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전반기를 평가한다. (3) 본문듣기

사회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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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5년09월09일 22시35분
  • 최종수정 2015년09월09일 22시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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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의 명(明)과 암(暗) 그리고 사회통합 
오늘의 한국 사회의 최대 화두는 사회통합이다. 사회통합은 이제 더 이상 미룰 수도 없고, 미루어서도 안 되는 중요한 국가의 아젠다가 되었다. 한국사회가 여기에서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멈추고 마느냐? 아니면 앞으로 지속 가능한 발전과 성장을 할 수 있느냐? 는 사회통합을 이루어내느냐? 못 이루느냐? 에 달려 있다. 한국은 지난 50년 동안 눈부신 발전과 성장으로 이른바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으나, 그 성장의 그늘이 너무나 길게, 깊게, 넓게 드리워져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여도 나아갈 수 없을 정도로 갈등과 분열, 불신과 불안이 매우 심각하여 위험한 지경에 이르렀다.  
 
갈등과 분열, 불신과 불안이 심각한 상태
한국은 이 지구촌에서 민주화와 산업화를 동시에 달성한 유일한 국가이며,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단 하나의 나라가 되었다. 1953년에는 국민 소득이 69달러였으나, 지난 해 2만8180달러로 압축 성장하였고, 1962년 무역 규모 4억 7,800만 달러에서 2012년 12월, 수출입 교역량 1조 달러를 달성함으로써 교역량 1조 달러를 달성한 아홉 번째 국가가 되었다.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품목이 65개(2013)나 되며, 점유율 2위, 3위 이내인 품목 또한 124개나 된다. 메모리 반도체, 철강, 선박, 석유화학, 자동차 부품 등에서부터 세탁기, 축전지, 굴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품목들이 세계시장에서 수위를 차지하고 있다.  IMD국가 경쟁력 평가도 2008년 31위에서 22위(2013)로 상승하였고, WB 기업환경 평가에서도 2008년 23위에서 17위(2015)로 상승하여 괄목할 성장을 보이고 있다. 물론 인구 5천만 이상이고 국민 소득 2만 달러 이상인 나라를 지칭하는 20-50 클럽에 진입한 7번째 나라가 되었으며, 해방 직후 전 국민의 80%가 비문해자였던 저학력사회가 고졸 학령기 학생 70.8%로 대학을 진학(2015년 교육통계)하는  지구촌 1위의 초고학력사회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연 오늘의 한국사회는 건강하고, 안전하며, 즐겁고, 행복한가?
삶의 만족도와 행복지수는 낮고, 사회의 질은 떨어지며, 갈등지수는 높다. 안전한 사회가 아니고, 위험사회이며, 신뢰 사회가 아니고, 불신 사회이다. 삶의 만족도는 OECD국가 36개국(OECD34개국에 러시아, 브라질 포함. 2014) 중에서 25위이며, 행복지수는 36개국 중에서 27위이다. 갈등지수는 OECD국가 27개국 중에서 터키 다음으로 높아 2위(삼성경제연구소.2013)이며, 갈등으로 치르는 비용이 2013년 발표 기준으로 최대 년 간 246조나 된다. 지난 10년간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평균 38명이 자살하는 OECD국가 중 자살율 1위란 불명예를 유지하고 있고, 안전 불감증으로 인한 산업 사고로 매일 5명 내외의 귀한 생명을 잃고, 교통사고로 년 5천여 명, 매일 14명이 죽어간다. 뿐만 아니라 공식적인 통계만으로도 하루에 500 여 명의 생명이 낙태로 사라진다. 가장 빠른 속도로 초고령 사회(노령화지수-15세 미만 인구 대비 65세 이상 노령 인구 비율- 83.3%. 통계청. 2013)로 진입하고 있고, 출산율 1.19로 OECD국가 34개국 중 최하위(통계청. 2013)를 기록하고 있다.
 물론 갈등이 없는 사회가 없고, 적절한 갈등은 사회발전의 동력으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갈등지수가 너무 높아, 사회발전의 장애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는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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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정성조사 해보니 10점 만점에 평균 4.5점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부의 임기 5년 중 전반기 2년 반 동안의 사회통합을 위한  정책과 노력을 평가를 하려고 하니, 무슨 정책을 입안해 집행하였는지? 잘 떠오르지 않아 평가가 쉽지 않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 4대 지표에 국민행복이 목표로 설정돼 있지만, 삶의 만족도나 국민의 행복지수는 좋아지지 않았고, 갈등지수나 자살률, 산업사고율, 교통사고율도  줄어들지 않았다. 

 이러하기에 박근혜 정부 전반기 사회통합 정책에 대한 평가를 하기엔  꽤 난처함과 난해함이 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필자는 이 글을 쓰기 위해 전문가 10명에게 박근혜 정부 전반기 2년 반 동안의 사회통합 정책과 노력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지? 전화로 간단한 정성조사(2015. 8.30)를 해보았다. ‘매우 잘 했다’ 를 10으로 하고, ‘매우 못했다.’ 를 1로 한, 10점 척도 결과 2점이 1명, 3점이 3명, 4점 1명, 5점 3명, 7점 1명, 8점 1명으로 평균 4.5점이 나왔고, 중간 이상으로 좋게 평가한 응답자가 2명, 중간 이하로 평가한 자가 5명, 중간이 3명이었다.(응답자 특성은 남녀 각 5명, 박사 학위 과정에 있는 자 4명, 박사로 대학 강의를 하고 있거나, 교수가 6명)

 

 물론 이 조사가 정성조사이고, 아주 간단한 조사이기에 통계적 의미는 없으나, 그러나 그렇게 평가하는 이유에 대한 개방적 응답에서는 매우 유의미한 핵심 어휘들을 찾을 수 있었다. 10명의 응답자가 밝힌 이유들을 한 문장씩만 보면, 다음과 같다.

 ’외국에서 1년간 지켜보았는데, 참모들이 책임감이 없어보였다.‘ ’투명성이 부족해 보이고, 신뢰가 안 간다.‘ ’나를 따르라는 식이다‘. ’주관이 뚜렸하다‘. ’한마디로 불신이다‘. ’혼자 외로워 보였다‘. ’소통이 잘 안 되는 것 같은 느낌, 소통체계가 잘 안돌아가는 것 같다‘. ’소통이 없다‘. ’좋게 보면, 신중하다.‘ ’소통이 안 돼‘. 

 이상 10명의 응답자가 그렇게 평가하는 이유 중 유의미한 어휘는 소통, 책임, 투명성, 소신, 신뢰, 불신, 등으로, 이 어휘들은 사회통합에 중요한 어휘들 이며, 이 시대의 사회적 과제를 표현하는 어휘라 할 수 있을 것이며, ‘소통’ 이란 어휘가 가장 많이 등장함도 유의미 하게 보인다.

 

 그리고 최근 한국 갤럽이 광복70주년 특별 여론조사, ‘역대 대통령 평가’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국민과의 소통’ 과 ‘국민, 서민을 위함/국민 입장 대변’ 이 각각 가장 높은 17%로 나타난 것을 보면, 2015년 이 시기에 국민이 원하는 지도자는 소통을 잘하고, 친근감을 느낄 수 있는 지도자임을 알 수 있다.

 또한 동아시아 연구원과 한국리서치가 공동 조사한 대통령 리더십 요인별 평가(2014.1)에서도 의미 있는 통계 자료가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 중 ‘원칙과 소신’ 에 ‘공감한다’ 가 64%로 매우 높은 반면, ‘국민소통’에 ‘공감한다’ 가 43.6% 로 상대적으로 낮은 것을 보아도 박 대통령의 리더십 이미지는 ‘권위적이고, 강한 이미지’로 국민들에게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상 10명의 전문가 정성조사와 한국갤럽의 광복 70주년 특별조사, 동아시아연구원의 대통령 리더십 요인별 평가를 종합하면, 박근혜 정부의 전반기 사회통합 정책과 노력에 대한 평가는 상, 중, 하 중에서 중 이하의 점수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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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시민교육지원법, 갈등조정 기본법 제정을
결론적으로 박근혜 정부는 후반기 2년 반 동안 국민과 보다 활발한 소통을 해야 할 것이며, 적극적인 사회통합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여야 할 것이다.
 사회통합을 위한 여러 방안이 있을 수 있으나, 필자는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사회통합을 위한 정책을 시행하기를 바라며, 세 가지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장기적인 해결 방안으로서 사회적 자본 축적과 확충을 서둘러야 한다. 주지하다 시피 19세기가 기계, 산업설비 등이 중요한 물적 자본의 시대였다면, 20세기는 개인적 자질, 기술, 지식이 중요한 자산이 되는 인적 자본의 시대요, 21세기는 신뢰성, 청렴성, 개방성, 통합성이 강조되는 사회적 자본의 시대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한국의 사회적 자본은 OECD 선진국에 비해 3분의 1 수준에 머물고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세계은행은 사회적 신뢰도가 10% 상승하면, 경제성장률은 0.3% 증가한다고 분석(북유럽 경제에서 배우는 교훈, 삼성경제연구소)하였으며, 사회적 자본이 국부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저개발국의 경우 천연자원이 26%인데 비해, 사회적 자본은 59%이고, OECD국가의 경우는 천연자원이 2%인데 비해 사회적 자본이 81%나 된다. 이상의 통계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사회적 자본의 확충이 얼마나 중요한가? 는 재론이 필요하지 않다.

 둘째, 사회적 자본 확충을 위한 법적, 제도적 인프라 구축 방안으로 민주시민교육지원법 제정을 적극 서둘러야 한다. 그 동안 시민단체와 관련 기관들이 민주시민교육지원법 제정을 위해 두 차례나 노력하였으나, 아직도 그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다. 여기서 한국의 민주시민교육지원법을 제정할 때, 반드시 참고해야 할 나라의 제도와 정책은 독일의 정치교육과 영국의 캐머런 정권의 Big Society 정책이다. 
 독일 정치교육의 경우 1976년에 사회적 대타협으로 합의한 보이텔스 바흐 협약은 교화, 주입식 교육금지, 논쟁 중인 것은 논쟁 중인 것으로 소개하면서 당면한 정치 상황과 자신의 입장을 분석하여 자율적 결론을 도출할 수 있는 능력배양 등 3가지 원칙을 담고 있다.  한국도 민주시민교육 지원법에 이러한 교육의 원칙이 사회적으로 합의돼야 할 것이다. 그리고 영국 캐머린 정권의 경우 권력을 시민에게로 대대적 이양을 추구함과 동시에 아래로부터의 개혁을 통한 지역공동체 활성화를 시도한 Big Society정책에서도 좋은 시사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셋째,  갈등조정 기본법 제정이다. 한국 사회의 높은 갈등지수를 낮추기 위해서는 갈등조정을 위한 법적 장치를 마련하여야 한다. 왜냐 하면 갈등지수가 10% 하락하면, 1인당 GDP가 1.8%- 5.4%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와 한국의 갈등지수가 OECD평균(0.44)으로 완화되면, 1인당 GDP가 7-21%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박준,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갈등조정기본법 제정을 통해 계층, 세대, 노사, 지역, 이념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여야 한다. 그래야만 삶의 질, 행복지수, 사회의 질 등을 높일 수 있으며, 사회통합지수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시간은 대한민국을 더 이상 기다려주지 않는다. 여기저기서 산발적으로 말로만 사회통합을 논할 게 아니라, 이제 실천적으로 법적, 제도적 인프라 구축과 장기적 안목에서 사회적 자본 확충에 나서야 할 때이다. 

 

  • 기사입력 2015년09월09일 22시35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6일 18시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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