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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장관, 언제까지 조롱거리여야 하나?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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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9년03월21일 17시05분

작성자

  • 황희만
  • 한양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 대우교수, 前 MBC 부사장, 국가미래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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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각을 앞두고 7개 부처 청문회가 시작되기도 전에 장관후보자들이 조롱거리로 전락하고 있다.

상당수 후보자들이 위장전입은 말할 것도 없고, 전셋집 얻기도 어려운 세상에 주택투자로 재미를 본 사람들이다. 언론은 투기꾼에 버금간다는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물론 본인들은 정상적인 투자인데 값이 오른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중 단연 시선을 끄는 것은 주택정책 주무부서 장관후보자다. 주택투자로 큰 재미를 보고 장관 하마평이 나돌자 급히 자녀들에게 증여하며 세금도 절세하는 꼼수를 부렸다고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공개석상에서 ‘뿅 갔네, 어쩌네’ 하며 시정잡배 같은 말을 내뱉으며 호기를 부리던 사람도 장관 후보자로 올라왔다. ‘저런 사람도 장관이 될 수 있구나’ 하며 문재인 정부의 사람 보는 눈높이에 적이 놀라는 사람들도 많다. 

 

더 더욱 놀라운 것은 이 같은 곱지 않은 시선이 쏟아지고 있는데 청와대 대변인은 그런저런 

사항들에 대해 이미 사전에 다 체크(check)한 것들이라고 말한다.

차라리 몰랐었다고 한다면 국민들은 “그러면 그렇지 실무자들이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지, 우리 대통령의 눈높이가 그 정도는 아니지” 하며 위안을 했을 텐 데 하는 아쉬움마저 남는다.  

 

문재인 정부는 우리사회의 주도세력 교체를 캐치프레이즈(catch phrase)로 내걸고 출범했다.

광야에서 외치는 선지자처럼 잘못된 세상을 바로잡아 보겠다고 외치며 풍찬노숙(風餐露宿)도 마다하지 않았던 사람들, 그리고 권력과 사회에서 소외되었던 사람들, 소위(所謂) 마이너리티(minority)들도 이제 나서서 말하며 세상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권력은 좋은 거여∼”

“뭐가 그렇게 좋은가요?”

“미운 놈 손 볼 수 있거든...”

 

옛날에 어느 정치인과 나눈 얘기였다. 웃으면서 얘기했지만 그럴 수도 있겠다하는 생각을 

했었다.

 

국민입장에서는 권력을 잡은 사람들이 자기들 ‘미운 놈’을 손보든 말든 그것이 대의명분을 내걸고 세상을 바로잡기 위한 일이라면 어느 누가 일어서서 반대 하겠는가.

 

지금 정권을 잡은 사람들은 옛날 분들하고 다를 것이라고 본다. 설혹 옛날 정권이 그러했듯이 지금도 전처럼 전 정권에 대한 보복이라고 말하는 세력이 있을지라도 적폐청산은 많은 국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적폐를 청산한다는데 반대할 명분이 있겠는가.

 

적폐청산은 깨끗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촛불정신이기도 하다.

구악들을 씻어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널리 퍼져있다.

 

그러나 촛불의 정신에는 ‘과거의 못된 짓 한 사람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제발 깨끗한 

사람, 존경할만한 사람들이 나서서 이 사회의 리더가 돼주길 소망하는 의미도 분명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사돈 남 말 한다’는 말이 있다. 

이제 ‘기득권 세력의 부도덕’을 질타하던 사람들이 권력을 잡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문재인 정부도 점점 ‘기득권을 즐기는 정부’로 변모해 가는 것 아닌가 여겨진다. 다른 표현으로는 ‘내로남불’이다.

깨끗한 것도 좋지만 이제 ‘우리 세상이니 끼리끼리 권력을 나누어 먹는 재미’를 즐기자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권력은 미운 놈 손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좋은 자리 서로 나누어 가질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번에 내세운 7명의 장관 후보자들은 지금까지 나타난 것만 보아도 한 결 같이 흠결이 있는 사람들이다. 당당하지도 못할뿐더러 부도덕하고, 리더로서 인정받을 수 없지만 자기 처세에는 달인이거나 품격이 떨어지는 사람들이라 여겨진다.

 

장관 지명자들은 이런 세간의 ‘조롱에 가까운 평가’를 받으면서도 자리를 지키겠다고 나서고 있다. ‘여론’은 잠시라는 생각인 듯하다.

 

한 지인의 가까운 정치인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장관에 발탁됐었다. 그 지인은 그분한테 이런 어드바이스(advice)를 했다고 한다.

“1년만 대과만 없이 보내고 바로 나오세요. 오래 있으면 이래저래 안 좋은 일이 생기니 장관했다는 것이 중요하지, 오래한다고 좋은 것도 아니에요.” 

정말 그 장관은 이미 장관직에서 물러나 있다고 한다.  

 

우리 정치권에서는 드러내놓고 말은 안하지만 ‘장관자리는 정치인을 포함한 출세를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하나의 스펙(경력)정도로 인식되고 있음도 부정할 수 없다. 장관 출신이면 국회의원 선거에 크게 유리한 것도 사실이다. 정치를 하지 않아도 또 세상에서 평생 장관소리를 듣게 된다.

 

이렇다 보니 흠결 많은 사람일지라도 이 정부 끝나기 전에 한번 장관스펙을 쌓으려고 이리 뛰고, 저리 뛰어다닌다.

 

대한민국은 지난해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넘어서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다. 그래도 ‘꽤 괜찮은 나라’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지도자들은 아직도 후진국의 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 자질과 품격이 의심스러운 사람들이 장관 자리에 거론된다.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나라의 품격’ 문제이기도 하다.

 

문재인 정부도 끝나고 나면 공(功)과 과(過)가 많이 나타날 것이다. 여러 가지 항목 가운데 정책의 성과도 중요하겠지만 ‘적재적소에 인재를 발탁하고, 바르고 깨끗한 사람들이 국정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으면 좋겠다. 그게 바로 촛불정신이니까. 물론 앞서 지적했듯이 벌써 ‘인사’ 문제에서 상당한 비판에 직면하고 있지만 지금이라도 바로잡는다면 문재인 정부가 끝날 때쯤에는 박수소리가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도덕적으로 완벽하게 깨끗하고, 또 출중한 실력을 갖춘 완벽한 사람은 어느 사회나 존재하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우리사회가 어느 누구나 할 것 없이 조금씩 흠결이 있다는 전제를 수용하면 그 중에서도 비교적 ‘괜찮은 인재’는 많다. 문제는 정치적으로 ‘자기 식구’  중에서만 찾으려 하니 상대적으로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을 발탁하게 된다.  이제 우리 식구가 아니더라도 능력이 다소 앞선 사람이라면 다른 정파 사람까지도 발탁하여 중용하면 오히려 낫지 않을까 여겨진다. 

 

국정을 이끌어가는 대통령은 청와대 안에서는 국정철학을 잘 이해하고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일을 할 수도 있겠지만 여타 국정수행의 선본장인 국무위원들은 능력이 있으면 널리 인재를 등용해 국정 운영에 이바지 할 수 있도록 폭넓게 기용해야 할 것이다. 지금이라도 인재 등용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그러한 폭넓은 아량과  대인의 풍모를 기대해볼 수는 없는 것인가.

 

“warm hearted but unprepared amateurs.”

 

외교사절들이 모였던 어느 자리에서 문재인 정부를 놓고 이런 평이 공감대를 이루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한마디로 아마추어 정부 아니냐는 말이다. 문재인 정부는 가슴 아프지만 받아들여야 한다. 이제 거의 절반이 지나간다.

 

인사가 만사다. 자기 사람들 중에 국민 눈높이에 맞는 흠결 없는 사람을 못 찾는다면 대통령은 나라를 위해 정파적 시각을 떠나 다른 정파 사람이라도 실력자를 초빙해 일을 부탁하는 

통 큰 정치로 우리 정치사에 또 한 획을 그었으면 좋겠다. 남북이 서로 손을 잡겠다고 하는데 ,하물며 나라 안에서 국가를 위한다면 못할 것도 없다. 일부러라도 정치적 길을 달리 걸어온 사람을 발탁하는 것이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가 ‘갈등의 왕국’ 대한민국을 일신시키고, 국민통합을 위해 새로운 역사를 펼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끼리끼리 해먹는다는 선입관도 사라질 것이고, 장관 임명 때 마다 서로 침소봉대하는 비생산적인 흠결 논란으로 정파 간 떠드는 일도 줄어들지 않을까 여겨진다. 국회 청문회가 그야말로 정책을 놓고 장관 자질을 검증하는 본연의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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