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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칼 사례를 통한 스튜어드십코드 본격화의 의미와 과제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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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9년03월07일 17시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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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적항공사로 대표되는 한진그룹의 경영난맥상은 이미 그 절정을 치닫는 느낌이다. 땅콩회항을 시작으로 오너일가의 각종 경영권 전횡과 갑질 사례가 폭로되면서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킨데 이어 밀수, 탈세 뿐 아니라 횡령, 배임의혹까지 제기되는 등 황제경영을 넘어 불법․탈법경영의 아이콘으로 각인되고 있다.

 

  이에 국민연금도 지난 2월 1일 한진칼에 대한 경영참여 주주권행사를 선언했다. 더 이상 오너일가의 탈법적 행위를 두고 볼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당초 기금운용위원회 산하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경영참여권 행사에 부정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대통령의 발언, 즉 중대한 탈법과 위법에 대해서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를 적극 행사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이 공개되면서 상황은 급반전되어 급기야 기금운용위원회가 직접 주주권 행사를 결정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국민연금의 금번 결정으로 또다시 연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행사에 대한 찬반논란이 재연될 조짐이다. 스튜어드십코드는 2010년경 영국에서 시작되어 현재 10여개국 이상에 도입되고 있으며, 연기금이나 펀드 등 기관투자자들이 투자하고 있는 기업에 대해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기 위한 지침이다. 여기서 적극적 주주권 행사는 단순 의결권행사 이외에 기업경영과 관련한 경영진과의 대화, 주주제안권 행사나 대표소송 제기 등을 포괄한다.

 

  우리의 경우 지난 2014년 이후 도입논의가 시작되어 찬반양론 끝에 2016년말 기본원칙이 공표된 이후 금년 1.16일 국민연금도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바 있다. 찬성측은 기관투자자의 경영참여로 지배구조나 경영실적 개선이 이루어지게 되면 수익성 향상이 기대된다고 주장한다. 특히 경영권전횡으로 인한 소위 코리아디스카운트가 해소되면서 주가상승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재벌일가에 의한 황제경영과 갑질 경영의 폐해를 방지할 수 있다고 강변한다.

 

  반면 반대측은 기관투자자의 과도한 기업경영 간여로 정상적인 경영에 애로가 발생할 우려가 크다는 점을 내세운다. 특히 연기금의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을 경우 정치권의 기업 길들이기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고 궁극적으로는 연기금을 통한 기업지배 즉 연금 사회주의로 흘러갈 공산이 크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찬반양론 속에서 내려진 국민연금의 이번 결정은 경영참여를 선언한 최초사례라는 점 이외에 그 원칙과 절차적 측면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첫째, 한진칼에 대한 주주권 행사 결정이 원칙에 부합한가의 문제이다. 국민연금의 주주권은 원칙적으로 투자지분 가치의 보호를 위해서만 제한적으로 행사되어야 한다. 물론 이는 국민이 맡긴 돈을 잘 관리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기업지배구조 개선이라는 정책의 수단으로 동원되거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고 해서 마구잡이식으로 사용해서는 곤란하다. 이럴 경우 정부의 기업 길들이기라는 시장의 우려가 증폭되면서 정치적 공방의 소용돌이에 빠지게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의적 주주권 행사를 둘러싸고 불필요한 논란이 거듭될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금번 경영참여 결정은 한진그룹 오너일가의 위법혐의가 주가와 정상적 경영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 주주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그 정당성이 인정될 수 있겠다. 다만 앞으로도 국민적 공분이나 지탄받는 기업인이라고 해서 무조건 경영참여 결정으로 이어져서는 안될 것 이다. 왜냐하면 국민연금은 국민재산을 관리하는 기관이지 정책을 책임지는 정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둘째, 경영참여 대상의 문제이다. 한진칼 외에 대한항공에 대해서는 경영참여 대상에서 제외하였는바 이는 지분율 차이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즉 지분율이 10%가 넘을 경우 공시의무와 단기매매차익 반환의무가 발생하므로 지분율이 10% 넘는 대한항공(11.56%)은 제외하고 10%이하인 한진칼(7.34%)에만 경영참여키로 정했다고 한다. 그러나 법상 의무가 발생한다고 해서 굳이 경영참여대상에서 제외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왜냐하면 오너 리스크로 인한 주주가치 훼손문제는 두 회사 모두에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이러한 의무를 국민연금에 한해 면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으나 바람직하지 않다. 이는 경영 참여하는 대주주에 비해 소액주주가 불리할 수 있어 소액주주 보호를 위해 마련된 제도로 국민연금에게 예외를 인정할 타당한 이유를 찾기 어렵다.

 

  셋째, 적정 절차와 기준의 문제다. 이번 경영참여는 기금운용위원회가 직접 결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지난 1월 16일 공표한 가이드라인이 정하는 절차를 충분히 거쳤는지는 의문이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가 중점관리대상기업으로 선정한 후 해당기업과의 접촉과 권고를 거쳐 기금운용위원회가 최종 경영참여결정을 하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으나 현재 알려진 바로는 이러한 절차가 지켜졌는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만약 기금운용위원회는 상기 절차와 관계없이 직접 경영참여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허용되어 있다면 추후 그 요건과 절차를 새로이 정해 대외에 공표할 필요가 있다. 물론 가이드라인의 예외를 정하는 만큼 중대한 불법행위로 인한 주주가치 훼손 등 예외를 최소한으로 제한해야 한다.

 

  넷째, 여타 주주행동주의펀드와의 공조문제이다. 한진칼에 대해서도 이미 소위 강성부펀드로 불리는 KCGI도 적극적 주주권행사를 천명한 상태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이러한 펀드와의 공조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판단이다. 주주행동주의펀드와의 공조를 통해 기업지배구조나 경영 개선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를 기대할 수는 있으나 국내 기업들에 미치는 충격과 함께 경영권 확보경쟁이 심화되면 또 다른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국민연금은 정책수행기관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수익률만을 쫓는 민간펀드도 아니다.

 

  국민연금의 이번 결정으로 우리 시장과 경제에 큰 획이 그어졌다. 즉, 스튜어드십코드의 본격화이다. 앞으로 여타 연기금을 거쳐 펀드 등 기관투자자 전반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스튜어드십코드가 가져다주는 긍정적 효과를 최대화하되 부정적 충격을 최소화해야 한다. 정답은 분명하다. 원칙과 절차를 지키고 투명하게 공개하는 길 뿐이다.<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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