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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활성화로 유럽 테크산업 선두에 서다 - 프랑스 ‘디지털 공화국법’, Why and How?<하>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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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9년03월11일 17시05분

작성자

  • 김도훈
  • 서강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전 산업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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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공익데이터 개념 도입, 민간의뢰 데이터의 개방도 추진'

 

디지털 공화국법의 핵심 내용은 역시 공공 데이터의 개방이다. 정부가 생산하는 데이터 특히 통계청 (INSEE)의 데이터는 물론, 정부가 발주하여 진행된 학술적 결과의 경우에도 과학기술 및 의료 분야의 연구 결과는 6개월, 기타 인문사회 분야의 연구 결과는 12개월 이후에 모두 공개하도록 하였다. 프랑스 정부는 이를 통해 교통, 도시, 주택, 국토관리, 경제 일반, 사회복지, 고용 및 교육에 이르기까지 매우 광범위한 정부 정책에 영향이 주어질 것으로 기대하였다. 이러한 공공 데이터의 공개 문제를 담당할 공공기관도 설립되었다.

 

다음으로 망 중립성 (La neutralité du net)이라는 정신 하에 프랑스 영토 내의 어떤 국민도 빠르고 효율적인 데이터 이용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도록 규정하였다. 흥미로운 점은 이 정신에 의해 모든 세입자들이 별도의 광통신망에 접속하고자 할 때 집 주인이 이를 막지 못하게 규정하였다는 사실이다.

 

프랑스 디지털 공화국법 내용 중에서 우리에게 가장 큰 시사점을 주는 내용은 역시 ‘공익 데이터 (des données d’intérêt général)’인데 민간이 생성한 데이터의 경우에도 이른바 공익에 부합된다면 정부가 공개하도록 강제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점일 것이다.

공익에 부합된다는 것은 민간이 보유한 데이터를 공개하는 것이 ① 정부의 각 분야 공공정책의 효율성을 높이거나 ② 국민들에게 더 나은 수준의 정보를 제공하거나 ③ 과학적인 연구에 도움이 되거나 ④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한다는 조건을 충족하는 경우를 말하며 이 조건에 맞아야만 정부가 민간에 데이터를 공개할 것을 요청할 수 있는 것이다.

 

프랑스 정부는 이 ‘공익 데이터’의 개념을 확립하기 위하여 정부의 ‘경제자문위원회’와 ‘재정심사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특별 분석팀으로 하여금 이해 관계자 및 일반 국민들을 대상으로 의견을 청취하게 하여 2015년 9월에 종합 보고서를 작성하게 하였는데 이 보고서는 ‘공익 데이터에 관한 보고서 (Rapport relatif aux données d’intérêt général)’라는 이름으로 발간된 바 있다. 이 특별 팀에 의하면 이 ‘공익 데이터’라는 개념에 많은 사람들이 호응을 해 주었지만, 일부는 모든 데이터에 공통적으로 적용하는 데 대해 경계심을 가지는 반응을 보였다고 보고한 바 있다.

 따라서 관련한 데이터의 다양성을 감안하고 각 민간 경제주체들이 정부 및 공공기관과 연결된 관계의 특성도 감안하여 다양하고 점진적인 접근방식으로 ‘공익 데이터’를 다루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우선 산업 혹은 상업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사 (SPIC)들과 정부의 보조금을 받은 사업과 관련한 데이터는 무조건 개방해야 하는 데이터 (open data) 규정을 계약서에 넣어야 한다고 권고하였다. 다만 이 경우에도 이러한 공사나 정부 사업들의 경쟁 환경에 영향을 미친다면 데이터의 개방에 주의를 해야 한다는 주의 규정도 삽입하였다. 즉, 민간 경제주체들이 생성한 데이터가 이들의 재산권과 연관이 있는 데이터의 경우에는 개방에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에도 다른 경제주체들의 이 데이터에 대한 접근권은 디지털 공화국법에 의해 확보되게 하였는데 데이터를 원하는 측이 비용을 지불하게 하는 방식으로 개방하는 것으로 정리하였다. 다만 그 중 일부는 핵심적 개방 데이터로 간주하여 무료로 개방하도록 하며, 민간 경제주체들 사이에 비용 지불 대상 데이터들을 서로 교환하는 식으로 개방하는 방식도 도입하도록 하였다. 

특별 팀은 이 모든 개방의 수준을 부문별로 결정하기 위한 위원회의 구성도 권고하였고, 나아가 이러한 ‘공익 데이터’의 개념을 국제적으로 홍보하여 다른 나라들도 같은 방식의 데이터 개방을 유도하도록 해야 한다고 권고하기도 했다.

 

파리에 프랑스판 실리콘 밸리를 지향하는 ‘스타시옹 F’ 조성, 3000개 스타트업 작업장

 

프랑스 디지털 공화국법은 디지털 전환 선진국인 미국은 물론 이웃 경쟁국들인 독일, 영국 등에 비해서도 뒤처져 있었고 프랑스에서는 스타트업의 활동 환경이 그다지 좋지 않은 것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그러나 디지털 공화국법이 발효된 2017년부터는 프랑스의 스타트업 환경이 크게 달라졌고 이제는 적어도 이웃 유럽 경쟁국들보다는 스타트업의 움직임이 더 활발하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물론 디지털 공화국법 제정만의 효과라기보다는 프랑스 정부가 스타트업 투자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적극적인 정책을 폈고, 또한 매우 뛰어난 미래 비전을 가진 젊은 투자자가 등장하여 파리 한복판에 프랑스판 실리콘 밸리를 지향하는 ‘스타시옹 F (Station F)’를 조성하고 국내외의 스타트업들이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 덕분이기도 하다.

 

프랑스는 2014년부터 프랑스의 9개 주요 도시들을 선정하여 그 속에 ‘프렌치 테크 (La French Tech)’라는 스타트업을 위한 특별 투자지구를 조성하였는데 수도인 파리를 비롯하여, 엑스-마르세이유, 보르도, 그르노블, 릴, 리용, 몽펠리에, 낭트, 렌, 툴루즈 (ABC순) 등의 대도시가 선정되었다. 이 지구들을 조성하는 데 프랑스 중앙정부는 1,500만 유로의 자금을 지원하였고, 이 사업의 지휘도 디지털 공화국법 제정을 지휘한 르메르 장관이 담당하였다. 그러나 이 사업은 2016년까지 기대하는 수준의 활발한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다가, Free Mobile이라는 IT 비즈니스로 큰 성공을 거둔 그자비에 니엘 (Xavier Niel)이 2억5천만 유로라는 막대한 자금을 본격적으로 투자하고 이름도 스타시옹 F로 바꾼 파리의 프렌치 테크 지역에 국내외의 주요 IT기업들의 투자가 몰려들면서 아연 활기를 띠기 시작하였다. 

 

특히 미국의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이 입주하고, 프랑스 혁신기업 모임은 Le Numa, 대학생 스타트업 네트워크인 Schoolab, 프랑스 3대 상업/무역 전문 학교들 (HEC, INSEAD, EDHEC)이 입주하게 되었다. 이제는 이 스타시옹 F가 전국 프렌치 테크 네트워크의 중심 역할을 하게 되었는데, 2018년 말 기준으로 3.4헥타아르 면적 속에 3,000개의 스타트업 작업장이 형성되었고, 1개의 마켓플레이스, 26개에 이르는 국제적인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 등이 이루어지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또한 이 속에는 수많은 만남의 장, 식당 그리고 370개의 강당도 만들어져서 스타트업들 사이의 교류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스타시옹 F가 운영하는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에는 프랑스뿐만 아니라 미국, 영국, 중국, 인도 등 국제지원자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스타트업들의 참여도 늘고 있다고 한다.

이런 변화와 함께 프랑스가 이제는 유럽 내에서도 테크산업이 가장 빨리 발전하는 (유럽 평균 4% 성장 대비, 프랑스는 7.3%: The State of European Tech) 성과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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