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있는 정책플랫폼 |
국가미래연구원은 폭 넓은 주제를 깊은 통찰력으로 다룹니다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논란의 부산국제영화제, ‘김동호’호(號) 순항할 것인가?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6년05월30일 23시10분

작성자

  • 김진해
  • 경성대학교 예술종합대학장

메타정보

  • 40

본문

 

김동호 선임, 바람직한가?

최근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에 김동호 전 집행위원장이 선임되었다. 그는 영화제 집행위원장을 16년 동안 역임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명예집행위원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박근혜정부의 초대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바 있으며 모 대학의 영상대학원장직도 수행하였다. 문광부 차관을 지내고 영화진흥위원회의 전신인 영화진흥공사 사장직을 수행한 바 있다. 여러모로 그는 문화와 영화 분야에서 실력을 인정받았고 한국 문화계를 이끄는 리더 역할을 수행해왔음이 분명하다.

 

김동호 위원장의 업적 중 하나는 부산국제영화제를 성공시킨데 있다 할 것이다. 부산영화제의 성공 여부에 대한 평가는 따로 하기로 하자. 그런데 드는 생각은 한국에 그렇게 인물이 없단 말인가? 하는 점이다. 대한민국의 대통령도 5년 만에 한 번 국민 투표로 선출하고 국회의원도 4년 마다 선거를 통해 심판한다. 공공기관장의 임기도 2~3년이다. 연임도 가능하나 그 이상은 못한다. 광역단체장도 3진 아웃이다. 그런데 한 조직의 수장을 16년간 수행했다니 능력도 대단하고 그 비결이 궁금하다. 한편으로 그동안 사람을 왜 키우지 않았느냐는 생각도 든다.

 

팔순 고령의 인물을 부산영화제가 이번엔 조직위원장에 선임하였다 하니 그 내막이 궁금하다. 이번 추대는 서병수 부산시장과 강수연 집행위원장의 합의로 이루어졌다. 신문 보도에 따르면 김동호씨의 캐스팅 카드는 영화제 측에서 줄기차게 주장했다고 한다. 주지의 사실처럼 김동호씨 인선은 집행위가 주장하고 영화계가 호응하였다. 언론과 시민들도 파행을 막기 위한 대안이었다고 말한 점을 부산시가 마지못해 수용한 것이다. 이번의 캐스팅은 파국 일보 직전까지 갔던 영화제를 급한 데로 불을 끄고 치르기 위한 소방수로서의 임시방편이라고 보는 것이 중론이다. 

 

다이빙벨 상영으로 촉발된 부산영화제 사태는 언젠가는 한 번 짚고 넘어가야 할 내부의 여러 문제점이 외부로 표출되는 계기가 되었다. 문제점이란 영화제의 부패와 조직의 폐쇄성을 말한다. 조직의 혁신과 쇄신, 새로운 20년을 준비하는 출발점은 인적 쇄신이다. 그런 면에서 선장 김동호씨가 키를 잡은 영화제는 순항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든다. 과거 자신의 식구들을 과감히 정리하고 새로운 진용을 짤 수 있을까? 오늘의 김동호 위원장을 만들어 준 부산영화제 식구들을 오히려 감싸고 들지도 모른다. 심지어 “이용관 교수를 집행위원장으로 재기용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전한 모 집행위원의 말을 절대 그냥 흘려들을 수가 없다. 김동호 위원장의 재등장이 심히 우려되는 이유이다.

 

‘영화제 독립성과 표현의 자유’ 주장의 허구

영화계는 이번 사태에 적극적으로 동참했다. 이유는 ‘표현의 자유와 영화제의 독립성’ 보장이었다. ‘표현의 자유’ 보장되어야 한다. 아니 헌법에 보장되어 있다. 영화제의 독립성 또한 보장되어야 한다. 이견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이번 사태가 이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를 따져야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다. 그 이유는 다이빙벨은 감독의 의사대로 제작되었고 영화제에서 상영되었다. 표현의 자유를 침해당한 적이 없으며, 영화제의 독립성 또한 훼손되지 않았다. 문제라면 부산시장이 이 영화를 상영하지 말라고 요구했다는 점이다. 그렇게 본다면 간섭이고 개입일 수 있다.

 

이것이 영화제 파행의 직접적인 원인이었다면 독립성 문제는 훨씬 이전에 해결되어야 했다. 과거 북한영화 상영과 제주 4.3사태를 다룬 영화의 상영을 부산영화제가 강행했을 당시 제기되었어야 할 문제다. 다이빙벨은 민감한 사안의 영화다. 세월호 유가족 또한 상영 중지를 요청했다고 한다. 영화제 입장에서는 부당한 간섭이고 개입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영화제의 독립성 훼손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오버’ 라는 점이다. 영화가 국가기관의 압력이나 물리적 강제력에 의해 상영되지 못했다면 독립성의 훼손이다.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이해당사자의 요구를 간섭으로 간주한다면 영화제 독립성 문제는 진작 제기되고 해결되었어야 했다.

 

우리에겐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다. 시나리오나 공연대본의 사전 검열도 철폐된 지 오래다. 사상의 자유 또한 보장되어 있다. 영화는 그러나 사후 책임이 따른다. 영화의 대중성과 공공성 때문에 폭력성이나 음란성에 따른 제한이 있다. 바로 등급제도가 그 역할을 한다. 한국은 북한이 아니다. 창작의 자유가 보장되며 영화 상영에 대한 권리도 주어지며 이에 대한 선택권도 관객에게 주어진다. 영화에 대한 평가도 관객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다이빙벨 사태라고 칭해지는 부산영화제 파행의 본질은 표현의 자유나 영화제의 독립성이 키워드가 아니다. 


부산영화제 사태의 본질

이번 사태는 집행위원장의 임기 연장이라는 사적 욕망에서 비롯된 것이다. 살펴보자.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은 지난 2월 정기총회에서 자문위원을 대거 68명이나 임명하는 무리수를 뒀다. 영화제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서란다. 이를 위해 영화계에 도움을 요청했다. 영화제는 ‘표현의 자유’라는 대의명분으로 전선을 정치권으로 확대했다. 그들은 세계영화제 관계자들에게도 지지를 호소했다. 부산영화제가 탄압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이용관씨 자신의 임기 연장 내지는 연임을 위한 호소였다. 자신이 있어야 영화제를 지킬 수 있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듯하다. 이 역시 잘못된 생각이다. 영화제를 지킬 사람을 그 말고도 많이 있다.

 

다이빙벨 사태가 불거졌을 때 이용관 전 위원장은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부산시가 다이빙벨 상영을 빌미로 그에게 사퇴를 종용할 때 그는 공동집행위원장 카드를 내밀었다. 배우 강수연씨를 추천하며 사태를 무마하려고 했다. 만일 영화제의 독립성이 최우선이었다면 이용관씨는 ‘집행위원장 사퇴’ 라는 배수진을 치고 부산시와 압력을 행사한 모든 권력을 향해 영화제의 독립성을 강하게 주장했어야 했다. 재발 방지를 위한 개선책과 이의 명문화를 요구했어야 했다. 

 

이용관씨는 영화제의 독립성 보다는 자신의 집행위원장 자리가 더욱 중요했기 때문에 절충안을 제시한 것이다. 임기가 보장된 위원장을 중간에 사퇴하라고 종용한 부산시도 문제가 있다. 정당하게 인사권을 행사하려면 임기만료 시점인 2016년 2월 정기총회에서 새로운 집행위원장 선임 절차를 밟으면 된다. 그러나 해촉에 맞선 이용관씨의 자문위원 무더기 임명은 누가 봐도 그의 임기 연장을 위한 시도라고 밖에는 볼 수 없다. 법원의 판단이 말해주듯 총회의 의사결정 구조를 왜곡시킬 수 있는 명백한 권력 남용이었다. 이 점 비난 받아 마땅하다.

 

집행위원장의 임기는 3년이라고 한다. 부산영화제 창립 당시 이용관, 전양준, 김지석, 오석근씨 등이 주축이 되어 김동호 전 차관을 집행위원장에 추대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맨 처음 19억 원의 예산을 마련하고 3억 원을 부산시로부터 지원받아 성공적으로 영화제를 마친 것이다. 말하자면 부산시는 공적 스폰서의 개념이었다. 그러기에 창립 멤버들은 그들이 영화제의 주인이라는 생각이 매우 강하다. 부산시의 부당한 압력에 맞서 영화제를 다른 도시로 옮기겠다는 오만한 발언도 바로 이 같은 생각이 잠재되어 있었기에 나온 것이다. 명심해야 할 점이 있다. 영화제는 공공의 재산이다. 부산시민의 지원과 참여가 없었으면 지금의 부산영화제가 있을 수 없으며, 앞으로도 존재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선장 김동호, 무엇을 해야 하나?

조직위원장을 시장에서 민간으로 바꾼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될까? 오히려 꼬일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조직위원장의 민간인 인선은 더 큰 잡음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한 번 집권한 조직위원장이 영구히 그 직을 유지할 수도 있다. 또 다른 적폐를 낳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김동호씨 이후 조직위원장의 선출 과정에서 충돌과 갈등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시장이 당연직을 맡는 것은 일리가 있다. 왜냐하면 시장은 시민들이 뽑은 시민의 대표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사람이다. 제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를 운용하는 사람이 중요하다. 

 

향후 부산영화제의 과제는 정체성 확립과 독립성에 달려있다. 첫째, 정체성 문제다. 부산영화제는 비경쟁 아시아영화제다. 지난 20년을 돌이켜볼 때 정체성은 확립되었는가? 부정적인 평가가 많다. 부산영화제의 성공은 스타 마케팅에 의한 관객 동원에 기인한다. 양적 성공인 셈이다. 프로그래밍의 우수성에 의한 독자성, 정체성의 확립, 아시아 영화의 가치 발견 등의 질적 성공에 기인한 것이 아니다. 

 

둘째, 투명성이다. 영화제 예산은 시비 60억 원, 국고 10억~15억 원, 기타 스폰서비용 30~40억 원으로 구성된다고 한다. 이번 사태에서 문제가 되었던 부분이 바로 협찬사 중개수수료이다. 이를 착복하는 사기 및 횡령 등의 범죄 행위를 영화제 주요 관계자들이 저질렀다. 따라서 예산 집행의 투명성이 확립되어야 한다.

 

셋째, 독립성이다. 영화제의 독립성은 무엇인가? 바로 프로그래밍의 자율성이다. 지금까지 프로그래밍의 자율성은 보장되었는가? 지나치리만큼 철저히 보장되었다. 문제는 일부 프로그래머들의 정치적 편향성이며 주요 프로그래머들이 20년간 바뀌지 않았다는 점이다. 신진 프로그래머의 기용과 선순환 체재 구축이 영화제 독립성의 토대다. 

 

넷째, 정보 공개다. 영화제 홈페이지에 일체의 정보가 공개되어 있지 않다. 영화제의 공공성을 인정한다면 정관을 포함한 모든 규정을 반드시 공개해야한다. 정보 비공개는 독단과 전횡을 일삼는 근거가 된다. 부산영화제의 폐쇄성은 가장 크게 비난받는 부분이며 부패의 근원이다.

 

다섯째, 인적 쇄신이다. 김동호 위원장이 해결 할 가장 큰 숙제다. 인적 쇄신 없는 부산영화제의 개혁은 허구다. 선공후사(先公後私), 교과서에서 배운 데로 실천하자. 

40
  • 기사입력 2016년05월30일 23시10분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