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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관계에 분노하는 일본, 커져가는 한국에 대한 제재 목소리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9년04월29일 17시30분

작성자

  • 이지평
  • LG경제연구원 상근자문위원

메타정보

본문

극단적인 경제제재 조치를 거론하고 있는 자민당 

 

한·일 관계의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계속되는 한·일 관계의 악화로 인해 커져만 가는 일본 측 분노를 우리 국민들도 인지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사실, 일본의 현재 여당인 자민당에서는 일본기업이 간접적으로 피해를 보더라도 한국에 대해 경제제재를 감행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난 3월 29일에 개최된 자민당의 ‘외교조사회’에서는 징용공 문제로 인해 일본기업의 자산이 차압되고 경매될 경우 일본이 반드시 구체적인 대응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되었다. 

물론, 일본이 실제로 한국에 대해 명시적으로 경제제재를 가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비판이나 피해를 보게 될 일본기업의 입장 등을 고려하면 쉬운 결정은 아닐 것이다. 다만, 일본이 은밀하게 한국과의 각종 경제협력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행정 분야의 애매한 부분에서 한국에게 불리한 조치를 취하고, 일본 기업이나 소비자도 한국기업이나 한국제품을 기피하는 성향이 강해지면서 중장기적으로 한국경제 및 한국기업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심히 우려되는 부분일 것이다.   

 

따라서 일본이 취할 수 있는 제재조치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첫 번째로, 자민당에서 자주 거론되고 있는 것은 전략물자의 대(對)한국 수출 제한 조치이다. 일본은 한국의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배터리 등 주력 산업의 생산과 수출 활동에 필요한 소재 및 부품을 공급하고 있으며, 이들 품목 중에는 단기적으로 대체가 어려운 분야가 존재한다. 일본이 이러한 전략물자 수출을 막을 경우 한국 주요 산업에서 생산 및 수출에 대한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다. 특히 일본에서는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불산의 대(對)한국수출을 규제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수출규제는 WTO 위반이며, 일본이 국제적 비난을 받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직접수출제한보다 일본으로서는 통관 시간을 지체시키는 등 은밀한 행정적 제재를 가할 가능성이 있다. 

 

두 번째로 금융제재 조치를 생각할 수 있다. 일본은 2017년 말 기준으로 328조 엔에 달하는 세계최대의 순채권국이며, 글로벌 자금은 일본에서 미국, 그리고 각 신흥국으로 투자되는 자금 순환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시에는 일본으로 자금이 몰리면서 엔고 경향이 발생하기도 한다. 일본이 이러한 금융파워를 한국경제 및 기업의 제재에 활용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사실, 일본계 은행의 한국에 대한 여신은 586억 달러(2018.9. BIS 집계 기준)이며, 무시하지 못할 규모이다. 한국기업, 금융기관, 공사 등이 저금리인 일본에서 채권을 발행하는 여건이 악화되는 부정적 영향도 우려된다. 일본계 신용평가기관(R&I 등)이 일본정부의 압력도 고려하면서 한국 관련 채권의 신용평점을 낮추게 될 경우 한국기업 입장에서는 커다란 기회 손실이 될 수 있다. 일본 내 혐한(嫌韓) 인사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활동하는 금융인 등이 한국 및 한국경제에 대한 불만, 불안감을 과도하게 언급할 수도 있는데, 이는 글로벌 경제가 불투명한 현재 환경에서 우리경제에 좋은 일이 아닐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일본에서는 근거가 미약하지만 ‘한국경제가 제2의 외환위기를 맞을 것이다’라는 식의 악성 루머형 책자가 수시로 나와서 큰 매출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세 번째로 일본이 한국에 대한 여행비자 혜택을 축소하거나 한국 젊은 층 등의 일본기업 취업을 억제할 가능성이 있다. 일본을 여행한 한국인은 2018년 753만9천 명으로 3천만 명을 돌파한 일본의 전체 관광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4%에 달하기 때문에 일본정부가 한국인 관광객 유치 성과를 희생하면서까지 비자 면제 조치를 전면적으로 폐지하지는 않겠지만 한국인 관광객의 체재 허가 기간(90일)을 축소할 수는 있다. 한국인은 단기 여행이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일본 여행 업계에 큰 지장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일본기업은 만성적인 인력부족으로 인해 외국인 근로자의 유치를 희망하고 있고, 일본정부도 금년 4월부터 건설, 간호, 농업 등 중간 스킬을 가진 외국인 인력의 일본 취업을 촉진하는 정책을 시행했으나 한국인의 유치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 특히 최근의 세계경기 불안 및 일본경기 둔화로 인해 일본의 인력 부족 문제가 완화될 경우에는 한국 젊은 층의 유치를 억제할 가능성이 있다. 

 

네 번째로 한일 간의 기술개발 및 연구협력을 축소할 가능성이 있다. 일본 정부는 각 부처를 통해 과학기술 예산을 집행 하면서 대학, 공공연구기관, 기업 등의 연구 방향에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입장이며, 이를 활용해서 한국 대학이나 한국 기업과의 협력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 우리나라는 메모리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여러 분야에서 일본을 앞섰으나 소재 및 기계를 포함한 광범한 과학 및 기술에서 일본과의 협력이나 분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협력이 왜곡될 경우 한국 산업, 경제에 중장기적인 악영향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여러 분야에서 세계최고 수준에 이른 우리 산업이지만 새로운 제품, 기술을 개발하는 데 있어서 다양한 분야의 지식이 필요한데 우리나라에는 아예 기반이 없는 분야도 있기 때문에 폭넓게 연구개발 인프라를 갖춘 일본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필요한 첨단 소재나 기계를 일본과의 협력을 통해 잘 개발하지 못할 경우 우리 산업이 중국산업의 추격에 맞서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다섯 번째로, 일본이 외교적 보복을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면, 일본이 주도해서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11개국이 참여하는 형태로 발족한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에 한국이 참여하려 해도 일본이 각종 표면적 이유를 들면서 반대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정책에서 한국과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는 일본이 미국정부 등을 대상으로 우리 정부의 입장에 반하는 외교정책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   

 

일본기업 자산의 강제 매각 문제가 일본측의 마지노선

 

물론, 이상과 같은 일본정부의 제재조치는 최악의 상황을 고려한 것이며, 실현 가능성 자체는 높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자민당 등 일본 측의 여러 경고로 볼 때 일본기업 자산에 대한 강제 매각이 일본 측의 분노가 폭발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이것이 일본 사회에서 확산되고 있는 혐한 의식을 더욱 고조시켜서 포퓰리즘의 선풍적인 정치적 압력이 되어 일본정부도 통제하기가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다. 그렇지 않아도 일본정부는 여러 경로를 통해 한국과의 협력이나 교류를 억제하는 움직임을 현실화시키고 있으며, 한일 경제단체간의 연례 협력 행사도 취소되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이 국제사회의 비판을 피하면서 한국을 효과적으로 은밀하게 제재할 수 있도록 각종 행정력을 총동원할 수도 있는 것이다.     

악화되는 한일경제 관계에서 그나마 한일기업간의 협력이 양국 관계 증진의 버팀목이 되어 왔으나 그 일본기업에 대한 각종 압박으로 일본기업들의 한국 기피 경향이 더욱 심화되는 것은 한국경제 및 국민생활에 좋지 못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양국 간에서 각종 현안을 허심탄회 하게 대화하면서 무너져가는 양국 간 신뢰관계를 많은 경로에서 재 강화 하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일 것이다.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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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9년04월29일 17시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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