식과 자신에 직무에 대한 이해도도 떨어져있었다.

 

이러한 여러 가지 이유 이외에도 보이지 않는, 오히려 당연한 일이지만 지켜지지 못해서 언급조차 하기 부끄러운 사안들이 더욱 많았다. 그리고 이로 인해 결국 세월호는 가라앉았다.

 

  오는 9일이면, 눈 먼 항해의 결과물인 세월호 사건이 발생한지 1000일째 되는 날이다.

  

  생존자 학생들 중 몇 명은 나의 후배가 되어 함께 학교에서 수업을 듣기도 하며 하루하루를 이겨내고 있고, 다른 사람들 또한 자신의 자리를 조금씩 찾아가며 그날의 아픔을 되새기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날의 아픔을 가슴 깊이 아로새겨 지금까지도 슬픔 속에 함께하고 있다.

 

  1000일 동안의 우리를 되돌아보면, 정말이지 부끄럽다.

 

  힘차게 달리고 이겨내야 할 그러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거대한 비리와 국정농단으로 인해 전 국민이 가라앉아 버렸다. 기다리고만 있었던 세월호 유가족은 더더욱 그 장면에 아파했다.

  

  웃음꽃이 피어야할 연말도, 흥겹기만 한 크리스마스 캐롤 또한 2016년 연말연시에는 울려 퍼지지 않았다.

 

  지금 현재 우리들의 몸은 땅위에 있지만, 온 정신과 마음은 바다 속 깊숙이 잠겨 버린 것만 같다.

 

  대체 어디까지 우리 국민들이 가라앉아야 하는 것인가?

 

  세월호 유가족이 한 인터뷰에서 말했다. ‘다가 올 1000일, 그리고 그 이후 1001일 이후부터는, 1001일이 아니고, 새로운 1일이 될 것이다.’

  

  바다 속 깊은 곳에서 올라와야 할 것은 하루빨리 올라오고,

  바다 속 깊은 곳까지 내려가야 할 것은 하루빨리 내려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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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7년01월06일 19시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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