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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꺼내든 '분양가 상한제' 카드…주택시장 파장 클 듯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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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9년07월08일 18시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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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이르면 이달 중 주택법 시행령 입법예고
재건축 후분양 '꼼수' 분양 막을 길 없어 상한제 택한 듯

 

 정부가 사실상 민간택지내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하기로 함에 따라 주택시장에 큰 파장이 예상된다.

분양가 상한제는 출범 이후 '역대급 부동산 대책'을 써온 이 정부에서도 막판까지 손대지 않았던 카드다. 그만큼 민간 주택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고, 일부 부작용도 우려되는 대책이어서 정부도 그간 조심스럽게 접근해왔다.

이번에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 도입을 공식화함에 따라 최근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한 서울 집값도 다시 출렁거리고, 집값과 무관하게 상승세를 보이던 분양가도 낮아질 전망이다.

반면 주택공급이 중단돼 향후 서울 요지에서는 주택 공급부족으로 집값 상승 등의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정부 "분양가 상승 부담"…속내는 후분양 '꼼수' 단지 겨냥

정부가 유명무실해진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재도입하려는 것은 최근 집값 상승, 분양가 상승세가 부담스러운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8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 5월말 기준 1년간의 서울 민간아파트 분양가는 평균 12.54% 상승했다. 작년 5월부터 올해 5월까지 서울 아파트값이 1.96%(한국감정원 조사 기준) 오른 것에 비해 10배 이상 뛴 것이다.

정부는 8일 국회 업무보고 자료에서 최근 서울 주택시장에 대해 "서울 집값이 7월 1주부터 상승 전환했으나 매수세가 확산하지 않는 최근의 거래 양상을 고려할 때 전반적인 현상으로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양가 상한제'라는 메가톤급 규제를 들고 나온 것은 초강력 대책으로 불리던 9·13대책이 시행 중인 가운데서도 집값이 다시 꿈틀거리자 불안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상한제를 도입하려는 근본적인 원인은 최근 강남을 비롯한 서울 요지에서 후분양을 통해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분양가 규제를 피하려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어서다.

강남 재건축 단지들이 후분양을 할 경우 주변 시세 수준에 분양이 가능해 삼성동이나 반포동 등 강남권 주요 지역의 경우 현 시세 기준으로 3.3㎡당 6천만∼9천만원대 분양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HUG가 요구하는 분양가가 3.3㎡당 4천500만원인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격차다.

이들 단지가 공정률 80% 이상에서 후분양을 하면 HUG의 분양보증 없이도 분양이 가능해 분양가를 통제할 방법이 없어진다.

이 때문에 정부가 "집값 확산 가능성이 없다"고 의미를 축소하면서도 분양가 상한제 도입을 결정한 것이다.


◇ 상한제 적용시 HUG 규제금액보다 낮아져…재건축·후분양 검토 단지 영향

분양가 상한제는 감정평가 한 토지비를 바탕으로 정부가 정해놓은 기본형 건축비를 더해 분양가를 산정하는 방식이어서 적용시 분양가가 현행보다도 크게 낮아진다.

토지비를 감정평가한다고 하지만 감정평가 금액이 시세의 절반 수준인 공시지가를 근간으로 하기 때문에 감정평가액이 실제 시세보다는 낮게 산정되는 게 보통이다.

과거 2007년 분양가 상한제가 도입됐을 때도 땅값 인정 금액이 낮고, 업체가 매입한 실제 택지비도 모두 인정해주지 않아 논란이 됐다.

국토부는 상한제 도입으로 강남권 재건축 단지의 분양가가 큰 폭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자체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 강남 재건축 단지의 분양가가 HUG 산정액보다 훨씬 낮을 것으로 예상됐다"며 "상한제가 도입되면 분양가 인하 효과는 확실히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분양가 상한제가 재도입되면 법 시행일 이후 '입주자 모집공고'를 하는 단지부터 모두 적용될 전망이다.

이 경우 현재 후분양을 검토 중인 강남권 재건축 단지와 서울 여의도 MBC 부지에 들어설 '브라이튼 여의도', 종로 세운3 재정비촉진지구에 들어설 '힐스테이트 세운' 등 주요 단지들이 당장 사업 추진에 영향을 받게 된다.

이들 단지는 상한제를 할 경우 분양가가 HUG 기준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커 '울며 겨자 먹기'로 선분양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업계는 예상한다.

앞으로 재건축·재개발 추진 단지는 어려움이 커질 전망이다.

재건축 등 정비사업은 일반분양을 통해 수익금을 얻고, 조합원 부담을 낮춰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보통이어서 일반 분양가가 낮아지면 사업 추진이 어려워진다.

자체사업을 통해 민영 택지를 조달해 주택을 공급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택지 매입을 위해서는 각종 민원 해결과 '알박기' 토지 매입을 위해 예상외로 많은 자금이 투입되는데 분양가 상한제 하에서는 이 비용을 인정받기 힘들기 때문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택지 매입 원가가 LH 등 공공기관의 분양가인 공공택지 외에는 땅값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재건축을 비롯한 민간 택지내에서는 주택사업 추진이 힘들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상한제 적용 지역에선 주택 공급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분양가 상한제 시행으로 공급이 급감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2007년 9월부터 민간택지내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고 이후 글로벌경제 위기까지 겹치면서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줄었다.

부동산114 조사 기준 서울지역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은 2008년 5만6천여가구에서 2009년 3만1천700여가구, 2010년 3만5천가구, 2011년 3만6천900가구, 2012년 2만가구, 2013년 2만3천600여가구로 반토막이 났다.

전국의 입주물량도 2008년 32만여가구에서 2012년에는 18만가구, 2013년 19만8천가구로 20만가구를 밑돌았다.


◇ 국토부, 이르면 이달중 주택법 시행령 개정 착수

국토부는 조만간 주택법 시행령을 개정해 상한제가 시장에서 작동되도록 기준 요건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르면 이달 중 개정안이 발의될 것으로 보인다. 시행령은 국회가 아닌 국무회의만 통과하면 돼 시행령 개정은 일사천리로 진행될 전망이다.

현재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는 2017년 8·2부동산 대책의 후속 조치로 시행 기준이 대폭 완화돼 최근 3개월간 주택가격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를 초과하는 지역 중에서 ▲ 최근 1년간 해당 지역의 평균 분양가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를 초과하거나 ▲ 분양이 있었던 직전 2개월의 청약경쟁률이 일반 주택은 5대 1, 국민주택규모(85㎡) 이하는 10대 1을 초과하거나 ▲ 3개월간 주택 거래량이 전년 동기보다 20% 이상 증가할 때 등에만 적용된다.

이전 정부에서 분양가 상한제 폐지를 위해 노력했지만 국회의 반대로 폐지가 어렵게 되자 적용 기준을 대폭 상향 조정해 사실상 상한제를 무력화했다.

국토부는 이 기준의 적용 문턱을 낮출 예정이다.

지난 6월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0.7%를 기록하는 등 물가상승률이 0%대에 머물고 있어 '물가상승률의 2배를 초과하는 지역'이라는 전제조건을 '물가상승률' 수준으로만 강화해도 적용 대상이 나올 전망이다.

분양가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의 2배를 초과하는 등의 종속변수는 지금도 충족하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이달중 시행령 개정안이 발의된다면 40일의 입법예고와 규제심의 등을 감안해도 9월 중에는 공포가 가능해진다.

다만 정부가 시장 충격을 줄이기 위해 일정 기간의 유예기간을 둘 가능성은 있다. 2007년 상한제를 시행했을 때도 일정 기간 유예기간을 줘 건설업계의 밀어내기식 분양이 이뤄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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