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있는 정책플랫폼 |
국가미래연구원은 폭 넓은 주제를 깊은 통찰력으로 다룹니다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노르웨이 국부펀드(GPFG) 신흥국 채권 투자 축소의 의미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9년04월16일 17시30분

작성자

  • 남재우
  •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메타정보

  • 15

본문

1조 달러가 넘는 세계 최대 국부펀드(sovereign wealth fund)인 노르웨이 정부연기금펀드글로벌(GPFG)이 신흥국 채권 투자를 축소하는 포트폴리오 조정안을 발표하였으며, 이러한 조치가 국내 채권시장에 미칠 장단기적 파급효과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원화 표시 채권에 5조 7,000억원을 투자하고 있는 기금이 일시에 매도 물량을 쏟아내면 수급 측면에서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국부펀드의 이러한 투자 전략 선회가 신흥국 자산시장에 대한 구조적인 비관론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이다. 

결론적으로 이러한 해석은 기우에 가깝다. GPFG의 이번 조치는 단순히 원화 채권에 대한 포트폴리오 조정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추진된 전략벤치마크(strategic benchmark)의 조정이기 때문이다. 전략벤치마크 조정의 배경과 그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GPFG의 투자 목적 및 운용 체계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노르웨이 정부연기금펀드글로벌(GPFG)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국부펀드인 동시에 연금펀드(pension fund)로 분류된다. 미래세대를 위한 국부의 이전이라는 국부펀드의 기능과  현세대에 대한 연금자산의 축적이라는 두 가지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하여 GPFG는 일반적인 국부펀드와는 상이하게 높은 투명성과 선명한 투자 전략을 견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는 민간 자산운용사와 경쟁하며 극단적인 운용 효율성을 강조하는 캐나다 공적연기금(CPPIB)과도 다른 체계이다. GPFG의 투자 목표는 수익률 극대화가 아니라, 국부의 안정적인 이전이라는 관점에서의 실질가치 유지이다. 

이러한 배경 하에 GPFG의 운용은 노르웨이 중앙은행(NBIM)에 위탁되었으며, 기금 운용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는 중앙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가 겸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벤치마크 변경안을 포함하여 주요 투자의사결정의 대부분은 국회에서 직접 심의 의결한다.

 

GPFG의 설립 목적은 네덜란드병(Dutch disease)을 예방하기 위한 안정화펀드(stabilization fund)의 조성이다. 네덜란드병이란 천연자원의 개발이 인플레이션과 통화절상만을 유발하여 장기적으로 경제가 침체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유럽 최대의 산유국인 노르웨이는 북해의 유전이라는 국부를 미래세대로 온전히 이전하기 위해서는 매장된 천연자원보다 분산된 금융자산이 보다 안정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더불어 운용수익의 일부분은 현 세대의 연금 자산 축적에 지원되고 있다. 따라서 기금의 장기 운용전략은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지 못 할 확률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수립된다. 

이렇게 수립된 전략을 실제 운용에서 구현하기 위한 도구가 전략벤치마크인 것이다. GPFG의 기존 채권 벤치마크는 글로벌 채권 시장에 가능한 중립적으로 투자하기 위하여 시장지수(market index)를 대상 국가의 GDP 비중으로 가중평균 하는 방식으로 설정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시장 중립적 벤치마크는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은 최소화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기금의 운용 목표에는 부합하지 않을 수 있다. 환위험이 오픈된 신흥국 채권 수익률과 원자재 가격 간의 높은 상관관계를 감안하여 신흥국 채권 비중을 축소하는 대신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전략 방향이 도출된 배경이다. 

 

이러한 전략적 요인 외에 벤치마크에 포함된 신흥국 채권의 비중을 관리하기 위한, 이른바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비용(rebalancing cost)이 감안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각국의 GDP 비중으로 설정된 벤치마크를 추종하는 과정에서 신흥국 채권은 높은 거래비용을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GPFG는 전통적으로 패시브운용(passive management)을 지향하기 때문에, 신흥국 채권을 벤치마크에서 제외하는 이번 조치로 인하여 기계적인 포트폴리오 조정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추가적인 액티브 비중을 설정한 것으로 관측된다. 신흥국 주식 및 채권에 대한 5%의 액티브운용이 이를 의미한다. 

 

이상의 논의를 바탕으로 이번 조치의 시장 영향력을 장단기적 시계로 나누어 조망해 보자. 먼저 국내 채권시장 수급의 관점에서, 전략 벤치마크에서 신흥국 채권을 제외함으로 인하여 GPFG가 원화 채권을 일시에 매도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번 조치의 원인 중 하나가 신흥국 채권의 높은 리밸런싱 비용임을 감안하면, 벤치마크 변경에 따른 포트폴리오 조정은 점진적이고 선별적으로 실행될 것이다.

GPFG는 2016년에 12.4%이던 신흥국 통화 비중을 2018년 말 현재 이미 8.2%까지 축소하였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한 GPFG의 목표 및 운용전략을 감안하면, 장기적으로 신흥국 채권에 대한 기금의 전체 투자 비중은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신흥국 비중의 축소가 바로 원화 채권의 매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국내 자산시장에 대한 구조적인 비관론을 의미하는 것 또한 아니다. 

5% 액티브운용의 신규 설정 등을 감안할 때, 상대적으로 위험수익특성(risk return profile)이 우수했던 원화 채권의 편입 비중은 오히려 확대될 수도 있으며, 채권이 아닌 다른 원화 자산으로 투자가 다변화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 보다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대응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ifs POST> 

15
  • 기사입력 2019년04월16일 17시30분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