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쌓여가는 국가부채를 걱정한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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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9년04월07일 17시00분
  • 최종수정 2019년04월07일 15시38분

작성자

  • 김상겸
  • 단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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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2일 정부는 ‘2018년 회계연도 국가결산’ 자료를 공개하였다. 보고서는 세입‧세출 실적, 재정수지 등 나라살림과 관련한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으나, 가장 눈길을 끈 것은 국가부채가 1,700조원(정확히는 1,683조원) 정도로 증가했다는 대목이다. 우리나라의 2018년 GDP가 1,780조원가량 이었음을 생각해보면, 국가부채가 온 나라의 1년 벌이와 비슷한 규모이다. 1년 전 2017년의 국가부채가 1,550조원(정확히는 1,555.8조원)이었던 점을 생각하면 1년 사이에 120조원이나 증가한 것이다. 1년 사이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빚이 100조 넘게 증가한 것인가? 

 

일상적으로는 별 구분 없이 사용하지만, 국가부채와 국가채무는 다른 개념이다. 통상적으로 나랏빚이라 간주되는 ‘국가채무’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갚아야 할 ‘확정된’ 의무를 의미한다. 국가채무는 나라의 빚을 가장 작게 정의했다는 의미에서 보통 D1(Debt 1)이라 표시한다. 이보다 더 넓게 정의한 것이 ‘일반정부 부채’인데, 이는 국가채무(D1)에 공공기관의 빚을 합한 것이다. 공공기관은 엄밀히 말해 정부는 아니지만, 정부의 일을 대신하는 한다는 점에서 정부의 일부라 보는 것이고, 이에 따라 공공기관의 부채 역시 나랏빚이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일반정부 부채’는 나랏빚을 조금 더 넓게 정의했다는 관점에서 D2라고 하는데, 대부분의 국가에서 부채를 산정할 때 빈번히 적용하기 때문에, 주로 국가 간 비교에 많이 활용된다. 이와 같은 일반정부 부채(D2)에 비금융 공기업의 부채를 합한 것을 ‘공공부문 부채’라고 하고 이를 D3라고 표시한다. 공기업은 정부소유의 기업이니, 이들의 부채 역시 결국 정부가 감당해야할 몫이라고 보는 견해인 것이다. 다만, 국가에 따라서는 공기업이 우리나라만큼 활성화되지 않은 곳도 있기 때문에 공공부문 부채(D3)는 국제비교에 많이 활용되지는 않는다. 2017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국가채무(D1)는 680조원, 일반정부 부채(D2)는 735조원, 공공부문 부채(D3)는 1,040조원 정도로 보고된 바 있다. 

 

한편, 이번에 논란이 된 국가부채는 국가의 장부, 즉 ‘재무제표 상에서 산출되는 빚’으로서 당장은 갚지 않아도 되는 미래의 빚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이때 미래의 빚이란 주로 공무원이나 군인들이 퇴직할 때 지급하기 위해 미리 쌓아둔 부채, 즉 연금충당금을 의미한다. 현재 일하고 있는 공무원들 역시 언젠가는 퇴직할 것이고, 그때가 되면 연금을 지급해야할 텐데, 비록 지금 당장이 아닌 미래에 줘야하는 돈이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이것 역시 부채’라고 보는 입장인 것이다. 이와 같이 연금충당 부채란 아직 실현되지 않은, 그저 장부상에 기입되는 부채이기는 하지만, ‘고용’이라는 상황이 발생함과 동시에 연금지급의 의무도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회계학적으로는 발생주의 관점에서의 부채라고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국가부채가 1년 사이에 100조 가까이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인가? 정부의 설명에 따르면 이번 국가부채 증가액의 대부분은 재무적 요인 때문이라고 한다. 상술한 바와 같이, 연금충당 부채 등은 미래에 지급해야하는 정부의 빚이다. 그런데 미래에 지급해야하는 연금액수의 가치가 현시점의 가치와 같을 수는 없으므로, 대개는 현재의 가치로 전환하여 계산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경제학에서는 이를 현재가치화(present valuation)라고 한다. 이때 미래의 가치를 현재로 바꾸어주는데 적용되는 전환비율을 일반적으로 할인율이라고 한다. 마치 오늘 저축한 돈의 미래가치를 계산할 때 이자율을 곱하는 것과 같이, 미래의 가치를 현재의 가치로 전환시켜줄 때에는 할인율로 나누어서 계산하게 된다.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바로 이 할인율이 낮아졌기 때문에 현재가치로 표시되는 연금충당금 등이 커졌다는 것이다. 더불어, 매년 지급하는 연금지출 액수는 17조원 규모이며, 해마다 1% 내외로 증가하기 때문에 ‘안정적’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딱히 틀리는 말은 아니라 해도, 선뜻 공감이 가지 않는다. 해마다 늘어나는 빚이 어찌 ‘안정적’일 수 있다는 말인가? 

 

나라살림에 대해 공부하는 재정학자의 입장에서, 우리나라의 국가부채가 안정적이라는 표현에 동의하기는 어렵다. 국가부채의 급증이 다분히 기술적 요인(할인율 인하)에 기인함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향후 벌어질 일들을 생각하면 안정적이라 판단할 근거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등은 가입자들이 재직기간 동안 불입한 돈을 토대로 지급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그 특성상, 낸 돈 보다 훨씬 더 많이 받아가는 구조이다. 실제로 기여금 대비 수령액의 비율인 수익비를 살펴보면, 공무원 연금의 경우 1.5배 가량인데, 이는 수익률이 50%가량임을 의미한다. 안정자산이 오랜 기간동안 누적되는 것임을 감안해도 상당한 수익률인 것이다. 공무원 및 군인연금은 연금수령자 입장에서는 기가 막힌 조건이라 하겠지만,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적자발생의 가능성이 아주 높은 구조이다. 받는 것 보다 더 많이 내주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만약 적자가 심하여 연금지급액을 기금에서 감당하지 못하면 어찌되는가? 공적연금은 그 지급책임이 정부에 있기 때문에, 적자로 인한 부족분은 정부의 재정에서 충당하게 된다. 퇴직공무원들이 받아가는 연금의 적자를, 일반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메워준다는 뜻이다. 이렇게 정부가 메워주는 규모는 지금도 해마다 2조~3조 정도 발생하고 있다(2019년 본예산 기준, 공무원연금기금 전출금은 3조원, 군인연금기금 전출금도 2조7천억원이다). 문제는 재정에서 메워주는 액수가 해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공적연금의 국가보전액은 2030년 즈음에는 연간 8조원 가량으로 증가하고, 2045년에는 1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계된 바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공무원 숫자가 급격히 증가했음을 고려하면, 앞으로 공무원, 군인연금의 부족액은 급격히 증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정작 내가 낸 세금이 엉뚱하게 남의 연금 주는데 쓰인다는 사실을 잘 모르고 있는 국민들 입장에서는 한심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는 말이 있다. 무엇인가를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 대가를 치루어야 한다는 세상의 이치를 함축한 표현이다. 얻는 것과 치르는 것은 반드시 등가(等價)관계는 아니다. 겉보기에 화려한 것일수록, 감추어진 대가가 큰 경우가 많다. 또 치루어야할 대가가 클수록, 그 사실을 시간이 흐른 다음에야 깨닫게 된다. 반짝반짝 화려함에 현혹되어 덜컥 사들고 온 물건일수록, 집에 와서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 복지수준을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겠다는 말이나, 나아가 모든 것을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공약 등은 사실 엄청난 가격표가 붙은 것이다. 공무원을 늘여서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장밋빛 정책도, 결코 만만찮은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다. 그리고 그 부담은 시간이 갈수록, 다음 세대에 더 큰 짐을 지우게 될 것이다. 나라살림이, 또 우리경제의 앞날이 정말 걱정스럽다.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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