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에서 바라본 세계

국가의 미래를 향한 첫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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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로 확산되는 ‘신한류’(新韓流)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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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9년05월24일 17시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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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인정하는 한류 

 

얼마 전 필자의 눈을 사로잡은 영상이 있었다. 방탄소년단, BTS가 미국의 한 유명 토크쇼(The Late Show With Stephen Colbert)에 출연해 검은색 정장차림으로 자신들의 신곡 ‘작은 것들을 위한 시(boy with luv)’을 부르는 영상이었다. 영상은 흑백 처리되었고, 이는 마치 비틀스가 과거 미국에서의 무대를 연상하게 했다. 

 

이들이 미국의 유명 토크쇼에 출연한 것은 더 이상 놀라운 일이 아니다. 놀라운 것은 미국에서 방탄소년단을 비틀즈‘급’으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비틀즈는 서양 대중문화의 아이콘이나 다름없다. 

 

방탄소년단의 음악은 세계가 인정하고 있다. 비틀즈 이후 1년 동안 3개의 앨범이 ‘빌보드 200’ 1위에 오른 것이 처음이라고 하니 이는 엄청난 일이다. 빌보드 차트 1등을 한 것도 놀라운 일인데, 3번이나 1등을 했다는 것은 더욱 놀랍다. 몇 년 전 ‘강남스타일’의 말춤으로 세계를 휩쓸던 가수 싸이조차 결국에는 해내지 못한 일이기 때문이다. 

 

한류는 이제 ‘반짝’ 현상을 넘어 대한민국 역사에 기록될 하나의 거대한 흐름이다. 이는 방탄소년단뿐 아니라 트와이스, 블랙핑크 등 다른 아이돌 그룹들도 이 거대한 흐름에 몸 담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대중음악만이 한류로 치부되는 것은 아니다. 음악을 넘어 드라마, 영화, 게임, 심지어는 음식까지 이른바 ‘K-FOOD’로 불리며 전 세계로 퍼지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 K-FOOD FAIR가 성공적으로 개최되었고, 게임도 5G나 VR 등 신기술을 타고 외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한류의 역사

 

한류는 과연 언제, 도대체 어떻게 시작된 것일까? 한류의 시초를 보는 시각은 여러 가지가 있다. 첫 번째 시각은 1993년이다. 배우 최수종 등이 출연한 드라마 ‘질투’가 중국에 수출되면서부터다. 하지만 이때만 하더라도 드라마 한 편이 외국에 수출된 정도였지, 2019년 지금의 상황을 아무도 예측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본격적으로 한류에 불을 붙인 것은 배용준의 ‘겨울연가’다. 이 드라마가 2003년 일본으로 넘어가면서 소위 ‘욘사마’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이후 가수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등이 일본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며 우리나라 대중음악이 확산되었다. 음악이 한류의 중심이 된 것도 바로 이 때다. 이제는 웬만한 아이돌 그룹이라면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 국가나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공연하는 것이 놀라운 일은 아니다. 트와이스, 엑소 등의 그룹은 이미 일본 돔 투어를 돌며 수만 명의 관객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한류가 불러온 경제적 파급효과 

 

음악, 영화, 드라마 등 우리나라만의 콘텐츠가 해외로 수출되면서 자연스레 경제적 이익도 뒤따라오고 있다. 단순히 우리나라 문화를 즐기는 것만이 아니라 이것이 소비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은 지난 4월 ‘2018 한류 파급효과 연구’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한류로 인한 문화콘텐츠 상품 수출은 2018년 한 해만 44억 2,000만 달러로 추정된다고 한다. 실로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게임, 음악이 차지하는 가장 비중이 컸고, 영화는 수출증가율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고 한다. 

 

이런 측면에서 한류는 우리나라 경제에 하나의 중요한 축을 이루는 산업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반도체나 휴대폰 산업 같은 일부 대기업이 선도하는 시장이 아니다. 방탄소년단의 성장을 볼 때, 중소기업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시장이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중소기업으로 시작해 방탄소년단의 성공으로 시가총액이 1조를 돌파하며 SM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었다.  

 

이러한 중요성을 정부도 인식했는지 최근 관련된 대책들이 나오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박영선 장관은 KCON 내 중소기업 부스를 방문해 관계자들을 격려하며 “해외로 진출하는 한류 중소기업들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 안민석 의원은 게임규제 완화를 언급하기도 했다. 

 

한류가 넘어야할 장벽

 

하지만 한류가 넘어야할 장애물도 있다. 바로 ‘한한령’, ‘혐한’ 등의 문제다. ‘한한령’은 지난 2016년 우리 정부가 사드(THAAD) 미사일 배치를 결정한 뒤, 중국에서 한류를 금지하기 위해 만든 조치다. 이 조치로 인해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인들의 발길이 뚝 끊겼고, 막대한 재정적 손실로 이어졌다. 

 

‘혐한’, 즉 한국을 혐오하는 현상도 마찬가지다. ‘한한령’이 정치적인 외압이었다면, ‘혐한’은 사회적 현상이다. 일본에서 대표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일부 ‘혐한’ 현상도 한류 바람을 막는 장애물이다. 하지만 ‘혐한’의 경우 여러 사례를 통해 볼 때 충분히 극복 가능한 현상이라는 것이 지배적인 시각이다. 방탄소년단, 트와이스 등의 경우 일부 논란을 딛고 성공적으로 일본 공연을 마무리했기 때문이다. 

 

소프트파워로서의 ‘신한류’

 

한류는 한국을 떠올릴 때 북한, 미사일 등 부정적인 이미지만 떠올리던 외국인들의 인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데 크게 일조했다. 그만큼 문화의 힘이 강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이렇듯 한류는 소프트파워로서 대한민국의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앞으로 더 많은 외국사람들이 우리나라 음악을 듣고, 음식을 먹으며, ‘신한류’를 느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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