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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새판 짜기’. 경제는 ‘기업대본(企業大本)’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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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8년06월20일 13시17분
  • 최종수정 2018년06월20일 13시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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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학교 남덕우기념사업회 제1회 공개세미나
“대한민국의 보수 : 어떤 내용으로 어떻게 살릴 것인가?”


“‘노동개혁’은 엄두도 못 내고, 단어조차 사라졌다”

 

서강대학교남덕우기념사업회(회장 김광두)는 19일 오후2시부터 서강대 남덕우경제관(GN관) 101호 강의실에서 “대한민국의 보수 : 어떤 내용으로 어떻게 살릴 것인가?”를 주제로 한 제1회 공개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는 ▲김광두 남덕우기념사업회회장의 환영사에 이어 ▲ 김형오 전 국회의장의 “정치판을 바꿀 때가 왔다”는 주제 강연과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의 “기업이 천하대본이다” ▲김병주 서강대 명예교수의 “경제난국을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한 원로 제언, 그리고 ▲고성국 정치평론가의 사회로 ▲김용태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송평인 동아일보 논설위원▲강찬호 중앙일보 논설위원 ▲이재학 전 월간중앙발행인 ▲조장옥서강대 명예교수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등이 참여하는 좌담회 순으로 진행됐다.

 

이날 세미나에서 발표자인 김형오 전 국회의장과 송 복 연세대 명예교수 ,그리고 김병주 서강대 명예교수는 원로제언을 통해 “정치는 새 판을 짜야 하고, 경제는 기업이 대본이라는 정신에 입각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전 국회의장은 이날 “정치판을 바꿀 때가 됐다”는 주제 강연에서 “정치판을 새로 짜지 않으면 공멸 한다”고 강조하고 “이제 비극의 정치는 청산하고 통합의 정치를 모색할 때”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지난 6.13선거에서 압승한 문재인 정부와 여당은 독선과 독주의 유혹을 뿌리치고 겸손과 협치로 국정을 풀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보수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완전히 뜯어고쳐야 한다”고 강조하고,“재기의 집념이나 오기(傲氣)조차 남아있는지 분명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는 “기업이 천하대본이다”는 주제의 발표를 통해 “ 현대산업사회에서 우리사회의 큰 뿌리는 기업이라고 밝히고, 기업만이 첨단의 기술을 사회적 재화로 바꿀 수 있고,기업만이 상상의 세계를 소비가 가능한 실물세계로 전환시킬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런 점에서 지금 정부는  ”입만 열면 ‘재벌개혁’을 강조하지만 정작 ‘기업대본’에 필수적인 노동개혁은 엄두도 못 내고, ‘노동개혁’이라는 말조차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김병주 서강대 명예교수는  “경제난국을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경제정책이 이대로 간다면 재정건전성을 잃어버리고, 기업의욕을 꺾고, 반면 귀족노조를 개혁하지 못하면 경제위기는 불가피하다”고 지적하고 “미국 트럼프 발 수출과 금융부문에서 문제가 잉태되고 있는데 세계경제도 내년부터는 성장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우리 경제도 2019년, 빠르면 금년 하반기부터 여러 가지 문제에 봉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교수는 이어 “세계경제 역사상 도덕적 우월성으로 무장한 기업이 주도된 경제가 성공한 사례가 없다.”고 전제하고, “ 우리 기업을 지나친 도덕적 기준으로 매도해서는 경제성장의 원동력을 찾을 수 없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가 성공하려면 기업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 번 재점검해야하며, 기업의 역할을 잘못 해석하는 데 대한 반성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된 주제발표와 원로 제언을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 김형오(金炯旿) 전 국회의장

 

확연히 기울어진 정치판, 민심은 단호했다

 

지난 6.13선거는 예상했던 대로 집권당의 역대급 압승으로 끝났다. 미니 총선으로 불린 국회의원 재보선도, 당적 없는 교육감 선거마저 진보 쪽의 완승이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먼저 여당은 우리 정치사에서 ‘가장 못난 야당’을 상대로 한 승리라 그리 즐거워할 일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여당의 승리요인을 꼽으라면 첫째가 무능한 야당 덕이고, 둘째는 문 대통령의 인기며, 셋째는 북미회담 등 남북한 평화 무드 때문이다.
여당은 이제 국정운영에 대한 부담과 책임도 동시에 커졌다. “오직 국민만 바라보겠다.”는 겸손한 담화를 발표한 그 정신과 자세를 잃어버린다면 민심은 부지불식간에 돌아선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반면 보수야당은 생존과 몰락의 기로에 서있다. 존립기반 자체를 걱정해야 할 형편이다. 인과응보이고 자업자득이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난국을 짊어지고 헤쳐 나갈 지도자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통령을 연달아 배출한 과거의 영화가 무색하리만치 인물난에 허우적대는 대단히 초라한 행색이다. 새로운 인물을 키우지 못한 죄, 권력의 사유화에 침묵한 죄, 계파이익 챙기느라 국민 전체 이익을 돌보지 않은 죄, 야당이 된 후에는 집권여당에 제대로 싸우지도 대응하지도 대안 제시도 못한 죄, 교만과 오만, 막말과 품격 없는 행동으로 국민을 짜증나게 한 죄, 반성하지 않고 누구도 책임지지 않은 죄, 희망과 비전 제시를 등한시한 죄 등등은 민심의 법정에서 심판을 받기에는 충분한 죄목이다.

 

비극의 정치는 청산하고, 통합의 정치를 모색할 때

 

이제 비극의 정치를 청산하고 통합의 정치를 모색할 때다. 지난 세월 산업화와 민주화, 양대 정치세력은 권력을 잡기만 하면 내부결속을 강화하고 상대진영 허물기를 반복해 왔다. 문재인 정부도 이러한 악순환의 조짐이 보인다. 통합의 깃발을 들고 출발해 출범 1년이 지났건만 아직까지 해묵은 ‘적폐 청산’에 국정의 중심을 두고 있다.
먼저 집권세력에게 주문하고 싶다.
문재인 정부의 당면과제는 “이 나라를 어디로 끌고 갈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이정표를 제시하는 것이다. 진영논리에 매몰되어 실패한 전임 대통령들을 답습하지 않기를 바란다. 일방독주, 코드인사, 측근비리, 포퓰리즘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야 한다.
특히 경제가 중요하다. 세금으로 메우는 정책이 성공한 경우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경제가 잘못되면 인기도 지지도 물거품이 되고 만다. 낡은 경제관념에서 벗어나 새롭게 경제를 챙기는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

 

국가안보는 왜 위협받는가?

 

보·혁 논쟁에 앞서 짚어보아야 할 것들이 많다.
우선 국가안보는 왜 위협받는가? 그동안 한국의 보수는 ‘안보’와 ‘성장’을 주도했다. 그러나 선거 때면 안보위기를 조성해 국민을 현혹하는 안보장사를 했다,
또 성장의 어두운 뒤안길은 누구 책임인가? 보수정권은 성장과 분배의 양립 가능한 함수관계를 푸는 성공적인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현 문재인 정부가 제시하는 최저임금 인상, 정규직 확대, 근로시간 단축 등 대표적인 경제정책은 성장과 분배의 고차원 방정식을 해결하는 해법일까? 아니다. 복지 포퓰리즘은 눈앞의 달콤한 과실은 될지언정, 결국 브레이크 없는 파국열차가 될 수 있다.

 

성장의 뒤안길은 왜 어두운가?

 

‘재벌개혁’, ‘기업 손보기’가 유행어처럼 횡행하는데 ‘노동개혁’이란 단어는 실종된 듯하다. 기업은 정부와 노조의 눈치를 보고 투자를 기피한다. 세계경제는 호황기를 구가하고 미국·일본 등은 기업유치·투자가 늘고 생산성이 향상되고 실업률이 줄어드는데 우리나라는 고용절벽, 청년실업, 취업난에 허덕이고 있다. 미래 대책은 무엇인가? 이럴 때 보수정당·정치인은 어디서 무엇을 하는가. 그렇다고 진보정치인들은 잘하고 있나? 현 정권이 야당시절 세차게 비난했던 부조리, 도덕적 불감증이 그대로 답습되고 있다. ‘내로남불’의 전형이다.

이제는 정치판을 바꿀 때다. 정치판 판갈이를 위해 크게 몇 가지만 지적하겠다. 먼저 판을 갈려면 그 축인 헌법을 개정해야한다. 다음으로 정치의 핵심 현장인 국회와 정당이 바뀌고 변해야 한다. 국회를 일하는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 또 법과 제도만 바뀌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운영행태와 정신자세를 꼭 바꿔야 한다.

 

‘판’을 바꾸지 않으면 공멸한다

 

국회를 변화시키기 위해선 정당을 먼저 개혁해야 한다. 정당개혁의 요체는 정당에 대한 국가의 자금 지원을 없애는 것이다. 마약 같은 존재다. 국민으로부터 참담한 심판을 받은 야당부터 새롭게 태어나려면 국민의 혈세인 국고보조금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해야 한다.

이제 마무리를 해야 겠다. 결론을 한마디로 얘기한다면  “보수주의로 진보하라”이다. 이것은 제 이야기가 아니라 나라가 풍전등화일 때(1909. 11. 17) 황성신문의 사설 제목(“보수주의로서 진보함이 가량(佳良)하다”) 이다. 보수는 개혁하고 진보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렇지 못하면, 죽을 수밖에 없다. 1909년도처럼 말이다. 

 

◈ 송 복(宋 復) 연세대 명예교수

 

천하의 대본은’기업‘이다.

 

 「천하엔 언제나 대본(大本)이 있다」 (天下常有大本). 대본(大本)의 뜻은 ‘크고 중요한 근본‘이다.  전통사회와 대비되는 현대사회 산업사회 탈산업사회 혹은 4차 산업사회에선 그 무엇이 천하의 대본이 되어야 하는가. ’기업대본‘이다. 기업이 지금 우리사회, 그리고 잇달아 맞이할 사회의 대본(大本)이다.

 

지금 우리는 어떤가? 우리의 대본(大本), 아니 현 정권 정부는 무엇이 대본이라고 생각하는가. 무엇을 대본으로 해서 이 나라를 이끌고 나가려하는가. 만일 기업이 대본이라면, 지금 이 나라는 대본이 무너질 위기에 처해 있다. 현 정권과 정부가 대본을 흔들고 무너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다른 부분도 아닌 기업의 목을 옥죄고 비틀고 있다. 입만 열면 「재벌개혁」이라고 한다.

언제부턴가 ‘노동개혁’이라는 말조차 사라졌다

 

 「기업대본」에 절대 필수적인노동개혁은 엄두도 못 내고, 언제부턴가는 「노동개혁」이라는 말조차 사라졌다. 노동귀족이 정권에 올라 앉아 권력을 쥐락펴락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90% 성공」이라고 말한다. 구중궁궐에 앉은 왕이나 다름없다. 도대체 세상일을 모르는 것인지 외면하는 것인지, 보좌진들은 옛날의 벼슬아치나 다름없이 왕의 입맛에 맞는 「통계」만 고른다.


현상적으로는 이번 지방선거가 여당이 압승하고 야당이 전패한 것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압승한 것은 포퓰리즘이고, 완패한 것은 유권자 국민이다. 그로 해서 그 나라에선 대본이 무너졌고,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

60년대 초 남덕우 교수는 ‘민간주도 경제’를 주장했다

 

남덕우(南悳祐)선생을 생각한다. 1960년대 초반 우리나라 경제학자들은 사회주의 국가들처럼 정부가 경제계획을 세우고, 정부가 그 계획을 주도 실행해서 국가 경제를 이끌어가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남덕우 서강대 교수는 달랐다.
 “어떤 정부도, 어떤 정책가도, 기업인들이 이윤을 창출하는 것만큼 경제발전에 좋은 아이디어, 좋은 성적을 낼 수가 없다. 그 누구도 그들만큼 탁월한 능력을 발휘할 수가 없다. 선진국이 선진국이 되는 것, 그 나라의 경제가 앞서 발전하는 것, 그것은 모두 기업인들의 무한 경쟁력 창출에 비롯되고, 정부는 오직 뒤에서 밀고 앞장서 보호할 뿐이다.”


‘기업대본론’이었다. 그 뒤 정부정책도 그의 이론, 그의 주창을 수용했다. 마침내 ‘기업천하지대본(企業天下之大本)’이 이 땅에 뿌리를 내리는 계기가 됐음을 지금이라도 명심할 필요가 있다.

 

◈ 김병주 서강대 명예교수

 

“경제난국을 어떻게 볼 것인가?”

 

오늘 세미나의 제목이 “대한민국의 보수 : 어떤 내용으로 어떻게 살릴 것인가?”이다. 그러나 지금 보수를 살릴 것도 없다. 보수가 무엇을 지켜야 할지도 모르는 보수는 왜 살려야 하나. 세상사는 하나의 원칙이 있다. 하나의 호흡과 같다. 들숨이 있으면 날숨이 있고, 팽창이 있으면 수축이 있다, 진보가 있으면 보수가 있다. 이런 세상의 원리는 변치 않을 것이다.

 

경제현상을 분석해 보자. 우선 수출이 좋지 않은데 미국 트럼프는 무역전쟁을 일으키려하고 있고, 금융시장을 뒤흔들 도드-프랭크법 재검토에 대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매우 불안한 국면이다.

희랍의 연극을 보면 그 구성패턴이 있다. 제1막에서 주인공은 아주 잘 나간다. 그러다 항상 문제가 생기는데 그 발단은 휴블리스(Hubis)다. 지나친 자만감, 오만 때문에 반전이 이뤄진다.
앞으로 정권교체가 이뤄진다면 그것은 보수가 잘해서가 아니라 휴블리스 때문일 것이다.

 

지금 정부가 내세운 소득주도성장은 나는 금시초문이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사례도 없다. 문제가 많은 정책이다. 도적적 우월성이 강한 현 정부의 핵심멤버들이 착각하고 있는 것이 있다. 세계 경제역사상 도덕적 우월성으로 무장한 기업이 주도된 경제가 성공한 사례가 없다.

대영제국 건설의 주역은 동인도회사였다. 동인도회사는 해적질도 했고, 노예무역도 했다. 아편무역도 일 삼았다. 물론 우리가 그러자는 얘기는 아니다.
그러나 우리 기업을 지나친 도덕적 기준으로 매도해서는 경제성장의 원동력을 찾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문재인 정부가 성공하려면 기업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 번 재점검해야 한다.


또 지금 우리는 사유재산권이 있는지, 없는지 모를 지경이다. 개인 기업이 사람을 채용하는데 왜 정부가 이런 방식으로 해라, 뭐는 보지 마라 하는 것인가. 이런 식으로 해서는 기업이 클 수가 없다.

1997년 말에 겪은 외환위기에 대해 ‘숨겨진 축복’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이는 우리가 실천하기 어려운 구조개혁을 IMF의 간섭을 핑계로 구조개혁을 추진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런 평가가 나왔다. 그런데 그 때 못한 것이 ‘노동 개혁’이다. 지금은 그 때보다 노동시장의 왜곡이 더 악화돼 있는 구조다.

앞으로 만약 경제위기가 온다면 내생적 요인이 더 클 것이다. 우리 스스로가 재정건전성을 잃어버리고, 기업의욕을 꺾고, 반면 귀족노조를 개혁하지 못하고, 이런 여러 가지 내생변수들이 겹치게 되면 위기가 올 것은 너무도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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