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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 양극화를 줄이려면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5년04월06일 20시49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11시42분

작성자

  • 나은영
  • 서강대학교 지식융합미디어학부 학장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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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의견 양극화를 줄이려면

 

  사람들 사이에 어느정도 의견의 차이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그 의견의 차이가 너무 크면 합의에 이르기 어려워 화합하는 사회를 만드는 데 걸림돌이 된다. 더욱이 이러한 의견의 차이가 집단 간 대립으로 이어지면 집단정체감을 지키려는 욕구까지 합해져 화합이 더욱 어려워진다. 이와 같은 의견 양극화가 발생하는 심리학적 원인은 무엇인지, 그리고 이러한 의견 양극화를 줄이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정리해 보려 한다.

 

□ 의견 양극화는 왜 발생하는가

의견 양극화에 관한 연구는 원래 ‘모험 이행’ 연구에서 시작되었다. 모험 이행(risky shift)이란 사람들이 대체로 토론 전보다 토론 후에 더 모험적인 결정을 하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그런데 이후의 연구에서 추가로 발견된 사실은, 원래 모험적이었던 집단은 토론 후에 더 모험적인 결정을 하는 반면, 원래 보수적이었던 집단은 토론 후에 더 보수적인 결정을 한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이러한 양 방향의 연구 결과를 모두 포괄하는 용어로 ‘집단 극화(group polarization)’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집단 극화 현상을 설명하는 이론에는 세 가지가 있다(더욱 자세한 내용은 필자의 2015년 개정판 저서 『인간커뮤니케이션과 미디어: 소통 공간의 확장』을 참조하시기 바란다). 먼저, ‘설득주장(persuasive argumentation) 이론’에서는 집단의 구성원들이 토론 전에는 각자 서로 다른 근거로 어떤 주장을 하다가, 토론을 하다 보면 다른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근거들을 추가로 더 알게 되어 토론 후에 더욱 강한 주장을 한다고 본다.

 

 예를 들어, ‘수학여행을 어디로 갈까’에 관한 결정을 할 때, 토론 전의 개별적인 생각은 한 사람은 ‘따뜻하니까’ 제주도에 한 표, 다른 사람은 ‘관광 명소가 많으니까’ 제주도에 한 표를 던졌다면, 이들이 토론할 경우 제주도로 가는 것이 좋은 이유를 두 사람이 모두 두 가지씩 갖게 되어 토론 전보다 더 강하게 제주도를 주장하게 된다. 이처럼 설득주장 이론은 처음에 비슷한 의견을 가지고 있던 동질적인 사람들이 토론하는 경우에 그 방향으로 더욱 강한 태도를 갖게 되는 상황에 잘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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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단 극화 현상을 잘 설명하는 두 번째 이론은 사회비교(social comparison) 이론이다. 이 이론도 역시 동질적인 집단 구성원들이 토론을 하는 상황에 더 잘 적용된다. 서로 비슷한 의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끼리 토론을 할 때는 그 집단의 규범이 되는 의견을 더 강력하게 말하는 사람이 더욱 리더(leader)처럼 지각되어, 그를 믿고 따르며 그가 주장하는 방향으로 구성원들의 의견이 변화함으로써 처음보다 더 극단적인 방향의 결정을 하게 된다.

예를 들면, 진보적인 정당 안에서는 진보적인 의견을 더 강하게 이야기하는 사람이 더 리더처럼 보이며, 보수적인 정당 안에서는 보수적인 의견을 더 강하게 이야기하는 사람이 더 리더처럼 보인다. 그래서 진보적인 정당의 구성원들끼리 집단 토론을 하면 개별적인 진보 정당 구성원들의 의견보다 더 강하게 진보적인 결론이 나오기 쉽고, 보수적인 정당의 구성원들끼리 집단 토론을 하면 개별적인 보수 정당 구성원들의 의견보다 더 강하게 보수적인 결론이 나오기 쉽다.

 

 집단 극화 현상을 설명하는 세 번째 이론은 사회적 정체감(social identity) 이론이다. 이 이론은 앞의 두 이론과 달리 서로 의견이 다른 두 집단 간의 양극화 현상을 더 잘 설명한다. 사회적 정체감 이론에서는 사람들이 자기가 속한 집단에 비추어 자신이 누구인지 그 정체성을 정의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대체로 자기가 속한 내집단(ingroup)의 자존감을 높이는 방향으로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한다. 무선적으로 숫자를 나눠주고 짝수팀과 홀수팀으로 나누는 방법과 같은 아주 사소한 기준으로 집단을 나누기만 해도 집단정체감이 형성되어, 자기 집단에 더 유리하게 이익을 배분하려는 ‘내집단 편애(ingroup favoritism)’가 발생한다.

 

 더 나아가, 집단 간 갈등에 관한 연구들을 살펴보면, 대체로 자기 집단의 절대적인 이익의 양보다 외집단(outgroup)과의 차이에 더 관심이 많다. 예를 들어, 위와 같은 사소한 기준으로 사람들을 나눈 다음에 일정량의 귤을 두 집단에 나누어 주게 할 때, 자기가 속한 내집단이 70개, 외집단이 40개 갖는 안(즉, 차이가 30개인 안)보다 내집단이 60개, 외집단이 10개 갖는 안(즉, 차이가 50개인 안)을 더 선호한다는 것이다. 몇십 년 전에 비해 한국이 전반적으로 더 잘 살게 되었다 해도 ‘나보다 더 잘 사는’ 사람들과의 차이가 커졌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생기는 상대적 박탈감도 이러한 현상과 관련이 있다.

 

 집단 정체감 때문에 발생하는 의견 양극화의 진행 과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집단 정체감이 현저해지는 상황(예: 두 팀의 운동경기, 두 정당의 선거 상황 등)에서는 두 집단이 자기 집단의 규범(즉, 자기 집단 소속 구성원들이 대부분 동의하는 것으로 보이는 의견)을 실제보다 더 극단적인 쪽으로 지각한다. 둘째, 이렇게 실제보다 더 극단적인 쪽으로 지각한 의견 쪽으로 각 집단의 구성원들이 동조한다. 셋째, 그 결과 두 집단의 의견 차이가 더욱 벌어지는 의견 양극화가 발생한다.

 

□ 의견 양극화를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실제 의견 차이보다 더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잘못 지각하는 것은 의견 간의 합의를 도출하는 데 큰 장애가 된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의견 양극화를 줄이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먼저, 한 쪽의 의견만을 과도하게 접하는 상황을 수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보수적인 사람은 보수 성향의 신문만을 탐독하고, 진보적인 사람은 진보 성향의 신문만을 탐독한다면, 자기가 즐겨 보는 바로 그 신문이 이야기하는 것만을 진실이라고 믿게 된다. 언론은 실제 세계 속에서 발생하는 일들 중 일부에만 조명을 비춰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정 언론이 보여 주는 내용이 실제 세계의 전부라고 생각하면 오류에 빠지기 쉽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오류를 줄이고 의견 양극화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의도적으로 양 쪽의 의견을 모두 경청해야 한다. 자신의 원래 의견과 반대되는 의견을 들을 때 마음이 불편하더라도 양 쪽의 의견을 모두 객관적인 자세로 잘 경청한 후에 판단한다면, 양극화의 유혹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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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다음, 상대방도 변화할 수 있다는 믿음을 지니는 것이 좋다. 한 연구에 따르면, 사회의 변화가능성에 대한 믿음이 있는 가변론자들은 본인의 정치성향에 따라 이슈 판단에 영향을 받지 않았으나, 불변론자들은 본인이 보수 성향이면 보수적인 쪽으로, 진보 성향이면 진보적인 쪽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것은 마치 ‘수학 실력을 높이기 어려울 거야’라고 믿으면 실제로 향상이 어렵고 ‘높일 수 있을 거야’라고 믿으면 실제로 높이기 쉬워지는 것과 유사한 결과라 할 수 있다.

 

 끝으로, 의견 양극화를 줄이기 이해서는 상대의 의견에 대한 코멘트에 사용하는 언어가 무례하거나 극단적이어서는 안 된다. 한 연구에 따르면, 온라인 블로그에서 정중한 코멘트를 접한 사람들은 나노기술에 대한 지지의 높고 낮음에 따라 ‘위험 지각’ 차이가 그리 크지 않았지만, 무례한 코멘트를 접한 사람들은 지각과 판단에서 양극화가 일어났다. 즉 나노기술 지지가 낮은 사람은 위험을 더 크게 지각하고, 지지가 높은 사람은 위험을 더 적게 지각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강경한 언어로 극단적인 의견을 이야기함으로써 무례한 코멘트를 남발하면 의견이 더욱 극단적인 방향으로 나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알려 준다.

요약하면, 의견 양극화를 줄이기 위해서는 실제 의견 차이보다 더 큰 차이로 보일 수 있는 미디어의 편식을 줄이고 양 쪽의 주장을 모두 접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 우리 사회와 상대방이 변화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포기하지 않는 것, 그리고 반대 의견이라 할지라도 무례한 코멘트는 삼가고 정제된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그 첫 발걸음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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