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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만 원의 학생회비, 자율이지만 필수인가요?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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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7년03월03일 16시30분
  • 최종수정 2017년03월03일 16시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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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스한 봄바람과 함께 대학가에는 피어나는 꽃망울과 개강의 설렘으로 가득 차 있다. 대전의 모 대학에 입학한 H 군은 새로운 대학생활에 대한 기대가 가득했고 입학 전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참여했다. 학과 소개와 더불어 1년 동안의 전반적인 행사에 대해 안내받은 후, 4년 치 학과 학생회비 30만 원과 새내기 배움터 참가비로 8만 원이 명시된 총 38만 원의 고지서를 받았다. 

 

집안 사정이 좋지 않은 탓에 아르바이트로 등록금을 마련한 H 군은 40만 원 가까이 되는 금액이 부담스러웠지만, 과 선배들의 전화와 더불어 학생회비를 내지 않으면 사물함배치 등에서 불이익이 있을 수도 있다는 주변의 언급에 힘든 형편을 쪼개어 학생회비를 마련했다. 회비를 낸 후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학생회비와 관련된 문제로 연일 격렬한 논쟁이 오갔다. 

 

H 군은 가상의 인물이다. 하지만 40만 원 가까이 되는 학생회비는 필자가 현재 다니고 있는 대전의 한남대학교 모 학과에서 이번 2017년도 신입생에게 실제 부과한 금액이다. 고지서 세부내용을 보면 단과대 연합 MT(새내기 배움터), 선후배 대면식, 학과 MT, 체육대회, 농촌봉사활동 등 학과에서 시행하는 다양한 행사에 드는 4년 치 전액을 미리 내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제보들에 의하면 학내에서 연간 가장 큰 축제 중 하나인 해오름제 행사의 경우에도 참가비를 추가로 3만 원가량 납부를 해야 하며, 일부 과의 신입생은 강압적인 분위기 하에 필수 참석하여 돈을 내고도 각종 행사를 즐기기는커녕 원치 않는 행사의 일꾼 등으로 동원되는 경우도 있다. 돈 내고 일하는 격이다. 

 

앞에서는 학생회비를 자율납부라고 하지만 정작 학생회비를 내지 않는 학생들에게 지속해서 연락하거나 공개적인 자리에서 반복하여 언급함으로써 내지 않을 수 없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방식으로 갹출하기도 한다. 이른바 비자율적 자율납부인 셈이다. 

 

학생들은 이처럼 이율배반적이고 전후가 다른 학생회의 행태를 다년간 목격하면서 점점 믿기 힘들다는 분위기이다. 4년 치 행사비이지만 행사 때마다 또다시 돈을 내야 하며, 심지어 학생회비 미납부 시 사물함 미지급 의혹이 자치 기구에 대한 신뢰성마저 떨어뜨리고 있다. 많은 학생이 학생회비의 사용 계획과 실사용 내용에 대해 의구심이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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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회 구성원들은 투명하다고 하지만 학생 자치 감사기구인 총 대의원회의 감사 결과를 보면 모 학과는 잦은 영수증 누락으로 믿고 맡긴 학생들에게 필요한 만큼의 신뢰를 돌려주지 못했다는 평가이다. 

 

실제 2014년 감사결과를 보면 당시 총학생회의 경우 예산 약 3900만 원 중 57%에 해당하는 2200만 원의 과도한 기타 운영비 지출 및 학생회비 관련 개인 통장 사용으로 인해 예산집행 정지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이뿐 아니라 총 대의원회 자체의 공정성에도 의문을 제기하는 학우들이 있다. 작년 말 위원회 임원들이 단체로 고급 패딩을 구매하는데, 학생회비를 사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었고, 위원회는 무응답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2016년 한남대 총학생회 선거 기간에서 선거 관리 위원회의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스스로가 한남대 선거규칙을 지키지 않는 행동을 보여주었다. 총학생회 선거 과정에서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되었고 선거 직후 당선되지 못한 후보 측에서 이의 제기를 하였다. 그 후 한남대선관위 측은 부정선거에 대한 사항은 인정하는 바이지만 재선거의 요인으로는 부족하다는 판단을 알렸다. 

 

그리고 그 판단에 대한 자세한 사항을 양 후보자들에게 공지하지 않았다. 한남대 학생자치기구 규칙을 살펴보면 해당 관련 조항은 없었고 없는 규정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공직선거법을 준용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대한민국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이의제기에 대한 결과를 양 후보 모두에게 알려야 한다. 하지만 공직선거법을 준용하는 한남대 선거세칙이 있음에도 규정이라는 이유로 양측 후보 모두에게 사유를 알려주지 않는 행동들은 학내 자치/준법기구로서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가, 혹은 수행할 의지가 있는가에 대해 물음표를 찍게 하기도 하였다.

 

학생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학생자치 기구를 없애자는 것이 아니라 신뢰회복이다. 필자의 경우에도 지인이 학생회장을 할 당시 학우들의 권익을 위해 온 몸을 다해 노력했다. 일부 몰지각한 학생회 임원들의 행동으로 인해 이렇게 순수하고 열정 있는 학생회 전체가 비난을 받고 있다. 이번 과도한 학생회비로 인해 붉어진 논란들에 대해 학생회는 적극적인 해명과 더불어 신뢰회복에 계기로 삼아야 한다.   

 매 년 붉어지는 각 학교 학생회의 다양한 문제들, 이제는 떨쳐내고 지성을 추구하는 진리의 상아탑으로써 발돋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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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 2017년03월03일 16시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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