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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테르테 대통령 ‘변심’에 애태우는 시진핑 주석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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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6년10월28일 19시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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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中 간 등거리 외교 추구, 속셈은 경제 지원 이끌어 내는 것”

 

ifs POST 대기자 박 상 기

 

지난 6월 대통령 취임 초부터 초강경 마약 범죄 소탕 작전 개시 등 파격적인 정치 행동으로 전세계 이목을 모으고 있는 필리핀 두테르테(Rodrigo Duterte) 대통령이 며칠 전 세계 열강 국가들 가운데 첫 행선지로 중국을 방문하여 융숭한 대접을 받고 돌아왔다. 이번 방문에서 두테르테 대통령은 경제적, 군사적으로 미국을 떠날 것이라며 ‘미국과의 결별’을 선언하여 중국에게는 아주 반가운 선물을 주고, 중국은 이에 걸맞게 풍성한 경제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그런데, 두테르테 대통령은 귀국 후에는 엉뚱한 발언을 쏟아내는 등 괴기한(?) 자신의 면모를 여지없이 발휘하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 세계 주요 언론들이 전하는 보도 내용을 중심으로 두테르테 대통령의 대외 관계 행보의 속내를 살펴본다.

 

중국 네티즌들 “중국은 두테르테한테 채였다”
지금, 중국 인터넷 상에는 “두테르테는 중국으로부터 돈을 받아 들고 필리핀으로 귀국해서는 곧바로 얼굴을 바꿨다” 는 논의가 들끓고 있다. 직설적인 코멘트는 “중국은 두테르테한테 채였다. 속았다” 이지만, 좀 재치가 있는 글들은 “돈을 빌리기 위해 (미국과) 위장 이혼한 것. 중국에는 흔히 있는 일” 이라는 것도 있다. 너무 과격한 글들은 중국 감시 당국이 삭제하고 있을 정도다.
‘얼굴을 바꿨다’는 표현은 중국 경극(京劇)의 막간이나 술자리에서 연출하는 전통 예능으로, 한 순간에 다른 얼굴로 바꾸는 『변면(變面)』 연출을 말한다. 원래 중국의 전통 연기인 것을 이번에는 필리핀의 두테르테 대통령이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테면 중국의 전통 방법으로 중국에 대한 변심(變心)을 표출하는 것이다.
두테르테의 이런 ‘무책임한 발언’에 대해서는 당연히 미 정부는 물론 필리핀 국내에서도 비판이 일고 있다. 그러면, 그는 발언을 아주 간단히 수정해서 “정말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미국에 종속되는 외교로부터 결별하고 싶은 것이다”, “(미국과의 관계는) 전혀 바뀌지 않을 것” 이라고 말한다. 전혀 주눅들지 않고 해명한다.

 

미국 • 필리핀 외무장관들 양국 관계 안정에 합의 
이후, 두테르테 대통령이 중국 방문 중, 미국과 결별한다는 등의 과격한 발언을 한 것과 관련하여, 케리(Kelly) 미 국무장관은 필리핀 외상과 전화로 회담을 갖고, 일련의 발언들이 미국 국내에 혼란과 충격을 주고 있는 것을 지적했다고 알려지고 있다. 이 접촉을 통해서 양국 외무장관들은 미국과 필리핀 양국 간의 관계를 안정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했다고 발표했다.
이어서, 미 국무부 대변인은, 양국 외무장관들은 “미국과 필리핀의 안전보장, 경제, 정치, 사회 모든 측면에서 불후(不朽)의 관계를 유지해 나아가기 위해서는 강력하고 안정적인 관계 유지가 중요하다” 는 데에 견해가 일치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지난 20일, 두테르테 대통령이 중국 방문 중 미국과의 ‘결별(訣別)’을 언급한 이래 처음으로 양국 정부가 접촉을 가진 것이다. 미 국무장관은 상호방위조약에 근거하여 향후로도 필리핀의 안전보장에 관여해 나아갈 것임을 언명했다고 전했다.

 

중대 상황을 맞은 시 주석, 주판알 튀기는 두테르테
한편, 중국 베이징에서는 2017년 중국공산당대회에 대비한 당 중앙위원회 제6차 전체회의(‘6중전회’)가 열렸다. 이 회의를 통해 시 주석은 자신을 중국의 ‘핵심’ 지도자의 반열로 부각시키는 데 일단 성공하고 있다. 그러나, 긴박하게 돌아가는 중국 국내 정세를 감안하면, 시 주석은 지금, 향후 정치적 기반의 공고화를 향한 대장정에서 정말로 ‘중대한 상황’(正念場)에 서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시 주석은 지금 한 마디로 내정(內政) 문제로 머리 속이 꽉 차 있는 상황이다. 혹시, 두테르테가 이러한 중국 내부 정세의 간격을 꿰뚫은 것이라고 하면, 중국과 필리핀과의 외교 협상에서 몸집이 작은 필리핀 측이 일단 우위에 선 게임이 진행되기 시작한 셈이다. 시 주석의 면전에서 검을 씹는 행동마저 서슴지 않는 두테르테는 일견, 거칠고 방약무인(傍若無人)한 것으로 보이나, 그런 배면에서 두테르테는 일정한 주판알을 튀기고 있는 셈이 되는 것이다.

 

일단, 경제 협력 보상은 두둑하게 챙겨
시 주석은 이번에 두테르테에게 얼마나 많은 원조를 제안했던 것인가? 이번 중국 방문에 동행한 필리핀 무역산업 장관이 밝힌 바에 따르면, 인프라 건설 등 경제 협력 부문에서 중국 측과 합의한 계약은 총 240억 달러에 달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측은 공식적으로 이 내용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이전에 인도네시아 및 말레이시아에도 이를 상회하는 규모의 원조, 대출, 계약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립 서비스 단계에 불과한 필리핀에 대해 240억 달러 규모의 제안이라고 하는 것은 과도하게 융숭한 대접으로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약속한 대 필리핀 원조 규모가 밝혀지지 않고 있는 배경에는 “경기 감속으로 불만을 가진 일반 중국 국민들의 반발을 두려워해서 정확한 수치를 밝히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견해도 있다. 어찌 됐던 시 주석의 두테르테에 대한 요구 사항의 성패 여부는 현 단계에서는 정확히 알 수가 없다. 
지난 7월, 국제중재재판소는 중국과 필리핀 간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대해 중국 측에 ‘전면 패소’ 결정을 내렸다. 이후, 그렇게 집착해 온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 이번 시 • 두테르테 회담 및 공동성명에서는 문제의 해결을 위한 협상을 조금 미루어 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앞으로 성과가 확실하게 나타나지 않을 경우에는 비판이 시 주석과 중국 외무부 쪽으로 돌아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것이다.

 

“두테르테의 언행은 교언영색은 아니다”
중국의 공식 미디어도 인터넷에서 유포되고 있는 “사기론(詐欺論)”에 대해 상당히 신경을 쓰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산하의 국제 정보지 환쥬스바오(環球時報)는 논설에서 이 문제를 취급하고 우선, 중국 인터넷 상에서 화제로 비등하고 있는 “블랙 유머(Black Joke)”를 소개하고 있다. 중국 측이 두테르테에 요구했다. “남중국해는 중국 것이다” (중국어 한자로는 6 글자)를 말해 보세요” 라고 하고는 “글자 한 자 당 1억(필리핀에 대해 1억 달러 원조)에 상당하니까요” 하고 말하자, 두테르테가 답했다. “그렇다면, 이렇게 말해도 괜찮을까요? ‘남중국해는 중화인민공화국의 것입니다’ 하고” (중국어 한자로는 16 글자). 원래 6억 달러 원조가, 중국을 중화인민공화국으로 바꿔 말하는 두테르테의 재치로, 말 한 마디 바꿔 말하고 나니 경제 지원 금액이 16억 달러로 뛰어오른다는 우스개 소리다.
즉, 중국이 농간을 당하고 있다는 위기 의식과 우려를 부추기는 것이다. 실제로는 계약 총액이 240억 달러였던 것이다. 나아가, 이 미디어의 논평은 이러한 ‘’사기론’에 대해 국제 정치의 실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단언한다. 더욱이 “그는 교언영색(巧言令色), 조령모개(朝令暮改)는 아니다” 며 두테르테를 옹호하고 있다. 시 주석의 입장에 서서, 시 주석의 체면을 지키려는 필사적인 해설인 것이다.

 

중국 방문에서 돌아오자 마자 바로 일본을 방문
한편, 두테르테 대통령은 25일, 일본을 방문, 아베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 기회에 양국은 중국이 주변 관계국들의 우려를 도외시하며 남중국해에 군사 거점을 구축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과 안전보장 연계를 강화할 것과 경제 협력 관계 강화에 합의했다. 특히, 남중국해에 대한 영유권 분쟁과 관련하여, 중국의 해양 패권 확장을 제어하기 위해서는 당사국인 필리핀과 일본은 의사소통을 긴밀히 할 필요가 있다는 데에도 인식을 같이 했다.
이에 따라, 일본 필리핀 양국 정상들은 분쟁이 이어지고 있는 이 문제를 일단 연기할 것에 합의함과 동시에, 남중국해 문제를 ‘법이 지배하는 관계’ 강화를 강조하여, 지난 번 나온 국제중재재판소의 국제 중재를 준수해야 한다는 것에 합의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국제 중재는 중국과 필리핀을 구속하는 것” 이라는 입장을 강조, 중국 방문에서 “대화에 의한 해결”에 합의한 것과 대조되는 입장을 보였다. 
한편, 이번 일본 방문에는 200명이 넘는 경제 관련 각료 및 민간 기업인들이 동행하여, 일본으로부터 투자 및 경제 지원을 통한 관계 강화를 목적으로 하고 있음을 과시했다. 이번에 일본은 해상 방위를 위해 대형 순시선 2 척을 기부함과 동시에 필리핀의 도시 인프라 개선을 위한 거액의 자금 지원도 약속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전 방문국인 중국에서도 경제 협력 강화에 합의하고 있어 중국과 일본은 필리핀을 상대로 경제 지원 경쟁을 벌이는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일본에게도 대 필리핀 외교는 국가 안전 보장 상, 지극히 중요한 사안이다. 특히, 남중국해를 둘러싼 중국과의 대치 상황을 감안하면, 더욱 민감한 구도인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두테르테는 거듭된 일본 측의 방문 요청을 뿌리치고 중국을 먼저 방문했다. 그리고는 미국 결별 선언 등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그는 아랑곳 하지 않고 중국 방문으로부터 돌아온 지 3일 만에 다시 일본을 방문한 것이다.

 

등거리 외교로 경제 협력 극대화가 속셈(?) 
두테르테 대통령은 일본 방문 중 행한 연설에서 “2년 내에 모든 외국 군대(미군)가 필리핀 내에 없도록 할 것”을 언명하고 있다. 이를 감안해 보면, 당장에 미국과의 관계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보이지는 않는다. 두테르테 정권이 들어선 것은 지난 6월로, 이제 겨우 몇 개월이 지났을 뿐이다. 국내에서는 마약 범죄 박멸을 비롯하여, 경제 발전을 강력 추진하고 있고, 대외적으로는 미국과의 관계에서 강경 자세를 천명하고 있어 국민들 사이에 지지율은 치솟고 있다.
최근의 그의 분주한 행적을 보면서, ‘아시아의 트럼프’라는 별칭으로 불리고 있는 두테르테 대통령을 단순히 외견만으로 그의 기질과 의중을 평가하는 것은 너무 피상적일 수 있다는 느낌이다.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인 작은 나라 필리핀의 대통령인 두테르테, 그는 세계 1, 2, 3 위의 경제 대국 미국, 일본 및 중국을 넘나드는 등거리 외교를 연출하면서, 정치 외교적 립 서비스로 최대의 경제 협력을 이끌어내려는 중심적 철학을 품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면모를 엿보이게 하고 있다.
모름지기, 한 나라 지도자는 자신 나름대로의 특성적 기질로 자국 이익의 극대화를 도모할 것이 으뜸 덕목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종래의 미국 의존 일변도 노선에서 벗어나 주변 이해당사국들 간에 새로운 격랑을 일으켜 자국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특유의 연출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희한한 느낌이 들 뿐이다.<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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