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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비상사태 선언’ 천명, 민주 · 공화 대립 격화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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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9년02월15일 23시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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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의회 3,330억 달러 규모 2019 회계연도 예산안 가결, 정부 폐쇄는 회피
- 맥코넬 상원 원내총무 “트럼프 비상사태를 선언할 것, 나는 선언을 지지할 것”
- 펠로시 하원의장 "트럼프 대통령 제소 가능성" 시사, 백악관 "법정 투쟁 준비는 만전”
- 『국가비상사태法』 규정 상, 현 상황이 ‘비상사태’ 합당 여부 둘러싸고 논쟁 격화 예상
 

 

Ifs POST 대기자 박 상 기

 

美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설치하는 예산 배정을 둘러싸고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의 권한에 근거하여 ‘국가비상사태(national emergency)’를 선언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가 국가안전부 예산을 포함한 7개 법안으로 구성된 3,330억 달러 규모의 2019 회계연도(2018 10월~2019년 9월) 예산안을 가결한 뒤, 자신은 법안에 서명할 것이나, 종전에 밝힌 대로 장벽 예산을 위해 비상사태를 선포할 방침을 확고히 한 것이다.


美 의회 민주 · 공화 양당 대표들은, 지난 수 개월 동안, 국경 장벽 건설 예산을 핵심 쟁점으로 하는 협상을 진행한 끝에, 이날 가까스로 예산안을 가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16일로 시한이 다가온 정부 폐쇄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초당파 합의안에 마지못해 서명하는 불만스러운 자세를 보이고 있다.


동시에, 배정된 예산이 자신이 요구해 온 규모에 훨씬 못 미치자, 당초 의도했던 규모의 장벽을 건설하기 위한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여 다른 예산 항목에서 전용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따라서, 민주당은 물론이고 공화당 일부에서도 반발이 일어나고 있어, 향후 여야 대치 상황은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 트럼프 “정부 폐쇄는 원하지 않으나, 합의안을 수용할 수 없어”
이날 상원에서 찬성 83 : 반대 16, 찬성 다수로 의결된 2019 회계연도 예산안은 멕시코 국경 장벽을 신설하기 위해 약 14억 달러를 배정했다. 여 · 야는 지난 13일 밤 협상에서 장벽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동시에, ‘장벽(障壁)’이 아니라 ‘차폐물(遮蔽物)’ 이라는 표현으로 55 마일 규모의 차단물을 설치하는 데 합의한 것이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정부 폐쇄는 원하지 않는다” 고 언급함으로써, 비난이 집중되고 있는 정부 폐쇄를 다시 야기하지 않을 생각을 피력했고, 장벽 건설 예산에서 대폭 양보한 예산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당초, 자신이 요구한 234마일 장벽을 건설하기 위한 57억 달러에는 민주당이 극렬하게 반발하여 이에 크게 못 미치는 예산만을 확보했기 때문에, 모자라는 장벽 건설 자금을 의회의 승인을 통하지 않고 조달하는 방안을 모색해 왔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비상사태法에 근거하여 비상사태를 선언하면 일정한 조건 하에서 대통령 권한에 자유 재량을 부여하는 다른 법률을 활용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용도가 특정되어 있지 않은 군사 예산을 전용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을 근거로 장벽 건설 비용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는 정부 폐쇄 재발에 따른 비난을 회피하면서, 장벽 예산을 확보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이는 불법 이민자들에 대한 강경책을 촉구하고 있는 열성적인 지지자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비상사태 선언을 동원하려는 속셈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상원 공화당 맥코넬Mitch McConnell) 원내총무는 상원 회의장에서 “방금 트럼프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예산안에 대한 여야 간의 합의안에 서명할 용의가 있고, 동시에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할 것이고, 나는 이 비상사태 선언을 지지한다고 전했다” 고 말했다.

 

■ 『국가비상사태法』이 대통령에 부여한 권한 범위의 해석이 쟁점  
미국의 헌법 상으로는 연방 정부의 예산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은 의회에 있다. 그러나, 미국의 현행 법률 상, 비상사태 선언에 관련한 명확한 정의가 없어, 만일,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하고 있는 것처럼 자신의 당초 계획대로 국경 장벽을 건설하기 위해 소요되는 예산 부족 분을 확보하기 위해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면 비상사태 선언 자체에 대한 법률적 쟁송(爭訟)이 벌어질 것이 예견되는 상황이다.


미국에서 국가비상사태 선언은 1976년에 성립된 “국가비상사태법”에 근거하는 것으로, 국가가 긴급 사태에 처하게 된 경우에, 대통령의 권한에 자유 재량을 부여하는 별도 법률을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2차 세계 대전 개전 직후 및 2001년 9.11 동시 테러 당시에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사례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종전부터 멕시코 국경을 넘어 불법 이민 및 불법 약물 등이 유입되고 있다고 주장해 왔고, 지난 1월 對 국민 연설에서도 인도적 위기라고 강조하며 국가비상사태 선언을 위한 분위기 조성을 진행해 왔다. 따라서, 이번에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겠다는 것은 정부 폐쇄 재발을 회피하면서 장벽 건설이라는 선거 공약을 실현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고육책(苦肉策)으로 보인다.


그러나, 트럼프의 국가비상사태 선언 시도에 대해서는 민주당은 물론이고, 일부 공화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의회가 승인한 예산 범위를 넘어서는 위법한 행위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비난 및 우려가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美 미디어들의 보도에 따르면, 심지어 美 정부 법무부는 백악관에 대해 법정 투쟁을 통해 선언의 효력 정지 가처분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고 알려지고, 트럼프 대통령 주변에서도 소송을 당할 위험이 높다고 경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정치적으로도 상당한 부작용이 나타날 것은 명확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불과 얼마 전에 행한 상 · 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지금은 초당파로 협력할 때” 라고 역설한 바가 있다. 트럼프 자신이 내걸고 있는 대대적인 인프라 개선 플랜 및 사회보장 제도 개혁 등, 주요 정책을 위한 예산 협의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민주당과의 협력 방도를 스스로 차단해 버리는 결과로 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공화당 소속 루비오(Marco Rubio) 상원의원은 “위기가 있다고 해서 헌법 위반을 해도 좋다는 근거는 없는 것” 이라며 견제하고 있다. 한편, 공화당 내에서 언젠가 민주당이 정권을 차지할 경우에는, 마찬가지로 국민적 공감이 높아지고 있는 총기 규제 강화 및 지구 온난화 억제 등을 위해 비상사태 선언을 추진할 경우에는, 이에 대응할 명분이 없어지게 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 NYT “비상사태 선포로 軍 예산 전용하면 분명히 소송으로 갈 것”
트럼프 정권과 민주당이 예산안을 두고 대치하고 있을 동안에,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의회 승인없이 멕시코 국경 장벽을 건설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런 방안은, 당장 트럼프가 정부 폐쇄를 회피하면서 장벽 예산이 빠진 예산안에 서명할 수 있어 체면을 살리는 것으로 보이나, 이는 대단히 비상한 조치일 뿐 아니라, 최소한 헌법 규범에 위반될 수 있고, 자칫 장벽 건설 자체를 법원의 심판으로 몰고 갈 위험이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비상사태 선언이란, 전쟁 및 대규모 재해, 테러 등, 국가의 안전에 관련된 비상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행정 절차로, 위기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대통령에게 통상의 제한된 권한 범위를 넘어서는 강력한 권한을 부여하는 제도이다. 미국의 경우, ‘워터게이트’ 사건 뒤에 제도 개혁을 위해 제정된 “National Emergency Act of 1976”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대통령이 이러한 비상 권한을 선포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비상사태가 선언되면 위기 대응을 우선하기 때문에 국민들의 권리가 일부 제한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치안 기관이 수사 영장 없이 국민들의 신병(身柄)을 구속할 수 있는 외에, 사유지(私有地)의 사용 및 국민의 이동(移動) 등을 제한할 수도 있다. 현행 미국의 관련 법률 상으로는 국방장관은 미군 병력에 대해 국방에 필요한 공사를 실시하도록 명령할 수가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 중남미에서 많은 이민자들이 몰려드는 것을 이유로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반대 여론이 거센 국경 장벽 건설을 강행하려는 노림 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과연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해서 장벽 예산을 전용하고 군 병력을 동원할 수 있을 것인가가 논쟁의 초점이 될 것이다.


우선, 비상사태 선포를 통해서 의회가 승인하지 않은 사업을 위해 다른 예산 항목을 전용하는 것이 합법적인지에 대한 논란을 비롯해서, 장벽 건설에 軍 병력을 동원할 수 있느냐에 이르기까지 근본적인 논쟁은 거세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NYT는 이번 경우에 트럼프가 장벽 건설을 위해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군사 예산을 장벽 건설에 전용하는 것은 확실히 법정 분쟁을 촉발할 것이라고 단언한다. 

 

■ “하원의장, 대통령을 제소할 가능성도 시사”, 여야 극한 대치 전망  
민주당 소속 펠로시(Nancy Pelosi) 하원의장 및 상원 원내총무 슈머(Charles Schumer) 의원은 의회가 예산안을 승인한 직후에 가진 기자 회견에서 “지금 국경에 비상 사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력히 비판하면서, “트럼프가 비상사태를 선언하는 것은 불법한 행위로 대통령의 권한 남용” 이라며 극렬히 비난했다.


펠로시(Pelosi) 의장은, 나아가, 만일 트럼프 대통령이 비상사태 선언을 강행하면, 법원에 대통령을 제소하는 수단을 선택해서라도 트럼프 대통령의 비상사태 선언을 무효화하고, 모자라는 장벽 건설을 위한 예산 확보를 저지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로 인해, 향후 여 · 야당 간의 대립이 한층 격렬해질 것을 예고하고 있다.


샌더스(Sarah Sanders) 백악관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이전부터 말해 온 것처럼, 대통령은 국경에서의 국가 안보를 감안하고, ‘인도적 위기’를 방지하기 위해 비상사태 선언을 포함하여 대통령의 권한을 행사할 것” 이라고 천명했다. 또한, 민주당 측이 법원 제소 등을 거론하는 데 대해 “법정 투쟁 준비는 만전” 이라고 말했다.


한편, 日 Nikkei紙는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 승인을 거치지 않고, 멕시코 국경 장벽을 설치하기 위해 비상사태를 선언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은, 의회 권한을 무시한 “금지된 수법(*씨름이나 장기에서 써서는 안 되는 기술)”을 동원하는 것이라고 비유하며, 향후 민주당의 반발이 격렬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여야 대치 상황이 길어지면 상하 양원을 공화당과 민주당이 각각 다수당 지위를 장악하는 소위 “뒤틀린 의회 구도”에서 정책 협의가 정체될 것은 분명하다고 전망한다.

 

■ 여야 대립이 장기화하면 美 국채가 “디폴트” 사태에 빠질 우려도
미국 헌법 상 예산을 결정할 권한은 독점적으로 의회에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 국경으로부터 범죄자들 및 불법 약물들이 유입되고 있어, 국가 위기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이에 대해 민주당 소속인 펠로시(Pelosi) 하원의장은 이는 비상사태는 아니라는 반론을 주장하고 있고, 만일의 경우에 대통령이 권한을 남용하는 것인지에 대해 법원에 제소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한편, 멕시코 장벽 건설은 2020년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양보할 수 없는 지난 2016년 대선 당시의 간판 공약이다. 따라서, 2018년 12월에도 장벽 건설 예산이 배제된 예산안을 거부하며 2019년 1월까지 사상 최장인 35일 간의 정부 폐쇄 사태를 몰고 왔던 것이다. 그 동안에는 80만 명에 달하는 공무원들이 급여를 받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 극심한 혼란도 생기고 지지율도 하락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25일 정부 폐쇄를 해제하기 위해 임시 예산에 서명하고 의회의 협상 결과를 주시해 왔다. 결국, 자신이 요구해 온 장벽 건설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게 되자, 이번에는 일단 비판이 거센 정부 폐쇄 사태는 회피하면서 지지자들에게 장벽 공약을 지켰다고 주장할 수 있는 방안을 선택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여 · 야 대립이 장기화되면, 美 연방 정부의 ‘채무’ 문제로도 비화될 우려가 발생한다. 당장, 3월 초순이면 그 이후 상환 기한이 도래하는 美 정부 채권의 기한 연장 문제에도 결정적인 영향이 미칠 것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즉, 정부 채무의 법정 상한은 3월 1일 만료되나, 그 전에 여 · 야당이 새로운 채무 상한 설정에 합의하지 못하면, 그로부터 수 개월만 지나면, 정부 자금이 고갈되어, 최악의 경우, 美 국채가 ‘채무 불이행(defaults)’ 사태에 빠지는 희대의 사태가 발생할 위험성도 남아 있다. 그야말로, 트럼프의 벼랑 끝 파행 정치 행태가 연출하는 “위태한 정국” 향방에 시선이 떨어지지 않는 상황의 연속이다.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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