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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는 지금 엄청난 일이 대단히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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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8년10월01일 05시19분
  • 최종수정 2018년10월01일 09시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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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는 지금 엄청난 일이 대단히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작은 조짐들이기는 하나 틀림없는 변화; 김정은 위원장은, 모든 사람들의 기대와는 반대로, 불과 몇 해 전 만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방향으로 이끌어 가고 있다.”
 

 

Ifs POST 대기자 박 상 기

 

지금 한반도에 평화 정착을 위한 ​對 북한 ​정책을 무엇보다 우선하는 중대한 국가적 과제로 삼고 있는 우리에게는, 과연 지금 북한의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변화’의 진상은 어떤 것일까? 하는 의문이 모두에게 가장 첨예한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마침, 영국의 대표적인 보수 성향 미디어로 알려져 있고, 가장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The Times紙의 페리(Richard Lloyd Parry) 기자가 최근, 북한을 방문하여 平壤 등 현지 도시들을 다니며 보고 겪은 장문의 특집 기사를 보도하고 있다. 그는 지난 20여년 동안에 모두 7차례에 걸쳐 북한을 방문한 바 있다고 밝히고 있다.


물론, 예의 안내원이 따라붙은 제한된 범위의 겉보기 여행기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지만, 영국은 서방 선진국 중 북한과 수교하고 있는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라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심층적인 관찰이 가능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따라서, 소문으로만 전해지는, 최근 북한 사회에 벌어지고 있다는 ‘변화’의 실상을, 여러 사정들을 감안해 보면서, 단편적이나마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이 내용을, 정확한 이해를 위해 거의 문자 그대로 옮겨 요약한다.

 

■ “평양 거리에서 사라진 『추악한 미국인들(ugly Americans)』”  
지금 평양에서 벌어지고 있는 획기적인 변화들 가운데, 가장 주목을 끄는 변화는 바로 ‘추악한 미국인들(ugly Americans)’이 사라진 것이다. 이전에는 이런 광경은 이 도시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큰 도로 옆이나 기념관 등에 붙어있는 포스터나 간판에는 어김없이 틀에 박힌 “양키 제국주의자들(Yankee Imperialists)”이 매부리 코에 기괴한 태도로 창피를 당하고 있는 모습으로 묘사되어 걸려 있었다.


그리고, 적국인 미국의 병사들이 영웅적인 북한 인민군들의 총검에 의해 고통을 당하며 몸부림치는 모습으로도 그려져 있었다. 심지어 백악관 건물이 북한의 핵 폭탄 미사일 공격에 의해 산산조각이 나며 파괴되는 광경도 그려져 있었다.


아직도 선전 포스터들이 어김없이 원색의 두꺼운 글자로 큰 길거리 주변에 걸려 있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지금의 영웅들은 헬멧을 쓴 병사들이 아니라, 농민들, 노동자들, 그리고 기업인 모양을 한 사람들이다. 내가 지난 번 여기에 왔을 때에는 모든 포스터들은 전형적으로 제국주의자들을 타도하는 내용들이었다.


이번에 와서 내 눈에 가장 자주 띄는 슬로건은 바로 “경제 개발 5개년 계획을 실천함으로써 党을 보위하자”는 것이다. 거기에 그려져 있는 그림에서 소리 높여 구호를 외치는 모습은, 해군 병사나 육군 보병들이 아니라, 작업용 헬멧을 쓴 공장 노동자들이다. 다른 포스터에는 멋있는 빨간 넥타이를 맨 양복 차림도 있다.


지금, 북한에서는 ‘엄청난 것들(something extraordinary)’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변화는 ‘대단히 빠른 속도(great speed)’로 일어나고 있다. 바로 1년 전에,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화염과 공포(fire and fury)”라는 표현을 써가며 위협하고, 김정은 위원장이 핵 반격을 공언할 때만 해도, 지난 65년 동안 언제나 그래왔던 것처럼, 한반도는 전쟁 상황에 가까이 간 것으로 보였었다.

 

■ 美北 · 南北 정상회담 이후 ‘지구 상에서 가장 무서운 곳’이 ‘평화의 상징’으로  
그러나, 지난 6월 싱가포르에서 두 지도자들이 정상회담을 갖고, 김정은 위원장과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 세 차례 정상회담을 하고 난 뒤에 분위기는 급변했다. 이러한 분위기의 변환은 판문점에서도 감지할 수가 있다. 이 판문점은 북한 병사들이 트여진 국경선을 사이에 두고 한국 및 미국의 적국(敵國) 병사들과 대치하고 있어, 클린턴 대통령이 “지구 상에 가장 무서운 곳” 이라고 표현했던 곳이다.


우리 일행을 위해 판문점 경내를 안내해 준 인민군 장교 황명진 중령은 “당신들은 항구적인 평화의 모멘텀이 일어나고 있는 대단히 중대한 시기에 이곳을 방문한 것이다” 고 말했다. 그는 “위대한 지도자 김정은 원수의 지혜로움 덕분에 이곳은 이제 대결의 장(場)이 아니라 평화의 상징으로 변하고 있다” 고 말했다.


 이렇게 오랜 적(敵)들에 대한 태도에 나타나는 새로운 변화와 마찬가지로 눈에 띄게 일어나고 있는 변화가 일상 생활 구조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번이 내가 지난 22년 동안에 북한을 7 번째 방문하는 것이고, 김정은 위원장이 아버지 김정일로부터 정권을 물려받은 뒤에는 처음 방문하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이번에 평양을 비롯하여 원산 및 개성을 돌아보면서, 비록 작은 것들이기는 해도 혁신과 현대화의 증거들을 찾아볼 수가 있어서 계속해서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런 것들은 개별적으로 따지자면 단지 형식적인 것이기도 하고, 그리 특기할 정도로 인식할 것도 못된다고 볼 수도 있을 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런 조그만 것들을 모아서 종합적으로 판단해 보면, 김정은 위원장은 분명히 이 나라를 (가장 최근에 방문했던) 7년 전에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방향으로 이끌고 있는 것이다.

 

■ “변화의 징후는 주민들의 일상 생활 모습에서도 나타나”  
이런 것들은 내가 이번에 북한을 방문하면서 처음으로 도착한 번쩍이는 새 터미널 빌딩을 통과했던 평양 순안(順安) 공항에서부터 시작됐다. 물론 내 책들은 검색을 받았고 북한에 대한 학술 서적 및 별로 해로울 것도 없는 관광 가이드북 등 몇 권의 서적은 압수를 당했다. 그러나, 나는 공항의 도착 터미널을 통과하면서 다른 나라 공항과 마찬가지인 시설들을 볼 수 있었으며, 이전에는 여기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스마트폰에 사용할 €200짜리 SIM 카드 및 인터넷에 접속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80짜리 선불 카드를 팔고 있는 창구도 볼 수 있었다.


중국에서 만들어진 스마트폰은 어디서나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북한인들에게는 아주 정교하게 검열된 인트라넷에 대한 접속으로 제한되어 있을 뿐이고, World Wide Web에는 접속이 차단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50년대에 만들어진 독일에서 수입한 중고 열차이기는 해도, 평양 메트로를 타보니 통근하는 사람들이 세계 여느 다른 나라 통근자들과 마찬가지로 스마트폰을 통해 포커 게임도 하고, Candy Crush 게임도 즐기는 것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지상에서 볼 수 있는 거리 모습도 상당히 달라졌다. 우리 일행을 항상 붙어서 안내했던 가이드들은 김정은 위원장 집권 초기부터 도시에서 시작된 “건축 붐”을 지적하면서 자랑스럽게 말하곤 했다. 거리에는 자동차도 이전보다 눈에 띄게 늘어났다. 게다가, 이전에는 낡은 Volvo 자동차나 Nomenklatura 리무진 자동차들 뿐이었으나 지금은 Benz, Toyota 및 중국 브랜드 등 각종 자동차들이 다니고 있었다.


택시들도 영어로 문자를 조명한 표시등을 달고 지나 다니고 있고, 자전거들도 전기 배터리로 동력을 부착한 수 백 파운드나 나가는 것들이 다니고 있었다. 심지어는 온라인으로 예약하고 가게나 음식점에서 충전할 수 있고 쓸 수도 있는 ‘나래(Narae) 카드’로 결제할 수 있는 소위 Boris 형태의 공중(公衆) 자전거도 있었다.

 

■ “백화점 등 상점에는 쇼핑객들과 진열된 상품이 풍부해져”  
이런 것들은 역시, 최근까지 상상도 할 수 없는 방법으로 확산된 것들이다. 대로변에는 거의 몇 백 야드 간격으로 키오스크들이 설치되어 있었고, 거기서는 스낵, 음료, 담배 및 화훼 등을 팔고 있었다. 내가 처음 북한을 방문했을 때는, 평양에 있는 『제일 백화점』 이 단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만든 것처럼 을씨년스럽기까지 해서 황량한 곳이라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방문 동안에 활기찬 슈퍼마켓을 들려봤더니, 많은 쇼핑객들로 붐볐고, 의복, 가정 용품, 식품 등이 풍부하게 진열되어 있었다. (한 개에 $5이나 하는 타조알도 있었다)


옛날에는 평양에서 외식을 하려면, 북한식 음식과 소주를 곁들이는 정도였다. 당시는 북한에서는 소주를 도토리로 만들기도 했다. 식당에서는 종업원들이 새초롬한 표정으로 춤을 추며 “국가 건설을 위해 산업을 부흥시키는 노래” 혹은 “경호 임무 교대를 마치면 곧바로 돌아오세요” 등 노래를 불러주는 여흥도 제공했었다.


지금은, 생선 초밥도 먹을 수 있고, 피자나 햄버거나 프라이드 치킨도 먹을 수 있다. 1인 분에 70 달러나 해서 대단히 비싸기는 하나 스테이크도 먹을 수가 있다. 이런 식당들은 ‘만물상’ 이라는 온라인 소매 사이트에 소개되어 있고 나래(Narae) 카드로 결제할 수도 있다. 이 온라인 쇼핑 사이트에서는 한 벌에 188 달러나 하는 드레스도 팔고 있고, 컴퓨터나 CD-ROM도 살 수가 있다.

 

■ “젊은이들의 일상 생활 양식도 급속하게 서구화되고 있어”
이러한 것들은 단지 관광객들을 위한 것이 아니다. 우리가 갔던 어느 곳에서나 잘 차려 입은, 외양으로 보기에는 이 지구상에 마지막 남아 있는 공산 독재 국가의 신흥 중산층으로 여겨지는 ‘평양인들(Pyongyangites)’을 만나 볼 수가 있었다.


우리들이 ‘개선 젊은이들 공원’ 이라는 유원지에서 만난 김철웅 대학생은 “지금은 과거와 달리 정보 기술의 시대라서, 모든 사물들이 과거와는 대단히 다릅니다” 라고 말했다. 그 유원지에는 젊은 남성들은 꽉 끼는 T 셔츠를 입고 있었고, 젊은 여성들은 Jean 바지에 트랜치 코트를 입고 하이힐을 신은 차림의 젊은이들이 평일의 밤 10시 무렵인 늦은 시간까지 거닐고 있었다.


그들은 “우리들은 기술 진보의 도움을 받아서 많은 것들을 할 수 있다. 우리들의 생활은 우리들의 부모들의 생활에 비하면 훨씬 좋아졌다. 우리들이 행복한 생활을 누리는 것은 모두 경애하는 지도자 김정은 원수님의 덕분이다” 고 말하고 있다.


한편, 북한 사람들은 자주 자신들은 한국처럼 외국어를 차용하여 오염되지 않은 “순수한” 형태의 한국말을 보존하고 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말하곤 한다. 그러나, 평양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 친구는 내게 북한에도 영어 표현이 차츰 스며들고 있다고 전해주었다. 예를 들면, 교통 체증을 의미하는 “jam” 이라던가, 물가 상승을 의미하는 “inflate” 등의 외국어 단어들이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 “아직은 엄격한 독재 국가이나, 시간이 가면 변화의 징후는 확연해질 것”  
우리들은 이런 현상들을 곧이곧대로 알아듣는 순진함에 빠지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김정은 통치 하의 북한은 아직 세계에서 가장 억압적인 독재 국가다. 우리들처럼 밀착 안내를 받아가며 관광을 하며 만나는 광경들의 먼 저편에는, 2014년 UN 사절단 보고서에서 뚜렷하게 묘사되었던 잔인한 정치범 수용소가 있다.


조그마하게 새로이 허용되는 자유들 조차도 전반적인 억압적 분위기를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어, 인터넷 사용은 엄격하게 통제되고 있다. 북한 최고의 대학인 김일성 대학에 있는 컴퓨터 1000대 가운데 단 70대 만이 WWW에 연결되어 있을 뿐이다. 그것들 마저도 제한되어 있고, 감시를 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반미(反美) 선전물을 게양하는 것도 엄격한 조건이 붙어 있고, 인민군은 지구 상에서 가장 사상적으로 무장된 최대 규모 군대다. 앞서 말한 황 중령은 상징적 평화에 대한 연설을 마친 다음 “만일, 미국이 우리 주권이 미치는 땅의 풀 한 포기, 돌 한 개라도 건드리면 우리는 즉시 핵 폭탄으로 대응할 것이다”고 강조한다.


지금까지 일어나고 있는 모든 변화들은 언제라도 되돌릴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들은 중요한 두 가지를 시사하는 것이다. 첫째; 평양 시내의 전시용 지역까지 영향을 미쳤다고 전해지고 있는 1990년대의 수 십만 명의 국민들이 죽어 간 ‘기근(飢饉)의 시대’는 이미 완전히 과거의 일이 되었다는 것이다.


둘째; 김정은 위원장의 성품에 관한 것이다. 그는 한 때는 상상하기도 어려웠던 변화를 허용할 수 있을 만큼 사물을 새로운 시각으로 볼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라는 점이다. 햄버거나 유원지에서 즐기는 젊은이들의 변화가 정치적 개혁이나 비핵화로 이끌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아마 몇 해가 지난 뒤에는 그 사람들은 변화를 지향했던 희미한 신호였다고 인식될 지도 모른다.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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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8년10월01일 05시19분
  • 최종수정 2018년10월01일 09시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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